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은 기-승-전-‘좀비’?
결국은 기-승-전-‘좀비’?
최고 인기 미국 드라마 ‘워킹 데드’와 ‘왕좌의 게임’ 시즌8로 접어들면서 갈수록 서로 비슷해져 좀비와 높다란 장벽, 석궁으로 무장한 전사들. 죽어도 죽지 않는 좀비들의 공격으로 실존적인 위협이 닥치면서 모든 인간은 선과 악으로 나뉘어 승자가 독식하는 한판 대결을 치른다. 거기에 팬들의 사랑을 받는 주인공을 무참히 죽이는(그랬다가 가끔씩 다시 살려내는) 제작자의 냉담한 무신경도 더해진다. 10월 22일 미국 케이블 TV 채널 AMC에서 시즌8이 시작된 ‘워킹 데드’는 마치 제작 비용을 적게 들인 ‘왕좌의 게임’처럼 보인다.
‘워킹 데드’는 2010년 핼러윈 데이 밤에 처음 방영된 이래 미국 케이블 TV 역사에서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 시리즈로 자리 잡았다. 그로부터 5개월 뒤 케이블 TV 채널 HBO에선 드라마 시리즈 ‘왕좌의 게임’이 시작됐다. 그 이래 ‘왕좌의 게임’은 2000년대 초에 대히트한 ‘소프라노스’를 밀어내고 프리미엄 케이블 TV에서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 시리즈로 등극했다. 첫 몇 년 동안 ‘워킹 데드’와 ‘왕좌의 게임’은 판타지에 뿌리를 둔 드라마라는 사실, 또 팬이 많다는 점을 제외하면 공통점이 거의 없었다. ‘워킹 데드’는 문명이 멸망한 뒤 미국 남부를 무대로 펼쳐진 현대극이다. 반면 ‘왕좌의 게임’은 철기 시대의 영국을 어렴풋이 닮은 허구의 왕국 웨스테로스를 배경으로 한다. ‘왕좌의 게임’에선 은밀한 동맹, 사창가, 얽히고설킨 왕족 혈통, 거인, 용, 가상언어 ‘도스라키’가 등장한다. ‘워킹 데드’의 플롯은 그보다 훨씬 단순하다. 뭉쳐서 좀비에게 물리지 않도록 방어하는 것이 전부다.
두 드라마 사이에 피상적인 유사성은 처음부터 몇 가지 있었다. 예를 들어 석궁은 다른 드라마에선 잘 볼 수 없지만 ‘워킹 데드’에선 데릴(노먼 리더스)이 가진 필살의 무기이며 ‘왕좌의 게임’에선 가학적인 소년 왕 조프리(잭 글리슨)의 장난감이자 그의 삼촌 티리온(피터 딘클리지)의 살인 무기다.
‘워킹 데드’의 가장 인기 있는 인물 중 하나인 글렌(스티븐 연)은 한 에피소드의 끝에서 좀비 떼 속에 떨어졌지만 다음 에피소드엔선 멀쩡하게 살아서 다시 등장했다(채식만 하는 좀비가 있었던가?). ‘왕좌의 게임’에서도 여러 캐릭터가 단검에 찔리고 물에 빠져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다. 고대 그리스극에서 초자연적인 힘을 이용해 극의 긴박한 국면을 타개하는 기법인 ‘데우스 엑스 마키나’와 다를 바 없다. 그러나 지난 두 시즌에서 이 두 드라마는 완전히 하나가 되려고 근접하기 시작했다. 시즌6 이래 ‘워킹 데드’에선 보안관 릭과 그를 따르는 대원들에게 가장 직접적인 위협으로 사악한 파시스트 세이비어 일당이 등장하면서 좀비들은 상대적으로 조연 역할로 밀려났다. 한편 ‘왕좌의 게임’에선 좀비인 화이트 워커 대군이 윈터펠을 침공하는 동안 라니스터 가문과 타르가르옌-스타크 가문이 동맹을 맺으며 동상이몽에 빠진다.
두 드라마는 유사한 점이 상당히 많다. 다른 사람에게 고통을 가하는 무자비한 통치자를 찾는다고? ‘워킹 데드’에 역대 최고 악당 네간이 있다면 ‘왕좌의 게임’엔 세르세이 여왕이 있다. 나서기 싫어하지만 단호하고 진실한 지도자는 어떤가? ‘워킹 데드’의 릭 보안관과 ‘왕좌의 게임’의 존 스노우가 바로 그런 인물이다. 선량한 거인 전사? ‘워킹 데드’에선 에이브러햄 병장, ‘왕좌의 게임’에선 토르문드가 그렇다. 검을 휘두르는 거친 여전사를 찾는다면 ‘워킹 데드’의 미숀과 ‘왕좌의 게임’의 브리엔이 닮은 꼴이다.
두 드라마 모두 ‘파시스트 vs 자유의 투사 vs 좀비’라는 삼위일체를 기본 구도로 한다. 좀비는 자연적인 힘이며 무엇으로도 달랠 수 없는 괴물이다. 그들에겐 배신 같은 갈등은 없다. 하지만 영웅이 될 수도 없다. 그렇다면 마지막엔 누가 승리할까? 각 드라마의 파시스트와 자유의 투사들이 너무 늦기 전에 좀비에 맞서 동맹을 맺을 수 있을까? 오는 겨울을 두려워하지 마라. 두 드라마 모두 시즌8이 오고 있다.
- 존 월터스 뉴스위크 기자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워킹 데드’는 2010년 핼러윈 데이 밤에 처음 방영된 이래 미국 케이블 TV 역사에서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 시리즈로 자리 잡았다. 그로부터 5개월 뒤 케이블 TV 채널 HBO에선 드라마 시리즈 ‘왕좌의 게임’이 시작됐다. 그 이래 ‘왕좌의 게임’은 2000년대 초에 대히트한 ‘소프라노스’를 밀어내고 프리미엄 케이블 TV에서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 시리즈로 등극했다. 첫 몇 년 동안 ‘워킹 데드’와 ‘왕좌의 게임’은 판타지에 뿌리를 둔 드라마라는 사실, 또 팬이 많다는 점을 제외하면 공통점이 거의 없었다. ‘워킹 데드’는 문명이 멸망한 뒤 미국 남부를 무대로 펼쳐진 현대극이다. 반면 ‘왕좌의 게임’은 철기 시대의 영국을 어렴풋이 닮은 허구의 왕국 웨스테로스를 배경으로 한다. ‘왕좌의 게임’에선 은밀한 동맹, 사창가, 얽히고설킨 왕족 혈통, 거인, 용, 가상언어 ‘도스라키’가 등장한다. ‘워킹 데드’의 플롯은 그보다 훨씬 단순하다. 뭉쳐서 좀비에게 물리지 않도록 방어하는 것이 전부다.
두 드라마 사이에 피상적인 유사성은 처음부터 몇 가지 있었다. 예를 들어 석궁은 다른 드라마에선 잘 볼 수 없지만 ‘워킹 데드’에선 데릴(노먼 리더스)이 가진 필살의 무기이며 ‘왕좌의 게임’에선 가학적인 소년 왕 조프리(잭 글리슨)의 장난감이자 그의 삼촌 티리온(피터 딘클리지)의 살인 무기다.
‘워킹 데드’의 가장 인기 있는 인물 중 하나인 글렌(스티븐 연)은 한 에피소드의 끝에서 좀비 떼 속에 떨어졌지만 다음 에피소드엔선 멀쩡하게 살아서 다시 등장했다(채식만 하는 좀비가 있었던가?). ‘왕좌의 게임’에서도 여러 캐릭터가 단검에 찔리고 물에 빠져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다. 고대 그리스극에서 초자연적인 힘을 이용해 극의 긴박한 국면을 타개하는 기법인 ‘데우스 엑스 마키나’와 다를 바 없다. 그러나 지난 두 시즌에서 이 두 드라마는 완전히 하나가 되려고 근접하기 시작했다. 시즌6 이래 ‘워킹 데드’에선 보안관 릭과 그를 따르는 대원들에게 가장 직접적인 위협으로 사악한 파시스트 세이비어 일당이 등장하면서 좀비들은 상대적으로 조연 역할로 밀려났다. 한편 ‘왕좌의 게임’에선 좀비인 화이트 워커 대군이 윈터펠을 침공하는 동안 라니스터 가문과 타르가르옌-스타크 가문이 동맹을 맺으며 동상이몽에 빠진다.
두 드라마는 유사한 점이 상당히 많다. 다른 사람에게 고통을 가하는 무자비한 통치자를 찾는다고? ‘워킹 데드’에 역대 최고 악당 네간이 있다면 ‘왕좌의 게임’엔 세르세이 여왕이 있다. 나서기 싫어하지만 단호하고 진실한 지도자는 어떤가? ‘워킹 데드’의 릭 보안관과 ‘왕좌의 게임’의 존 스노우가 바로 그런 인물이다. 선량한 거인 전사? ‘워킹 데드’에선 에이브러햄 병장, ‘왕좌의 게임’에선 토르문드가 그렇다. 검을 휘두르는 거친 여전사를 찾는다면 ‘워킹 데드’의 미숀과 ‘왕좌의 게임’의 브리엔이 닮은 꼴이다.
두 드라마 모두 ‘파시스트 vs 자유의 투사 vs 좀비’라는 삼위일체를 기본 구도로 한다. 좀비는 자연적인 힘이며 무엇으로도 달랠 수 없는 괴물이다. 그들에겐 배신 같은 갈등은 없다. 하지만 영웅이 될 수도 없다. 그렇다면 마지막엔 누가 승리할까? 각 드라마의 파시스트와 자유의 투사들이 너무 늦기 전에 좀비에 맞서 동맹을 맺을 수 있을까? 오는 겨울을 두려워하지 마라. 두 드라마 모두 시즌8이 오고 있다.
- 존 월터스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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