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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시대형 특수고용직 ‘긱워크’] O2O 바람 타고 ‘특수고용직 2.0’ 급증

[모바일 시대형 특수고용직 ‘긱워크’] O2O 바람 타고 ‘특수고용직 2.0’ 급증

플랫폼 서비스 매개로 단기 노동 거래...‘고용의 질 저하’ 우려도
플랫폼 서비스가 발달하면서 모바일을 통해 노동력 거래가 이뤄지고, 그 결과에 따라 대가가 지급되는 또 다른 형태의 특수고용직도 등장하고 있다. 글로벌 고용시장에서 화두로 떠오르는 ‘긱워크(gig work)’다. 긱워크는 넓은 의미로는 노동이 필요할 때 관련된 사람에게 단기로 일을 맡기는 노동 형태를 말한다. 노동이 플랫폼을 통해 상품처럼 거래된다는 의미에서 ‘플랫폼 노동’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과거 산업화 시기한 공간에 모아 놓고 일을 시키는 작업방식에서 온라인을 통해 개별적으로 노동력을 사고 파는 새로운 작업·통제 방식이 등장하면서 가능해진 일이다.
 10년 후 긱워크 부가가치 3100조원
긱워크는 1920년대 미국 재즈 공연장에서 필요에 따라 단기 계약을 맺은 연주자(긱·gig)를 섭외해 공연을 진행했던 것에서 유래한 용어다. 이후 이 말은 주로 정보기술(IT) 업계의 개발자·디자이너 등 비정규직 근무자를 일컬을 때 사용되다가, 지금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불특정 조직이나 개인이 문제 해결이나 서비스를 제공하고 보수를 받는 일자리를 뜻하는 말로 쓰인다. 차량 공유 서비스 우버의 개인 택시 운전사나 숙박 공유 서비스 에어비앤비의 숙박 제공 호스트처럼 전문 조직과 정해진 출퇴근 시간 없이 개인이 수입을 올리는 일이 긱워크의 일종이다.

최근 긱워크는 소프트웨어 코딩, 온라인 설문, 데이터 입력 대행, 쇼핑 대행, 아기 돌보기, 실시간 주차 대행 등으로 영역이 확장됐다. 스마트 기기의 대중화와 모바일 플랫폼 기반의 공유경제, O2O(On line to Offline), 온디맨드(On Demand) 서비스 등이 등장하면서다. 영국 하트퍼드셔대 경영대학원이 지난해 1월 설문 조사한 결과 영국의 16∼75세 생산가능인구의 10% 이상인 490만 명이 디지털 플랫폼을 기반으로 노동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독일은 14%, 네덜란드와 스웨덴은 각각 12%가 플랫폼 노동 경험이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KT경제경영연구소는 ‘긱이코노미 시대’ 보고서에서 “온라인을 통해 실시간으로 고객 모집과 대가 지불을 중개하면서 각 개인이 여가 시간과 자산·재능을 활용해 새로운 수입을 창출하는 데 도움을 줬다”고 분석했다.

긱워크의 규모는 앞으로 더 커질 전망이다. 글로벌 회계법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노동의 미래’ 보고서에서 “현재 긱워크가 고용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에 불과하지만, 앞으로 5년 간 시간제 근로와 여러 기업에 동시 고용되는 형태의 노동이 확산하면서 성장 잠재력이 매우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2020년 세계 긱워크 규모는 630억 달러(약 74조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는 “긱워크는 새로운 디지털 장터에서 거래되는 기간제 근로”라고 정의하며 10년 후엔 약 2조7000억 달러(약 3100조원)의 부가가치를 만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국도 스마트폰 보급과 온라인 중개 서비스를 바탕으로 긱워크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이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O2O 시장 규모는 2016년 2조1000억원에서 2020년 8조7000억원으로 급증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노동 플랫폼 시장에 종속된 근로자 역시 많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국내 대표적인 노동 플랫폼으로는 배달대행 앱, 대리운전 앱, 가사노동 중개 앱 등이 있다.

그런데 국내 법적 지위로 보면 긱워커에는 비정규직이나 임시직 외에도 기존 방식의 일반적인 고용 환경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긱워커 중에는 등록된 개인사업자가 법인대 법인으로 계약한 경우도 있고, 아예 계약조차 없이 일하는 긱워커도 존재한다. 여러 명의 고용주와 계약을 한다는 면에서 긱워크를 ‘복수계약 비정규직’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가령 배달 애플리케이션으로 음식을 주문하면 그 음식을 배달해주는 이는 해당 음식점의 직원이 아니다. 그는 음식점 사장에게 종속된 근로자가 아니라 배달대행 업체와 계약을 하고 수수료를 받는 1인 사업자다. 노동력의 매개 과정이 보험설계사나 학습지교사 같은 기존의 특수고용직과는 다르고, 수많은 예외가 있어 ‘긱워커=특수고용직’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업무 방식 등은 특수고용직에 가깝다.

특수고용직과 마찬가지로 긱워크 역시 ‘고용의 질적 저하’라는 우려의 시선이 존재한다. 긱워크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고용과 노동의 유연성이다. 노동자는 원할 때 일하고, 사용자도 원할 때 긱워커를 고용한다. 바꿔 말하면, 고용 안정성이 떨어지는 사실상 비정규직이나 임시직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얘기다. 국내 특수고용직을 둔 논란처럼 선진국에서도 긱워커가 고용보험·최저임금 같은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한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긱워크가 저소득 단순노무에 집중된다는 점도 한계로 지목된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퓨리서치센터 조사에 따르면 긱워커 중 연간 3만 달러 이하 수입의 저소득층이 57%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안정적인 수입이 보장되지 않는 노동계층에 집중된 양상을 띠고 있는 것이다. KT경제경영연구소는 “긱워커는 크게 생계형과 비생계형으로 구분이 가능하다”며 “긱이코노미에서도 부의 계층화 현상이 그대로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긱워크 노동 위험성 감소 정책 필요
전문가들은 새롭게 등장하는 고용구조에 맞춰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말한다. 과기정통부 지능정보사회추진단 이창희 부단장은 최근 ‘4차 산업혁명과 노동의 미래’ 토론회에서 “구글·아마존·우버와 같은 플랫폼 기업이 인공지능 등 혁신기술을 활용해 신산업을 창출하면서 세계 경제를 주도하고 있다”며 “플랫폼을 통한 노동 거래에는 노동자의 시간·장소 선택권 강화, 취약계층의 경제활동 편입 등 장점과 고용 안정성 약화, 업무과다 등 단점이 모두 있으므로 장점을 살리면서도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정책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오동윤 동아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형 조직 중심의 생산 시스템이 소자본, 특화 시장, 개인화 기반 서비스로 전환하면서 노동 형태도 따라 변하는 것”이라며 “여기에 맞춰 고용·노동 제도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승렬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프리랜서를 위한 사회보험 적용 확대와 가입 강화, 계약 관계의 공정성, 관련 통계의 작성 등 이들의 노동 위험성을 줄이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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