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과 손잡으면 일자리 생긴다
인공지능과 손잡으면 일자리 생긴다
로봇이 사람 일자리 빼앗는다는 편견은 버리자. ‘미래의 석유’인 데이터가 조성하는 신산업에서 고용 창출 더 많이 돼 2013년 제임스 ‘지미’ 크로포드가 창업한 오비털 인사이트(이하 오비털)는 당시 실리콘밸리의 거품 속에서 거의 주목 받지 못했다. 크로포드 창업자는 미 항공우주국(NASA)에서 15년간 근무했고 화성 탐사선용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그는 NASA를 떠나 구글 북스의 엔지니어링 책임자로 근무하면서 엘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와 기타 신생 벤처들이 위성 제작과 발사 비용을 끌어내리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크로포드 창업자는 넘쳐나는 새 위성들이 지구를 선회하며 기록하고 촬영한 이미지들이 쏟아져 나오리라 예상하고 그것을 수집·분석하는 데서 기회를 내다봤다. 오비털의 첫 상품은 전 세계의 옥수수밭 이미지를 토대로 식물의 건강상태를 분석하고 수확량을 예측해 미래의 가격변동에 베팅하는 트레이더들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약 2년 뒤 실리콘밸리의 정상급 투자자들은 오비털이 엄청난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판단했다. 벤처기업들은 2016년 6월 크로포드 창업자의 회사에 2000만 달러, 그 뒤 2017년 9월 또 다시 5000만 달러를 쏟아 넣었다.
이처럼 갑자기 관심이 고조된 것은 크로포드 창업자(또는 투자자)가 갑자기 똑똑해졌기 때문이 아니라 인공지능(AI)의 실질적인 발전 때문이었다. 그는 “2015년 사상 처음으로 컴퓨터의 물체인식이 인간을 뛰어넘었다”고 설명했다. AI가 나무나 배를 인식할 줄 알고 이미지와 데이터에 담긴 수십억 개 물체 속에서 패턴을 파악할 수 있다. 그런 AI의 발전 이전까지 위성 데이터는 효용성이 한참 떨어졌다. 데이터 양이 너무 방대해 컴퓨터에 깔린 전통 알고리즘으로는 분석 속도가 너무 느렸다. AI의 발전으로 트레이더·투자자·기업은 위성에서 보내오는 그 모든 미가공 데이터를 분석해 이제껏 알 수 없었던 정보를 거의 곧바로 파악할 수 있게 됐다.
지난해 초 오비털은 위치를 알려주는 무선표지 차단 후 잠적했던 불법 조업선을 각종 출처의 데이터를 조합해 찾아내는 능력으로 주목 받았다. 비즈니스보다 해양법 집행에 더 유용한 발견이었지만 오비털의 기술을 뒷받침하는 강력한 증거였다. 그해 가을 크로포드 팀은 합성개구레이더(synthetic aperture radar, 인공위성을 이용한 지상 관측 레이더 정보를 재구성해 영상화하는 기술)라는 신형 위성기술로 수집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허리케인 하비가 휴스턴을 강타할 때 그 폭풍우의 구름 속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흔히 짐작하는 대로 일반적인 위성 사진으로는 구름 속을 투시할 수 없다. 허리케인 발생 중 홍수의 규모를 아는 것은 훗날 수십억 달러의 보험금을 지급해야 하는 보험사들에 커다란 도움을 줬다.
그 두 번의 성과(해적선과 하비)에 확신을 가진 헤지펀드와 대형 은행들이 자연재해, 원자재의 이동 또는 그밖에 무엇이든 경쟁자가 아직 모르는 데이터를 선점하려 오비털에 수백만 달러를 선뜻 넘겨줬다. 크로포드 창업자는 “이제 겨우 몇몇 신호를 발견하기 시작했지만 그것이 금융·에너지·보험 시장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이미 드러나고 있다”고 인터뷰에서 말했다.
오비털은 사업이 성장하자 데이터 과학자, 마케팅 관리자, 인력 스카우트를 찾아 적극적으로 물색하고 영입해 왔다. 그러나 그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미가공 위성 데이터에 항상 목말라하는 오비털과 동종 업체들은 위성업체들에서 그런 데이터를 사들이며 위성 붐을 부채질한다.
위성산업연합의 2017년 7월 보고서에 따르면 2605억 달러 규모의 글로벌 위성산업 중 지구 환경을 관측하는 비교적 저렴한 소형 위성이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인다. 그에 편승해 로켓 과학자로부터 발사대를 청소하는 유지 보수 근로자에 이르기까지 줄줄이 일자리가 생겨나고 있다. 지난해 12월 비즈니스 인맥 사이트 링크드인에 수록된 미국 내 위성산업 일자리가 1만1084개를 웃돌았다.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이 같은 이른바 대안 데이터 분야에는 오비털 말고도 신생 업체가 숱하다. 시장조사 업체 탭 그룹에 따르면 2016년 약 2억 달러 선이던 대안 데이터 시장은 2020년에는 2배 이상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안 데이터는 정부 통계, 주가정보, 기업 실적 보고서, 소비자 신용카드 거래 같은 주류 정보 이외의 데이터를 가리킨다. 대안 데이터는 휴대전화 신호, 산업장비의 ‘사물인터넷’ 센서, 온라인 비디오, 트윗, 검색, 소셜미디어 부류 그리고 위성 이미지 같은 출처에서 생성된다.
이 모든 미가공 데이터를 활용하려면 각종 데이터를 연결해 평소엔 발견할 수 없는 트렌드를 찾아내야 한다. AI로 그것이 가능해졌다. 대안 데이터 산업은 AI나 인간 없이는 존재할 수 없었다. AI가 일자리를 없앨 것이라는 부정적 인식이 강한 상황에서 대안 데이터 산업의 부상은 AI가 지금껏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일자리를 어떻게 창출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AI가 트럭 기사, 방사선전문의, 회계사, 패스트푸드 점원, 그리고 거의 모든 제조업 일자리를 자동화해 극소수 상류층 갑부 IT 혁신가들과 나머지 사람들 두 부류만 세상에 남겨두리라고 믿기 쉽다. 나머지 사람들은 정부가 보장하는 기본소득으로 살아가며 기차 모형을 갖고 놀거나 유튜브 동영상 몰아보기로 소일하며 투덜대는 게 일상인 가족들의 거대 집단이리라는 추측이다. 지난해 7월 온라인 매체 쿼츠가 독자 16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현재 일자리 중 절반이 5년 뒤에는 자동화로 사라질 것이라고 답한 비율이 90%에 달했다. 하지만 역시 인간의 고전적인 방식대로 91%가 다른 사람의 일자리는 사라져도 자신의 직종은 안전하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최근 몇 달 사이 비즈니스계의 일부 분석가들은 AI가 없애는 것보다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낼 것이라는 연구 결과를 잇따라 내놓으며 우리 미래가 그렇게 암담하지 않다고 주장해 왔다. IT 분석업체 가트너는 조사에서 2020년에는 AI 자동화로 180만 명의 실업자가 발생하지만 230만 개가 새로 생겨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결론적으로 50만 개의 일자리가 늘어나는 셈이다. 컨설팅 업체 캡제미니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AI를 도입한 기업 중 83%에서 그 기술로 새 일자리가 생겨났다. 또 다른 컨설팅 업체 딜로이트가 영국 내 자동화를 조사했더니 AI로 저숙련 일자리 80만 개가 증발했지만 350만 개는 새로 창출됐다. 그리고 새 일자리의 연봉은 사라진 일자리보다 평균 1만3000달러 높았다.
AI의 너무 명백한 듯한 위협 앞에선 그런 통계가 위안을 주지는 않는다. 자율주행 트럭이 나오면 트럭 기사 수백만 명의 일거리가 없어진다. 알맞은 사이즈의 구두를 어떻게 구입해야 할지 또는 말을 듣지 않는 케이블 TV 박스를 어떻게 고쳐야 할지를 묻는 문의전화에 답하던 고객서비스 담당 상담원을 AI 기반 챗봇이 어떻게 대체하는지는 이미 다뤄졌다. 딜로이트는 또 다른 조사에서 10년 이내에 법률시장 일자리의 39%가 자동화되리라고 내다봤다. 하급직 법무보조와 법률비서 자리가 대부분이다. 우리는 이런 직종을 잘 알며 AI에 밀려날 경우 사람들이 어떤 타격을 받을지 쉽게 상상할 수 있다.
아직 존재하지 않는 산업을 상상하면서 코드 작성이나 컴퓨터 칩 설계에 타고난 재능을 가진 사람들만이 아니라 온갖 유형의 근로자에게 어떻게 일자리가 제공될지 전망하기는 더 어렵다. 바로 그런 점에서 요즘 대안 데이터 산업이 흥미를 끈다. AI 덕분에 부상하게 된 초기 신흥 산업 중 하나다(그 밖에도 AI 전용 컴퓨터 칩 제작 산업뿐 아니라 AI에 모범적인 행동을 가르치는 신생 ‘인공지능 윤리학자’ 분야 등이 뒤를 잇는다).
투자업계는 2016년 4월의 사건을 계기로 대안 데이터에 눈을 떴다. 위치 기반 소셜네트워킹 앱 포스퀘어는 자사 앱으로 방문 장소를 기록하는 이용자 5000만 명의 데이터에서 뭔가 희한한 것을 발견했다. 당시 2015년 대장균 파동에서 벗어나려 애쓰던 멕시칸 레스토랑 체인 치폴레는 자사 점포의 계절적 내점객 수가 평소 수준을 회복하는 듯하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포스퀘어는 과거 치폴레를 방문했던 자사 앱 이용자가 대신 다른 레스토랑 체인으로 발길을 돌린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내점객 증가는 단순히 부리토 가격할인을 받고자 했던 새 고객을 끌어들인 판촉행사에서 기인했다. 이는 치폴레가 충성고객을 잃는다는 의미였다. 치폴레가 30%의 매출감소를 나타내는 실적을 발표하기 직전 포스퀘어가 한 블로그 포스트에서 이 문제를 거론했다. 갑자기 전 세계의 트레이더들이 포스퀘어가 가진 것과 같은 마법을 원했다.
근년 들어 새로운 미가공 데이터 공급원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우리는 어디나 휴대전화를 들고 다니며 우리가 어디에 있고 어떤 일을 하는지에 관한 데이터를 익명으로 또는 실명으로 만들어낸다. 신형 센서들이 산업 부품, 대기오염, 우리의 걸음 수를 추적한다. 온라인에서 많이 활동할수록 우리 행동에서 더 많은 데이터가 만들어진다. 그리고 우리는 요즘 컴퓨터나 휴대전화 스크린을 통해 쇼핑·대화·사교·뱅킹·일·TV시청을 한다.하나의 데이터 출처는 사람들의 행동에 관해 한정된 통찰을 제시할 수 있지만 다양한 데이터 세트를 혼합하면 가치가 폭발적으로 높아진다. 대안 데이터 업체 이니그마의 애덤 깁스는 “데이터 세트가 아무리 크더라도 그것만 따로 보면 언제나 큰 그림을 놓치게 된다”며 “데이터의 진정한 가치는 온갖 출처의 많은 조각을 함께 연결해 전체적인 그림을 완성하는 데 있다”고 내게 말했다.
바로 이런 상황에서 AI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데 바로 리서치 보조원 같은 기능이다. 갖가지 데이터를 교차 비교함으로써 무엇을 학습할 수 있는지에 관한 알고리즘을 입력한 뒤 AI를 풀어놓는다. 그러면 데이터를 모두 찾아다니며 스스로 학습하면서 똑똑한 사람도 놓치기 쉬운 복잡한 패턴을 잡아낸다. AI 봇은 사람과 달리 데이터의 홍수 속에서 순식간에 흡수하고 학습할 수 있다.
대안 데이터 업체 시스템2의 마테이 자트레아누 창업자는 AI 학습에 다중 데이터 스트림을 결합하면 예컨대 각 개인의 결정을 이해하는 것처럼 투자자가 세상을 입자 수준에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트레아누 창업자는 “신용카드 데이터를 보면 개인에 관한 정보를 알 수 있다”고 경제 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말했다. “마케터와 달리 나는 이름이 뭐든 어디에 살든 신경 쓰지 않는다. 나는 345라는 ID를 가진 사람이 지금껏 홀푸즈 식품체인에서 쇼핑했는데 갑자기 그 동네에 새로 문을 연 식품체인 알디에서 거래한 내역에 관심을 갖는다. 그것은 홀푸즈가 고객 한 명을 잃었다는 의미다.”
그런 통찰은 주식 트레이더나 헤지 펀드 매니저가 베팅할 수 있는 트렌드를 시사할 수 있다. 대안 데이터에서 얻는 아주 작은 우위가 수십억 달러의 가치를 지녀 수익성 낮은 펀드와 인기 ‘알파’ 펀드의 차이를 가를 수 있다. 대안 데이터 제공사 퀀들의 태머 캐멀 CEO는 “대안 데이터를 조달·분석하는 능력은 전문 투자자에게 필수 역량이 됐다”고 인터뷰에서 말했다.
그렇게 큰돈이 걸려 있기 때문에 대안 데이터의 가치가 매우 높아졌다. 그에 따라 각종 대안 데이터 기업을 창업하러 기업가가 몰려들고 있다. 애클리마와 언더스토리는 센서를 이용해 특정지역에 집중한 기상패턴에 초점을 맞춘다. 프레미스는 지역 점포의 가격을 수집한다. 이니그마는 정부가 오래 전부터 제공해왔던 데이터를 새로운 방식으로 연결해 전통 데이터에서 대안 데이터를 창출해낸다. 가령 의사가 메디케어(고령자 의료보장) 환자에게 어떤 약을 처방하는지 또는 미국 항만에 어떤 자동차 모델이 들어오는지 등이다. 리빌 모바일은 GPS 데이터와 신용카드 거래를 결합해 하루 중 사람들의 이동 패턴을 파악한다. 리빌 모바일의 브라이언 핸들리 CEO는 최근 데이터와 금융에 관한 뉴스위크 컨퍼런스에서 “누군가 쇼핑하러 갈 때 먼저 건축자재 마트 홈데포에 들렀다가 식료품점으로 이동한 뒤 점심식사를 하러 간 것을 알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마케터는 이용자의 패턴을 예상해 홈데포 주차장에 차를 세우는 순간 점심 가격 할인을 제안할 수 있다.
이 모든 기업이 AI 전문가와 프로그래머를 채용하고 있다. 또한 반드시 기술전문가가 아니더라도 AI가 확인할 수 있는 흥미로운 질문을 던질 줄 아는 사람을 물색 중이다. 포스퀘어의 직원 중 누군가가 내점객이 신규인지 기존 고객인지 궁금해하지 않았다면 치폴레 데이터로 그런 성과를 올리지 못했을 것이다. 철광석 전문가는 글로벌 생산이 증가 또는 감소하는지에 관한 트렌드를 알고 싶을 때 바지선의 움직임에 관해 AI에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할지 알지 모른다.
이는 모두 10년 전 아이폰이 첫선을 보였을 때는 아무도 상상할 수 없던 새로운 일과 직업들이다. 헤지펀드와 대안 데이터 업계로부터 후속 연관산업 일자리가 잇따라 창출되고 있다. ‘사물인터넷’ 센서가 수집한 막대한 양의 정보를 구입하는 대안 데이터 업체들이 유발한 활동을 살펴보자. 가트너에 따르면 이미 전 세계에 80억 개 이상의 사물이 연결됐으며 2020년에는 200억 개로 불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사물인터넷에 대한 글로벌 지출은 2020년까지 연간 약 16%씩 증가해 시장규모가 1조30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기술분석 업체 IDC는 내다본다.
이는 막대한 규모의 상거래이며 따라서 모든 단계에서 근로자 일자리가 많아진다는 의미다. 예컨대 버라이즌은 가로등 수백만 개에 사물인터넷 센서를 설치할 근로자 집단이 필요하다. 소음수준·대기오염 그리고 주차장의 자동차 대수와 기타 요인들을 추적하는 센서들이다. 다른 업체들도 사물인터넷 설계사와 관리자를 채용한다(소매유통업체 타겟은 지난해 사물인터넷 담당 부사장을 채용했다). 그 모든 데이터를 가치 있게 만드는 AI가 없다면 이 중 실현될 것은 거의 없다.
우리는 AI 기반 데이터 수집 붐의 한복판에 있다. 기업 계에는 ‘데이터가 미래의 석유’라는 인식이 퍼져 있다. 그리고 새 데이터의 탐색은 새로운 탐사 열풍에 비유된다.
이는 앞서의 위성 이야기에 연결된다. 오비털 같은 기업은 거대한 위성 데이터 시장을 조성해 위성 설계·제작·발사·운전 사업을 육성한다. 그에 따라 오비털처럼 NASA 과학자 출신들이 창업한 플래닛 랩스 같은 기업이 탄생했다. 플래닛 랩스는 대략 30㎝ 길이 서브웨이 샌드위치 만한 위성을 만들고 있다. 143개를 궤도에 쏘아 올리고 1억8300만 달러의 자본을 조달했다. 또 다른 신생업체 플래닛-IQ는 12개 위성군(satellite constellation)을 발사할 계획이다.
위성 먹이사슬을 따라 내려가면 새로운 위성 사업자들이 미국 내 위성 제조사(보잉·오비털ATK·SSL)와 해외 제조사(인도의 디루바 스페이스, 리투아니아의 나노애비오닉스) 시장을 견인한다. 그런 제조사들은 나아가 전자장치·안테나·태양전지판·너트·볼트 그리고 위성에 들어가는 모든 부품 제조사로부터 납품 받는다. 위성용 너트와 볼트 생산공장 근로자는 AI에 관해서는 전혀 모를 수 있지만 그들이 일자리를 유지하는 것은 상당부분 AI 덕분이다.
AI의 직접적인 영향으로 지금까지 생겨난 다운스트림(후속 수혜 업종) 일자리가 얼마나 되는지 따져보는 건 불가능하지만 AI가 데이터를 어느 때보다 훨씬 더 가치 있게 만드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250년 전 방적기가 면의 생산량을 크게 늘려 그 가치를 훨씬 더 높인 것과 같은 식이다.
앞으로 AI 자동화로 수많은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대안 데이터 같은 신흥산업이 하루 종일 유튜브 동영상을 들여다보는 것보다 더 생산적인 일을 많은 사람에게 제공하게 될 것이다.
- 케빈 메이니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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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2년 뒤 실리콘밸리의 정상급 투자자들은 오비털이 엄청난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판단했다. 벤처기업들은 2016년 6월 크로포드 창업자의 회사에 2000만 달러, 그 뒤 2017년 9월 또 다시 5000만 달러를 쏟아 넣었다.
이처럼 갑자기 관심이 고조된 것은 크로포드 창업자(또는 투자자)가 갑자기 똑똑해졌기 때문이 아니라 인공지능(AI)의 실질적인 발전 때문이었다. 그는 “2015년 사상 처음으로 컴퓨터의 물체인식이 인간을 뛰어넘었다”고 설명했다. AI가 나무나 배를 인식할 줄 알고 이미지와 데이터에 담긴 수십억 개 물체 속에서 패턴을 파악할 수 있다. 그런 AI의 발전 이전까지 위성 데이터는 효용성이 한참 떨어졌다. 데이터 양이 너무 방대해 컴퓨터에 깔린 전통 알고리즘으로는 분석 속도가 너무 느렸다. AI의 발전으로 트레이더·투자자·기업은 위성에서 보내오는 그 모든 미가공 데이터를 분석해 이제껏 알 수 없었던 정보를 거의 곧바로 파악할 수 있게 됐다.
지난해 초 오비털은 위치를 알려주는 무선표지 차단 후 잠적했던 불법 조업선을 각종 출처의 데이터를 조합해 찾아내는 능력으로 주목 받았다. 비즈니스보다 해양법 집행에 더 유용한 발견이었지만 오비털의 기술을 뒷받침하는 강력한 증거였다. 그해 가을 크로포드 팀은 합성개구레이더(synthetic aperture radar, 인공위성을 이용한 지상 관측 레이더 정보를 재구성해 영상화하는 기술)라는 신형 위성기술로 수집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허리케인 하비가 휴스턴을 강타할 때 그 폭풍우의 구름 속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흔히 짐작하는 대로 일반적인 위성 사진으로는 구름 속을 투시할 수 없다. 허리케인 발생 중 홍수의 규모를 아는 것은 훗날 수십억 달러의 보험금을 지급해야 하는 보험사들에 커다란 도움을 줬다.
그 두 번의 성과(해적선과 하비)에 확신을 가진 헤지펀드와 대형 은행들이 자연재해, 원자재의 이동 또는 그밖에 무엇이든 경쟁자가 아직 모르는 데이터를 선점하려 오비털에 수백만 달러를 선뜻 넘겨줬다. 크로포드 창업자는 “이제 겨우 몇몇 신호를 발견하기 시작했지만 그것이 금융·에너지·보험 시장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이미 드러나고 있다”고 인터뷰에서 말했다.
오비털은 사업이 성장하자 데이터 과학자, 마케팅 관리자, 인력 스카우트를 찾아 적극적으로 물색하고 영입해 왔다. 그러나 그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미가공 위성 데이터에 항상 목말라하는 오비털과 동종 업체들은 위성업체들에서 그런 데이터를 사들이며 위성 붐을 부채질한다.
위성산업연합의 2017년 7월 보고서에 따르면 2605억 달러 규모의 글로벌 위성산업 중 지구 환경을 관측하는 비교적 저렴한 소형 위성이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인다. 그에 편승해 로켓 과학자로부터 발사대를 청소하는 유지 보수 근로자에 이르기까지 줄줄이 일자리가 생겨나고 있다. 지난해 12월 비즈니스 인맥 사이트 링크드인에 수록된 미국 내 위성산업 일자리가 1만1084개를 웃돌았다.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이 같은 이른바 대안 데이터 분야에는 오비털 말고도 신생 업체가 숱하다. 시장조사 업체 탭 그룹에 따르면 2016년 약 2억 달러 선이던 대안 데이터 시장은 2020년에는 2배 이상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안 데이터는 정부 통계, 주가정보, 기업 실적 보고서, 소비자 신용카드 거래 같은 주류 정보 이외의 데이터를 가리킨다. 대안 데이터는 휴대전화 신호, 산업장비의 ‘사물인터넷’ 센서, 온라인 비디오, 트윗, 검색, 소셜미디어 부류 그리고 위성 이미지 같은 출처에서 생성된다.
이 모든 미가공 데이터를 활용하려면 각종 데이터를 연결해 평소엔 발견할 수 없는 트렌드를 찾아내야 한다. AI로 그것이 가능해졌다. 대안 데이터 산업은 AI나 인간 없이는 존재할 수 없었다. AI가 일자리를 없앨 것이라는 부정적 인식이 강한 상황에서 대안 데이터 산업의 부상은 AI가 지금껏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일자리를 어떻게 창출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없애지만 더 많이 창출한다
그러나 최근 몇 달 사이 비즈니스계의 일부 분석가들은 AI가 없애는 것보다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낼 것이라는 연구 결과를 잇따라 내놓으며 우리 미래가 그렇게 암담하지 않다고 주장해 왔다. IT 분석업체 가트너는 조사에서 2020년에는 AI 자동화로 180만 명의 실업자가 발생하지만 230만 개가 새로 생겨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결론적으로 50만 개의 일자리가 늘어나는 셈이다. 컨설팅 업체 캡제미니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AI를 도입한 기업 중 83%에서 그 기술로 새 일자리가 생겨났다. 또 다른 컨설팅 업체 딜로이트가 영국 내 자동화를 조사했더니 AI로 저숙련 일자리 80만 개가 증발했지만 350만 개는 새로 창출됐다. 그리고 새 일자리의 연봉은 사라진 일자리보다 평균 1만3000달러 높았다.
AI의 너무 명백한 듯한 위협 앞에선 그런 통계가 위안을 주지는 않는다. 자율주행 트럭이 나오면 트럭 기사 수백만 명의 일거리가 없어진다. 알맞은 사이즈의 구두를 어떻게 구입해야 할지 또는 말을 듣지 않는 케이블 TV 박스를 어떻게 고쳐야 할지를 묻는 문의전화에 답하던 고객서비스 담당 상담원을 AI 기반 챗봇이 어떻게 대체하는지는 이미 다뤄졌다. 딜로이트는 또 다른 조사에서 10년 이내에 법률시장 일자리의 39%가 자동화되리라고 내다봤다. 하급직 법무보조와 법률비서 자리가 대부분이다. 우리는 이런 직종을 잘 알며 AI에 밀려날 경우 사람들이 어떤 타격을 받을지 쉽게 상상할 수 있다.
아직 존재하지 않는 산업을 상상하면서 코드 작성이나 컴퓨터 칩 설계에 타고난 재능을 가진 사람들만이 아니라 온갖 유형의 근로자에게 어떻게 일자리가 제공될지 전망하기는 더 어렵다. 바로 그런 점에서 요즘 대안 데이터 산업이 흥미를 끈다. AI 덕분에 부상하게 된 초기 신흥 산업 중 하나다(그 밖에도 AI 전용 컴퓨터 칩 제작 산업뿐 아니라 AI에 모범적인 행동을 가르치는 신생 ‘인공지능 윤리학자’ 분야 등이 뒤를 잇는다).
투자업계는 2016년 4월의 사건을 계기로 대안 데이터에 눈을 떴다. 위치 기반 소셜네트워킹 앱 포스퀘어는 자사 앱으로 방문 장소를 기록하는 이용자 5000만 명의 데이터에서 뭔가 희한한 것을 발견했다. 당시 2015년 대장균 파동에서 벗어나려 애쓰던 멕시칸 레스토랑 체인 치폴레는 자사 점포의 계절적 내점객 수가 평소 수준을 회복하는 듯하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포스퀘어는 과거 치폴레를 방문했던 자사 앱 이용자가 대신 다른 레스토랑 체인으로 발길을 돌린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내점객 증가는 단순히 부리토 가격할인을 받고자 했던 새 고객을 끌어들인 판촉행사에서 기인했다. 이는 치폴레가 충성고객을 잃는다는 의미였다. 치폴레가 30%의 매출감소를 나타내는 실적을 발표하기 직전 포스퀘어가 한 블로그 포스트에서 이 문제를 거론했다. 갑자기 전 세계의 트레이더들이 포스퀘어가 가진 것과 같은 마법을 원했다.
근년 들어 새로운 미가공 데이터 공급원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우리는 어디나 휴대전화를 들고 다니며 우리가 어디에 있고 어떤 일을 하는지에 관한 데이터를 익명으로 또는 실명으로 만들어낸다. 신형 센서들이 산업 부품, 대기오염, 우리의 걸음 수를 추적한다. 온라인에서 많이 활동할수록 우리 행동에서 더 많은 데이터가 만들어진다. 그리고 우리는 요즘 컴퓨터나 휴대전화 스크린을 통해 쇼핑·대화·사교·뱅킹·일·TV시청을 한다.하나의 데이터 출처는 사람들의 행동에 관해 한정된 통찰을 제시할 수 있지만 다양한 데이터 세트를 혼합하면 가치가 폭발적으로 높아진다. 대안 데이터 업체 이니그마의 애덤 깁스는 “데이터 세트가 아무리 크더라도 그것만 따로 보면 언제나 큰 그림을 놓치게 된다”며 “데이터의 진정한 가치는 온갖 출처의 많은 조각을 함께 연결해 전체적인 그림을 완성하는 데 있다”고 내게 말했다.
바로 이런 상황에서 AI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데 바로 리서치 보조원 같은 기능이다. 갖가지 데이터를 교차 비교함으로써 무엇을 학습할 수 있는지에 관한 알고리즘을 입력한 뒤 AI를 풀어놓는다. 그러면 데이터를 모두 찾아다니며 스스로 학습하면서 똑똑한 사람도 놓치기 쉬운 복잡한 패턴을 잡아낸다. AI 봇은 사람과 달리 데이터의 홍수 속에서 순식간에 흡수하고 학습할 수 있다.
대안 데이터 업체 시스템2의 마테이 자트레아누 창업자는 AI 학습에 다중 데이터 스트림을 결합하면 예컨대 각 개인의 결정을 이해하는 것처럼 투자자가 세상을 입자 수준에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트레아누 창업자는 “신용카드 데이터를 보면 개인에 관한 정보를 알 수 있다”고 경제 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말했다. “마케터와 달리 나는 이름이 뭐든 어디에 살든 신경 쓰지 않는다. 나는 345라는 ID를 가진 사람이 지금껏 홀푸즈 식품체인에서 쇼핑했는데 갑자기 그 동네에 새로 문을 연 식품체인 알디에서 거래한 내역에 관심을 갖는다. 그것은 홀푸즈가 고객 한 명을 잃었다는 의미다.”
그런 통찰은 주식 트레이더나 헤지 펀드 매니저가 베팅할 수 있는 트렌드를 시사할 수 있다. 대안 데이터에서 얻는 아주 작은 우위가 수십억 달러의 가치를 지녀 수익성 낮은 펀드와 인기 ‘알파’ 펀드의 차이를 가를 수 있다. 대안 데이터 제공사 퀀들의 태머 캐멀 CEO는 “대안 데이터를 조달·분석하는 능력은 전문 투자자에게 필수 역량이 됐다”고 인터뷰에서 말했다.
그렇게 큰돈이 걸려 있기 때문에 대안 데이터의 가치가 매우 높아졌다. 그에 따라 각종 대안 데이터 기업을 창업하러 기업가가 몰려들고 있다. 애클리마와 언더스토리는 센서를 이용해 특정지역에 집중한 기상패턴에 초점을 맞춘다. 프레미스는 지역 점포의 가격을 수집한다. 이니그마는 정부가 오래 전부터 제공해왔던 데이터를 새로운 방식으로 연결해 전통 데이터에서 대안 데이터를 창출해낸다. 가령 의사가 메디케어(고령자 의료보장) 환자에게 어떤 약을 처방하는지 또는 미국 항만에 어떤 자동차 모델이 들어오는지 등이다. 리빌 모바일은 GPS 데이터와 신용카드 거래를 결합해 하루 중 사람들의 이동 패턴을 파악한다. 리빌 모바일의 브라이언 핸들리 CEO는 최근 데이터와 금융에 관한 뉴스위크 컨퍼런스에서 “누군가 쇼핑하러 갈 때 먼저 건축자재 마트 홈데포에 들렀다가 식료품점으로 이동한 뒤 점심식사를 하러 간 것을 알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마케터는 이용자의 패턴을 예상해 홈데포 주차장에 차를 세우는 순간 점심 가격 할인을 제안할 수 있다.
이 모든 기업이 AI 전문가와 프로그래머를 채용하고 있다. 또한 반드시 기술전문가가 아니더라도 AI가 확인할 수 있는 흥미로운 질문을 던질 줄 아는 사람을 물색 중이다. 포스퀘어의 직원 중 누군가가 내점객이 신규인지 기존 고객인지 궁금해하지 않았다면 치폴레 데이터로 그런 성과를 올리지 못했을 것이다. 철광석 전문가는 글로벌 생산이 증가 또는 감소하는지에 관한 트렌드를 알고 싶을 때 바지선의 움직임에 관해 AI에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할지 알지 모른다.
이는 모두 10년 전 아이폰이 첫선을 보였을 때는 아무도 상상할 수 없던 새로운 일과 직업들이다.
사물인터넷 일자리
이는 막대한 규모의 상거래이며 따라서 모든 단계에서 근로자 일자리가 많아진다는 의미다. 예컨대 버라이즌은 가로등 수백만 개에 사물인터넷 센서를 설치할 근로자 집단이 필요하다. 소음수준·대기오염 그리고 주차장의 자동차 대수와 기타 요인들을 추적하는 센서들이다. 다른 업체들도 사물인터넷 설계사와 관리자를 채용한다(소매유통업체 타겟은 지난해 사물인터넷 담당 부사장을 채용했다). 그 모든 데이터를 가치 있게 만드는 AI가 없다면 이 중 실현될 것은 거의 없다.
우리는 AI 기반 데이터 수집 붐의 한복판에 있다. 기업 계에는 ‘데이터가 미래의 석유’라는 인식이 퍼져 있다. 그리고 새 데이터의 탐색은 새로운 탐사 열풍에 비유된다.
이는 앞서의 위성 이야기에 연결된다. 오비털 같은 기업은 거대한 위성 데이터 시장을 조성해 위성 설계·제작·발사·운전 사업을 육성한다. 그에 따라 오비털처럼 NASA 과학자 출신들이 창업한 플래닛 랩스 같은 기업이 탄생했다. 플래닛 랩스는 대략 30㎝ 길이 서브웨이 샌드위치 만한 위성을 만들고 있다. 143개를 궤도에 쏘아 올리고 1억8300만 달러의 자본을 조달했다. 또 다른 신생업체 플래닛-IQ는 12개 위성군(satellite constellation)을 발사할 계획이다.
위성 먹이사슬을 따라 내려가면 새로운 위성 사업자들이 미국 내 위성 제조사(보잉·오비털ATK·SSL)와 해외 제조사(인도의 디루바 스페이스, 리투아니아의 나노애비오닉스) 시장을 견인한다. 그런 제조사들은 나아가 전자장치·안테나·태양전지판·너트·볼트 그리고 위성에 들어가는 모든 부품 제조사로부터 납품 받는다. 위성용 너트와 볼트 생산공장 근로자는 AI에 관해서는 전혀 모를 수 있지만 그들이 일자리를 유지하는 것은 상당부분 AI 덕분이다.
AI의 직접적인 영향으로 지금까지 생겨난 다운스트림(후속 수혜 업종) 일자리가 얼마나 되는지 따져보는 건 불가능하지만 AI가 데이터를 어느 때보다 훨씬 더 가치 있게 만드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250년 전 방적기가 면의 생산량을 크게 늘려 그 가치를 훨씬 더 높인 것과 같은 식이다.
앞으로 AI 자동화로 수많은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대안 데이터 같은 신흥산업이 하루 종일 유튜브 동영상을 들여다보는 것보다 더 생산적인 일을 많은 사람에게 제공하게 될 것이다.
- 케빈 메이니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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