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창업 메카로 주목받는 건국대] 떡잎부터 물 줘 ‘제 2의 서정진’ 키운다
[대학생 창업 메카로 주목받는 건국대] 떡잎부터 물 줘 ‘제 2의 서정진’ 키운다
중기부, 건국대 5년 연속 창업선도대학 선정…‘최악의 실업난’에 청년층 법인 설립 34% 증가
정부는 3월 청년창업 지원책을 포함한 ‘청년 일자리 대책’을 발표했다. 추가경정예산안으로 편성된 3조9000억원 중 20%인 8000억원을 청년창업 활성화에 사용할 예정이다. 대규모 예산 투입이 마중물 역할을 하도록 해서 청년 일자리 문제를 풀어내겠다는 청사진이다. 그러나 정작 졸업 후 진로로 창업을 생각하는 대학생은 5%가 채 되지 않는다. 이들이 창업을 꺼리는 가장 큰 이유는 창업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부족해서다. 창업의 길을 걷기 전 학교 안에서 ‘충분히 배우고 실패하라’는 대학이 있다. 취업 프로그램 못지 않게 탄탄한 창업 교육 커리큘럼을 제공하고, 적은 비용으로 시제품을 만들어 볼 수 있는 첨단시설도 겸비했다. 5년 연속 창업선도대학으로 선정되며 ‘청년 창업의 메카’로 떠오른 건국대에서 준비된 창업가들을 만났다. 토종 제약사 셀트리온이 바이오시밀러(바이오 의약품 복제약)로 세계 시장 재패에 나섰다. 셀트리온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항체 바이오시밀러 ‘램시마’는 세계 70여 나라에서 판매되고 있다. 동일한 효과를 내면서도 가격은 저렴한 바이오시밀러의 장점을 앞세워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오리지널 의약품을 위협하고 있다. 셀트리온의 시가총액은 34조원(5월 1일 기준)에 육박한다. 코스피 시장 5위 규모다. 포스코(약 32조원)를 제친데 이어 현대차(35조원)마저 따라잡을 기세다.
불과 20여년 만에 회사를 세계적인 제약사로 키운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바이오벤처 신화’로 불린다. 건국대학교에서 산업공학을 전공한 그는 졸업 후 삼성전기에 입사해 샐러리맨의 삶을 시작했다. 30대 초반에 임원으로 승진할 만큼 능력을 인정받았지만 외환위기 후 구조조정으로 한순간에 백수 신세가 됐다. 이후 동료들과 ‘넥솔(셀트리온의 전신)’을 세운 이유도 “재취업이 안 돼 창업했다”고 말할 만큼 절박했다. 위기 속에서 도전정신으로 시작한 창업이 청년의 절박한 현실을 성공 신화로 바꾼 셈이다. 갈수록 악화되는 취업난에 정부는 대대적인 창업 활성화 정책을 내놓고 있다. 여기에 수출 호조세 등과 맞물려 창업이 크게 늘면서 지난 1월에는 신설법인 수가 1만개를 돌파하기도 했다. 월간 기준 신설법인이 1만개를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올 1월 신설법인 수는 1만41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4.5%(1977개) 증가했다. 40대(3546개)와 50대(2731개)가 법인 설립을 주도했지만 설립 증가율은 30대 이하에서 두드러졌다. 특히 30세 미만의 법인 설립은 전년 동월 대비 34.2% 늘어 증가폭이 전 연령대 가운데 가장 높게 나타났다. 30세 미만 청년 창업자 수는 매년 꾸준히 증가해 2011년 2823명에서 2016년 6062명으로 5년새 두 배가량 늘었다.
창업에 관심을 갖는 대학생도 증가했다. 교육부와 중소벤처기업부가 공동 조사한 ‘2017 대학 창업 통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최근 창업휴학제와 창업장학금 제도 등 창업 인프라를 마련한 대학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전국 대학 422곳(전문대학 149개 포함)을 조사한 결과 창업휴학제를 시행하는 대학은 217곳(2016년 기준)으로 전년 대비 13.6% 늘었다. 창업장학금을 지원하는 대학은 47곳에서 67곳으로 42.6% 증가했다. 창업강좌 1만461개, 창업동아리 5468개로 전년 대비 각각 145.4%, 24.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결과 학생이 창업한 기업 수도 2015년 861개에서 2016년 1191개로 늘었다. 이와 달리 창업 교육 프로그램에서 현장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수업은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정부로부터 창업 지원금을 받고 있는 일부 대학에는 창업 지원을 전담하는 전문가가 없거나 1명뿐인 곳도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의 경우 대학교 내 창업 준비자들에게 현장 경험을 강조해 관련 기회를 제공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미국 대학 내 창업교육은 창업 전략부터 창업 후 초기 기업 경영에 대한 교육까지 단계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나아가 대학 내 전문가뿐만 아니라 관련 업종 지역 기업가·컨설턴트·벤처캐피털리스트·법률가 등 각 분야 전문가를 학생들과 연결시켜 코치 역할을 하도록 체계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한 가운데 사회적으로 창업의 중요성을 인식하면서도 실제 창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교육할 수 있는 전문가 양성과 같은 부분은 소홀한 실정”이라며 “미국과 같이 대학이 먼저 창업에 관심을 갖고, 학생에게 체계적인 지원을 해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지난해 11조2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며 일자리 창출을 위해 팔을 걷어부쳤지만 청년층 실업률은 9.9%에 달했다. 이는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00년 이후 최고치다. 최악의 청년실업난에 대학들이 취업률 끌어올리기에 나선 가운데 건국대는 미래의 창업가 양성에 힘쏟고 있다. ‘취업만이 살 길’이라 여기며 ‘취준생’을 자처하는 학생들에게 ‘창준생(창업 준비생)’이라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는 전략이다. 민상기 건국대학교 총장은 4월 11일 열린 교내 특강에서 “창업 아이디어가 세상을 바꾸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기계가 대체할 수 없는 고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며 “취업이라는 하나의 길만 생각하기 보다는 교내 다양한 창업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경험을 쌓고, 폭넓게 진로를 고민해보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건국대가 ‘제 2의 서정진’을 배출할 가능성은 곳곳에서 엿보인다. 건국대는 4월 초 ‘2018 창업선도대학 육성사업’ 대학으로 선정됐다. 2014년 처음 선정된 이후 5년 연속 창업선도대학에 이름을 올렸다. 이 사업은 중소벤처기업부와 창업진흥원이 우수한 창업지원 인프라를 갖춘 전국의 43개 대학을 창업선도대학으로 지정, 학생을 대상으로 창업 교육과 창업아이템 발굴, 사업화 자금지원 등 창업 활동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건국대가 이 사업을 통해 5년간 받은 정부 지원금은 총 92억원이다. 선도대학으로 지정된 대학은 소속 학생뿐 아니라 지역 내 기관과의 협업을 통해 창업 지원에 관한 지역 거점대학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한다.
2014년 창업선도대학으로 선정된 이후 성과는 눈부셨다. 매년 청소년과 대학생을 대상으로 창업캠프를 개최하고, 창업동아리 발굴·지원, 창업교과목 개설, 창업기업 인턴십 운영, 창업장학금 지급 등 청년에게 창업에 대한 인식을 제고할 기회를 주는데 초점을 맞췄다. 그 결과 건국대 재학생 창업자 수는 2015년 4명에서 지난해 22명으로 증가했다. 지금까지 학교의 지원을 받아 창업에 성공한 이들이 벌어들인 매출액은 52억원에 달한다. 건국대가 ‘대학생 창업의 요람’으로 떠오른 데는 탄탄한 교내 프로그램과 인프라도 한몫을 했다. 3차원(D) 프린터, 가상현실(VR) 기기 등 첨단 설비를 갖춘 교내 스마트팩토리는 국내 최대 규모다. 재학생 누구나 예약을 통해 첨단 장비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또 창업지원단, 링크플러스(LINC+)사업단, 창업자람허브 등을 통해 창업을 단계별로 지원하고 있다. 1999년 벤처창업지원센터로 개관한 창업지원단은 종합적인 비즈니스 서비스를 제공하는 역할이다. 창업지원단에서 실시하는 창업지원 프로그램으로는 창업선도대학육성사업, 권역 거점 BI 지원사업, 입주기업 지원사업, 광진구청 벤처창업지원센터 위탁운영 등이 있다. 창업선도대학육성사업 핵심은 창업자금을 지원하는 아이템 사업화로, 지난해까지 13명에게 7억5000만원의 창업자금을 지원했다. 권역 거점 BI 지원사업은 서울특별시와 서울산업진흥원이 협력해 서울소재 창업보육센터 운영기관과 공동으로 권역별 거점 BI를 지정해 입주기업 지원 기본프로그램 및 특화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또한 창업 초기 기술 개발, 상품화, 사업화까지 성장 단계에 따른 입주기업 지원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업체 현황에 따른 맞춤 서비스 제공하고 있다.
링크플러스사업단은 4차 산업혁명을 이끌어갈 충청권 힐링바이오산업 전문 인력 양성을 목표로 한 산학협력선도모델이다. 이어 창업자람허브에서는 창업 기반 조성부터 창업 준비, 사업화까지 3단계로 나눠 체계적 창업 지원 프로세스를 구축하고 있다. 창업자람허브에서는 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시제품 제작 지원 사업을 진행 중이다. 창업 동아리나 아이디어 경진대회, 창업 캠프 등 다양한 창업 비교과 프로그램 활동을 통해 구상한 아이디어를 시제품으로 구현해보고자 하는 학생들을 위한 프로그램이다. 최대 300만원까지 제작비를 지원하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현재 10개팀이 수송용 드론, 무드등, 피젯토이 등 저마다의 개성을 담은 아이템을 실제 제품으로 만들고 있다.
링크플러스사업단과 창업자람허브에서는 다양한 창업지원 사업은 물론 창업동아리, 박람회, 창업캠프, 창업경진대회, 공모전 등 창업에 필요한 역량을 키우는 핵심 프로그램을 총망라하고 있다. 여기에 소속된 창업 동아리만 50개에 달한다. 그중 대표적인 곳이 ‘수목(S.U.M.O.K, Start-Up Mainstream of Konkuk)’이다. 건국대 중앙발명동아리에서 시작된 이 동아리는 발명 제품을 토대로 창업을 희망하는 사람들이 모여 만들었다. 10명의 학생이 속한 수목은 이 학교 산업공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인 송명진 학생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그는 “낙상 사고로 한 달 간 병원에 입원한 할머니를 간호한 적이 있는데, 환자를 침대에서 휠체어로 옮기는 과정이 쉽지 않다고 느꼈다”며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을 위해 휠체어 결합형 침대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기계공학과·의생명공학과 등 다양한 학과 출신 동료들과 연구해 시제품을 내놓은 후 수정을 거듭하고 있다. 수목은 이 아이템으로 교내 스타트업 대회에서 수상하고, 우수 동아리팀으로 선정돼 지원을 받고 있다. 송명진 학생은 “벽에 부딪힐 때마다 누구와 접촉해 의논할지 막막한데 그럴 때마다 창업자람허브가 네트워크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줬다”며 “교내 변리사 등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게 해줘 특허권과 관련한 전문적인 분야도 미리 고민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건국대 재학생은 동아리뿐 아니라 55개에 이르는 창업 교과목 수업을 통해 미리 적성을 판단할 수 있다. 지금까지 창업 교과목을 수강한 학생 수만 4000명이 넘는다. 특히 2016년부터 개설한 3D 프린팅의 이해와 실습 과목은 4차 산업과 관련한 3D 프린팅 설계 실습을 통해 실제 작품까지 출력해 볼 수 있어 매학기 수강신청이 조기에 마감될 정도로 인기가 좋다. 학교 관계자는 “창업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이 커진 것을 실감한다”며 “학생들의 요구에 따라 실질적으로 창업에 도움이 되는 강좌를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창업 때문에 학교 수업을 듣지 못할 경우 교외 활동을 학점으로 인정하는 ‘드림학기제’도 운영한다. 일선 대학에서 학생들이 창업이나 취업 활동을 위해 수업을 듣지 못하는 경우 학점 취득을 위해 별도로 학사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것과 다른 점이다. 지난해부터는 학칙 개정을 통해 ‘창업휴학제’를 실시하고 있다. 창업을 새로운 휴학 사유로 인정하면서 1학기 이상 재학한 학생이라면 최대 2년까지 창업을 위해 휴학할 수 있다. 학교 관계자는 “1년을 기본으로 하지만 본인의 의사에 따라 조기 복학이나 연장도 가능하다”며 “창업 과정에 변수가 많은 것을 고려해 창업을 결심한 학생들이 일에 최대한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우수한 성과를 낸 학생 창업가에게는 장학금도 지원한다. 건국대는 지난해 적극적인 창업 활동을 통해 우수한 성과를 거둔 학생창업기업가를 격려하고, 교내 학생 창업 활동 분위기 확산을 위해 우수 학생창업가 6명에게 장학금 1200만원을 수여했다. 대상이 된 학생들은 정부가 주도하는 창업 경진대회 ‘도전 K-스타트업 2017’ 본선에 진출한 학생들이었다. 총상금 11억원이 걸린 이 대회는 국내 최대 규모 창업경진대회로 중소벤처기업부·국방부·교육부·미래창조과학부 총 4개의 정부부처가 합동으로 개최했다. 본선 진출 40팀 가운데 학부생이 대표자인 창업기업은 건국대가 3팀으로, 전국 대학 가운데 가장 많은 팀이 참여해 두각을 나타냈다. 이외에도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실전창업강좌를 운영하고 지역 광진구청과 창업한마당 행사를 매년 공동개최 하는 등 지역 창업기반 확대와 예비창업자 지원에 기여해왔다. 지난 4년 간 홍콩과 중국의 해외 보육기관 및 국내 엑셀러레이팅 기관들과 맺은 협약만 32회에 달한다. 이철규 건국대 창업지원단장은 “건국대는 창업선도대학 육성사업을 통해 그동안 창업지원 노하우와 인프라를 계속 축적해왔다”며 “앞으로는 대학생과 기술창업이 더욱 활성화될 수 있도록 좀 더 효율적이고 실질적인 지원책을 마련해 지역 내 창업거점 대학으로서의 위상을 더욱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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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3월 청년창업 지원책을 포함한 ‘청년 일자리 대책’을 발표했다. 추가경정예산안으로 편성된 3조9000억원 중 20%인 8000억원을 청년창업 활성화에 사용할 예정이다. 대규모 예산 투입이 마중물 역할을 하도록 해서 청년 일자리 문제를 풀어내겠다는 청사진이다. 그러나 정작 졸업 후 진로로 창업을 생각하는 대학생은 5%가 채 되지 않는다. 이들이 창업을 꺼리는 가장 큰 이유는 창업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부족해서다. 창업의 길을 걷기 전 학교 안에서 ‘충분히 배우고 실패하라’는 대학이 있다. 취업 프로그램 못지 않게 탄탄한 창업 교육 커리큘럼을 제공하고, 적은 비용으로 시제품을 만들어 볼 수 있는 첨단시설도 겸비했다. 5년 연속 창업선도대학으로 선정되며 ‘청년 창업의 메카’로 떠오른 건국대에서 준비된 창업가들을 만났다. 토종 제약사 셀트리온이 바이오시밀러(바이오 의약품 복제약)로 세계 시장 재패에 나섰다. 셀트리온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항체 바이오시밀러 ‘램시마’는 세계 70여 나라에서 판매되고 있다. 동일한 효과를 내면서도 가격은 저렴한 바이오시밀러의 장점을 앞세워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오리지널 의약품을 위협하고 있다. 셀트리온의 시가총액은 34조원(5월 1일 기준)에 육박한다. 코스피 시장 5위 규모다. 포스코(약 32조원)를 제친데 이어 현대차(35조원)마저 따라잡을 기세다.
불과 20여년 만에 회사를 세계적인 제약사로 키운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바이오벤처 신화’로 불린다. 건국대학교에서 산업공학을 전공한 그는 졸업 후 삼성전기에 입사해 샐러리맨의 삶을 시작했다. 30대 초반에 임원으로 승진할 만큼 능력을 인정받았지만 외환위기 후 구조조정으로 한순간에 백수 신세가 됐다. 이후 동료들과 ‘넥솔(셀트리온의 전신)’을 세운 이유도 “재취업이 안 돼 창업했다”고 말할 만큼 절박했다. 위기 속에서 도전정신으로 시작한 창업이 청년의 절박한 현실을 성공 신화로 바꾼 셈이다.
건대 출신 바이오벤처 신화 주인공 서정진 회장
창업에 관심을 갖는 대학생도 증가했다. 교육부와 중소벤처기업부가 공동 조사한 ‘2017 대학 창업 통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최근 창업휴학제와 창업장학금 제도 등 창업 인프라를 마련한 대학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전국 대학 422곳(전문대학 149개 포함)을 조사한 결과 창업휴학제를 시행하는 대학은 217곳(2016년 기준)으로 전년 대비 13.6% 늘었다. 창업장학금을 지원하는 대학은 47곳에서 67곳으로 42.6% 증가했다. 창업강좌 1만461개, 창업동아리 5468개로 전년 대비 각각 145.4%, 24.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결과 학생이 창업한 기업 수도 2015년 861개에서 2016년 1191개로 늘었다.
미국 대학 시스템 벤치마킹해 학생 창업가 양성
정부가 지난해 11조2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며 일자리 창출을 위해 팔을 걷어부쳤지만 청년층 실업률은 9.9%에 달했다. 이는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00년 이후 최고치다. 최악의 청년실업난에 대학들이 취업률 끌어올리기에 나선 가운데 건국대는 미래의 창업가 양성에 힘쏟고 있다. ‘취업만이 살 길’이라 여기며 ‘취준생’을 자처하는 학생들에게 ‘창준생(창업 준비생)’이라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는 전략이다. 민상기 건국대학교 총장은 4월 11일 열린 교내 특강에서 “창업 아이디어가 세상을 바꾸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기계가 대체할 수 없는 고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며 “취업이라는 하나의 길만 생각하기 보다는 교내 다양한 창업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경험을 쌓고, 폭넓게 진로를 고민해보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건국대가 ‘제 2의 서정진’을 배출할 가능성은 곳곳에서 엿보인다. 건국대는 4월 초 ‘2018 창업선도대학 육성사업’ 대학으로 선정됐다. 2014년 처음 선정된 이후 5년 연속 창업선도대학에 이름을 올렸다. 이 사업은 중소벤처기업부와 창업진흥원이 우수한 창업지원 인프라를 갖춘 전국의 43개 대학을 창업선도대학으로 지정, 학생을 대상으로 창업 교육과 창업아이템 발굴, 사업화 자금지원 등 창업 활동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건국대가 이 사업을 통해 5년간 받은 정부 지원금은 총 92억원이다. 선도대학으로 지정된 대학은 소속 학생뿐 아니라 지역 내 기관과의 협업을 통해 창업 지원에 관한 지역 거점대학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한다.
2014년 창업선도대학으로 선정된 이후 성과는 눈부셨다. 매년 청소년과 대학생을 대상으로 창업캠프를 개최하고, 창업동아리 발굴·지원, 창업교과목 개설, 창업기업 인턴십 운영, 창업장학금 지급 등 청년에게 창업에 대한 인식을 제고할 기회를 주는데 초점을 맞췄다. 그 결과 건국대 재학생 창업자 수는 2015년 4명에서 지난해 22명으로 증가했다. 지금까지 학교의 지원을 받아 창업에 성공한 이들이 벌어들인 매출액은 52억원에 달한다.
50개 창업 동아리, 55개 창업 교과목 개설
링크플러스사업단은 4차 산업혁명을 이끌어갈 충청권 힐링바이오산업 전문 인력 양성을 목표로 한 산학협력선도모델이다. 이어 창업자람허브에서는 창업 기반 조성부터 창업 준비, 사업화까지 3단계로 나눠 체계적 창업 지원 프로세스를 구축하고 있다. 창업자람허브에서는 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시제품 제작 지원 사업을 진행 중이다. 창업 동아리나 아이디어 경진대회, 창업 캠프 등 다양한 창업 비교과 프로그램 활동을 통해 구상한 아이디어를 시제품으로 구현해보고자 하는 학생들을 위한 프로그램이다. 최대 300만원까지 제작비를 지원하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현재 10개팀이 수송용 드론, 무드등, 피젯토이 등 저마다의 개성을 담은 아이템을 실제 제품으로 만들고 있다.
링크플러스사업단과 창업자람허브에서는 다양한 창업지원 사업은 물론 창업동아리, 박람회, 창업캠프, 창업경진대회, 공모전 등 창업에 필요한 역량을 키우는 핵심 프로그램을 총망라하고 있다. 여기에 소속된 창업 동아리만 50개에 달한다. 그중 대표적인 곳이 ‘수목(S.U.M.O.K, Start-Up Mainstream of Konkuk)’이다. 건국대 중앙발명동아리에서 시작된 이 동아리는 발명 제품을 토대로 창업을 희망하는 사람들이 모여 만들었다. 10명의 학생이 속한 수목은 이 학교 산업공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인 송명진 학생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그는 “낙상 사고로 한 달 간 병원에 입원한 할머니를 간호한 적이 있는데, 환자를 침대에서 휠체어로 옮기는 과정이 쉽지 않다고 느꼈다”며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을 위해 휠체어 결합형 침대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기계공학과·의생명공학과 등 다양한 학과 출신 동료들과 연구해 시제품을 내놓은 후 수정을 거듭하고 있다. 수목은 이 아이템으로 교내 스타트업 대회에서 수상하고, 우수 동아리팀으로 선정돼 지원을 받고 있다. 송명진 학생은 “벽에 부딪힐 때마다 누구와 접촉해 의논할지 막막한데 그럴 때마다 창업자람허브가 네트워크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줬다”며 “교내 변리사 등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게 해줘 특허권과 관련한 전문적인 분야도 미리 고민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건국대 재학생은 동아리뿐 아니라 55개에 이르는 창업 교과목 수업을 통해 미리 적성을 판단할 수 있다. 지금까지 창업 교과목을 수강한 학생 수만 4000명이 넘는다. 특히 2016년부터 개설한 3D 프린팅의 이해와 실습 과목은 4차 산업과 관련한 3D 프린팅 설계 실습을 통해 실제 작품까지 출력해 볼 수 있어 매학기 수강신청이 조기에 마감될 정도로 인기가 좋다. 학교 관계자는 “창업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이 커진 것을 실감한다”며 “학생들의 요구에 따라 실질적으로 창업에 도움이 되는 강좌를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창업 활동 학점으로 인정하고 최대 2년 창업 휴학도
우수한 성과를 낸 학생 창업가에게는 장학금도 지원한다. 건국대는 지난해 적극적인 창업 활동을 통해 우수한 성과를 거둔 학생창업기업가를 격려하고, 교내 학생 창업 활동 분위기 확산을 위해 우수 학생창업가 6명에게 장학금 1200만원을 수여했다. 대상이 된 학생들은 정부가 주도하는 창업 경진대회 ‘도전 K-스타트업 2017’ 본선에 진출한 학생들이었다. 총상금 11억원이 걸린 이 대회는 국내 최대 규모 창업경진대회로 중소벤처기업부·국방부·교육부·미래창조과학부 총 4개의 정부부처가 합동으로 개최했다. 본선 진출 40팀 가운데 학부생이 대표자인 창업기업은 건국대가 3팀으로, 전국 대학 가운데 가장 많은 팀이 참여해 두각을 나타냈다. 이외에도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실전창업강좌를 운영하고 지역 광진구청과 창업한마당 행사를 매년 공동개최 하는 등 지역 창업기반 확대와 예비창업자 지원에 기여해왔다. 지난 4년 간 홍콩과 중국의 해외 보육기관 및 국내 엑셀러레이팅 기관들과 맺은 협약만 32회에 달한다. 이철규 건국대 창업지원단장은 “건국대는 창업선도대학 육성사업을 통해 그동안 창업지원 노하우와 인프라를 계속 축적해왔다”며 “앞으로는 대학생과 기술창업이 더욱 활성화될 수 있도록 좀 더 효율적이고 실질적인 지원책을 마련해 지역 내 창업거점 대학으로서의 위상을 더욱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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