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이미 수백만 명이 병들어간다

이미 수백만 명이 병들어간다

‘란셋 카운트다운’ 보고서, “인간이 유발한 기후변화가 현재뿐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 공중보건에 폭넓은 영향을 미칠 것”
대기오염으로 한 해 300만 명이 사망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 사진:PAVEL GLOLOVKIN-AP-NEWSIS
기후변화가 전 세계 수백만 명의 건강을 해치고 있다. 뭔가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상황이 계속 더 악화될 전망이다. 세계 26개 주요 단체들이 공동 작성한 최신 보고서 내용이다. 전 세계 모든 사람의 건강에 피해를 주겠지만 그중에서도 글로벌 가스 배출 책임이 가장 적은 중·저소득 국가의 취약한 지역사회가 특히 많은 영향을 받는다.

‘란셋 카운트다운, 건강과 기후변화의 동향 추적’이라는 제목의 그 보고서는 인간이 유발한 기후변화가 현재뿐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 공중보건에 폭넓은 영향을 미칠 것임을 시사한다. 예컨대 기온상승은 인류의 기존 건강 문제를 악화시키고 심혈관계 질환과 만성 신장병 등 새로운 건강 위협을 유발할 수 있다.

기온상승은 특히 육체·야외 노동자의 노동위생과 노동 생산성에 심각한 위협을 제기할 수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전 세계 92만 명 이상이 건강이상으로 노동시장을 떠났고 인도에서만 그 숫자가 41만8000명에 달했다. 이는 개인·가족·공동체 특히 자급농업에 의존하는 사람들의 생계에 큰 영향을 미친다.

아울러 인명피해 잠재력을 지닌 폭염에 노출된 사람 수가 2015년 무려 1억7500만 명으로 증가했다. 폭염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직접적인 열 스트레스(열이 인체에 미치는 압박)와 열사병(heat stroke)으로부터 기존 심부전의 악화, 그리고 탈수증으로 인한 취약계층의 급성 신장손상 사례 증가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고령자, 12개월 미만의 유아 그리고 만성 심혈관계·신장 질환자가 특히 그런 변화에 민감하다.

2000년 이후 기후관련 재해가 46% 증가해 48억 명이 피해를 입고 50만 명 이상이 숨졌다. 인명피해를 초래한 기상이변이 모두 기후변화의 직접적인 결과는 아니지만 지구온난화가 심화됨에 따라 기상이변의 빈도도 계속 늘어날 것이라는 중론이다.

기후변화로 인해 지구기온이 1℃ 상승할 때마다 세계 밀 수확량이 6%, 쌀 수확량은 10%씩 감소하면서 영양부족도 확대될 전망이라고 보고서는 내다봤다. 한편 대기 오염에의 노출은 1990년 이후 세계적으로 11.2% 증가했다. 표본 추출된 세계 도시의 87%가 세계보건기구(WHO) 가이드라인을 넘어섰다. 수십억 명이 안전하지 않은 공기를 호흡하고 있다는 의미다. 대기오염으로 한 해 300만 명이 사망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앞으로 90년 이내에 해수면 상승으로 10억 명 더 높은 지역으로 이주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보고서는 시사한다.

국제 의학전문지 란셋이 주도한 이 보고서 작성에는 세계은행·WHO·유니버시 티칼리지런던·칭화대학 같은 기관의 대표적인 의사·학자·정책입안자들이 참여했다. 란셋 카운트다운 고위 자문위원회의 크리스티아나 피구에레스 위원장은 “란셋 카운트다운의 보고서는 기후변화가 오늘날 우리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고 말했다. “또한 기후변화에 대한 직접적이고 명백하고 즉각적인 대처가 전 세계인의 건강을 향상시킨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대다수 국가는 파리협약에 따라 기후대책을 수립할 때 이런 기회를 활용하지 않았다. 더 많은 노력이 요구된다. 건강에 더 신경 써야 한다고 의사가 말할 때 우리가 주의를 기울이는 것처럼 정부도 그렇게 해야 한다.”

란셋 카운트다운의 공동위원장이자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 산하 인간건강·성과연구소 소장인 휴 몽고메리는 “이제 겨우 기후변화의 영향을 느끼기 시작했다”며 “오늘날 아무리 사소한 문제라도 당연히 회복되겠지 하고 수수방관하면 빠른 시일 내에 한계에 도달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가 변화에 적응해나가는 방식으로는 이 문제에서 벗어날 수 없으며 기후 변화의 원인과 증상에 모두 대처해야 한다. 과도한 부담을 떠안은 건강보험 예산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면서 그 과정에서 삶을 향상시키는 방법은 많다.”

인류가 거대한 도전에 직면한 건 분명하지만 보고서는 앞날을 낙관할 만한 이유를 조명한다. 일례로 광범위한 분야에 걸쳐 탄력이 붙고 있는 배기가스 감축 노력이 대표적이다. 무엇보다도 많은 정부가 석탄 사용의 단계적인 축소를 약속했으며 신재생 에너지 기술과 전기자동차도 부상하는 중이다.

기후변화 대처에 필요한 대책을 수립하면 실제로 공중보건을 크게 향상시킬 기회를 얻게 된다. 오염된 도시의 대기 정화, 영양가 높은 식량 생산, 에너지·식량·물 공급 안정 확보, 빈곤뿐 아니라 사회·경제적 불평등 해소 등을 포함한 잠재적인 혜택과 기회가 수반된다.

란셋 카운트다운의 공동의장이자 WHO 이사인 앤서니 코스텔로는 이렇게 말했다. “기후변화가 실제로 진행되고 있으며 이는 오늘날 전 세계 수백만 명의 건강과 관련된 문제다. 벅찬 도전과제지만 다가오는 의료 위기를 금세기 공중보건의 가장 의미심장한 발전으로 바꿔놓을 기회가 아직 남아 있다. 우리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동안 정부가 방향을 바꿔 기후변화의 원인과 영향에 대처하기를 희망한다. 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위한 조치가 시급하다. 그에 따르는 건강과 경제적 혜택은 막대하다.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예방 가능한 인명피해의 쓰나미가 닥칠 것이다.”

2015 건강·기후변화 란셋 위원회는 인류가 유발한 기후변화로 인해 50년 동안 이룬 공중보건의 성과가 물거품이 될 위험에 처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 연구를 토대로 한 이번 조사는 우리 앞길에 놓인 도전과제가 예상을 뛰어넘는다는 것을 말해준다.

- 아리스토스 조르주 아이비타임즈 기자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보험사 대출 늘고 연체율 올랐다…당국 관리 압박은 커지네

2길어지는 내수 한파 “이러다 다 죽어”

3"좀비버스, 영화야 예능이야?"...K-좀비 예능2, 또 세계 주목받을까

4킨텍스 게임 행사장 ‘폭탄테러’ 예고에...관람객 대피소동

5美항모 조지워싱턴함 日 재배치...한반도·中 경계

6공항철도, 시속 150km 전동차 도입...오는 2025년 영업 운행

7두산 사업구조 재편안, 금융당국 승인...주총 표결은 내달 12일

8‘EV9’ 매력 모두 품은 ‘EV9 GT’...기아, 美서 최초 공개

9민희진, 빌리프랩 대표 등 무더기 고소...50억원 손배소도 제기

실시간 뉴스

1보험사 대출 늘고 연체율 올랐다…당국 관리 압박은 커지네

2길어지는 내수 한파 “이러다 다 죽어”

3"좀비버스, 영화야 예능이야?"...K-좀비 예능2, 또 세계 주목받을까

4킨텍스 게임 행사장 ‘폭탄테러’ 예고에...관람객 대피소동

5美항모 조지워싱턴함 日 재배치...한반도·中 경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