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범사에 감사!”

“범사에 감사!”

베스트셀러 작가 A. J. 제이콥스, 살아가는 데 없어서는 안 될 뭔가에 관여한 모든 사람에게 감사하는 책 펴내
제이콥스는 콜롬비아의 커피 농부를 비롯해 자신이 ‘생스 어 사우전드’에서 언급한 사람들을 직접 만나 감사 인사를 전했다. / 사진:SIMON & SCHUSTER, COURTESY OF A.J. JACOBS
베스트셀러 작가 A. J. 제이콥스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는 아니지만 저녁 식사를 시작하기 전 가족의 한끼를 위해 애쓴 모든 사람에게 감사하는 기도를 한다. 채소를 기른 농부, 그것을 상점까지 운반한 트럭 기사, 슈퍼마켓에서 그 채소를 살 때 도와줬던 계산원 등등. 그럴 때마다 그의 세 아들은 아버지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는다.

하루는 막내 아들이 “아빠, 그 사람들은 이 기도를 못 듣잖아요”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듣고 곰곰이 생각하던 제이콥스는 자신의 감사 기도가 다소 형식적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그는 그것을 더 충실하게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일상에서 마주치는 모든 것에 수많은 사람의 노력이 깃들었으며 그들 중 대다수는 우리가 의식조차 못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제이콥스는 자신이 살아가는 데 없어서는 안 될 뭔가에 관여한 모든 사람에게 감사하기로 작정했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그의 6번째 책 ‘생스 어 사우전드(Thanks a Thousand)’다. 제이콥스는 뭐든 대충 하는 법이 없다. 2007년 베스트셀러 ‘미친 척하고 성경 말씀대로 살아본 1년(The Year of Living Biblically)’을 쓸 때는 365일 동안 구약의 계율대로 살았다. 당시 그는 록 밴드 ZZ톱처럼 수염을 기르고 양을 제물로 바치기도 했다.

지난해 그 후속편으로 내놓은 책 ‘모두가 친척(It’s All Relative, 가제)’의 목표는 지구상의 모든 사람이 서로 연관됐기 때문에 함께 어울려 잘 살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세계 최대의 가계도를 완성했다. 일례로 거기엔 테드 크루즈 미 상원의원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먼 친척과 결혼했다는 것까지 표시돼 있다. 제이콥스는 이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사상 최대의 가족 모임을 개최했다. 1964년 뉴욕 세계박람회가 열렸던 장소에서 개최된 이 파티에는 4000명이 참석했으며 시스터 슬레지가 ‘We Are Family’를 불렀다.

제이콥스의 책들은 착상이 기발하지만 감동적이고 재미있다. 사람들을 지배하고 갈라놓는 도덕적 원칙의 매듭을 푸는 데 전념하는 제이콥스는 도덕철학계의 후디니(밧줄 빠져나오기 기술자)다. “‘생스 어 사우전드’의 더 큰 주제는 하나의 물건을 만들어내는 데 지구상의 수많은 사람이 관여한다는 것”이라고 제이콥스는 말했다. “이런 사실은 종족중심주의와 고립주의가 갈수록 고개를 드는 요즘 우리 모두가 서로 얼마나 연관됐는지를 상기시킨다.”

제이콥스가 이 감사의 순례를 시작한 뉴욕 어퍼 웨스트 사이드의 커피숍 ‘조 커피’에서 그를 만났다. 제이콥스는 자신이 기본적으로 짜증을 잘 내고 참을성 없는 성격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쓴 모든 책은 어느 정도 그 끊임없는 불안을 잠재우려는 노력과 관련 있다. 그의 내면에 자리 잡은 래리 데이비드(코미디언)와 미스터 로저스(미국 어린이 TV 프로그램에서 기독교 가치관을 강조한 캐릭터) 사이의 싸움이랄까? 제이콥스는 “대체로 데이비드가 우세하다”면서 “삶을 살아가는 재미있는 방식이긴 하지만 정신건강엔 그다지 좋지 않다”고 말했다.

성경 말씀대로 산 1년은 그에게 모든 순간을 축복으로 여기는 감사의 정신을 가르쳐줬다. “어느 날 엘리베이터의 버튼을 눌렀을 때 엘리베이터가 도착하자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그는 말했다. “그 다음엔 그것이 땅에 떨어져 쇄골이 부러지지 않은 게 또 감사했다.”

제이콥스는 ‘생스 어 사우전드’ 말미에서 1000명에게 감사 메시지를 보낸다. 17세기에 가톨릭 신도들에게 커피 마시는 것을 승인했다고 알려진 교황 클레멘트 8세도 거기 포함됐다. 제이콥스의 감사 순례는 조 커피의 바리스타로부터 시작한다. 책이 끝나갈 무렵 그는 콜롬비아 산속의 커피 농가에서 그 가족과 함께 커피 원두를 딴다.그가 감사 메시지를 보낸 상대 중엔 트럭 기사, (카페) 위생검사관, 철강 공장 근로자, 커피 원두 부대를 담아 나르는 화물운반대 제조업체도 있었다. 제이콥스는 “화물운반대가 이렇게 고마운 건지 예전엔 몰랐다”면서 “미국 목재의 46%가 화물운반대를 만드는 데 쓰인다”고 말했다.

제이콥스는 열정과 독창성이 빛나는 사람들에게 무척 감동 받는다. 뜨거운 음료가 담긴 종이컵에 씌우는 슬리브(자바자켓)를 개발한 제이 소렌슨이 한 예다. “수십억 개의 손가락을 극도의 불편함에서 구해준 이 작은 도구가 뜨거운 커피에 손가락을 델 뻔했던 한 남자의 아이디어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이 마음에 든다”고 제이콥스는 말했다. “대형 식품업체의 연구개발 부서가 아니라 평범한 남자의 아이디였다니. 지금도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게 정말 기쁘다.”

제이콥슨은 상대를 직접 만나거나 전화, 이메일, 손으로 쓴 쪽지 등을 통해 감사를 표했다. 그러면 감격해서 그를 포옹하는 사람부터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해하는 사람까지 반응이 다양했다. 그는 해충구제 회사에 전화해 응답하는 여직원에게 “커피 원두가 보관된 창고에서 해충을 없애줘 고맙다”고 말했다. 그녀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면서도 재미있는 듯 그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줬다. 그러고는 “천만에요”라고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감사를 좋은 것으로 받아들이진 않는다. 작가 겸 정치운동가 바버라 에런라이크는 2016년 뉴욕타임스에 이렇게 썼다. ‘감사는 기본적으로 이기적인 것이다. 미국 근로자를 현실에 만족하도록 만들려는 우익의 음모다. 예를 들면 월마트 종업원들이 최저임금에도 감지덕지하도록 만든다는 말이다.’

제이콥스는 행동이 사고를 형성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그는 매사에 감사하려면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단 그는 정말 감사한 마음이 들 때까지 시늉이라도 한다. 책에는 그가 엑슨의 CEO에게 내키지 않는 감사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심리학자를 찾아가 상담받는 대목이 나온다. “어려운 일이었다”고 제이콥스는 말했다. “조 커피에 원두를 배달하는 트럭들은 엑슨의 석유를 사용한다. 하지만 난 이 회사가 인류를 환경 재앙으로 몰고 가는 데 일조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탐탁하지 않다.” 심리학자는 이 문제에 그럴 듯한 해결책을 제시했다. ‘그 CEO에게 감사하면 그가 행복해질 것이고, 그가 행복해지면 세계를 약탈해 수십억 달러를 버는 대신 사회에 이롭게 행동할지 모른다.’ (제이콥스는 이런 사고방식을 아돌프 히틀러에게까지 적용할 수는 없지만 아이디어를 얻을 수는 있다고 말했다.)

우리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제이콥스는 커피 한 잔을 들고 있었다. 그는 커피에 우유를 넣으면서 조 커피의 원두 구매 책임자에게 조용히 사과한다고 말했다. 커피에 우유를 넣어 마시는 건 커피 전문가에겐 일종의 신성모독이기 때문이다. “난 타고난 미식가는 아니다”고 제이콥슨은 말했다. “하지만 이 커피 한 잔을 만들기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과 많은 사람의 손길이 더해졌는지 알기에 요즘은 2초 동안 시간을 내 그 신맛과 단맛, 질감을 음미하려고 노력한다.”

- 메리 케이 실링 뉴스위크 기자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의협, 전국 6곳서 촛불집회...“전공의·의대생 외로운 싸움 안돼”

2주총 하루 앞둔 아워홈, ‘남매갈등’ 격화...장녀 “대표이사직 오르겠다”

3주가 급등한 SK, 자사주 69만주 소각…매입가 기준 1200억원 규모

4“‘천비디아’의 힘”…서학개미 1위 ‘테슬라’에서 ‘엔비디아’

5넷마블의 비밀병기 ‘레이븐2’는 어떤 게임?

6겨우 숨돌린 조선업계, 눈앞에 놓인 ‘노조 리스크’에 다시 ‘살얼음판’

7하이브 “법원 판단 존중, 임시주총서 ‘민희진 해임’ 찬성 안할 것”

8“고객중심 외치는 ‘보람상조’”…직영 서비스 강화로 책임경영

9尹 “2032년 달에 탐사선 착륙…, 2045년 화성에 태극기 꽂겠다"

실시간 뉴스

1의협, 전국 6곳서 촛불집회...“전공의·의대생 외로운 싸움 안돼”

2주총 하루 앞둔 아워홈, ‘남매갈등’ 격화...장녀 “대표이사직 오르겠다”

3주가 급등한 SK, 자사주 69만주 소각…매입가 기준 1200억원 규모

4“‘천비디아’의 힘”…서학개미 1위 ‘테슬라’에서 ‘엔비디아’

5넷마블의 비밀병기 ‘레이븐2’는 어떤 게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