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세이프가드 발동이 실착인 5가지 이유

세이프가드 발동이 실착인 5가지 이유

미국 내 세탁기 등 가격 오르고 다른 나라에서 미국산 제품에 보복 관세 물릴 수도 있어
LG가 위탁 생산하는 켄모어 세탁기의 수입 가격을 올려 놓으면 시어즈의 브랜드 활성화 노력이 타격 받게 될 것이다. / 사진:RICK BOWMER-AP-NEWSIS
지난 1월 23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태양광 패널과 부품, 가정용 대형 세탁기와 세탁기 부품 수입품에 관세와 쿼타를 부과하는 2건의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에 서명했다. 태양광 패널과 부품은 2.5GW 초과분에는 30%의 관세가 부과된다. 세탁기는 120만 대까지는 20%, 그것을 넘으면 모두 50%의 관세가 매겨진다. 세탁기 부품은 5만 대 초과분부터 50%의 관세가 붙는다.

이 같은 관세는 미국 정부의 큰 실착이다. 적어도 다음 5가지 측면에서 미국인의 삶에 악영향을 초래할 전망이다.
 1. 일자리 감소
이번 태양광 제품에 대한 세이프가드 발동으로 “올해 다수의 생산직을 포함해 대략 2만3000명이 일자리를 잃고 수십억 달러의 태양광 산업 투자가 지연 또는 취소될 것”이라고 태양에너지산업협회는 추산한다.

세탁기에 대한 세이프가드 발동의 결과로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미국 서비스 산업의 보루 중 하나이자 미국 내 주요 세탁기 공급업체인 시어즈의 일자리도 위태로워진다. 이 회사는 최근 그들의 켄모어 브랜드 세탁기 중 일부를 LG에 맡겨 위탁생산하기로 했다. LG가 생산한 켄모어 세탁기는 트럼프 대통령의 긴급수입제한조치 적용 대상인 미국 통상 파트너인 한국에서 수입된다. 시어즈의 최고 인기 제품 계열로 꼽히는 켄모어에 LG가 납품하는 세탁기의 수입 가격을 올려 놓으면 시어즈의 브랜드 활성화 노력이 타격 받게 될 것이다.
 2. 가격 인상
국제 법률회사 브레이스웰의 폴 네이선슨은 최근 헤리티지 재단 행사 중 “관세의 목적은 제품 가격 인상에 있다”고 평했다. 이 같은 발언은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LG는 미국 소매유통업체들에 보낸 메모에서 ‘무역상황으로 인해 가격조정 실시가 불가피해졌으며 곧 별도의 메시지를 통해 전달될 것’이라고 밝혔다. LG는 ‘적어도 일부 세탁기와 건조기 모델의 공시가격을 대략 50달러 인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3. 선택지 감소
이번 긴급수입제한조치를 두고 흔히 중국산 불공정 무역 제품을 겨냥한 것이라는 오해가 있다. 중국산 수입품이 규제를 받지만 이번 관세는 사실상 모든 나라의 수입품에 적용된다. 세탁기에 관세를 면제 받는 캐나다에만 예외가 적용될 뿐이다. 이는 태양광 패널과 부품뿐 아니라 세탁기 수입품은 시가에 판매하더라도 불이익을 받게 된다는 의미다.

관세를 둘러싼 논란은 시장에서 소비자의 선택을 정부가 제한해야 하느냐로 귀결된다. 태양광 패널, 부품, 세탁기에 대한 미국인의 선택을 제한하면 소비자가 제품을 구입할 때 비용 부담이 커진다.
 4. 통상 파트너들의 보복
2002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철강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한 뒤 유럽연합(EU)은 오렌지 주스, 섬유,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 등 차기 대선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에서 나오는 미국산 제품에 보복 관세를 물리겠다고 위협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태양광 패널, 부품, 세탁기에 새로 관세를 부과한 지 며칠도 안돼 미국의 자유무역 파트너 중 하나인 한국은 세계무역기구(WTO)에 협의요청(consultation requests)을 접수했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 신문에 따르면 ‘한국의 협의요청은 향후 60일 이내에 관세부과를 철회하지 않을 경우 WTO를 통해 미국에 강력 대응하겠다는 의미’다.
 5. 추가 세이프가드 발동
일방적인 관세부과는 위험한 선례가 된다. 혁신보다 대(對)정부 로비를 중시하는 기업과 산업에 보상을 주는 수단으로 관세가 사용돼선 안 된다. 이번 조치로 미국 정부는 더 많은 기업이 자신들의 특수이익을 지키기 위해 미국의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세이프가드 발동을 요청하도록 빗장을 열어줬다.

미국 정부는 통상확대법 232조에 따라 철강·알루미늄 수입품에 대한 자발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통상확대법은 대통령이 국가안보를 이유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법이다. 철강과 알루미늄 관세에 관해서는 몇 주 뒤 결정이 내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세이프가드 조치가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는 몇 달 뒤에나 완전히 밝혀지겠지만 미국 경제 전반에 우선해 특수이익 집단에 보상을 주는 것은 잘못된 선택이다. 미국을 대표하는 대통령이나 의회가 어떤 특정 산업이나 이익집단에만 혜택이 돌아가게 하는 결정을 내려서는 안 된다.

예상되는 피해가 너무 많이 발생하기 전에 이번 세이프가드 조치가 철폐되기를 희망한다.

- 토리 화이팅



※ [필자는 헤리티지 재단 국제무역경제연구소의 연구원이다. 이 기사는 온라인 매체 데일리 시그널에 먼저 실렸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엔비디아, AI 시대 맞춤형 ‘통신 장비’ 솔루션 공개

2스타필드서 즐기는 배틀그라운드...가을맞이 ‘펍지 운동회’ 개최

3핫플 카페가 런웨이로...보브, 이태원 유명 카페와 협업

4씰리침대, 논현동 가구거리 프리미엄 매장 오픈...“최고급 가구 상권 공략”

5“그룹 미래 이끌 인재 찾는다”...신세계, 2025년 신입사원 공개 채용

6유한양행, 얀센과 4세대 EGFR 표적항암제 공동개발 종료

7한국레노버, 초소형 폼팩터 데스크톱 ‘씽크센터 네오 울트라’ 출시

8KB국민은행, 디지털고객경험지수 조사 ‘은행부문 1위’

9中 중추절 연휴, 1억 명 국내 여행… 총 9조 6000억 원 썼다

실시간 뉴스

1엔비디아, AI 시대 맞춤형 ‘통신 장비’ 솔루션 공개

2스타필드서 즐기는 배틀그라운드...가을맞이 ‘펍지 운동회’ 개최

3핫플 카페가 런웨이로...보브, 이태원 유명 카페와 협업

4씰리침대, 논현동 가구거리 프리미엄 매장 오픈...“최고급 가구 상권 공략”

5“그룹 미래 이끌 인재 찾는다”...신세계, 2025년 신입사원 공개 채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