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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 “대기업도 망한다” 근본적 변화 추진

[SK그룹] “대기업도 망한다” 근본적 변화 추진

비즈니스 모델 혁신하는 뉴SK 포석...반도체 경쟁력 강화, 지배구조 개편 여전한 숙제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1월 15일 경기도 이천시 SK하이닉스 청운체육관에서 열린 ‘2018년 그룹 신입사원과의 대화’에서 “대기업도 힘들고 망할 수 있다”며 위기의식을 불어넣었다. / 사진:연합뉴스
SK그룹은 지난해 재계에서 가장 ‘잘 풀린’ 대기업으로 꼽힌다. 우선 SK하이닉스·SK이노베이션 등 반도체와 석유·화학 업종에 포진한 주요 계열사의 실적이 눈부셨다. 여기에 최태원 회장의 경영철학인 ‘사회적 가치 창출’이 상생과 동반성장을 강조하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 기조와 궤를 같이 하면서 말 그대로 존재감이 한층 커졌다. 훌륭한 성과는 따라잡기보다 유지가 더 어렵다. SK그룹도 2018년은 분야별 사업 실적을 더욱 끌어올리는 동시에, 사회적 가치를 내세운 기업이 어떻게 돈을 벌고 사회에 어떤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모범’을 보여야 하는 두 가지 무거운 숙제를 안게 됐다. 올해야말로 SK그룹의 진짜 역량이 평가받는 시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일까. 최태원 회장은 새해 벽두부터 ‘죽음’을 입에 담았다. 최 회장은 그룹 신년회에서 “여전히 ‘올드 비즈니스’를 열심히 운영하거나 개선하는 수준에 안주하고 있다”며 “딥 체인지(Deep Change, 근본적 변화)가 없이는 미래 생존이 불확실한 시대에 서든 데스(Sudden Death, 급사)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지난 1월 15일 올해 입사한 신입사원 1600명이 모인 자리에서도 “대기업도 힘들고 망할 수 있다”고 위기의식을 불어넣었다. 최 회장의 이런 언급은 결국 살기 위한 것, ‘새로운 SK’를 위한 표현이다. 그는 “기존의 기준과 규칙으로 굴러가지 않는 새로운 시대가 오고 있다”며 “껍질을 깨는 방식으로 기존 비즈니스 모델을 혁신해 뉴(NEW) SK의 원년이 되자”고 했다.
 “올드 비즈니스에 안주하고 있다”
SK그룹은 올해 새로운 SK를 위해 비즈니스 모델 혁신에 가속도를 낼 예정이다. 어떻게 혁신할지 방법론에 대해 최 회장은 ‘더블 바텀 라인(Double Bottom Line)’론을 제시했다.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를 함께 추구하자는 것이다. 사회에 의미 있는 일을 하되 돈도 벌자는 얘기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계열사별로 자산을 다른 기업 또는 경제 주체와 공유하는 ‘공유인프라’와 해외 시장을 공략하는 ‘글로벌 경영’ 등을 제시했다.

실적 면에서 SK그룹은 지난해 ‘새 역사’를 썼다. 최태원 회장은 신년회 서두에 “지난해 매출 138조원, 영업이익 20조 원을 달성했다”고 경영 실적을 공개했다. 2016년 SK그룹의 전체 영업이익이 9조3000억원이었으니 1년 사이에 2배가 넘는 수준의 성과를 올린 셈이다. 전문가들은 올해 업황이 지난해보다 더 좋기는 어렵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만큼 기업 자체의 경쟁력이 중요해졌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사상 최대의 실적을 달성했지만 글로벌 경쟁 환경은 점점 더 치열해지고 있다. 하이닉스가 포함된 ‘한·미·일 연합’이 일본 도시바메모리의 인수 대상자로 선정됐지만 마냥 웃을 수 없는 이유다. 하이닉스가 넘어야 할 산은 ‘자체 기술을 통한 낸드플래시 역량 강화’다. 전원을 꺼도 데이터가 날아가지 않는 낸드플래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와 맞물려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반도체 초호황을 이끄는 ‘황금알’로 떠올랐다.

그러나 하이닉스의 낸드플래시 기술은 여전히 삼성에 한 발 뒤처진다는 평가다. 하이닉스는 세계 2위인 도시바를 인수해 하이닉스가 취약한 분야의 기술력을 확보하려 했지만 도시바 측이 10년 간 기술 접근을 제한하면서 도시바 이사회를 설득해 기술제휴를 성공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시장점유율도 늘려야 한다. 하이닉스의 낸드플래시 시장점유율은 10.6%로 세계 5위 수준이다. 삼성전자(38.3%)가 1위, 도시바(16.1%)가 2위를 차지한 가운데 웨스턴디지털과 마이크론 순이다. 낸드에서도 D램과 같이 ‘톱3’ 체제로 재편된다면 SK하이닉스가 설 자리는 좁아지게 된다. 하이닉스 관계자는 “차세대 시장을 위한 하이닉스만의 차별적 기반을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룹의 오랜 맏형격인 SK텔레콤은 신성장 동력 발굴에 고심하고 있다. 기존 이동통신시장은 포화상태에 이른 지 오래다. 4차 산업혁명 시대라는 글로벌 시장의 흐름에 발맞춰 5세대(5G) 이통 상용화 준비, 사물인터넷(IoT) 수익 확대, 인공지능(AI) 기술 고도화 분야에 집중해야 한다. 새해 들어 조직을 모바일 네트워크 운영자(MNO), 미디어, IoT·데이터, 서비스플랫폼 등 4대 사업부로 나누고 각 사업 분야가 독립적으로 성장해 성과를 내는 체제를 만든 것도 새로운 정보통신기술(ICT)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서다.

화학 분야 대표 기업인 SK이노베이션은 2016년 영업이익 3조원 시대를 연 이래 지난해에도 업황 호조와 투자 성과가 결실을 맺으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올해는 화학·석유개발·배터리 등 미래 성장 분야에 최대 3조원을 투자해 글로벌 성장에 집중할 계획이다. 특히 SK이노베이션은 최태원 회장이 강조하는 ‘공유인프라’ 사업에서 구체적인 성과를 만들어 내야 하는 첫 번째 주자라는 점에서 어깨가 무겁다. ‘기업 혼자서 돈을 번다’는 기존의 발상을 전환해 회사가 가진 유형·무형의 자산을 외부의 역량 있는 경제 주체와 공유해 새로운 시장을 만들고 수익을 얻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SK이노베이션은 전국 주유소 3600여 개를 공유 인프라로 제공하기로 하고, 오는 5월까지 사업 모델 아이디어 공모전을 열고 있다.

그룹 차원에서 올해 SK의 주요 과제 중 하나는 지배구조 개편이다. 한층 까다로워진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개정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현재는 모(母)회사가 상장 자회사·손자회사를 거느리려면 최소 20%의 지분을 가지면 된다. 하지만 최근 이 기준을 30%로 높인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국회에 상정된 상태다. SK그룹은 지주사인 SK㈜의 SK텔레콤 지분율이 25.2%, SK텔레콤의 SK하이닉스 지분율이 20.1%에 불과하다. 자회사·손자회사 자격을 잃지 않으려면 SK㈜는 SK텔레콤의 지분을 4.68%, SK텔레콤은 SK하이닉스의 지분 9.93%를 더 확보해야 한다. 문제는 돈이다. SK그룹이 단순 매입으로 지분율 30%를 확보하려면 SK텔레콤에는 1조원, SK하이닉스에는 6조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중간지주회사 만들 가능성
재계에서는 지분 매입 부담을 줄이기 위해 SK텔레콤이 투자부문과 사업부문으로 인적분할한 후 투자부문 회사를 중간지주회사로 만들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다만 이 경우에도 현재 국회에서 기업이 인적분할을 할 때 자사주 의결권을 제한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있어 SK그룹으로선 시간과의 싸움도 벌여야 할 상황이다. 이와 관련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8’에서 “거시경제 여건이 좋은 점을 고려할 때 중간지주사 전환 여부를 고려할 만한 여건은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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