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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없이 북핵 폐기할 수 있을까

전쟁 없이 북핵 폐기할 수 있을까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 사이버 무기 동원하는 동시에 외교적 해결 위해 북한 더 강하게 압박하는 방안 지지해
핵무기폐기국제운동(ICAN)의 운동가들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가면을 쓰고 북-미 갈등에 항의시위를 벌이고 있다. / 사진:BRITTA PEDERSEN-DPA-AP-NEWSIS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부 장관은 지난 몇 달 동안 세계 곳곳을 다니면서 늘 ‘그랜트’와 함께했다. 남북전쟁 당시 북군 총사령관이던 율리시즈 S. 그랜트 장군의 전기(론처노 지음)를 말한다. 매티스 장관은 특히 그랜트 장군(나중에 미국 18대 대통령이 됐다)과 그의 상관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 사이의 상호 존경과 우정을 세세히 묘사한 부분에 매료됐다.

그랜트 장군은 링컨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지지했지만 매티스 장관은 자신의 상관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관해 특이하게 생각될 정도로 말을 아꼈다. 지난해 6월의 한 기이한 국무회의에서 거의 모든 각료가 트럼프 대통령을 열렬히 치켜세웠지만 매티스 장관은 조용히 침묵을 지켰다.

그 직후 그는 세계 곳곳을 다니며 갈수록 전운이 짙어지는 한반도의 상황을 안정시키려 애썼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사이의 설전에서 비롯된 위기였다. 매티스 장관이 이용하는 비행기는 공중에서 핵전쟁을 지휘할 수 있도록 설계된 냉전 시대의 보잉 E4-B다. 하지만 그는 그 비행기를 타고 핵전쟁을 지휘하기보다는 전쟁을 막으려 한다.

백악관 내부에선 북한 선제공격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크다. 그러나 매티스 장관은 그런 군사 옵션 외에도 북핵 프로그램을 저지하기 위해 사이버 무기를 좀 더 많이 활용하는 동시에 어떤 식으로든 외교적 해결책을 찾을 목적으로 북한을 더 강하게 압박하는 방안을 선호한다. 만약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최대 300만 명이 희생될 것으로 추정된다. 매티스 장관은 그런 전쟁을 결단코 피하려 한다. 하지만 그의 얼굴에서 뚜렷해지는 눈밑처짐이 말해주듯이 이제 그에겐 피로한 기색이 역력하다.
매티스 국방장관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사이의 설전에서 비롯된 위기가 전쟁으로 비화하지 않도록 하려고 애쓴다.
해병대 대장으로 퇴역한 매티스 장관은 지난 한 해 동안 트럼프 대통령의 고립주의 발언과 우크라이나·크림반도에서 러시아의 공격적 행동,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인공섬 건설과 군사기지화로 인해 소외감과 불만을 갖게 된 미국 동맹국들을 안심시키는 역할에 몰두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서로 한 치의 양보 없이 모욕과 위협을 주고받는 동안 매티스 장관은 그처럼 가시 돋친 설전을 벌이는 것은 자신의 영역 밖이라고 늘 주장하며 북한을 두고 말할 때는 철저히 계산적으로 접근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8월 북한을 향해 “지금껏 보지 못한 ‘화염과 분노’에 직면할 것”이라고 위협하자 매티스 장관은 “그건 대통령의 발언”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북한의 직접적인 위협에 대응을 자제하면서 전쟁의 가능성을 낮추려고 노력한다. 그는 뉴스위크와 가진 인터뷰에서 “나는 김정은의 행동을 예측할 수 있는 나의 능력을 크게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매티스 장관은 잠재적인 전쟁 계획에 관한 질문에 답하는 대신 외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전쟁 계획은 외교관들이 하는 말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다. 실제로 북한이 한국을 상대로 공격을 시도한다면 엄청난 반격에 직면하게 된다는 것을 똑바로 인식하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
리언 파네타 전 국방장관은 “폭탄보다 사이버무기로 전쟁 발발을 훨씬 더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 사진:XINHUA-NEWSIS
또 매티스 장관은 자신과 트럼프 대통령이 엇박자를 내는 듯이 보이지 않으려고 신중을 기한다. 그가 트럼프 대통령의 국가안보팀 중 공개적으로 대통령과 견해차를 드러내지 않은 보기 드문 고위 관리인 것도 그런 신중함 때문이다. 리언 파네타 전 국방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아무리 정신이 나갔다고 해도 속으론 매티스 장관의 판단을 믿는다”며 “현재 미국이 섣불리 어리석은 행동을 하지 않는 것도 대부분 그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트럼프 정부는 국무부 예산을 30% 삭감하는 동시에 국방부 예산은 늘리려 했다. 외교보다 군사 행동을 중시한다는 표시다. 어떤 면에서 보면 매티스 장관은 그 두 가지 역할을 전부 다 떠맡도록 강요 받는다. 그는 국방장관으로서 외국 각료와 수반들을 자주 만나 미국의 이익을 대변한다. 또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과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것으로 보이려고 애쓴다. 미국의 외교 수장인 틸러슨 장관이 트럼프의 내각을 곧 떠날지 모른다는 소문이 계속 나돌아도 매티스 장관은 서로 정책을 조율한다고 강조한다. 두 장관은 이란 핵합의 유지부터 북한 선제공격 반대까지 백악관 내부에서 논의되는 여러 문제에서 한 팀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매티스 장관이 갖는 거의 모든 회의는 북한 문제 논의를 포함한다. 북한은 미국의 반대를 무릅쓰고 핵무기를 개발한 첫 미국의 적이 아니다. 또 미국 정부가 우려하는 유일한 핵 보유국도 아니다. 예를 들어 파키스탄 정보기관은 ‘테러단’으로 불리는 조직과 관계를 맺고 있으며 보안이 허술한 핵무기고를 보유한다. 그러나 파키스탄은 북한과 달리 미국과 대화한다. 척 헤이글 전 국방장관은 뉴스위크에 “우린 언제나 파키스탄과 어느 정도의 관계를 유지했으며 그 관계는 형식적이라고 하더라도 상당히 안정적이었다”며 “다른 핵 보유국들과도 계속 대화한다”고 말했다.

매티스 장관이 북한을 다른 핵 보유국들과 달리 인식하도록 만드는 것은 북한과 한국, 더 나아가 북한과 미국이 1950년대 이래 계속 전쟁 중이라는 사실이다. 그는 “양측 사이에 평화 조약은 없고 정전 협정만 있다”고 말했다.
매티스 장관은 자신과 트럼프 대통령이 엇박자를 내는 듯이 보이지 않으려고 신중을 기한다. / 사진:AP-NEWSIS
또 북한은 외부 세계와 대부분 고립돼 있다. 미국과 외교 관계가 없으며 북한 핵프로그램과 북한의 의도에 관한 정보도 거의 없다. 그런 정보의 결여가 북한 선제공격론에 힘을 실어주는 요인 중 하나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선제공격이 핵무기와 시설을 표적으로 하지만 곧바로 전면전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한 행동이라고 본다. 그런 제한된 공격의 의도는 북한 정권의 존립을 직접적으로 위협하지 않고 미국의 의사가 확실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그래서 ‘코피(bloody nose) 전략’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그러나 북한이 어떻게 반응할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 문제다. 선제공격에 대해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고 재래식 무기로 대응한다고 해도 민간인 사상이 엄청날 수밖에 없다. 국방장관을 맡기 전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맡았던 파네타는 “선제공격은 제한적이긴 하지만 그런 공격의 결과가 완전히 예측 불가하다는 기본 원칙을 무시하는 행동”이라고 설명했다. “그런 행동은 수백만 명의 인명 희생만이 아니라 핵전쟁 가능성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매티스 장관은 문제가 이처럼 복잡하고 어렵다는 사실을 잘 안다. 예상되는 사상자 규모를 수백만 명이 희생된 1950년대의 한국전쟁과 비교해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잠재적인 전쟁 계획을 짜고 그 결과에 관해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것이 국방장관으로서 그의 임무다.
틸러슨 국무장관은 백악관 내부의 논란 많은 문제에서 매티스 국방장관과 한목소리를 낸다. / 사진:AP-NEWSIS
물론 어떤 국방장관이라도 할 수 있는 일에 분명한 한계가 있다. 헤이글 전 장관은 “정책 수립이 국방장관의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책 수립은 대통령, 다시 말해 백악관에서만 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매티스 장관 사이의 관계가 그토록 중요한 이유다. 헤이글 전 장관은 “솔직히 말해 백악관 참모들은 경험이 일천해 상당히 미숙하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에 아주 단순한 공약을 내걸고 선거운동을 펼쳐 당선됐다. ‘국정에 관해 아무것도 모르지만 그냥 믿고 나를 미국 대통령에 뽑아달라’는 것이었다.”

한편 매티스 장관은 변화하는 전쟁의 성격에 적응해야 한다. 그는 근 40년 동안 해병대에 몸 담은 노련한 군인이다. 그가 복무한 기간 대부분은 사이버무기가 나오기 전이었다. 하지만 북한은 근년 들어 직접적인 전쟁을 우회하기 위해 사이버무기를 사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북한은 2014년 김정은 위원장을 희화화한 영화를 만든 소니 픽처스 엔터테인먼트를 해킹해 전산망과 제작 시스템을 마비시키는 행위로 국제사회에 악명을 떨쳤다. 미국도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방해하기 위해 사이버무기를 사용했다고 알려졌다. 매티스 장관은 앞으로 그 전략을 사용할 수 있다. 파네타 전 장관은 “폭탄보다 사이버무기로 전쟁 발발을 훨씬 더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 노동신문은 지난 2월 8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건군 70주년 열병식에 참석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모습을 공개했다. / 사진:NEWSIS
그러나 매티스 장관이 북한의 비핵화에 성공할 수 없다면 전쟁을 제외할 경우 남은 유일한 대안은 미국이 수십 년 동안 옛 소련을 상대로 사용한 전략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봉쇄와 억지(containment and deterrence)’ 전략이다. 헤이글과 파네타 전직 국방장관들에 따르면 북한의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미치광이가 아니라 합리적인 지도자다. 행동을 바꾸도록 그를 설득할 수 있다는 뜻이다. 또 그들은 만약 미국이 북한에 제대로 압력을 가할 수 있다면 전쟁을 피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핵 보유국인 미국이 세계에서 가장 새로운 핵 보유국인 북한의 야망을 상대로 할 땐 그런 옛 전략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을지 모른다.

그런 점을 보여주기라도 하듯이 냉전이 한창일 때 제작된 그의 비행기 보잉 E4-B는 지난 1월 26일 한국에 착륙한 뒤 송영무 한국 국방장관과의 회담을 마친 후 귀국하려고 할 때 고장 나버렸다. 매티스 장관은 어쩔 수 없이 군용 화물기를 타고 귀국해야 했다(비행기 바닥에 개조한 에어스트림 캠핑 트레일러를 설치했다). 그는 워싱턴으로 돌아가는 하룻밤 동안 그 트레일러 안에서 지내면서 ‘그랜트’를 계속 읽었다.

- 자차리 프라이어-빅스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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