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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수퍼 패블릿인가] 눈과 손, 그리고 호주머니의 타협

[왜 수퍼 패블릿인가] 눈과 손, 그리고 호주머니의 타협

한 손으로 조작 가능한 대화면 선호...웨어러블 기기 발전 따라 크기 논쟁 무의미할 수도
사진:ⓒgetty images bank
2011년 삼성전자의 갤럭시 노트는 ‘폰? 태블릿? 갤럭시 노트!’라는 카피와 더불어 등장했다. 갤럭시 노트가 크게 성공하자 세간에는 ‘소 뒷걸음질 치다 쥐 잡은 격’이라는 반응이 있었다. 당시로서는 큰 5.3인치 화면은 도박에 가까운 것이었기 때문에 크게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대박을 터뜨렸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갤럭시 노트가 성공한 것은 다른 스마트폰보다 화면이 더 컸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큰 화면의 유용성을 강조하기 위해 노트와 펜을 강조했다. 스티브 잡스도 스마트폰이 무언가를 필기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는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손가락이 있는데 뭐하러 펜을 따로 두느냐”면서 손가락을 이용한 인터페이스를 자랑해 보였다. 하지만 삼성 갤럭시 노트는 펜을 이용해 화려한 그림을 그리고 메모를 하는 모습을 동영상 광고로 내보내면서 사람들에게 무엇인가 할 수 있을 것처럼 꿈을 심어주는 데 성공했다.
 멀티미디어 활용 비약적으로 늘어
그러나 정작 갤럭시 노트를 갖고 그림을 그린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사실 사람들은 대부분 남이 그리거나 찍은 사진을 볼 뿐이다. 결국 손보다는 눈을 더 자주 쓴다. 갤럭시 노트는 넓은 화면을 눈으로 소비하는 도구이지, 손으로 그림과 메모를 생산하는 도구로서는 한계가 있었던 것이다. 그래도 사람들은 펜을 갖고 있으면 뭔가 할 수 있을 것처럼 생각했다.

또한 중요한 생산도구는 카메라다. 최초의 카메라폰은 1999년의 VP-210으로 알려져 있다. 그후 2002년 카메라를 내장한 삼성의 CDMA휴대폰이 처음 나온 뒤부터는 휴대폰은 당연히 카메라가 장착된 물건이었다. 휴대폰 카메라는 수많은 사진과 영상물을 만들어냈고, 이를 저장하고 보여줄 화면은 더욱 커져야 했다. ‘멀티미디어 활용’이 비약적으로 요구된 것이다. 사진을 찍고, 인터넷을 검색하고, 영화를 보는 등 휴대폰은 초창기에 강조됐던 전화기능보다 멀티미디어 도구로서 활용됐고, 더 넓고 더 큰 화면 경쟁이 이뤄졌다. 이런 과정 속에 처음에는 부담스러웠던 5인치가 넘는 화면은 그렇게 사람들의 꿈을 먹으며 패블릿이라는 이름으로 익숙해진 것이다.

사람의 손으로 쥘 수 있는 도구의 크기는 어느 정도가 적당할까? 도구의 사용 목적과 재질에 따라 크기가 다르겠지만 인간이 손으로 움켜쥘 수 있는 크기는 추정해볼 수 있다. 석기시대와 청동기시대에 걸쳐 식물의 줄기를 누르거나 끊는 수확도 구로 많이 사용했던 반월형석도, 즉 반달돌칼이라는 것이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된 반달돌칼의 크기는 12.6cm, 15cm, 16.2cm로 다양하다. 환산하면 5인치에서 5.9인치, 6.4인치 정도로 대략 요즘 패블릿폰의 화면과 비슷한 크기임을 알 수 있다.

도구는 한 손으로 잡느냐, 두 손으로 잡느냐도 중요한 문제다. 한 손으로 조작할 수 있는 스마트폰과 반드시 두 손으로 잡아야 하는 태블릿에 비해 패블릿 사이즈의 스마트폰은 두 손으로 잡고 이용하다가도 때로 한 손으로 잡을 수 있다. 패블릿 크기의 스마트폰에는 ‘한 손 모드’라는 기능이 탑재돼 있다. 한 손으로 쥐었을 때 휴대폰을 붙잡은 나머지 손가락 외에 엄지손가락을 움직여서 조작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다. 즉, 엄지손가락의 회전 범위 내로 아이콘을 선택할 수 있는 기능이다. 결국 패블릿의 크기는 손가락의 통제범위 안에 있어야 한다.

한편 눈으로 보는 디스플레이는 크기가 점점 커지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과거 작은 화면의 피처폰 시대에는 아이폰의 3.5인치 화면조차 당시에 ‘큰 화면’으로 불릴 정도였다. 스마트폰의 크기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고 점점 커졌다. 컴퓨터 모니터는 12인치 CRT에서 34인치 LED까지 엄청난 크기로 발전했다. TV화면도 14인치에서 50인치, 60인치 이상으로 점점 큰 방향으로 발전했다. ‘더 얇게, 크게, 가볍게’가 화면 올림픽의 모토처럼 보였다.

하지만 TV나 컴퓨터 모니터와 달리 스마트폰의 화면 크기는 무작정 계속 커지지 않는다. 2015년 미국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사는 미국과 영국 소비자들이 5인치대 스마트폰을 가장 선호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다만 스마트폰의 디스플레이가 테두리 없는 베젤리스 디자인으로 진화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스마트폰의 전체 크기는 그대로 두고도 화면 크기를 6인치 이상으로 키울 수 있게 됐다.

2010년 갤럭시탭 미디어데이가 열리던 날 갤럭시탭을 양복 안쪽 주머니에서 꺼내는 퍼포먼스가 화제가 됐다. 당시 9.7인치의 아이패드에 비해 갤럭시탭은 7인치로 양복주머니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차별화했다. 아이패드는 갖고 다니기 부담스러웠고 갤럭시탭은 빡빡했지만 양복 안주머니에 넣을 수 있었다. 하지만 시장은 그보다는 더 작은 스마트폰 사이즈를 찾고 있었다.

결국 눈과 손과 호주머니는 5인치 내외의 크기로 패블릿의 타협점을 찾았다. 하지만 뜻밖의 피해자가 생겼으니 바로 목이다. 휴대폰과 사람의 얼굴은 30cm 정도. 가까운 거리 때문에 눈의 피로감도 있지만 목이 가장 혹사 당하고 있다. 멀티미디어 영상들과 인터넷 검색결과를 보느라 보통 몇 분 동안 목을 고정된 상태로 들여다 보다 보니 거북목 증상과 목디스크를 하소연하는 일이 흔해졌다.

하지만 이렇게 타협점을 찾아 만들어진 패블릿의 크기는 다 부질없는 이야기가 될 전망이다. 삼성과 LG 등 주요 기업이 접히는 화면(foldable), 돌돌 말아서 갖고 다닐 수 있는 화면(rollable), 마음대로 변형할 수 있는 화면(stretchable)을 계속 개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중에서 접히는 스마트폰은 올해 안에 선보일 예정이라고 한다. 장지갑이 아니라 접힌 지갑을 호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것처럼 스마트폰을 접어서 보관하게 되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변화가 생길 전망이다.
 제3 엄지손가락 계획
화면은 그대로라고 하더라도 다른 변화가 있을 수 있다. 최근 영국에서 대니 클로드(Dani Clode)라는 대학원생이 제3 엄지손가락 계획(The Third Thumb Project)을 제안했다. 우리에게 제3의 엄지손가락, 즉 손가락이 여섯개라면 인간 능력이 어떻게 증강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인터넷에 공개된 영상을 보면 신발 밑창에 있는 블루투스를 이용해 손목 팔찌에 신호가 전달되고 신호를 받은 가상의 엄지손가락이 구부려지거나 위아래로 움직인다. 만일 이것이 보편화된다면 한 손으로 쥐고 다양한 버튼을 조작할 수 있기 때문에 스마트폰 화면도 더 커질 수 있을지도 모른다.

여기에 발표한 지 수년 동안 아직도 나오느냐 아니냐로 논란 중인 구글 안경도 패블릿 크기의 스마트폰 미래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카메라와 인터넷검색, 영상 시청 등 멀티미디어의 사용은 안경으로 하고 전화 통화는 스마트워치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안구 가까이에서 안경을 통해 보는 영상은 지금까지 만들어진 어떤 디스플레이보다 더 넓은 화면을 제공할 수 있다. 이런 웨어러블 컴퓨팅이 현실화 되면 휴대폰의 화면 사이즈는 하찮은 주제로 전락할 것이다. 지난 7월 다시 열린 구글 글래스 홈페이지는 이런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기술이 손과 눈과 호주머니 크기를 뛰어넘어 무의미하게 만든다. 지금 스마트폰 화면 크기를 말하는 패블릿이라는 용어는 먼 훗날 [응답하라 2017] 드라마에서는 추억 속의 용어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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