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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데이비슨의 비현실적인 비전

할리데이비슨의 비현실적인 비전

새 라이더 200만 명 유치하고, 해외판매 확대하고, 10년간 신모델 100종 출시한다는 계획은 과거 계획의 재탕인 듯
할리데이비슨은 신형 바이크의 가격을 높게 책정해 이익마진을 지키기로 유명하다 / 사진:NAM Y. HUH-AP-NEWSIS
할리데이비슨(이하 할리)은 지난 7월 ‘할리가 나아갈 길을 늘리자(More Roads to Harley-Davidson)’는 전략 로드맵을 발표했다. 그들이 흥미로운 진로를 다수 선택하려는 모양이지만 필시 그 목표가 얼마나 현실적인지 투자자에게 궁금증을 남길 듯하다.

그 여러 항목의 계획은 그들 브랜드에 라이더 200만 명을 새로 끌어들이고, 해외 판매를 전체 판매량의 절반까지 확장하고, 10년 동안 신모델 100종을 출시한다는 비전을 달성하려는 취지인 듯하지만 과거 할리가 내놓았던 계획의 재탕처럼 보인다.

물론 그 계획에는 일부 눈길을 끄는 내용도 있었다. 예컨대 내년 라이브와이어 전기 바이크의 출시, 그리고 어드벤처 투어링과 스트리트파이터 바이크 시장 진출의 뒤를 잇게 될 페달 부착 전기 자전거 등이다(어드벤처 투어링은 장거리 투어링과 오프로드 주행에서 성능을 발휘하도록 설계된 바이크, 스트리트파이터는 흔히 불필요한 장비를 벗겨낸 공격적인 스타일의 스포츠 바이크다. 한편 바이크는 엔진 유무 상관없이 이륜차를 통칭한다). 그러나 여전히 헤비급 바이크가 많은 노력의 핵심을 이루는 듯하다.
 대형·소형 전기 바이크
할리는 소형 전기 바이크로 로얄 엔필드가 사실상 독점하는 인도 시장을 겨냥한다. / 사진:GETTY IMAGES BANK
할리는 맨땅에서 고성능 전기 바이크 시장을 창조하려 한다. 지난해 미국과 유럽에서 팔린 전기 바이크는 1000대도 안 된다고 로드맵에서 시인하면서도 일차적으로 그 시장을 겨냥한다. 이 분야에선 완전 무명 브랜드인 탓에 판매가 쉽지 않을 것이다. 1회 충전 주행거리에 관한 우려 외에도 그들의 핵심 고객층은 전기 바이크에 관심을 보일 가능성이 희박하다. 그리고 그 자전거의 표적 소비자층인 환경의식 강한 밀레니엄 세대 라이더는 할리를 자신들의 브랜드로 여기지 않을지도 모른다.

할리가 구상한 스쿠터와 페달 부착 전기 자전거는 몇 년 뒤 출시할 예정이지만 일차적으로 구매자가 그런 제품에 더 익숙한 외국 시장을 겨냥하게 된다. 나쁘지 않은 선택이지만 여전히 나름의 문제를 안고 있다.

예컨대 소형 전기 바이크는 로얄 엔필드가 사실상 독점하는 인도 시장을 겨냥한다. 로얄 엔필드의 연간 판매대수는 70만 대를 넘어 할리데이비슨·KTM·BMW·트라이엄프·두카티의 판매량을 모두 합친 규모와 비슷하다. 할리는 그 뒤 아시아의 다른

신흥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지만 전기 바이크를 원하는 구매자가 할리를 선택하리라 단정할 만한 이유가 없다. 로드맵이 지적하듯 그 지역에선 중소형 전기 바이크가 수백만 대 팔려나갔다.
 진입하기가 쉽지 않은 시장
2종의 신형 어드벤처 투어링 바이크 신모델에도 비슷한 문제가 존재한다. 첫째, 할리는 이들을 중형급 바이크로 마케팅하지만 배기량 975~1250cc 엔진을 가진 오토바이를 중형급 바이크로 간주하는 기업은 할리뿐이다.

할리의 중형 모델 팬 아메리카도 현재 MBW와 KTM이 지배하는 분야에 진입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연료통에 할리 로고를 붙인다고 고객에게 갑자기 구매욕구가 생기지는 않는다. 마찬가지로 할리 입장에선 경험이 거의 없는 탓에 선도적인 지위를 기대할 수 없는 시장이다. 진정한 중형급 어드벤처 투어링 바이크인 410cc 히말라얀을 보유한 로얄 엔필드 같은 기업과 경쟁할 때는 더욱 그렇다.

스트리트파이터 바이크 시장도 그 공간에서 신뢰를 쌓지 못한 할리에 똑같은 문제를 안겨준다. 할리는 MV 아구스타, 뷰엘 등의 스포츠 바이크 브랜드를 선보였다가 큰 낭패를 봤다. 하지만 할리는 500~1250cc의 배기량을 가진 신형 바이크 9종뿐 아니라 비슷한 배기량을 가진 맞춤 바이크 5종도 함께 출시할 예정이다. 할리는 또한 “계획 중인 아시아 제조업체와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250~500cc의 소배기량 바이크를 개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실현 가능성이 불확실한 목표
분명 할리가 고급 아닌 시장에 관심이라도 갖는다는 사실은 환영할 만한 파격이다. 구매자가 그들의 거대한 헤비급 모델 외의 옵션을 찾고 있음을 이해한다는 신호다. 하지만 그 계획에는 증분수익(대체품의 수익 증가분)을 15억 달러, 영업이익은 2억5000만 달러나 창출한다는 그들의 기대를 비현실적으로 만드는 다른 문제들이 있다.

가격책정이 그중 하나다. 신형 바이크의 가격은 밝히지 않았지만 할리는 가격을 높게 책정해 이익마진을 지키기로 유명하다. 통상적으로 할인판매를 하지 않는 까닭이기도 하다. 딜러들이 4년간의 매출감소로 고통받는 상황에서 조정할 만한 마진의 여지가 거의 없는 저가 바이크를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할리 바이크의 가격이 적당하지 않다면 앞으로 그들의 성공에 필수적인 차세대 바이커를 끌어들이기가 어렵다.

할리가 크롬색 대형 바이크의 고정관념에서 마침내 탈피했다는 점은 칭찬 받을 만하다. 그러나 이번에 발표한 로드맵이 미래 발전을 위한 현실적인 청사진일지는 의심스럽다. 투자자는 성장을 향해 나아갈 확실한 진로라고 보지 않을 수도 있다.

- 리치 듀프리 모틀리 풀 기자



※ [이 기사는 금융정보 사이트 모틀리풀에 먼저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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