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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대공황의 교훈 잊었나

미국은 대공황의 교훈 잊었나

새로운 보호무역주의에 통상 파트너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생각 안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일방적으로 행동해도 아무런 피해가 따르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 사진:AP-NEWSIS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주에 가까운 아시아 순방을 가리켜 “엄청난 성공”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세계 경제사를 돌아보면 과연 그럴까 의구심이 든다. 순방 중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이른바 ‘미국 우선’ 무역 정책을 누누이 역설했다. 그는 미국을 두드러지게 보호무역으로 이끌면서 무역에서 일방주의가 미국에 좋다고 주장한다.

바로 거기에 문제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 접근방식은 글로벌 경제 운용방식에 대한 잘못된 이해에 근거한 듯하다. 이는 근 한 세기 전 미국 정책입안자들 사이에 만연했던 사고방식이기도 하다. 미국 정부는 대공황의 중요한 교훈을 망각했으며 이것이 미국과 세계에 불행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데 거의 모든 경제학자가 뜻을 같이한다.
 미국과 글로벌 경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는 미국이 세계의 지배적인 행위자로서 무역에서 자유롭고 독립적으로 행동할 수 있다고 가정한다. 미국 정부로선 불행히도 미국이 세계 최고 경제대국이라 해도 그런 지위가 일방적인 무역정책이 불러올 수 있는 역풍을 막아주지는 못한다. 미국이 그런 제약을 받는 것은 국제경제의 기본적인 성격 그리고 세계 무역체제에 대한 미국의 지배력 약화에서 비롯된다.

개별적인 행위자가 모두 시스템 내에 존재하는 것은 경제학의 기본 원칙이다. 한 구성원이 어떤 행동을 취하면 다른 구성원이 거기에 대응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이는 현명한 정부라면 어떤 정책을 고려할 때 자신들의 행동이 다른 구성원들의 반응과 어떻게 상호작용할지 계산해야 한다는 의미다. ‘미국 우선주의’에는 이런 계산이 빠졌다. 미국의 새로운 보호무역주의에 통상 파트너들이 어떻게 반응할지를 고려하지 않는다. 대공황 때 미국 국회의원들도 이를 외면했다.
 ‘근린 궁핍화’
1930년대 전까지 미국의 무역정책은 대체로 의회에서 일방적으로 결정됐다. 다시 말해 오늘날 의례적으로 거치는 국제 협상 과정이 없었다. 보호무역주의 무드에 빠져 있던 의회는 대공황의 고통에 맞서 1930년 악명 높은 스무트-홀리 관세법을 통과시켰다. 그에 따라 수백 종의 수입품에 대한 관세가 인상됐다.

일정 부분 미국의 공업과 농업을 외부 경쟁으로부터 보호해 대공황의 충격을 완화하려는 의도였지만 이 같은 조치는 오히려 침체를 더 오래 지속시켰다. 미국의 많은 교역상대국들은 그에 맞서 덩달아 관세를 올리면서 세계무역의 빙하기를 초래하는 데 일조했다.

다행히 미국을 비롯한 세계는 이 같은 경험에서 한 가지 교훈을 얻었다. 1934년 호혜통상협정법(Reciprocal Trade Agreements Act)과 후속 입법조치로 외국 정부와 관세감축 협정 체결의 권한을 대통령에게 부여했다. 그에 따라 미국의 무역정책은 글로벌하고 전략적인 색깔을 띠게 됐다. 이 같은 새로운 접근방식은 1948년 관세와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 그리고 1995년 그 뒤를 이어받아 세계무역기구(WTO)의 창설을 통해 국제적인 차원에서 제도화됐다.

이 같은 협정의 기본원칙은 호혜성이다. 다른 나라가 무역자유화를 실시하는 한, 각국이 시장개방에 동의할 것이라는 전제다. 이 같은 접근법은 국제적인 협상을 통해 보호주의적인 정치압력을 극복하고 무역이 국가간 상호의존을 초래하는 글로벌 현상임을 인정한다.
 역사 외면에 따르는 위험
역사를 외면하는 데 따르는 위험은 이제 나타나기 시작하지만 우리 모두에게 불길한 전조를 암시하는 최근의 여러 가지 변화에서 눈에 띈다. 트럼프 정부의 첫째 조치 중 하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의 탈퇴였다. 오바마 정부의 주요 추진사업이었던 이 협정은 다른 11개 태평양 국가들과 미국 경제를 묶어 세계 최대의 경제 블럭을 형성하려는 취지였다. 지역 경제질서에 대한 중국의 도전에 맞서 아시아에 미국이 주도하는 자유주의 보루를 구축하려는 의도도 있었다.

미국이 그 협정에서 탈퇴하면서 미국 수출업체들은 외국 시장에의 접근 확대 기회를 잃었고 아시아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중국은 호기를 잡았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내린 결정의 장기적인 후유증은 이제부터 나타나기 시작한다.

일본·호주·캐나다·멕시코 등 원래 무역협정의 다른 11개 가입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 중 미국을 제외하고 협정을 계속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그 나라들이 시장접근에 서로 특혜를 부여함에 따라 이들 시장에서 미국 기업이 경쟁하기가 더 어려워진다는 점에서 불리한 입장에 몰리게 된다.

미국 기업은 무역협정에서 배제될 때 어떤 영향을 받게 되는지 피부로 느끼고 있다. 예컨대 최근의 뉴욕타임스 기사는 미국 바닷가재 생산자의 어려움을 조명한다. 캐나다-유럽연합 무역협정 체결의 여파로 캐나다 생산자가 더 낮은 가격으로 제품을 공급하기 때문이다.

미국이 다자간 무역협정에 참여하기를 꺼린다면 다른 나라들이 미국을 배제하고 나아가 미국에 피해를 주는 거래를 할 인센티브는 얼마든지 있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재협상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속적인 노력도 잠재적인 위험을 제기한다. 트럼프 정부는 마치 자신들이 조건을 좌우할 수 있는 듯 재협상을 언급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캐나다와 멕시코의 의존도가 그 반대 경우보다 더 높을지 모르지만 NAFTA 체제의 붕괴는 북미 무역에 의존하는 많은 미국 기업에게 심각한 타격을 안겨줄 것이다. 재협상에서 NAFTA가 살아남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시장에서 갈수록 커진다.

무역협정 탈퇴·재협상에 덧붙여 미국 정부는 미국 통상 파트너들이 보조금을 받거나 그들의 제품을 미국 시장에 덤핑하는 데 대해 일방적인 제재 노력을 강화해 왔다. 무역 제재를 가하는 결정은 역풍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 캐나다 항공기 제조업체 봄바디어에 대한 제재로 그 회사가 보잉의 최대 외국 경쟁사인 에어버스와 손잡은 일이 대표적이다. 태양광패널 수입품에 대한 제재부과 위협도 비슷한 효과를 초래할지 모른다. 미국의 패널 설치업체에 타격을 주고 외국의 보복을 유발할 수 있다.
 무역에는 수호자가 필요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일방적으로 행동해도 아무런 피해가 따르지 않는다고 가정한다. 역사를 돌이켜보면 그런 가정은 타당하지 않다. 세계 경제는 대공황 시절보다 훨씬 더 상호 의존적이 됐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이 세계 지도자들에게 기대하듯이 각국 정부가 모두 ‘자국 우선’ 무역정책을 따를 경우 재앙에 가까운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시장 개방과 고전적인 자유주의적 원칙을 토대로 하는 국제 무역시스템의 구축에 미국이 중심적인 역할을 했다. 오늘날 그 시스템이 어느 때보다 큰 위협을 받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접근방식은 무역 수호자로서 미국의 전통적인 역할을 완전히 방기하는 것일 뿐 아니라 그 시스템을 해치지 못해 안달하는 격이다.

결론적으로 트럼프 정부는 미국 경제와 국제 경제 시스템에 위험한 정책으로 회귀하고 있다. 미국이 거부할 경우 중국이 그 고삐를 쥘 수 있는 유일한 나라일지 모른다. 문제는 현재의 개방된 자유시장 시스템에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느냐는 점이다.

- 찰스 핸클라



※ [필자는 조지아주립대학 정치학과 부교수다. 이 기사는 온라인 매체 더 컨버세이션에 먼저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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