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충동 미리 알 수 있다?
자살 충동 미리 알 수 있다?
뇌 촬영한 fMRI 데이터로 알고리즘 학습시키면 91% 판별할 수 있어 새로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특정인에게 자살 충동이 있는지 여부를 기계학습 알고리즘으로 거의 정확히 판별할 수 있다. 정확도가 91%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카네기멜런대학의 심리학자 마슬 저스트 교수는 사람의 생각을 사진으로 찍는 방법을 개발했다. 그는 우리 뇌에서 생각이 어떻게 물리적으로 표현되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한번은 정신과 의사인 동료 데이비드 브렌트 교수가 자살 충동을 느끼는 사람의 생각에서 특정 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지 그에게 물었다.
저스트 교수는 시도해볼 만한 일이라고 판단했다. 두 사람은 팀을 구성해 연구에 들어갔다. 그들이 얻은 답은 ‘가능하다’였다(관련 논문은 지난 10월 말 학술지 ‘네이처 인간행동’에 실렸다). 그들은 자살 충동을 가진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뇌를 비교하면서 ‘죽음’과 ‘삶’ 같은 개념이 어떻게 서로 달리 표현되는지 조사했다.
젊은 성인 34명이 연구 대상으로 참가했다. 참가자 중 17명은 자살 충동이 있는 것으로 확인된 사람이었고 나머지 17명은 그렇지 않았다. 연구팀은 다양한 개념을 표현하는 단어들을 보여주며 각 참가자의 뇌를 기능적자기공명영상(fMRI)으로 촬영했다. 단어 중 일부는 긍정적이었고(‘근심걱정 없는’ ‘안락함’ ‘행복’), 또 일부는 자살과 연관될 수 있었으며(‘무관심’ ‘죽음’ ‘자포자기’), 나머지는 부정적인 의미를 가졌지만 자살과는 연관되지 않았다(‘따분함’ ‘비판’ ‘잔인함’).영상 판독 결과 자살 충동을 가진 사람의 뇌는 자살과 관련된 개념의 단어를 봤을 때 상당히 다른 모습을 보였다. 제시된 단어 중 ‘죽음’이 가장 큰 차이를 나타냈다. 연구팀은 기계학습 알고리즘을 이 데이터에 적용했다.
연구팀은 알고리즘에 fMRI 데이터를 입력하고 한 사람을 제외한 모든 참가자의 자살 충동 여부에 관한 정보도 제공했다. 알고리즘의 ‘학습’을 위한 조치였다. 알고리즘이 학습을 끝낸 뒤 연구팀은 자살 충동 여부를 알려주지 않은 한 참가자의 fMRI 데이터를 제시했다. 그러자 알고리즘은 그 참가자가 자살 충동을 갖고 있는지 그렇지 않은지를 91%의 정확도로 알아맞혔다. 그렇다고 이 연구가 자살할 수 있는 사람을 예측하는 방법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저스트 교수는 그런 쪽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연구와 관련 없는 정신과 의사 글렌 색스(뉴욕대학 의과대학원 소속)는 “저스트 교수의 모델이 자살 예측 방식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런 예측 인자가 정신과 의사들이 가진 진단 수단에 아주 효과적인 도구를 추가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연구 결과가 자살을 예측하는 믿을 만한 도구를 제시하는 건 아니기 때문에 확대 해석은 금물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특정인이 자살을 시도할지 예측하는 것 같은 아주 중요한 문제에선 정확도가 생명이다. 컬럼비아대학의 뇌영상·컴퓨팅 연구원 폴 사즈다는 이번 연구에 사용된 알고리즘의 정확도가 91%라고 해도 전적으로 믿을 만한 도구는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단 한 사람이라고 해도 그의 자살 충동을 예측하지 못하거나 그렇지 않은 사람을 자살 충동이 있다고 오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방식을 진단 도구로 사용할 방법을 모색하기 전에 훨씬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사즈다 연구원은 이런 의문도 갖는다. 기존의 심리학적 테스트가 자살 충동을 예측하는 데서 그와 비슷한 정도의 정확도를 보이는데 왜 굳이 fMRI가 필요한가? fMRI를 이용한 테스트에 어떤 부가적인 가치가 있을까? 그는 상당히 회의적인 입장이다. 저스트 교수가 이끄는 팀은 이번 연구의 가능성과 위험을 충분히 인식한다. 그는 뉴스위크에 이 정보가 환자 평가에서 안전하게 사용되려면 아직 많은 단계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선 그는 같은 연구를 더 많은 참가자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한다. 물론 자살 충동을 가진 사람을 이런 연구에 참가시키기가 쉽지 않지만 그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런 분석에 34명은 너무 작은 표본이다. 또 한 사람 당 30분 정도가 소요되는 fMRI 촬영을 모든 참가자를 대상으로 실시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뿐 아니라 비용도 너무 많이 든다.
저스트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가 치료 전문가나 심리학자들의 환자 평가를 뒷받침하는 보조 도구로만 사용될 수 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표준으로 사용되는 심리학적인 테스트가 기본이다. 우리 연구 결과도 그것을 기준으로 삼는다.”
그렇다면 fMRI를 사용하는 데 따르는 기술 지상주의의 폐해 우려는 없을까? 저스트 교수는 fMRI를 사용한 진단에 많은 작업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이런 첨단기계 테스트가 개인의 의지에 반해 실행될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사람들에게 레이저 빔을 쏴 그들의 생각을 알아낼 수 있다는 건 순전히 공상과학에 불과하다.”
- 조셉 프랭켈 뉴스위크 기자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미국 카네기멜런대학의 심리학자 마슬 저스트 교수는 사람의 생각을 사진으로 찍는 방법을 개발했다. 그는 우리 뇌에서 생각이 어떻게 물리적으로 표현되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한번은 정신과 의사인 동료 데이비드 브렌트 교수가 자살 충동을 느끼는 사람의 생각에서 특정 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지 그에게 물었다.
저스트 교수는 시도해볼 만한 일이라고 판단했다. 두 사람은 팀을 구성해 연구에 들어갔다. 그들이 얻은 답은 ‘가능하다’였다(관련 논문은 지난 10월 말 학술지 ‘네이처 인간행동’에 실렸다). 그들은 자살 충동을 가진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뇌를 비교하면서 ‘죽음’과 ‘삶’ 같은 개념이 어떻게 서로 달리 표현되는지 조사했다.
젊은 성인 34명이 연구 대상으로 참가했다. 참가자 중 17명은 자살 충동이 있는 것으로 확인된 사람이었고 나머지 17명은 그렇지 않았다. 연구팀은 다양한 개념을 표현하는 단어들을 보여주며 각 참가자의 뇌를 기능적자기공명영상(fMRI)으로 촬영했다. 단어 중 일부는 긍정적이었고(‘근심걱정 없는’ ‘안락함’ ‘행복’), 또 일부는 자살과 연관될 수 있었으며(‘무관심’ ‘죽음’ ‘자포자기’), 나머지는 부정적인 의미를 가졌지만 자살과는 연관되지 않았다(‘따분함’ ‘비판’ ‘잔인함’).영상 판독 결과 자살 충동을 가진 사람의 뇌는 자살과 관련된 개념의 단어를 봤을 때 상당히 다른 모습을 보였다. 제시된 단어 중 ‘죽음’이 가장 큰 차이를 나타냈다. 연구팀은 기계학습 알고리즘을 이 데이터에 적용했다.
연구팀은 알고리즘에 fMRI 데이터를 입력하고 한 사람을 제외한 모든 참가자의 자살 충동 여부에 관한 정보도 제공했다. 알고리즘의 ‘학습’을 위한 조치였다. 알고리즘이 학습을 끝낸 뒤 연구팀은 자살 충동 여부를 알려주지 않은 한 참가자의 fMRI 데이터를 제시했다. 그러자 알고리즘은 그 참가자가 자살 충동을 갖고 있는지 그렇지 않은지를 91%의 정확도로 알아맞혔다. 그렇다고 이 연구가 자살할 수 있는 사람을 예측하는 방법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저스트 교수는 그런 쪽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연구와 관련 없는 정신과 의사 글렌 색스(뉴욕대학 의과대학원 소속)는 “저스트 교수의 모델이 자살 예측 방식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런 예측 인자가 정신과 의사들이 가진 진단 수단에 아주 효과적인 도구를 추가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연구 결과가 자살을 예측하는 믿을 만한 도구를 제시하는 건 아니기 때문에 확대 해석은 금물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특정인이 자살을 시도할지 예측하는 것 같은 아주 중요한 문제에선 정확도가 생명이다. 컬럼비아대학의 뇌영상·컴퓨팅 연구원 폴 사즈다는 이번 연구에 사용된 알고리즘의 정확도가 91%라고 해도 전적으로 믿을 만한 도구는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단 한 사람이라고 해도 그의 자살 충동을 예측하지 못하거나 그렇지 않은 사람을 자살 충동이 있다고 오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방식을 진단 도구로 사용할 방법을 모색하기 전에 훨씬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사즈다 연구원은 이런 의문도 갖는다. 기존의 심리학적 테스트가 자살 충동을 예측하는 데서 그와 비슷한 정도의 정확도를 보이는데 왜 굳이 fMRI가 필요한가? fMRI를 이용한 테스트에 어떤 부가적인 가치가 있을까? 그는 상당히 회의적인 입장이다. 저스트 교수가 이끄는 팀은 이번 연구의 가능성과 위험을 충분히 인식한다. 그는 뉴스위크에 이 정보가 환자 평가에서 안전하게 사용되려면 아직 많은 단계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선 그는 같은 연구를 더 많은 참가자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한다. 물론 자살 충동을 가진 사람을 이런 연구에 참가시키기가 쉽지 않지만 그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런 분석에 34명은 너무 작은 표본이다. 또 한 사람 당 30분 정도가 소요되는 fMRI 촬영을 모든 참가자를 대상으로 실시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뿐 아니라 비용도 너무 많이 든다.
저스트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가 치료 전문가나 심리학자들의 환자 평가를 뒷받침하는 보조 도구로만 사용될 수 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표준으로 사용되는 심리학적인 테스트가 기본이다. 우리 연구 결과도 그것을 기준으로 삼는다.”
그렇다면 fMRI를 사용하는 데 따르는 기술 지상주의의 폐해 우려는 없을까? 저스트 교수는 fMRI를 사용한 진단에 많은 작업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이런 첨단기계 테스트가 개인의 의지에 반해 실행될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사람들에게 레이저 빔을 쏴 그들의 생각을 알아낼 수 있다는 건 순전히 공상과학에 불과하다.”
- 조셉 프랭켈 뉴스위크 기자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작지만 강하다”...한국 ‘여권 파워’ 세계 3위
2“무안공항 참사, 잘못된 표현”...국토부·유가족 협의 ‘공식 명칭’은
3현대차증권 2000억 규모 유상증자 계획 금감원 통과
4‘분리할 결심’ 정용진, 모친 이명희 이마트 지분 전량 매입 단행
5코스닥 입성 앞둔 데이원컴퍼니 “글로벌 K-에듀 콘테츠 기업 목표”
6“보신주의 은행장” 기업은행 노사, 임금 갈등 ‘악화일로’
7“욕 먹어도 괜찮아”...대형마트, 할인 파티 계속하는 이유
8 崔권한대행, 박종준 경호처장 사직서 수리
9코리안 특급도 못 피한 화마…LA 산불에 잇단 피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