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 8대 관전 포인트(8) 무역전쟁] 보호무역주의 물결 거세질 가능성
[세계 경제 8대 관전 포인트(8) 무역전쟁] 보호무역주의 물결 거세질 가능성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 굽히지 않아...트럼프발 통상마찰이 트럼프 지지 기반 흔들 수도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은 2017년 상반기 우리나라 수출이 세계 시장서 차지한 비중이 3.33%에 달했다고 밝혔다. 2015년 3.19%를 기록한 이래 최고치다. 세계 경기도 회복세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선진국의 경기 회복세, 신흥 국가들의 견조한 성장세, 원자재 교역조건 개선 등으로 세계 경제가 한동안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문제는 보호무역주의 물결이다. 트럼프발 미국 우선주의는 다자 협력의 기조에 암운을 드리우고 있다. 당장 트럼프의 일성으로 시작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이 어떻게 흘러갈지 예측 불허다. 정성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국제거시금융본부장은 “2018년 미국·유럽·일본 등 선진국들은 내수가 회복되는 양상을 보이겠지만 보호무역주의는 더 거세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기운은 한국 경제에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무역전쟁의 총성은 이미 들리고 있다. 미국이 중국의 불공정 무역관행에 문제를 제기한 후 중국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재개하는 등 성의를 표시했다. 전기·무인 자동차, 로봇 제조, 의료 장비 등 자국의 이해관계와도 밀접한 분야에서는 규제 완화의 움직임도 보였다. 그러나 나머지 분야에선 이렇다 할 변화가 없다. 유럽산 연성 치즈 수입을 중단하고 인터넷 장벽을 쳐 미국·유럽 기업의 자국 시장 진출을 차단하는 등 되레 보호무역주의의 스탠스를 유지하고 있다. 객관적으로도 중국은 보호무역주의에 관한 한 미국에 꿀릴 게 없다. 월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이래 2016년까지 중국이 불공정 무역 관행 등으로 제소된 건수는 38건이다. 같은 기간 미국은 73건의 제소를 당했다. 중국이 미국의 기세에 눌릴 이유가 없는 것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후 사실 미국뿐 아니라 유럽연합(EU), 일본 등 선진국들은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해왔다. 로이터통신은 국제 민간무역 연구기관 데이터를 분석해 경제력 상위 60개국이 지난 10년 간 총 7000건의 보호무역 조치를 취했다고 보도했다. 이로써 올린 관세 등의 수입은 4000억 달러에 달했다. 가장 많은 보호무역 정책을 편 나라와 지역은 각각 미국과 EU였다. 영국 법무법인 가울링WLG는 영국 글로벌 기업 350곳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80%가 보호무역 조치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고 밝혔다. 보호무역주의 강화의 흐름은 지금으로서는 대세로 보인다.
그렇다면 2018년 세계 무역전쟁은 과연 일어날 것인가? 미국의 강력한 보호무역 정책은 사실 트럼프라는 돌출 변수를 빼놓고 설명하기 어렵다.
트럼프 지지층은 수십년 간 실질소득이 정체 상태거나 감소한 저학력·저숙련 백인 노동자들이다. 이들이 무역전쟁이라는 트럼프의 캐치프레이즈에 환호하는 것도 사실이다. 트럼프의 오버는 이런 정치 기반을 유지하기 위한 제스처의 성격을 띠고 있다. 트럼프가 미국 노동자의 일자리를 회복하겠다고 외치지만, 로이터에 따르면 2010~2014년 만들어진 미국 일자리(65만여개)의 3분의 2가 외국인 투자 덕이었다. 일본·영국·독일·한국 같은 나라들이다. 보호무역 조치는 막상 기업인들의 지지를 얻어내기 쉽지 않다. 수입산 철강에 관세를 부과하면 철강을 원자재로 사용하는 제조업체들의 비용 상승으로 이어진다. 폴 크루그먼 미 뉴욕시립대 교수는 “철강에 대한 징벌적 관세는 미국 내 철강 업계엔 도움이 되지만 자동차 메이커 같은 수입 철강 수요자들에게는 손해가 된다”고 말한다. 보호무역주의가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이 일방향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철강 업계의 일자리가 늘어난다고 하더라도, 보호무역주의가 다른 분야의 일자리를 감축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가 일으킨 무역 전쟁이 도리어 트럼프의 지지 기반을 뒤흔들 수도 있다.
미국은 세계 최대 철강 수입국이다. 철강 등의 수입이 줄어들면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도 있다. 폴 크루그먼은 보호무역이 낳은 일자리 창출이 다른 일자리의 감축으로 이어지면 연방준비제도가 금리를 올릴 것으로 내다본다. 물가상승 압력을 우려한 통화당국이 금리를 올리면 그 영향이 주택 부문에 파급돼 달러화 강세를 초래하고 결국 미국의 수출도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한다.
무역은 기본적으로 윈윈 게임이다. 교역 당사국들을 부유하게 만든다. 이와 달리 무역전쟁은 승자가 없는 마이너스섬 게임이다. 설사 미국이 이기더라도 승자가 독식하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미국은 이 전쟁에서 경제적 이익을 거두더라도 다른 대가를 치러야 한다. 결국 미국도 공멸의 길에 들어설 수밖에 없다. 그레그 라이트 미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미·중 간 무역전쟁이 벌어지면 최근 글로벌 경제가 이룬 교역의 성과를 한꺼번에 잃을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무역전쟁은 무엇보다 미국의 리더십을 약화할 것이다. 전통적으로 미국의 리더십은 공생의 가치를 기반으로 했다. 그랬기에 이 젊은 나라가 국제사회에서 패권을 거머쥘 수 있었다. 무역전쟁을 밀어붙이면 기축통화로서 미 달러의 패권이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 무역전쟁에서 승리해 미국이 경상수지 흑자로 돌아선다면 글로벌 달러의 유동성이 감소할 것이다. 그 간극을 다른 통화가 메우게 될 것이다. 리더십이 약해진 데다 달러의 패권마저 잃는다면 장기적으로 미국은 쇠퇴할 것이다. 이런 사태를 미국의 주류사회가 방치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의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스콧 케네디 연구원은 “중국은 무역 분쟁에서 자국이 주도권을 쥐게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중국이 형식적인 친시장 정책을 발표하는 식으로 대처하고 미국도 이런 성의 표시를 용인하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트럼프 행정부가 대중 무역 보복을 중단하지는 않을 것이다. 특정 제품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가 전형적인 방식이다. 국내 산업에 대한 타격을 이유로 저가품 수입을 중지시키기도 할 것이다. 80년대 냉전 시대에 애용한 방식도 만지작거릴 것으로 보인다. 국가 안보를 이유로 중국산 철강과 알루미늄을 수입하지 않는 식이다.
트럼프노믹스의 특징은 전통적인 정책 수단과 더불어 수입 장벽 강화, 환율 압박, 고율의 관세 부과 등의 일방적 조치를 제한 없이 사용한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그래도 된다고 믿는 듯하다. 미국 우선주의는 미국 일방주의이기도 한다. 이런 정책이 일정 기간 특정 조건 하에서 성과를 거둘 수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지속 가능성이다. 이런 일방주의는 장기적으로는 성공할 가능성이 작다. 자유무역은 경쟁의 결과 파이가 커지는 포지티브섬 게임이다. 무역전쟁이라는 마이너스섬 게임보다 오래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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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보호무역주의 물결이다. 트럼프발 미국 우선주의는 다자 협력의 기조에 암운을 드리우고 있다. 당장 트럼프의 일성으로 시작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이 어떻게 흘러갈지 예측 불허다. 정성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국제거시금융본부장은 “2018년 미국·유럽·일본 등 선진국들은 내수가 회복되는 양상을 보이겠지만 보호무역주의는 더 거세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기운은 한국 경제에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美·中 무역전쟁은 세계 경제에 악재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후 사실 미국뿐 아니라 유럽연합(EU), 일본 등 선진국들은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해왔다. 로이터통신은 국제 민간무역 연구기관 데이터를 분석해 경제력 상위 60개국이 지난 10년 간 총 7000건의 보호무역 조치를 취했다고 보도했다. 이로써 올린 관세 등의 수입은 4000억 달러에 달했다. 가장 많은 보호무역 정책을 편 나라와 지역은 각각 미국과 EU였다. 영국 법무법인 가울링WLG는 영국 글로벌 기업 350곳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80%가 보호무역 조치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고 밝혔다. 보호무역주의 강화의 흐름은 지금으로서는 대세로 보인다.
그렇다면 2018년 세계 무역전쟁은 과연 일어날 것인가? 미국의 강력한 보호무역 정책은 사실 트럼프라는 돌출 변수를 빼놓고 설명하기 어렵다.
트럼프 지지층은 수십년 간 실질소득이 정체 상태거나 감소한 저학력·저숙련 백인 노동자들이다. 이들이 무역전쟁이라는 트럼프의 캐치프레이즈에 환호하는 것도 사실이다. 트럼프의 오버는 이런 정치 기반을 유지하기 위한 제스처의 성격을 띠고 있다. 트럼프가 미국 노동자의 일자리를 회복하겠다고 외치지만, 로이터에 따르면 2010~2014년 만들어진 미국 일자리(65만여개)의 3분의 2가 외국인 투자 덕이었다. 일본·영국·독일·한국 같은 나라들이다. 보호무역 조치는 막상 기업인들의 지지를 얻어내기 쉽지 않다. 수입산 철강에 관세를 부과하면 철강을 원자재로 사용하는 제조업체들의 비용 상승으로 이어진다. 폴 크루그먼 미 뉴욕시립대 교수는 “철강에 대한 징벌적 관세는 미국 내 철강 업계엔 도움이 되지만 자동차 메이커 같은 수입 철강 수요자들에게는 손해가 된다”고 말한다. 보호무역주의가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이 일방향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철강 업계의 일자리가 늘어난다고 하더라도, 보호무역주의가 다른 분야의 일자리를 감축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가 일으킨 무역 전쟁이 도리어 트럼프의 지지 기반을 뒤흔들 수도 있다.
미국은 세계 최대 철강 수입국이다. 철강 등의 수입이 줄어들면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도 있다. 폴 크루그먼은 보호무역이 낳은 일자리 창출이 다른 일자리의 감축으로 이어지면 연방준비제도가 금리를 올릴 것으로 내다본다. 물가상승 압력을 우려한 통화당국이 금리를 올리면 그 영향이 주택 부문에 파급돼 달러화 강세를 초래하고 결국 미국의 수출도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한다.
무역은 기본적으로 윈윈 게임이다. 교역 당사국들을 부유하게 만든다. 이와 달리 무역전쟁은 승자가 없는 마이너스섬 게임이다. 설사 미국이 이기더라도 승자가 독식하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미국은 이 전쟁에서 경제적 이익을 거두더라도 다른 대가를 치러야 한다. 결국 미국도 공멸의 길에 들어설 수밖에 없다. 그레그 라이트 미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미·중 간 무역전쟁이 벌어지면 최근 글로벌 경제가 이룬 교역의 성과를 한꺼번에 잃을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무역전쟁은 무엇보다 미국의 리더십을 약화할 것이다. 전통적으로 미국의 리더십은 공생의 가치를 기반으로 했다. 그랬기에 이 젊은 나라가 국제사회에서 패권을 거머쥘 수 있었다. 무역전쟁을 밀어붙이면 기축통화로서 미 달러의 패권이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 무역전쟁에서 승리해 미국이 경상수지 흑자로 돌아선다면 글로벌 달러의 유동성이 감소할 것이다. 그 간극을 다른 통화가 메우게 될 것이다. 리더십이 약해진 데다 달러의 패권마저 잃는다면 장기적으로 미국은 쇠퇴할 것이다. 이런 사태를 미국의 주류사회가 방치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 일방주의 장기적 성공 가능성은 ‘글쎄’
트럼프 행정부가 대중 무역 보복을 중단하지는 않을 것이다. 특정 제품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가 전형적인 방식이다. 국내 산업에 대한 타격을 이유로 저가품 수입을 중지시키기도 할 것이다. 80년대 냉전 시대에 애용한 방식도 만지작거릴 것으로 보인다. 국가 안보를 이유로 중국산 철강과 알루미늄을 수입하지 않는 식이다.
트럼프노믹스의 특징은 전통적인 정책 수단과 더불어 수입 장벽 강화, 환율 압박, 고율의 관세 부과 등의 일방적 조치를 제한 없이 사용한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그래도 된다고 믿는 듯하다. 미국 우선주의는 미국 일방주의이기도 한다. 이런 정책이 일정 기간 특정 조건 하에서 성과를 거둘 수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지속 가능성이다. 이런 일방주의는 장기적으로는 성공할 가능성이 작다. 자유무역은 경쟁의 결과 파이가 커지는 포지티브섬 게임이다. 무역전쟁이라는 마이너스섬 게임보다 오래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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