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겨울철 불청객 바이러스, 올해도?] 메르스 환자 발생으로 바이러스성 감염병 비상
[가을·겨울철 불청객 바이러스, 올해도?] 메르스 환자 발생으로 바이러스성 감염병 비상
이동 많은 명절 연휴 때 인플루엔자 환자 늘어…중국 돼지열병 확산에 국내 축산농가 긴장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환자가 국내에서 3년 만에 발병해 바이러스성 감염병에 대한 경각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3년 전처럼 외출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소비 경기나 관광 등 관련 산업에도 큰 타격이 오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다. 다행히 사태는 진정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확진자 발생 엿새째인 9월 13일까지 추가 감염자 소식은 나오지 않고 있다. 다만 아직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또 혹시나 가을철 환절기에는 감기 환자가 늘어나고, 특히 매년 가을~겨울철에 돌아오는 독감(인플루엔자) 유행기간과 맞물리는 경우를 배제할 수 없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함께 찾아오는 바이러스성 감염병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할 때다. 날씨가 쌀쌀해지는 가을~겨울철에는 체내 저항력이 감소하고, 다양한 바이러스가 유행해 자칫 감염 질환에 걸리기 쉽다. 매년 9~10월경엔 호흡기 세포융합 바이러스(RS 바이러스)가 유행한다. 특히 영·유아는 면역력이 약한 데다 기관지가 매우 좁아 RS바이러스 감염에 취약하다. 초기에는 재채기·콧물·발열 등 일반 감기와 비슷한 증상을 나타낸다. 하지만 점차 숨을 내쉴 때 쌕쌕거리고 기침도 심해진다. 심하면 청색증, 호흡 곤란 등이 나타나는데 입원치료가 필요하다. 천식과 모세기관지염, 폐렴 등 합병증이 생길 가능성도 크다. 치료제는 없다. 예방이 최선이다. 감염된 사람과 접촉이나 비말(침방울)을 통해 잘 전파되므로 집단 생활하는 곳에서는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또 외출 후 꼭 손을 씻는 습관 들이기, 씻지 않은 손으로 눈·코·입 만지지 않기, 예방접종 하기, 그리고 호흡기 증상이 있는 사람과 접촉 피하기 등 개인 위생을 철저히 해야 한다.
겨울의 발열 질환 중에서는 인플루엔자가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독감 증세가 나타난다. 감염 1~4일 후 발열·두통·근육통·피로감 등 전신 증상과 기침·콧물·인후통 등 호흡기 증상이 동반된다. 항원성의 변이가 꾸준히 일어나 이전에 한번 인플루엔자를 앓아본 사람이라도 매년 새롭게 걸릴 수 있다. 다른 예방 접종에 비해 성공률도 비교적 낮은 편이다. 특히 명절 연휴 전후로 독감 환자가 크게 늘어나곤 한다. 장거리 이동하는 사람이 많아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환자와 함께 움직이기 때문이다. 올해 초 유행한 독감의 경우 예방백신 항원과 달라 예년보다 백신 효과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독감에 걸리지 않도록 손으로 얼굴 만지는 걸 삼가고 기침할 때는 손수건이나 소매로 가리고 해야 한다. 독감에 걸렸다면 가족을 만나려고 무리하게 움직이는 것보다 집에서 안정을 취하는 게 낫다.
장염 역시 의외로 찬바람 부는 계절에 많다. 대표적인 위장관 바이러스인 노로바이러스와 로타바이러스가 이 때 유행하기 때문이다. 노로바이러스는 겨울철 식중독의 주범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전체 식중독 중 35% 정도를 노로바이러스가 유발한다. 노로바이러스는 생명력이 강하다. 60℃에서 30분 동안 가열해도 감염력이 유지된다. 영하 20℃에서도 죽지 않고, 냉동 또는 냉장된 상태에서도 수년 간 살아남는다. 기온이 떨어지면 위축되는 다른 바이러스와 달리 기온이 낮아도 활개친다. 노로바이러스 식중독 절반이 겨울철에 나타나는 이유다. 미국에서 노로바이러스에 따른 식중독을 두고 ‘장(腸)에서 발생하는 독감(intestinal flu)’ ‘겨울철에 토하는 병(winter vomiting bug)’ 등으로 부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노로바이러스는 주로 감염된 사람과의 피부 접촉을 통해 옮기도 하고 감염자의 침이나 구토물, 대변 등에 의해 감염되기도 한다. 감염자의 분변이나 마른 구토물 1g에는 1억개의 노로바이러스가 있다. 오염된 지하수나 해조류를 먹어 감염되는 경우도 많다. 감염되면 보통 24시간의 잠복기를 거쳐 증상이 나타난다. 메스꺼움 구토·설사 등이 48~72시간 지속된다. 두통·발열·오한·근육통이 동반되기도 한다. 어린이에게는 구토가, 어른에겐 설사·복통이 주로 생긴다. 특별한 치료를 하지 않아도 낫긴 한다. 탈수가 심할 때 수액이나 스포츠·이온 음료로 부족해진 수분을 보충하는 정도다. 단 증상이 고통스럽기 때문에 사전에 손을 깨끗이 씻는 등 개인위생에 신경을 쓰는 게 좋다. 조개나 굴 등 어패류는 익혀 먹어야 한다. 노로바이러스는 85도 이상에서 1분 간 가열하면 감염력이 없어진다.
영·유아는 겨울에 로타바이러스에 걸릴 위험이 커진다. 5세 미만 영·유아가 심한 설사를 일으키는 가장 흔한 원인이다. 어린이집이나 산후조리원 등에서 집단 감염이 꾸준히 발생한다. 법정 감염병으로 지정된 이유다. 주로 대변이나 입을 통해 감염된다. 1~3일 간 잠복기를 거친 후 구토와 발열이 생기고 5~7일 동안 설사를 심하게 한다. 로타바이러스 장염은 다른 장염보다 증상이 더 심하고, 구토와 설사가 더 자주 하기에 탈수 위험이 높다. 로타바이러스 장염에 걸리지 않으려면 음식물이나 장난감, 수도꼭지, 기저귀 교환대 등의 위생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아이들이 모인 집단시설에서는 액체 분유를 사용하는 게 바이러스 감염 예방에 도움된다. 다만 바이러스 입자가 10개만 몸에 들어와도 감염될 정도여서 개인 위생 관리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치료제가 없기 때문에 세계보건기구(WHO)는 생후 6주 이후 가능한 한 빨리 로타바이러스 백신을 접종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가축 질병도 대비해야 하는 계절이다. 특히 AI(조류인플루엔자)는 축산·유통·외식 업계 등에 미치는 영향이 큰 바이러스성 질병이다. AI는 말 그대로 모든 조류들이 걸리는 유행성 독감이다. 닭은 감염되면 80% 이상이 호흡곤란으로 폐사한다. 전파력도 높다. AI가 발생했을 때의 주요 대책은 살처분이다. 백신으로는 자주 형태 변이를 하는 AI 바이러스에 대응할 수 없어서다. 이로 인해 AI가 발생할 때마다 양계농가의 타격이 크다. 유통시장에서도 육계 가격이 널뛰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2003년 처음 시작돼 지금까지 112건의 AI가 발생했다. 대규모 AI는 대략 7건 정도다. 최근에는 거의 해마다 일어나고 있고, 2016년 말에 일어난 조류독감은 단기간에 두 가지 바이러스가 동시에 확산돼 어느 때보다 많은 살처분을 기록했다. 이 때 상당수 산란계를 살처분하면서 계란 파동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당시 농가 생계안정 자금 등 직접적인 비용을 비롯해 육류·육가공업, 음식업 등 연관 산업에 미치는 간접적인 기회손실 비용만 1조원에 육박한다.
최근엔 중국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확산되면서 국내 축산농가도 긴장하고 있다. ASF는 돼지에서 생기는 바이러스성 출혈성 열성 전염병이다. 치료제나 백신이 개발돼 있지 않은 데다 일단 발병하면 치사율이 100%에 달해 양돈산업에 막대한 피해를 준다. 8월 3일 중국 랴오닝(遼寧)성 선양시에서 최초 확인된 후 중국 전역으로 퍼지고 있다. 아프리카에서 발생한 돼지열병은 유럽과 러시아를 거쳐 중국으로 유입됐다. 유엔은 돼지열병이 중국을 넘어 한반도와 동남아시아로 전파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내에도 최근 중국에서 반입한 순대·소시지·만두 등 돈육가공품에서 아프리카 돼지열병 바이러스 유전자가 검출되고 있다. 정부는 아프리카 돼지열병 국내 유입을 막기 위해 외국에서 돼지고기나 돈육가공품을 들여오는 것을 자제해달라고 당부하고 있다.
- 함승민 기자 s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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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 바이러스성 장염 기승
겨울의 발열 질환 중에서는 인플루엔자가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독감 증세가 나타난다. 감염 1~4일 후 발열·두통·근육통·피로감 등 전신 증상과 기침·콧물·인후통 등 호흡기 증상이 동반된다. 항원성의 변이가 꾸준히 일어나 이전에 한번 인플루엔자를 앓아본 사람이라도 매년 새롭게 걸릴 수 있다. 다른 예방 접종에 비해 성공률도 비교적 낮은 편이다. 특히 명절 연휴 전후로 독감 환자가 크게 늘어나곤 한다. 장거리 이동하는 사람이 많아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환자와 함께 움직이기 때문이다. 올해 초 유행한 독감의 경우 예방백신 항원과 달라 예년보다 백신 효과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독감에 걸리지 않도록 손으로 얼굴 만지는 걸 삼가고 기침할 때는 손수건이나 소매로 가리고 해야 한다. 독감에 걸렸다면 가족을 만나려고 무리하게 움직이는 것보다 집에서 안정을 취하는 게 낫다.
장염 역시 의외로 찬바람 부는 계절에 많다. 대표적인 위장관 바이러스인 노로바이러스와 로타바이러스가 이 때 유행하기 때문이다. 노로바이러스는 겨울철 식중독의 주범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전체 식중독 중 35% 정도를 노로바이러스가 유발한다. 노로바이러스는 생명력이 강하다. 60℃에서 30분 동안 가열해도 감염력이 유지된다. 영하 20℃에서도 죽지 않고, 냉동 또는 냉장된 상태에서도 수년 간 살아남는다. 기온이 떨어지면 위축되는 다른 바이러스와 달리 기온이 낮아도 활개친다. 노로바이러스 식중독 절반이 겨울철에 나타나는 이유다. 미국에서 노로바이러스에 따른 식중독을 두고 ‘장(腸)에서 발생하는 독감(intestinal flu)’ ‘겨울철에 토하는 병(winter vomiting bug)’ 등으로 부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노로바이러스는 주로 감염된 사람과의 피부 접촉을 통해 옮기도 하고 감염자의 침이나 구토물, 대변 등에 의해 감염되기도 한다. 감염자의 분변이나 마른 구토물 1g에는 1억개의 노로바이러스가 있다. 오염된 지하수나 해조류를 먹어 감염되는 경우도 많다. 감염되면 보통 24시간의 잠복기를 거쳐 증상이 나타난다. 메스꺼움 구토·설사 등이 48~72시간 지속된다. 두통·발열·오한·근육통이 동반되기도 한다. 어린이에게는 구토가, 어른에겐 설사·복통이 주로 생긴다. 특별한 치료를 하지 않아도 낫긴 한다. 탈수가 심할 때 수액이나 스포츠·이온 음료로 부족해진 수분을 보충하는 정도다. 단 증상이 고통스럽기 때문에 사전에 손을 깨끗이 씻는 등 개인위생에 신경을 쓰는 게 좋다. 조개나 굴 등 어패류는 익혀 먹어야 한다. 노로바이러스는 85도 이상에서 1분 간 가열하면 감염력이 없어진다.
영·유아는 겨울에 로타바이러스에 걸릴 위험이 커진다. 5세 미만 영·유아가 심한 설사를 일으키는 가장 흔한 원인이다. 어린이집이나 산후조리원 등에서 집단 감염이 꾸준히 발생한다. 법정 감염병으로 지정된 이유다. 주로 대변이나 입을 통해 감염된다. 1~3일 간 잠복기를 거친 후 구토와 발열이 생기고 5~7일 동안 설사를 심하게 한다. 로타바이러스 장염은 다른 장염보다 증상이 더 심하고, 구토와 설사가 더 자주 하기에 탈수 위험이 높다. 로타바이러스 장염에 걸리지 않으려면 음식물이나 장난감, 수도꼭지, 기저귀 교환대 등의 위생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아이들이 모인 집단시설에서는 액체 분유를 사용하는 게 바이러스 감염 예방에 도움된다. 다만 바이러스 입자가 10개만 몸에 들어와도 감염될 정도여서 개인 위생 관리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치료제가 없기 때문에 세계보건기구(WHO)는 생후 6주 이후 가능한 한 빨리 로타바이러스 백신을 접종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2016년 겨울 AI 확산으로 1조원 피해
최근엔 중국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확산되면서 국내 축산농가도 긴장하고 있다. ASF는 돼지에서 생기는 바이러스성 출혈성 열성 전염병이다. 치료제나 백신이 개발돼 있지 않은 데다 일단 발병하면 치사율이 100%에 달해 양돈산업에 막대한 피해를 준다. 8월 3일 중국 랴오닝(遼寧)성 선양시에서 최초 확인된 후 중국 전역으로 퍼지고 있다. 아프리카에서 발생한 돼지열병은 유럽과 러시아를 거쳐 중국으로 유입됐다. 유엔은 돼지열병이 중국을 넘어 한반도와 동남아시아로 전파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내에도 최근 중국에서 반입한 순대·소시지·만두 등 돈육가공품에서 아프리카 돼지열병 바이러스 유전자가 검출되고 있다. 정부는 아프리카 돼지열병 국내 유입을 막기 위해 외국에서 돼지고기나 돈육가공품을 들여오는 것을 자제해달라고 당부하고 있다.
- 함승민 기자 s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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