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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따러 가기’ 경쟁 다시 불붙었다

‘달 따러 가기’ 경쟁 다시 불붙었다

미국·유럽·일본만이 아니라 인도, 중국, 러시아, 남·북한도 경제적·지정학적 이점 많은 달탐사 원해
1968년 첫 유인 달탐사선 아폴로 8호에서 찍은 달 표면과 지구의 모습. / 사진:NASA
1972년 이래 달에 다녀온 사람은 없다. 달 표면에 발을 디딘 사람은 12명뿐이다. 그들 전부 미국인이었다. 그러나 곧 그 목록이 훨씬 길어질 수 있다.

하필이면 왜 달일까? 인간은 이미 달을 정복하지 않았는가? 물론 그렇다. 하지만 이제 세계 각국이 달 착륙을 원하는 새로운 이유가 생겼다. 유·무인 달탐사는 일본·유럽만이 아니라 인도·중국·러시아도 계획하고 있다. 남·북한도 달로 눈을 돌린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도 과거의 힘을 되찾는 듯하다. NASA는 최근 화성과 그 너머로 진출하기 위한 전진 기지를 달에 설치하는 것이 포함된 ‘딥 스페이스 게이트웨이(Deep Space Gateway)’ 프로젝트의 새로운 비전을 발표했다. 전기차 제조사 테슬라와 민간 우주항공기업 스페이스X를 세운 엘론 머스크도 달 기지 건설을 촉구했다.
 이유 01 | 혁신의 비전
1969년 7월 20일 아폴로 11호로 달에 착륙해 표면을 걷는 미국 우주비행사 에드윈 올드린 주니어. / 사진:NEIL ARMSTRONG-NASA-AP-NEWSIS
과거에도 그랬지만 지금도 우주가 우리의 관심과 투자를 끌어들이는 한 가지 이유는 미지를 탐구하고 한계를 넓히려는 인간의 열망이 강하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우주는 기술과 혁신을 발전시키는 명확한 비전을 제공함으로써 통합의 힘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지난 몇 십 년 동안 상대적으로 도외시됐던 우주탐사가 다시 선도적인 기술로 인식되면서 과학과 공학의 새로운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동시에 국가적 자긍심을 고취시킨다. 지난 9월 호주 남부 애들레이드에서 열린 국제우주대회(IAC)의 여러 프로그램이 그런 정서를 잘 보여줬다.

인도와 중국, 러시아 같은 신흥경제 국가는 특히 그런 동기부여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유럽과 미국 같은 좀 더 입지가 확고한 국가가 그들에게 추월당하지 않으려면 더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는 뜻이다. 호주도 급속한 성장세로 치닫는 세계 항공우주산업의 치열한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최근 항공우주국을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이유 02 | 경제적·지정학적 이점
역설적이지만 달탐사는 국제 협력과 경쟁 둘 다를 촉진한다. 독자적인 우주 프로그램이 없는 나라도 다른 나라가 제작해 발사하는 우주선에 실을 장비는 개발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인도의 찬드라얀 1호 우주선은 스웨덴·독일·영국·불가리아·미국이 제작한 각종 실험장비를 싣고 달에 착륙했다. 이런 합작 프로젝트는 세계 각국의 경제를 연결시키고 평화 유지의 강력한 동기를 제공한다.

달탐사를 두고 경제적·지정학적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는 것은 달이 주인 없는 곳이기 때문이다. 어느 나라도 달의 영유권을 주장할 수 없다. 적어도 1967년 100여 개 국가가 체결한 유엔 우주조약에 따르면 그렇다. 정식 명칭은 ‘달과 기타 천체를 포함한 외기권의 탐색과 이용에 있어서의 국가활동을 규율하는 규칙에 관한 조약’으로, 우주의 자원은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고, 지구 주위의 궤도 위나 우주에 핵무기 등 대량살상무기 배치를 금하고, 우주 공간 사용을 평화적 목적으로 제한한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유엔총회는 이 조약을 결의할 당시 “달의 천연자원은 인류 공동의 유산이며, 자원의 사용을 규율화 해야한다는 의미로 이 합의를 채택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달에는 영유권을 주장할 만한 이익이 걸려 있다. 예를 들어 헬륨의 동위원소인 헬륨-3 등 지구에서 희귀한 자원이 풍부하다. 헬륨-3은 핵융합 연료가 될 수 있으며 무한하고 오염이 없는 에너지원이 될 수 있다. 특히 중국이 달의 헬륨-3에 깊은 관심을 표명했다.

이런 현상은 1950년대 남극 대륙의 상황과 유사하다. 당시 현지에서 과학 프로그램을 진행하던 12개국이 연구와 개발 목적으로 남극 대륙을 분할했다. 만약 달도 연구와 경제개발을 위한 구역으로 분할될 수 있다고 가정한다면 우주선을 달로 보내는 것(인도의 찬드라얀 1호처럼 얼마 못 가 실패한 경우라고 해도)이 영유권을 인정 받는 근거가 될 수 있다.

아폴로 프로젝트 이래 수십 년에 걸쳐 러시아·중국·일본·유럽·미국이 무인 우주선을 달에 착륙시켰거나 추락시켰다.
 이유 03 | 손쉬운 표적
지난 11월 5일 중국은 단일 로켓을 사용해 2대의 베이두-3 위성을 발사했다. / 사진:XINHUA-NEWSIS
세계 각국에서 생겨나는 우주 관련 기구들은 성공적인 임무가 필요하다. 특히 달이 그들의 매력적인 표적이다. 지구와 달 사이의 거리는 약 38만4400㎞로 비교적 가깝다. 그 구간의 무선 통신은 거의 즉시(1~2초) 이뤄질 수 있다. 그에 비해 지구와 화성 사이의 쌍방향 통신에 걸리는 시간은 거의 1시간에 이른다. 또 달엔 중력이 낮고 대기가 없다는 사실은 궤도를 도는 우주선이나 달 표면에 착륙하는 탐사선의 작동을 단순화시킨다.

1970년대 러시아의 달 탐사 프로그램 루나 프로젝트는 로봇을 사용해 달에서 채취한 표본을 지구로 가져오는 것이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는 점을 입증했다. 중국도 달 표본을 가져오기 위해 앞으로 1~2년 뒤 로봇 탐사선을 달에 보낼 계획이다. 성공한다면 1976년 루나 24호 이래 달 표본을 지구로 가져오는 첫 사례가 될 것이다.
 이유 04 | 새로운 발견
인간이 수십 년 동안 달을 관측하고 탐사했지만 새로운 프로젝트가 실행될 때마다 새로운 발견이 이어졌다. 일본의 셀레네 우주선과 인도의 찬드랴얀 1호는 달 표면 광물의 새로운 분포를 발견했고 자원이 매장됐을 수 있는 구역을 탐사했다.

특히 비상한 관심을 모은 발견은 햇빛이 들지 않아 영구히 그늘진 구역에서 얼음과 유기화합물이 존재한다는 것이었다. 만약 그 양이 충분하다면 달의 얼음은 연료를 생산하는 자원으로나 인간 거주지를 유지하는 데 사용될 수 있을 것이다. 지구에서 달로 물을 가져가는 비용을 고려하면 그 발견은 미래 탐사를 위한 중요한 이점이 될 수 있다.

그런 자원을 영하 250℃인 달의 환경에서 채취하려면 공학이 비약적으로 발전해야 한다. 그러나 그런 도전이 새로운 기술 개발을 이끌 수 있다.
 이유 05 | 지구에 관한 이해 증진
유럽우주기구(ESA)가 건설하려고 구상 중인 달 기지의 상상도. / 사진:ESA
달탐사는 태양계 기원에 관한 완전히 새로운 아이디어를 보여줬다. 아폴로 미션 이전엔 우주의 먼지 입자가 오랜 기간에 걸쳐 서서히 뭉쳐 행성이 형성된다고 알려졌다. 그러다가 아폴로 미션이 지구로 가져온 달 암석이 하룻밤 사이에 그 가설을 바꿔 놓았다. 행성 사이의 거대한 충돌이 흔히 발생했으며, 그 가운데서 화성 크기의 행성과 지구가 충돌하면서 달이 생겨났을 수 있다는 것이 현재의 유력한 가설이다.

또 우리는 달 표면에 패인 어두운 원형 모양이 목성과 토성의 궤도에 변화가 생겨 발생한 소행성 추락에 의해 형성됐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달에 관한 추가적인 연구가 진행되면서 우리의 푸른 행성인 지구의 기원에 관해 더 깊은 통찰력을 얻게 될 것이 분명하다.

우주탐사는 단순히 ‘저기 위’에 가는 것만이 아니다. 달탐사는 일자리 창출과 기술혁신, 새로운 발견으로 이어져 ‘여기 아래’의 우리 모두에게 더 나은 삶을 가져다 줄 수 있다.

- 퍼넬로피 킹, 마크 노먼



※ [필자는 모두 호주국립대학 교수다. 이 글은 온라인 매체 컨버세이션에 먼저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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