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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해 현장의 따뜻한 희망 메시지

재해 현장의 따뜻한 희망 메시지

국제위러브유운동본부, 라오스 수해지역에서 무료급식봉사·위러브유학교 개설·환경정화 등 구호활동으로 현지 주민 아픔 달래
“한 달 내내 실종자 수색과 시신수습이 전부였다. 복구 작업은 엄두도 못 낸다. 아타프에서 오는 길이 험한 데다 나무 다리가 3개 있는데 대형 트럭이나 중장비는 건널 수도 없다. 댐 붕괴 이후 아직까지 구조대가 접근조차 할 수 없는 마을도 많다.” -라오스 재난대책본부 관계자 지난 7월 23일 라오스 남동부 아타프주에 있는 세피안-세남노이 수력발전소 보조댐이 붕괴했다. 50억㎥ 진흙물이 보조댐 아래 있는 13개 마을을 덮쳐 사망 36명, 실종 97명, 그리고 6000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지난 8월 27일 현재). 급기야 라오스 당국은 물과 진흙이 빠질 때까지 실종자 수색과 구조를 잠정 중단한다고 8월 27일 발표했다. 구호와 복구 작업에 힘쓰겠다는 계획이다.OECD 자료(2015년)에 따르면 미국·스웨덴 같은 서구사회에서 인도주의나 자선단체의 봉사활동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이번 라오스 댐 붕괴 참사 현장에도 여러 국가에서 온 단체들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그중 복지단체 국제위러브유운동본부(회장 장길자, 이하 위러브유)의 활동이 돋보인다. 그들은 국내는 물론 해외 어디든 재난의 현장에 달려가 따뜻한 구호의 손길을 내민다. 눈에 띄지 않는 뒷골목 청소부터 생명을 위협하는 재난 현장까지 한결같이 능동적으로 앞장선다. 어려움에 처한 이웃이 웃음을 되찾을 수 있을 때까지 말이다.

댐 붕괴 참사를 접한 위러브유 라오스 지부는 지원활동 계획부터 세웠다. 그들은 “힘들고 지칠 때 나를 위로해주는 이가 있다면 바로 어머니일 것”이라며 “그런 마음으로 수재민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기 위해” 한마음으로 봉사에 뜻을 모았다. 그리고 곧바로 사전답사를 위해 사고현장으로 달려갔다.



“급식봉사를 하면서 이재민들의 안부를 묻다 보니 하나둘 사연도 알게 됐다. 사랑하는 자녀가 물살에 휩쓸려가는 모습을 속수무책으로 바라봐야 했던 아빠, 오로지 아이를 살려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는 엄마, 온 가족을 모두 잃어 하루아침에 고아가 된 아이, 실의에 빠진 아빠를 위해 급식을 받으러 오는 아이 등 저마다의 고통과 슬픔에 빠진 이야기를 듣고 더 마음을 다했다.” -위러브유 봉사자위러브유 라오스 지부 봉사자들은 수도 비엔티안에서 차를 타고 일반 도로를 17시간, 비포장도로를 1시간 30분 달려 목적지인 사남사이시의 한 대피소에 도착했다. 현장 관계자와 면담하고 가장 시급한 지원사항부터 파악에 나섰다. 위러브유 회원들은 “피해민들에 대한 구호 활동이 절실한 상황이었다”며 “가장 피해가 컸던 마이·코콩 마을 주민 1700여 명과 타힌·힌랏·타셍찬·사몽마을 주민 1800여 명이 대피소에서 지내고 있었다. 사전답사 때 살펴보니 급식이 많이 부족해 보였다”고 전했다.

현장에 도착한 위러브유 회원들은 마을 아래쪽 중고등학교 운동장 한편에 마련한 무료급식캠프에 화덕 6개를 만들었다. 매주 일요일 250㎞ 떨어진 팍세에서 구입한 신선한 식재료로 이재민을 위한 음식을 매일 정성껏 요리했다. 그동안 기름기 많은 볶음밥이나 면류를 비닐봉지에 담아 뜨거운 물을 부어 먹었던 주민들이 배앓이로 고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위러브유 회원들은 라오스 전통국수와 아이들을 위한 간식도 마련했다. 이동이 불편한 주민에게는 회원들이 직접 음식을 가져다주기도 했다. 매일 이렇게 새벽 5시부터 밤 11시까지 하루 18시간씩 누구 하나 힘든 내색도 없이 웃는 얼굴로 급식봉사를 했다. 그 덕분에 하루 최대 2000여 명이 위러브유 캠프를 찾았다. 위러브유는 한 달간 총 4만1000여 명분의 식사를 제공했다.

“아이들의 웃음으로 어른에게 조금이나마 희망을 주고 싶었다. 아이들이 웃자 지켜보는 부모들도 웃기 시작했다. 눈물을 훔치는 아버지도 있었다.” -위러브유 관계자이재민 중에는 어린이가 많았다. 이에 가족을 잃고 두려움과 불안에 떠는 아이들을 위해 ‘위러브유학교’를 개설했다. 잃어버린 웃음을 되찾아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회원 중에 전직 교사, 행사진행 전문가 등이 있어 수업을 원활히 진행할 수 있었다. 선생님들과 함께 노래 부르고 율동하며 아이들은 점차 동심을 되찾을 수 있었다. 영어도 배우고 예절도 익혔다. 식사 전후 손 씻기, 양치질하기, 쓰레기 분리수거 등 생활 속 전염병 예방법도 아이들에게 유익한 교육이었다.

이렇게 매일 2회 총 4시간 30분씩(오전 2시간 30분, 오후 2시간) 아이들과 시간을 보낸 위러브유 회원들은 수업이 끝나면 어린이들을 숙소까지 안전하게 바래다줬다. 이 같은 정성에 200명이 넘는 아이들이 수업에 참여했다. 이는 재해를 입은 5개 마을 초등학생 총 인원에 가까운 숫자다. 부모의 손을 잡고 등교하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자녀를 위러브유학교에 맡기고 일을 보는 학부형도 있었다. 위러브유학교는 인근의 고아원 운영단체, 단기 봉사단체, 말레이시아 의료팀에 좋은 본보기가 됐고 이후 라오스 정부와 유엔이 협력해 학생 교육용 천막 3동을 설치하는 발판이 됐다.

“대규모 봉사단체 위러브유가 수재민을 위해 무료급식, 재해지역 복구작업, 배수로 정비, 구호품 정리 지원, 어린이를 위한 위러브유학교 개설 같은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 라오스 국영 뉴스통신 KPL위러브유는 댐 붕괴 홍수로 집과 가족을 잃은 이재민에게 ‘웃음’과 ‘희망’을 주기 위해 노력했다. 사남사이 앞 세콩강이 범람해 도로가 침수되고 정전으로 칠흑같은 어둠이 이어졌다. 엎친 데 덮친다고 추가 홍수 우려에 밤잠을 설치는 날도 많았다. 다른 댐이 무너졌다는 헛소문까지 퍼지면서 이재민의 불안감은 더욱 커졌다. 그런 와중에 무료급식캠프와 위러브유학교는 봉사를 시작한 지 10일 만에 지방자치단체의 이동 통보를 받고 위쪽 초등학교로 옮겨야 했다. 하지만 어린이들은 3㎞나 되는 거리를 걸어 날마다 학교를 찾았다. 아홉 살 소년 워라봉의 누나와 동생 세 남매는 위러브유학교가 철수할 때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수업에 참여했다. 가족을 잃고 실어증에 걸린 아이가 위러브유 회원들의 정성 어린 손길에 웃음과 건강을 되찾은 사례는 현지에서 기적으로 회자됐다.

사남사이에 상주하며 이 같은 상황을 지켜본 현지 언론과 외신 기자들은 위러브유 캠프를 방문해 취재 경쟁을 벌였다. 지난 8월 29일과 30일에는 아타프 주지사와 사남사이 시장이 위러브유에 잇따라 표창장을 수여했다. 렛 사이아폰 아타프 주지사가 김용완 위러브유 라오스 지부장에게 전달한 표창장에는 ‘홍수로 피해 입은 수재민을 위한 봉사활동 공로가 크다. 여러분의 선한 행실을 우리 주 역사에 남긴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라오스에 대한 위러브유의 지원이 이번 댐 참사만은 아니다. 단체는 2010년 물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라오스 반눈마을에 물펌프를 설치했다. 지난 4월에는 ‘제19회 새생명 사랑 가족걷기대회’를 서울 월드컵공원 평화광장에서 개최했다. 1만3000여 명이 참여한 이 행사로, 라오스를 비롯해 온두라스·인도·파키스탄·네팔·가나 등 20개국에 교육시설·물품 및 교육활동을 지원했다. 2002년 시작된 이 걷기대회에 지금까지 무려 20만 5000여 명이 참가했다. 총 인원이 걸은 거리를 합하면 지구 12 바퀴 반을 돈 것과 같다. 위러브유는 재난이 발생했을 때만 반짝 구호활동을 펼치지 않는다. 매일 이웃들을 살피며 기쁠 때나 슬플 때나 함께한다. 네팔 지진피해복구 등 재난구호를 비롯해 의료·교육 지원, 복지시설·소외이웃 지원, 전 세계 헌혈하나둘 운동, 난민 지원, 물부족국가 물펌프 지원, 전 세계 클린월드운동 등의 활동을 지속적으로 한다. 물론 국내의 어려운 이웃에게도 관심을 쏟는다. 지난 걷기대회 때도 복지소외가정과 다문화 가정 115세대에도 의료비와 생계비를 전달했다.

이 같은 범세계적인 복지활동은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UN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이하 UN SDGs) 이행에도 기여한다. UN SDGs는 2015년 유엔 총회에서 193개국이 채택한 의제로 2030년까지 시행하려는 유엔과 국제사회의 최대 공동목표다. 인류의 보편적 문제(빈곤, 질병, 교육, 여성, 아동, 난민, 분쟁 등), 지구환경 문제(기후변화, 에너지, 환경오염, 물, 생물다양성 등), 경제사회 문제(기술, 주거, 노사, 고용, 생산 소비, 사회구조, 법, 대내외 경제 등) 해결을 위한 17개 주목표와 169개 세부목표로 구성됐다.

“위러브유! 위러브유!” - 사고 현장 어린이들
지난 7월 집중호우로 도시 대부분이 침수된 일본 오카야마현 구라시키시에서 위러브유 회원들이 구호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들은 피해가 가장 큰 마비 지구를 찾아 생필품을 지원하고 대피소 곳곳을 청소했다. / 사진:INTL.WELOVEU FOUNDATION
위러브유 캠프는 건강한 음식과 사랑이 가득한 안식처였다. 또한 아이들을 보살피는 탁아소이자 교육으로 희망을 주는 학교였다. 주민들은 자선단체가 구호품으로 생수를 지원하면 “위러브유에 먼저 전해달라”며 자신들보다 회원들을 먼저 챙겼다. 또 위러브유 회원들을 보면 언제 어디서나 “위러브유!”를 외치며 미소로 반겼다. 모든 걸 잃었지만 온정만은 잃지 않았던 그들이 위러브유에 해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었다. 그렇게 사랑과 배려는 재난 현장에 새로운 삶의 희망을 싹 틔웠다.

그러는 사이 찾아온 이별의 시간, 서운함에 표정이 굳어진 어른부터 눈시울을 붉히는 아이까지 수백 명이 숨죽이며 한곳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들의 눈길이 머무는 곳에는 정든 사람들이 짐을 챙기고 있었다. 위러브유 캠프가 철수할 시간이다. 몇몇 아이들이 울음을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힘들었던 이재민에게 위러브유 캠프는 어머니의 따뜻한 품이었다. 그때 한 아이가 소리친다. “위러브유! 위러브유!”

위러브유 회원들은 남을 위해 봉사하는 것보다 더 많이 그들에게 사랑을 받는다. 그리고 그 사랑을 또다시 누군가에게 나눠준다. 사랑과 봉사는 주면 줄수록 더 커져 되돌아 오기에 나눔을 멈출 수가 없다. 오는 연말에는 ‘어머니 사랑의 김장나누기’와 ‘새생명 사랑의 콘서트’도 예정돼 있다. 위러브유 회원들 그리고 재난 현장의 주민들이 외치는 ‘We Love U’는 내가 아닌 ‘우리’가 70억 세계인 한 명 한 명을 사랑하고 아낀다는 말이다. 모두가 함께하는 ‘우리’는 상상할 수 없는 큰 힘을 발휘한다. 위러브유가 고통에 시달리는 이 세상을 바꿔나갈 수 있는 이유다.
 [박스기사] 일본 재난지역에도 구호 손길
지난 7월초 일본에서 발생한 기록적인 폭우로 오카야마현 구라시키시의 주택 4,600여 채가 물에 잠겼다. 하지만 폭염과 연이은 태풍으로 재난 발생 두 달이 되도록 복구작업이 지지부진했다. 8월 30일 도쿄·삿포로·사이타마·후쿠오카 지역의 위러브유 회원 65명이 이재민을 돕고자 현장으로 달려갔다. 위러브유 일본 지부 관계자는 “국가적 재난에 온 국민이 마음을 모으고 있으니 힘내라”고 격려했다.

회원들은 구라시키 시내에서 가장 피해가 컸던 마비 지구를 찾아 생필품을 지원했다. 또 이재민의 건강과 위생을 위해 대피소 곳곳을 청소했다. 쓰레기를 치우고 대피소 내 거미줄을 제거했으며 창틀과 형광등의 먼지를 털었다. 또 손걸레로 바닥과 계단을 닦고 화장실 청소를 하는 등 구슬땀을 흘렸다. 이뿐 아니라 이재민들의 고통에 귀 기울이고 진심 어린 위로를 전했다.
 [박스기사] ‘효’ 주제 인성교육
‘전세계 헌혈하나둘운동’은 국제위러브유운동본부가 진행하는 주요 행사 중 하나다. 혈액이 부족해 생명이 위험한 사람을 살리는 일은 오직 헌혈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그렇기에 위러브유의 단체헌혈은 더욱 가치를 더한다. / 사진:INTL.WELOVEU FOUNDATION
위러브유는 청소년이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고 바른 인성과 품성을 함양하도록 돕고자 ‘효’를 주제로 한 인성교육을 마련했다. 지난 8월 한 달간 서울·인천·대전·광주·춘천·수원에서 청소년과 학부모 총 2027명이 참석한 가운데 대학교수, 정치학회 명예이사, 지역 미래연구소 원장, 한국인성개발원 지부장 등이 강사로 나섰다. 한국외대에서 개최된 특강에서 김승호 한국정치학회 명예이사는 ‘자식이 효도하면 어버이가 즐겁고 가정이 화목하면 만사가 태평이다(子孝雙親樂 家和萬事成)’는 경구를 언급하며 “급변하는 4차 산업 시대지만 자녀가 부모를 공경해야 하는 명제는 인류의 변함없는 가치”라고 강조했다.
 [박스기사] 생명나눔운동 ‘헌혈’
매년 7~8월에는 혈액 보유량이 부족하다. 주요 헌혈자 연령대가 10~20대인데 고등학교·대학교가 방학에 들어가면 헌혈이 급격하게 줄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위러브유의 헌혈행사는 혈액 수급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전 세계 헌혈하나둘운동’은 위러브유가 설립 초기부터 진행해온 생명나눔운동이다. 2004년 시작돼 그동안 157회, 3만7000여 명이 참여했다. 지난 8월 한 달 동안 서울 2곳을 포함해 부산, 대구, 울산에서 헌혈행사가 열렸다.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개최한 이 행사에 332명이 참여했다. 정성녀 서울남부혈액원 과장은 “저출산으로 헌혈자는 줄어드는데 고령화로 혈액이 필요한 사람은 늘고 있다”며 “지속적인 단체헌혈은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번 헌혈이 15번째라는 대학생 이현규(21) 씨는 “헌혈은 돈이 많이 드는 것도, 힘이 많이 드는 것도 아니다. 혈액을 기증하면 다른 사람의 생명을 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 서정현 뉴스위크 한국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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