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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진 기자의 ‘라이징 스타트업’(31) | 이스트몹] “해외 이용자가 전체의 50%에 이르죠”

[최영진 기자의 ‘라이징 스타트업’(31) | 이스트몹] “해외 이용자가 전체의 50%에 이르죠”

일본 라쿠텐벤처스에서 투자 … 영국 BBC 소개로 해외 고객 급격하게 늘어
지난 7월 25일 서울 서초동의 이스트몹 사무실에서 오윤식 대표를 만났다. / 사진:전민규 기자
사내벤처로 시작해 1년 후 독립을 결심했다. 2013년 7월 스핀오프를 했다. 2013년 초 선보인 서비스는 국내외 사용자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때까지만 해도 성공을 자신했다. 사용자 확대를 위해 기술 개발에만 매달렸다. 더 큰 성장을 위해서는 인재 채용과 마케팅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문제는 돈이었다. 스핀오프를 하면서 마련했던 자본금 2억원은 어느 순간 없어졌다. 투자 유치가 필요했다. 수많은 벤처캐피털을 만났다. 대부분 “아이디어가 좋다” “기술력도 있는 것 같다” 등의 좋은 평가를 내렸다. 문제는 투자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것. “비즈니스 모델이 약하다”는 이유였다. 쉽게 말해 매출을 내기 어려운 서비스라는 엄혹한 평가를 받았다. 다른 기업의 외주 프로젝트를 따내면서 매출을 올려야 하느냐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창업자가 개발자 출신이라서 그런지 외주를 주겠다는 기업들도 많았다. 창업자는 ‘외주 프로젝트를 따내면 2개월 동안 우리 서비스에 집중하지 못하는데 어떻게 하나’라는 고민을 했다. 그가 내린 결론은 ‘외주를 하는 바에야 서비스에 집중해보자’였다. 만일 그가 돈을 버는 데 힘을 썼다면 지금과 같은 결실은 맺지 못했을 것이다.
 서비스 론칭 후 1800만 다운로드 기록
생존을 걱정해야만 했던 그의 손을 잡아준 곳은 일본의 벤처캐피털이었다. 일본을 대표하는 IT 기업인 라쿠텐이 설립한 벤처캐피털 라쿠텐벤처스였다. 이곳의 투자 덕분에 생존을 걱정하는 대신 성장에 집중할 수 있었다. 파일 전송 서비스 ‘센드애니웨어(Send Anywhere)’를 운영하는 스타트업 이스트몹 오윤식(40) 대표 얘기다.

라쿠텐벤처스가 어떻게 이스트몹에 투자했는지 궁금했다. 오 대표는 “2013년 9월 라쿠텐벤처스의 투자 이사가 통화를 원한다는 e메일을 보냈고, 통화를 하게 됐다”면서 “그는 우리 서비스와 사용자 그리고 성장 속도 등에 대해서 물어봤다”고 말했다. 라쿠텐벤처스 사무실은 싱가포르에 있었기 때문에 이스트몹을 방문하는 대신 전화 통화를 한 것이다. 그런 전화를 많이 받았기 때문에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의 예상대로 그 전화 이후 소식이 끊겼다.

3개월 후 라쿠텐벤처스의 투자 이사가 다시 사무실로 전화를 했다. 3개월 전과 비슷한 이야기가 오고 갔다. 전화로 기업 홍보(IR)를 두 번이나 한 셈이다. 2주 후 투자를 하겠다는 전화가 왔다. 오 대표는 “알고 보니까 우리의 성장세를 확인하고 싶어서 3개월의 시간을 두고 전화를 한 것”이라며 “우리에게 투자를 결정한 이사가 업계 트렌드를 잘 꿰고 있었고, 우리 서비스에 대해서 조사를 많이 했기 때문에 투자가 이뤄졌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라쿠텐벤처스는 2014년 5월 100만 달러(약 11억원)에 이어 2016년 1월 600만 달러(약 67억원)의 추가 투자를 했다. 라쿠텐벤처스가 한국 스타트업에 처음으로 투자를 했다는 뉴스는 업계의 주목을 끌었다.

생존을 걱정하던 오 대표는 투자 유치 후 인재 채용과 해외 인프라 구축에 집중했다. 그는 “라쿠텐벤처스 투자 이사의 소개로 구글 출신의 사업개발 전문가인 손승헌 최고마케팅책임자(CMO)를 영입했다”면서 “2번의 투자 유치로 서비스 고도화와 팀빌딩을 했고 어느 정도 성과를 냈다”고 밝혔다. 그는 “이제부터 수익화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센드애니웨어는 PC에서 스마트폰으로, 스마트폰에서 PC로, PC에서 PC 등 기기 간 파일을 쉽게 전송할 수 있는 서비스다. 파일을 보내는 사용자나 파일을 받는 사용자나 회원가입이나 로그인이 필요 없다. 일회용 6자리 숫자를 이용해 파일을 전송하고 전송받을 수 있다. 센드애니웨어의 장점은 이용하기 편하고 쉽다는 것. 여기에 파일 전송 속도도 무척 빠르다. 별다른 마케팅 없이 전 세계 237개 국가의 3만1000여 개 도시에 센드애니웨어 사용자가 있는 이유다. 오 대표는 “경쟁 서비스로 드롭박스나 구글 드라이브 등이 있는데 실제 파일을 공유하거나 보내려면 로그인을 해야 하는 등 귀찮은 면이 있다”면서 “파일을 쉽게 보낼 수 있는 서비스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센드애니웨어를 개발한 이유를 설명했다.
 광고 없이 이용하는 프리미엄 서비스도 인기
별다른 마케팅을 하지 않았지만 센드애니웨어는 론칭 후 바로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을 받기 시작했다. 2013년 출시 후 지금까지 1800만 명이 다운로드를 했는데 이 중 50%가 해외 사용자다. 매월 서비스를 사용하는 기기만 370만개 이상이다. 2017년 센드애니웨어를 이용해 파일을 전송한 건수가 7420만건이나 된다. 영국 방송 BBC는 2014년 8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소개하는 방송에서 센드애니웨어를 소개하기도 했다. 오 대표는 “우리는 언론 홍보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는데, 해외 매체에서 몇 번이나 좋은 평가를 받은 적이 있다”며 “BBC에서 소개된 이후 해외 사용자가 급격하게 늘어났다”고 웃었다.

서비스는 성공적으로 론칭했고, 글로벌 시장에도 안착했다. 이제 오 대표가 해결해야 할 문제는 매출이다. 한때 서비스의 유료화를 시행했지만 성장 속도가 떨어졌다. 서비스를 확대하기 위해서 유료화를 포기했다. 이를 대신해 지난해 말부터 광고를 유치하기 시작했다. 지난 4월에는 광고를 보지 않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프리미엄 서비스’도 론칭했다. 오 대표는 “프리미엄 서비스 결제 건수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면서 “이스트몹이 계속 성장하기 위해서는 프로덕트를 계속 만들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항공대 통신공학과 출신으로 2000년 6월 병역특례로 이스트소프트에 입사하면서 개발자 경력을 쌓기 시작했다. 이스트소프트는 압축 프로그램인 알집으로 유명한 IT 기업으로 2000년 당시 인원은 20여 명에 불과했다. 그는 이곳에서 다양한 프로젝트 개발자로서 능력을 인정받았고, 이스트소프트도 500여 명이 일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총괄팀장 등의 역할을 맡을 정도로 이스트소프트의 성장을 함께 만든 개발자였다.

그가 창업에 도전할 수 있던 것은 사내벤처 제도 덕분이다. 오 대표는 “2012년 7월에 사내벤처로 2명이서 일을 시작했는데 그때 회사에 제출했던 3개의 아이디어 중 하나가 센드애니웨어였다”면서 “1년 후 독립을 결심하고 회사의 지분도 정리했다”고 말했다. 12년 동안 회사에서 인정받으며 활동했던 개발자의 삶을 그만둔 이유는 ‘나만의 프로덕트를 만들고 싶어서’였다. 그는 “당시 회사에 계속 남을 것인지, 나만의 사업으로 도전해볼 것인지를 고민했던 시기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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