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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경협 호재에 몸값 오르는 종목은] 도시개발·화장품株 입가에 미소

[남북경협 호재에 몸값 오르는 종목은] 도시개발·화장품株 입가에 미소

자산운용사, 2세대 통일펀드 출시…회담 성사만으로는 주가 상승 어려워
현대제철이 비주력 사업인 철도레일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지난 9월 18~20일 평양에서 열린 남북 정상회담에서 남한과 북한을 잇는 동해·서해선 철도, 도로 연결을 위한 착공식을 연내에 갖기로 하면서다. 현대제철은 국내 유일의 철도 레일 업체이자 철근·형강 1위, 강관 2위 업체로 북한 철도·인프라 확충 때 직접적인 수혜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이다.

경의선은 서울과 신의주를 잇는 길이 518.5㎞ 복선철도, 경원선은 서울과 원산을 잇는 223.7㎞의 복선철도다. 동해선은 부산에서 출발해 강릉을 거쳐 북한 원산과 나진을 지나는 철도망으로, 450㎞의 복선철도다. 이종형 키움증권 연구원은 “남북경협에 따른 철도, 인프라 투자, 러시아 가스관 사업 등에서 현대제철은 국내 철강 업체 중 가장 큰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키움증권은 이 회사의 목표주가로 6만6000원을 제시했다. 현대제철 주가는 9월 27일 종가기준으로 5만7300원이다.

이번 3차 남북 정상회담에서는 비핵화 의지를 보인 것을 비롯해 군사적 적대관계 종식, 남북 교류협력사업 등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남북관계 개선은 남북경협주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이번에도 남북 철도연결 테마주인 푸른기술이 9월 20일 전날보다 7% 넘게 상승했다. 또 다른 철도 관련주인 현대로템은 20, 21일 이틀 동안 7% 넘게 올랐다. 남광토건(2%)·쌍용양회(6%)도 상승했다.
 국내 화장품 ODM업체 진출 가능성 커
1, 2차 정상회담 때보다 남북경협 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증권가에서 숨은 남북경협주 찾기가 한창이다. 연내에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커지면서 수혜주 찾기에 더욱 분주하다. 그동안 남북경협 수혜주로 의류·관광·제약·에너지주 등이 꼽혔지만 최근에는 건설·부동산·화장품·면세점 등의 관련주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건설·부동산주가 가장 먼저 수혜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토지 매입부터 사업 기획과 설계, 사후관리를 총괄하는 도시개발업체들에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앞으로 신규 경제특구개발사업 때 북한은 자체적으로 발주할 자금이 부족하다”며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부담을 덜어줄 HDC현대산업개발·태영건설 등 도시개발 디벨로퍼(부동산개발업체)의 수혜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화장품 업종도 숨은 수혜주로 지목되고 있다. 남북경협을 개시할 경우 빠르면 내년 상반기 안에 화장품 업종이 북한 시장에 진출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탈북자들에 따르면 신흥 부유층 여성들은 중국 랴오닝성 단둥시 백화점까지 원정쇼핑을 가서 한국 화장품을 구매할 정도로 북한에서 한국 화장품 인기가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가 펴낸 [북한 여성과 코스메틱]을 보면 북한 화장품시장 규모는 2016년 7200만 달러(약 800억원)로 추산됐다. 남한에 비하면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북한은 화장품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다”라며 “한국 브랜드는 높은 구매 로열티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산 화장품의 공개적 수입 허용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한국콜마나 코스맥스와 같은 제조업자개발생산(ODM) 업체가 진출할 가능성이 크다. ODM업체의 선진 기술을 통해 북한 화장품의 품질 개선과 더불어 북한 노동자들의 직접 고용을 통해 고용 개선 효과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남북경협 수혜주가 늘면서 다양한 업종에 투자하는 통일펀드도 주목받고 있다. 자산운용사들은 기존 1세대 통일펀드를 재정비하거나 새로운 2세대 통일펀드를 선보이고 있다. 지난 6월 BNK자산운용은 남북관계 개선으로 수혜가 예상되는 종목에 투자하는 통일펀드 ‘BNKBraveNewKorea증권투자신탁1호(주식)’를 출시했다. 이 펀드는 남북 경제협력, 남북 경제통합, 북한 내수시장을 선점하는 국내 기업과 통일 때 투자가 확대될 기업 등 4개 테마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로 구성했다. 기존 1세대 통일펀드는 대부분 인프라와 철도 등의 종목에 한정됐던 것과는 다르다. 남북관계 개선이 단기 이벤트에 그치지 않으리라는 기대감을 반영한 것이다. 삼성자산운용은 대형주와 우량주에 투자한 기존 ‘삼성마이베스트펀드’를 남북경협 수혜주를 발굴해 투자하는 ‘삼성통일코리아펀드’로 리모델링했다.
 수혜 대상 종목들 별 움직임 없어
시장 기대감은 커졌지만 투자자들이 시장을 낙관하기가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전문가들은 학습효과를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한다. 이미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두 차례의 정상회담을 진행했지만, 기대보다 북한 비핵화, 남북경협 협상 등에서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

하인환 SK증권 연구원은 “동, 서해선 철도 및 도로 연결을 위한 착공식을 갖고 조건이 마련되는 데 따라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사업을 정상화하기로 했다”며 “1, 2차 정상회담보다 더 구체화됐으나 이미 주식시장에선 ‘개성공단 관련주’, ‘금강산 관련주’와 같은 테마로 반응하고 있었던 만큼 별로 새롭지 않았다”고 말했다. 여기에 아직 북미 정상회담이 남아있는 데다 유엔의 대북 제재 해제, 비핵화 구체화 등 변수도 여전하다.

‘이미 많이 올랐다’는 시장의 평가가 주가에 반영됐다는 분석도 있다. SK증권에 따르면 남북 경협주는 연초 이후 9월 19일까지 평균 63% 상승했다. 경협주로 분류한 44개 종목의 시가 총액 합계는 연초 대비 63% 증가했다. 연초 대비 100% 이상 상승한 종목은 12개, 50~100% 상승한 종목도 9개에 달한다. 정훈석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남북 해빙 무드로 인한 경제협력 기대감으로 급등세를 보인 종목들은 ‘소문에 사고 뉴스에 팔아라’라는 격언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남북 정상회담이 열린 9월 18일 차익 매물이 쏟아지면서 대부분 하락세로 장을 마감했다. 대표적 경협주 중 하나인 현대건설은 이날 종가가 전날보다 2.47% 하락한 6만 7000원이었다. LS는 0.57%, GS건설은 2.08%, 아세아시멘트는 4.14%의 하락률을 기록했다. 증권가에서는 그간 기대감에 힘입어 상승세를 이어왔던 경협주가 실제 남북정상회담 개최 이후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지며 하락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북한의 비핵화는 긴 여정인 만큼 남북 경협주에 투자하고자 한다면 시기별, 단계별로 구분해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 김성희 기자 kim.sung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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