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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특별공급으로 본 시대별 키워드] 해외→올림픽→지방→출산

[아파트 특별공급으로 본 시대별 키워드] 해외→올림픽→지방→출산

분양제도 초창기부터 특별공급 운영…민영주택 물량 10%에서 33%로 급증
1981년 6월 서울시청 앞에서 제26회 국제기능올림픽대회에서 종합우승을 차지한 선수단 환영식이 열렸다. 정부는 1984년 기능올림픽 입상자를 아파트 특별공급 대상에 포함했다. / 사진:서울시
1977년 7월 네덜란드에서 열린 제23회 국제기능올림픽에서 한국이 처음으로 종합 1위를 차지했다. 1967년 처음 출전한 이후 10년 만이다. 선수단은 귀국한 날 20대의 지프에 나눠 타고 제2한강교~서소문~중앙청을 돌아 국립묘지까지 카 퍼레이드를 벌였다. 70~80년대 기능올림픽 입상자는 국민적인 영웅 대접을 받았다. 대학 대신 기술을 택한 이들은 ‘흙수저’에게 희망과 꿈이었다. 1984년 정부는 국제기능올림픽 입상자를 아파트 특별공급 대상에 포함했다.

최근 ‘금수저 논란’을 낳은 아파트 특별공급은 파란만장했던 한국 현대사의 자화상이다. 특별공급은 일반인과 청약 경쟁(일반공급) 없이 별도로 주택을 공급받는 제도다. 대상자는 사회적·정책적 배려가 필요한 계층으로 시대에 따라 추가되며 크게 늘었다. 특별공급을 다룬 법 조문이 애초 하나에서 지금은 15개다. 대상자 종류도 민간이 짓는 민영주택의 경우 3가지에서 30개 정도로 10배로 급증했고 10%이던 배정 물량이 33%가 됐다.
 40년 새 특별공급 대상 10배 늘어
특별공급은 40년 전인 1978년 주택 분양을 제도적으로 정비한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이 제정될 때부터 들어 있었다. 정부의 자금 지원을 받아 공기업이 짓는 국민주택과 민간 주택건설업체의 민영주택으로 나눠 대상자를 정했다. 배정 물량은 전체의 10%였다. 최초 특별공급은 국민주택과 민영주택 모두 주택 건설 지역 내 철거민을 1순위 대상자로 선정했다. 이 밖에 국민주택은 원호대상자, 공업단지 내 기업 종업원,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근무자를, 민영주택은 2순위 해외 출신, 3순위 노부모 부양자를 대상으로 했다.

해외 출신은 해외에서 1년 이상 일한 근로자, 해외에서 2년 이상 귀국하고 귀국한 사람으로 정부가 유치하는 영주귀국 과학자 등이다. 해외 출신 특별공급은 70년대 해외에 목매던 현실을 잘 보여준다. 당시 달러를 벌기 위해 중동 등 해외 진출이 장려됐다. 과학기술 등의 발전을 위해 해외 인재 영입이 절실했다. 노부모 부양 특별공급 조건은 60세 이상이 되는 자기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을 3년 이상 부양하고 있는 자였다.

1980년대는 올림픽 시대였다. 81년 10월 1일 서울이 88년 올림픽 개최지로 결정됐다. 한 달 뒤엔 86년 아시안 게임게임도 유치했다. 정부는 83년 1월 국민주택 특별공급 대상에 ‘우수선수’를 포함했다. 올림픽대회와 세계선수권대회 3위 이상 입상자, 유니버시아드대회 2위 이상 입상자, 아시아경기대회 1위 입상자다.

1987년 민주화운동 이후 사회 민주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산업 몰락의 길에 들어선 탄광 근로자와 장애인이 89년 국민주택 특별공급 대상에 올랐다. 일본강점기 위안부 문제가 외교정치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92년 1월 8일부터 매주 수요일 수요집회로 이어졌다. 이듬해인 93년 6월 ‘일제하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생활안정지원 및 기념사업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고 그해 9월 공공임대주택 특별공급을 받을 수 있게 됐다.

1990년대 들어 북한 군인이나 주민의 탈북이 잇따르면서 95년 ‘귀순 북한 동포’가 국민주택을 특별공급받게 됐다. 이 무렵 재개발 등 도심 정비사업이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정부는 이때 재개발 철거민에게 국민주택을 특별공급하도록 했다. 노부모 부양 특별공급이 없어진 뒤 22년 만인 2002년 특별공급과 비슷한 ‘우선공급’ 형태로 되살아났다. 노부모 부양을 늘리려는 정책적 판단에 따라서다. 20여년 새 3세대 이상으로 구성된 가구 비율이 20%에서 8%대로 뚝 떨어졌다.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이 일어난 지 23년 뒤인 2003년 ‘광주민주유공자’와 유족이 국민주택이나 민영주택 특별공급 대상으로 올랐다. 2000년대 전국적으로 국가균형발전이 추진되면서 특별공급도 이를 뒷받침할 수 있게 더욱 다양해졌다. 지방으로 이전하는 공공기관이나 대학공장, 세종 행정중심복합도시 근무자가 특별공급 명단에 올랐다.

2000년대 중반 출산 문제가 국가적 이슈로 떠올랐다. 2006년 8월 정부는 저출산 문제 해결의 방안으로 미성년자인 3명 이상의 자녀를 둔 무주택 세대주의 주택 취득 기회를 확대하고 주거비 부담을 낮추게 하기 위해 주택을 특별공급하도록 했다. 출산율 저하에 대한 관심은 자연히 결혼으로 이어졌다. 2008년 7월 주택구매능력이 낮은 저소득 무주택 신혼부부에 대한 특별공급이 도입됐다. 60㎡ 이하 분양주택이나 85㎡ 이하 공공건설임대주택의 30%였다. 2010년 2월 신혼부부 특별공급 신청이 저조하자 특별공급 주택을 민영주택도 85㎡로 확대하는 한편 물량은 30%에서 10%로 줄였다. 다자녀가구 특별공급도 넓어졌다. 국민주택 특별공급 물량이 기존 3%에서 5%로 늘어나고 우선 공급 물량 5%를 배정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정부는 침체한 주택경기를 살리기 위해 잇단 규제 완화에 들어갔다. 주택 수요를 늘리려는 목적으로 공공주택에 생애 최초 특별공급을 신설했다. 말 그대로 생애 처음으로 주택을 마련하려는 사람을 위한 특별공급이다. 2010년대 들어 다자녀 가구와 신혼부부, 노부모 부양자 특별공급이 더욱 확대됐다. 2011년 노부모 부양자 특별공급주택이 전용 85㎡ 초과로 넓어졌다. 정부는 5월부터 신혼부부 특별공급 비율을 10%에서 20%로 확대하고, 소득 기준도 완화키로 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연구실장은 “특별공급 역사 속에 시대정신이 잘 나타나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특별공급은 일반공급보다 높은 당첨 가능성으로 인해 투기의 수단으로 전락하면서 규제를 받기도 했다. 투기과열지구 제도가 처음 생긴 83년 투기과열지구에서 민영주택 85㎡ 이하의 특별공급이 제한됐다. 이 규제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가라앉은 주택 수요를 확대하기 위해 99년 5월 없어졌다. 최근 또다시 투기 논란을 일으키면서 정부는 투기과열지구의 특별공급 대상 주택을 9억원 이하로 한정하고 전매제한 기간을 5년으로 늘리기로 했다.
 투기과열지구에서 한때 특별공급 제한
특별공급제도가 40년간 이어오면서 복잡해진 제도를 정비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사회적 추세에 맞춰 대상과 범위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미 일부는 조정 대상에 올라가 있다. 국민주택 특별공급 대상자 중 국가유공자와 유족, 5·18민주유공자와 유족, 특수임무수행자와 유족은 2014년 3월까지 유지되려다 2019년 3월 말까지로 한차례 연기됐다. 지방 이전 공공기관 근무자 특별공급도 2015년 말까지였다가 올해 말까지 연장돼 있다.

특별공급 인식도 달라질 때가 됐다. 과거에는 주택 공급이 많이 부족했고 집값이 많이 올라 주택만한 ‘당근’이 없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주택 보급률이 100%를 넘을 정도로 주택 수급이 넉넉해졌다. 일부 지역을 제외하곤 집값 하락을 걱정하는 때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40년 간 특별공급 대상이 계속 확대만 되면서 실효성이 떨어졌다”며 “달라진 주택시장 환경과 사회 흐름에 맞춰 특별공급제도를 손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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