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의 종말 멀지 않았다
항생제의 종말 멀지 않았다
생명을 구하는 약이 남용되면서 발명된 지 한 세기도 지나지 않아 효력 상실할 가능성 커 ‘기적의 약’으로 불리던 항생제가 실존적 위기에 처했다. 치명적인 박테리아와 싸우는 이 약이 사람과 동물 둘 다에서 남용되면서 박테리아의 내성이 강해져 발명된 지 한 세기도 채 지나지 않아 효력을 잃어가기 때문이다. 동시에 새로운 항생제를 찾는 연구개발(R&D)이 전혀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앞으로 우리 세계는 일상적인 감염조차 치료할 수 없는 위험한 시대를 맞을지 모른다.
항생제 내성을 가진 치명적인 박테리아의 감염에 의한 사망은 세계 전체에서 연간 최소 70만 건으로, 2050년이 되면 수백만 건에 이를 수 있다. 일부 정부와 국제기구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지만 많은 분석가는 이 문제의 범위과 시급성을 고려하면 범세계적인 협력과 공동 대응이 필요하다고 본다.
항생제란?
인체에 침입한 치명적인 박테리아의 감염을 치료하는 약의 한 종류로 1920년대 후반 페니실린 발견으로 등장했다. 항생제는 좀 더 넓은 개념인 항균제(바이러스·균류·기생충 등의 미생물을 죽이거나 그 번식과 발육을 억제하는 약물)에 속한다. 항생제는 제2차 세계대전 동안 대량 생산됐으며 20세기 하반기에 사용이 크게 늘었다. 지금까지 100가지 이상의 항생제가 개발됐다.
항생제가 왜 그토록 중요한가?
의사와 병원은 폐혈성 인두염, 결핵, 요로감염, 일부 성병 등 일반적인 박테리아 감염의 1차 치료를 항생제에 의존한다. 항생제는 화학요법이나 수술에 의해 면역체계가 약해진 환자에게도 매우 중요한 약이다. 비영리기관 퓨자선기금의 항생제 전문가 캐시 토킹턴은 “병원에서 우리가 매일 하는 많은 일이 항생제의 효과적인 작용에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항생제는 일부 감염증에서 사망률을 크게 낮추는 데 기여했다. 예를 들어 20세기 초 중대한 공공보건 위기를 초래했던 매독의 경우 페니실린이 도입된 뒤 1975년이 되자 사망률이 거의 0%로 떨어졌다. 또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항생제 덕분에 결핵에 의한 사망을 2000년 이래 5000만 건 이상 막을 수 있었다.
박테리아는 어떻게 항생제에 내성을 갖게 되는가?
모든 생물이 그렇듯이 박테리아도 자연선택의 과정을 통해 환경에 적응하면서 진화한다. 따라서 항생제에 효과적으로 맞설 능력을 갖춘 박테리아가 생존하고 번식하고 확산될 가능성이 가장 크다. 항생제를 많이 사용할수록 박테리아가 방어 능력을 강화할 기회가 더 많아진다는 뜻이다. 그에 따라 항생제는 효과가 떨어지기 시작한다.
항생제는 어떻게 남용되는가?
전 세계에서 사용되는 항생제는 연간 수백억 도스(1회분 복용량)에 이른다. 의료 전문가들은 그중 많은 부분이 항생제가 아무 소용없는 바이러스나 다른 질병을 가진 환자에게 낭비된다고 본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미국에서 사용되는 모든 항생제의 3분의 1은 불필요한 처방으로 추정한다. 항생제를 처방전 없이 또는 인터넷으로 구입할 수 있는 세계 수십 개국에선 문제가 더 심각하다. WHO에 따르면 2015년 기준으로 자료를 제출한 133개국 중 절반 이상에서 항생제를 처방전 없이 구입할 수 있었다.
한편 항생제 수요는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전 세계의 항생제 소비는 2000~2015년 65% 증가했다. 브라질·중국·인도 등 저-중 소득 국가에서 가장 많이 늘었다. 미국 외교협회(CFR)의 로리 개릿 선임연구원은 일부 국가의 경우 “두통·피로부터 출산과 실질적인 박테리아 감염까지 모든 증상에 무조건 항생제를 사용한다”고 지적했다.
농업도 항생제 남용을 초래하는가?
항생제는 동물에게도 제공된다. 특히 식용으로 산업형 농장에서 사육되는 동물에 가장 많이 사용된다. 미국에서 판매되는 항생제의 약 70%가 농장으로 들어간다. 일부 다른 나라에선 그 비율이 더 높다.
일반적으로 수의사는 박테리아에 감염된 동물에만 항생제를 사용하지만 농장주는 동물의 질병을 예방하고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자주 사용한다. 이런 남용이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박테리아를 널리 확산시킨다.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박테리아는 먹이사슬과 좀 더 간접적인 방식으로 동물에서 사람으로 옮겨갈 수 있다. 미국의 농업 부문은 항생제 내성 박테리아가 서로 다른 종 사이에서 어떻게 전염되는지 연구하는 과학자들에게 협조하기를 꺼리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소비자 압력이 거세지면서 퍼듀팜스를 비롯한 일부 대기업이 항생제 사용을 억제하기 시작했다.
항생제 남용은 어떤 위험을 초래하는가?
의사와 병원은 근년 들어 여러 항생제, 또는 심지어 모든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슈퍼버그’로 알려진 박테리아의 확산을 경고했다. 그런 박테리아 때문에 폐렴과 요로감염 같은 질병을 치료하기가 훨씬 더 어려워지는 실정이다. 예를 들어 WHO에 따르면 요로감염 치료에 가장 흔히 사용되는 항생제는 세계의 여러 지역에서 환자의 절반 이상에게서 효력이 없는 것으로 추정되며, 널리 사용되는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결핵도 최근 들어 증가하는 추세다.
항생제가 듣지 않는 감염증에 걸린 환자는 더 오래 입원해야 한다. 또 그만큼 사망할 위험도 높다. 박테리아나 다른 미생물이 일으키는 질병에 항생제가 듣지 않아서 사망하는 환자가 전 세계에서 매년 7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2016년 중국 동부 지방에 새로 지은 병원에서 환자 5명이 폐렴 슈퍼버그로 인해 사망했다. 연구자들에 따르면 그 박테리아 감염을 치료할 수 있는 항생제가 중국에 없었다. 일부 의료 분석가들은 항생제 남용을 막지 않으면 세계는 2050년이면 슈퍼버그로 연간 1000만이 사망하는 ‘탈항생제 시대’에 진입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항생제를 비롯한 항균제에 내성을 갖는 박테리아가 많아지면 세계 경제에도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다. 세계은행은 항균제 내성으로 2030년이 되면 연간 1~3조 달러의 생산 손실이 초래될 수 있다고 추정했다. 특히 저소득 국가가 가장 큰 타격을 받게 된다.
현재 새로운 항생제가 개발되고 있는가?
신약 개발은 갈수록 어려워진다. 항생제의 경우 1987년 이래 새로운 종류가 발견되지 않았다. 과학자들은 기존 항생제의 변형시킨 형태를 개발했지만 신속히 진화하는 박테리아보다 한발 앞서기엔 역부족이라고 보는 사람이 많다.
지난 몇 십 년 동안 제약회사들은 항생제 시장을 기피했다. 심장병이나 당뇨 같은 만성적인 질병을 치료하는 약의 시장에 비해 수익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새로운 항생제를 개발하는 과정이 더 어려워지면서 많은 제약회사가 1990년대에 항생제 R&D를 포기했다.
많은 전문가는 특히 ‘그람 음성’ 박테리아를 막을 수 있는 약이 절실하다고 지적한다. 가장 치료하기 힘들어 WHO가 중대한 위협으로 지목한 박테리아다. 현재 생산되는 항생제 약 50종 중에서 열두어 종만이 ‘그람 음성’ 박테리아를 치료할 수 있다. 토킹턴은 “그 정도론 충분치 않다”며 “위협에 상응하는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항생제 내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국 정부는 어떤 노력을 기울이나?
의료 전문가와 국제기구, 여러 정부가 세계 각국의 협력을 통해 항생제 사용을 규제하고 새로운 항생제 개발에 투자를 늘리는 공동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미국의 경우 오바마 정부가 2015년 항생제 내성 대책 계획을 세웠다. 새로운 항생제를 개발하고, 항생제의 부적절한 사용을 억제하며,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박테리아의 감시를 강화하기 위해 1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한다는 내용이다. 트럼프 정부도 그 계획을 계속 시행하겠다고 밝혔고, 의회는 최근 일괄세출안에서 여러 보건기구의 재정지원을 대폭 늘렸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농장 가축의 성장을 촉진하기 위한 일부 항생제 사용을 금지했고, 2016년 미국에서 식품생산 동물을 위한 항생제의 판매가 2009년 추적을 시작한 이래 처음 줄었다.
또 미국은 영국과 손잡고 슈퍼버그 퇴치를 위한 최대 규모의 관민 협력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지난해 말까지 이 프로젝트는 유망한 신약 개발에 수천만 달러를 투입했다. 여기엔 새로운 종류의 항생제가 8가지 포함됐다. 그중 절반이 ‘그람 음성’ 박테리아를 표적으로 한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유럽 전역에서 진행되는 연구를 통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으며 세계의 주요 20개국(G20)도 통합적인 연구를 위해 노력하는 중이다. EU가 후원하는 또 다른 관민 협력 프로젝트는 항생제 개발에 7억 유로를 투입했다.
그러나 일부 정부는 항생제를 규제하게 되면 식량안보와 경제성장에 타격을 줄 뿐 아니라 수많은 서민이 목숨을 구할 수 있는 항생제에 접근할 수 없게 된다고 우려한다. 또 인도와 중국 같은 인구 대국이 항생제 사용을 억제하는 노력을 강화하지 않는다면 다른 지역이 아무리 노력해도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그에 따라 중국과 인도는 항균제 내성에 대응하는 국가적인 행동계획을 세웠다. 유엔은 모든 회원국에 지난해까지 그런 계획을 세우도록 촉구했다.
일부 분석가는 범세계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미국 비영리단체 퍼블릭시티즌의 의약품접근권 전문가인 피터 메이바덕과 캐나다 캘거리대학의 아이단 홀리스 교수는 공동으로 작성한 보고서에서 항생제 내성은 ‘공유지 비극’의 전형적인 사례를 제시한다고 지적했다(‘공유지의 비극’은 주인이 따로 없는 공동 방목장의 경우 농부들이 경쟁적으로 더 많은 소를 끌고 나오는 것이 이득이므로 그 결과 방목장은 곧 황폐화된다는 것을 경고한 이론으로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공공자원은 사람들의 남용으로 쉽게 고갈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들은 항생제의 부적절한 사용을 억제하고 새로운 항생제 개발에 투자를 늘리는 노력 외에도 저소득 인구의 항생제 접근권을 강화하는 국제 협약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2016년 유엔 총회는 항균제 내성에 관한 정상회의를 개최했다. 커져가는 항생제 내성의 위협에 대응하려는 가장 광범위한 협력 프로젝트였다.
- 클레어 펠터
※ [필자는 미국 외교협회(CFR) 웹사이트 카피 에디터 겸 라이터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항생제 내성을 가진 치명적인 박테리아의 감염에 의한 사망은 세계 전체에서 연간 최소 70만 건으로, 2050년이 되면 수백만 건에 이를 수 있다. 일부 정부와 국제기구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지만 많은 분석가는 이 문제의 범위과 시급성을 고려하면 범세계적인 협력과 공동 대응이 필요하다고 본다.
항생제란?
인체에 침입한 치명적인 박테리아의 감염을 치료하는 약의 한 종류로 1920년대 후반 페니실린 발견으로 등장했다. 항생제는 좀 더 넓은 개념인 항균제(바이러스·균류·기생충 등의 미생물을 죽이거나 그 번식과 발육을 억제하는 약물)에 속한다. 항생제는 제2차 세계대전 동안 대량 생산됐으며 20세기 하반기에 사용이 크게 늘었다. 지금까지 100가지 이상의 항생제가 개발됐다.
항생제가 왜 그토록 중요한가?
의사와 병원은 폐혈성 인두염, 결핵, 요로감염, 일부 성병 등 일반적인 박테리아 감염의 1차 치료를 항생제에 의존한다. 항생제는 화학요법이나 수술에 의해 면역체계가 약해진 환자에게도 매우 중요한 약이다. 비영리기관 퓨자선기금의 항생제 전문가 캐시 토킹턴은 “병원에서 우리가 매일 하는 많은 일이 항생제의 효과적인 작용에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항생제는 일부 감염증에서 사망률을 크게 낮추는 데 기여했다. 예를 들어 20세기 초 중대한 공공보건 위기를 초래했던 매독의 경우 페니실린이 도입된 뒤 1975년이 되자 사망률이 거의 0%로 떨어졌다. 또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항생제 덕분에 결핵에 의한 사망을 2000년 이래 5000만 건 이상 막을 수 있었다.
박테리아는 어떻게 항생제에 내성을 갖게 되는가?
모든 생물이 그렇듯이 박테리아도 자연선택의 과정을 통해 환경에 적응하면서 진화한다. 따라서 항생제에 효과적으로 맞설 능력을 갖춘 박테리아가 생존하고 번식하고 확산될 가능성이 가장 크다. 항생제를 많이 사용할수록 박테리아가 방어 능력을 강화할 기회가 더 많아진다는 뜻이다. 그에 따라 항생제는 효과가 떨어지기 시작한다.
항생제는 어떻게 남용되는가?
전 세계에서 사용되는 항생제는 연간 수백억 도스(1회분 복용량)에 이른다. 의료 전문가들은 그중 많은 부분이 항생제가 아무 소용없는 바이러스나 다른 질병을 가진 환자에게 낭비된다고 본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미국에서 사용되는 모든 항생제의 3분의 1은 불필요한 처방으로 추정한다. 항생제를 처방전 없이 또는 인터넷으로 구입할 수 있는 세계 수십 개국에선 문제가 더 심각하다. WHO에 따르면 2015년 기준으로 자료를 제출한 133개국 중 절반 이상에서 항생제를 처방전 없이 구입할 수 있었다.
한편 항생제 수요는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전 세계의 항생제 소비는 2000~2015년 65% 증가했다. 브라질·중국·인도 등 저-중 소득 국가에서 가장 많이 늘었다. 미국 외교협회(CFR)의 로리 개릿 선임연구원은 일부 국가의 경우 “두통·피로부터 출산과 실질적인 박테리아 감염까지 모든 증상에 무조건 항생제를 사용한다”고 지적했다.
농업도 항생제 남용을 초래하는가?
항생제는 동물에게도 제공된다. 특히 식용으로 산업형 농장에서 사육되는 동물에 가장 많이 사용된다. 미국에서 판매되는 항생제의 약 70%가 농장으로 들어간다. 일부 다른 나라에선 그 비율이 더 높다.
일반적으로 수의사는 박테리아에 감염된 동물에만 항생제를 사용하지만 농장주는 동물의 질병을 예방하고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자주 사용한다. 이런 남용이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박테리아를 널리 확산시킨다.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박테리아는 먹이사슬과 좀 더 간접적인 방식으로 동물에서 사람으로 옮겨갈 수 있다. 미국의 농업 부문은 항생제 내성 박테리아가 서로 다른 종 사이에서 어떻게 전염되는지 연구하는 과학자들에게 협조하기를 꺼리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소비자 압력이 거세지면서 퍼듀팜스를 비롯한 일부 대기업이 항생제 사용을 억제하기 시작했다.
항생제 남용은 어떤 위험을 초래하는가?
의사와 병원은 근년 들어 여러 항생제, 또는 심지어 모든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슈퍼버그’로 알려진 박테리아의 확산을 경고했다. 그런 박테리아 때문에 폐렴과 요로감염 같은 질병을 치료하기가 훨씬 더 어려워지는 실정이다. 예를 들어 WHO에 따르면 요로감염 치료에 가장 흔히 사용되는 항생제는 세계의 여러 지역에서 환자의 절반 이상에게서 효력이 없는 것으로 추정되며, 널리 사용되는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결핵도 최근 들어 증가하는 추세다.
항생제가 듣지 않는 감염증에 걸린 환자는 더 오래 입원해야 한다. 또 그만큼 사망할 위험도 높다. 박테리아나 다른 미생물이 일으키는 질병에 항생제가 듣지 않아서 사망하는 환자가 전 세계에서 매년 7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2016년 중국 동부 지방에 새로 지은 병원에서 환자 5명이 폐렴 슈퍼버그로 인해 사망했다. 연구자들에 따르면 그 박테리아 감염을 치료할 수 있는 항생제가 중국에 없었다. 일부 의료 분석가들은 항생제 남용을 막지 않으면 세계는 2050년이면 슈퍼버그로 연간 1000만이 사망하는 ‘탈항생제 시대’에 진입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항생제를 비롯한 항균제에 내성을 갖는 박테리아가 많아지면 세계 경제에도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다. 세계은행은 항균제 내성으로 2030년이 되면 연간 1~3조 달러의 생산 손실이 초래될 수 있다고 추정했다. 특히 저소득 국가가 가장 큰 타격을 받게 된다.
현재 새로운 항생제가 개발되고 있는가?
신약 개발은 갈수록 어려워진다. 항생제의 경우 1987년 이래 새로운 종류가 발견되지 않았다. 과학자들은 기존 항생제의 변형시킨 형태를 개발했지만 신속히 진화하는 박테리아보다 한발 앞서기엔 역부족이라고 보는 사람이 많다.
지난 몇 십 년 동안 제약회사들은 항생제 시장을 기피했다. 심장병이나 당뇨 같은 만성적인 질병을 치료하는 약의 시장에 비해 수익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새로운 항생제를 개발하는 과정이 더 어려워지면서 많은 제약회사가 1990년대에 항생제 R&D를 포기했다.
많은 전문가는 특히 ‘그람 음성’ 박테리아를 막을 수 있는 약이 절실하다고 지적한다. 가장 치료하기 힘들어 WHO가 중대한 위협으로 지목한 박테리아다. 현재 생산되는 항생제 약 50종 중에서 열두어 종만이 ‘그람 음성’ 박테리아를 치료할 수 있다. 토킹턴은 “그 정도론 충분치 않다”며 “위협에 상응하는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항생제 내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국 정부는 어떤 노력을 기울이나?
의료 전문가와 국제기구, 여러 정부가 세계 각국의 협력을 통해 항생제 사용을 규제하고 새로운 항생제 개발에 투자를 늘리는 공동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미국의 경우 오바마 정부가 2015년 항생제 내성 대책 계획을 세웠다. 새로운 항생제를 개발하고, 항생제의 부적절한 사용을 억제하며,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박테리아의 감시를 강화하기 위해 1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한다는 내용이다. 트럼프 정부도 그 계획을 계속 시행하겠다고 밝혔고, 의회는 최근 일괄세출안에서 여러 보건기구의 재정지원을 대폭 늘렸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농장 가축의 성장을 촉진하기 위한 일부 항생제 사용을 금지했고, 2016년 미국에서 식품생산 동물을 위한 항생제의 판매가 2009년 추적을 시작한 이래 처음 줄었다.
또 미국은 영국과 손잡고 슈퍼버그 퇴치를 위한 최대 규모의 관민 협력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지난해 말까지 이 프로젝트는 유망한 신약 개발에 수천만 달러를 투입했다. 여기엔 새로운 종류의 항생제가 8가지 포함됐다. 그중 절반이 ‘그람 음성’ 박테리아를 표적으로 한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유럽 전역에서 진행되는 연구를 통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으며 세계의 주요 20개국(G20)도 통합적인 연구를 위해 노력하는 중이다. EU가 후원하는 또 다른 관민 협력 프로젝트는 항생제 개발에 7억 유로를 투입했다.
그러나 일부 정부는 항생제를 규제하게 되면 식량안보와 경제성장에 타격을 줄 뿐 아니라 수많은 서민이 목숨을 구할 수 있는 항생제에 접근할 수 없게 된다고 우려한다. 또 인도와 중국 같은 인구 대국이 항생제 사용을 억제하는 노력을 강화하지 않는다면 다른 지역이 아무리 노력해도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그에 따라 중국과 인도는 항균제 내성에 대응하는 국가적인 행동계획을 세웠다. 유엔은 모든 회원국에 지난해까지 그런 계획을 세우도록 촉구했다.
일부 분석가는 범세계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미국 비영리단체 퍼블릭시티즌의 의약품접근권 전문가인 피터 메이바덕과 캐나다 캘거리대학의 아이단 홀리스 교수는 공동으로 작성한 보고서에서 항생제 내성은 ‘공유지 비극’의 전형적인 사례를 제시한다고 지적했다(‘공유지의 비극’은 주인이 따로 없는 공동 방목장의 경우 농부들이 경쟁적으로 더 많은 소를 끌고 나오는 것이 이득이므로 그 결과 방목장은 곧 황폐화된다는 것을 경고한 이론으로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공공자원은 사람들의 남용으로 쉽게 고갈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들은 항생제의 부적절한 사용을 억제하고 새로운 항생제 개발에 투자를 늘리는 노력 외에도 저소득 인구의 항생제 접근권을 강화하는 국제 협약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2016년 유엔 총회는 항균제 내성에 관한 정상회의를 개최했다. 커져가는 항생제 내성의 위협에 대응하려는 가장 광범위한 협력 프로젝트였다.
- 클레어 펠터
※ [필자는 미국 외교협회(CFR) 웹사이트 카피 에디터 겸 라이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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