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트럼프 어디로] 2020 대선 승리 위해 지구촌 흔들 가능성
[좌충우돌 트럼프 어디로] 2020 대선 승리 위해 지구촌 흔들 가능성
보호무역주의 강화, 시리아·아프가니스탄 철군 등 좌충우돌… 인재 떠나며 고립무원돼 실수 잦아질 수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월 20일로 취임 2주년을 맞는다. 트럼프의 2년은 그야말로 세계를 온통 뒤흔든 혼돈의 시기였다. 미국이라는 나라가 20세기 중반 이후 전통적으로 차지했던 글로벌 경제·안보·정치에서의 위상을 완전히 뒤바꾸는 기간이기도 했다. 트럼프의 이 같은 과격한 행보는 올해에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연초 미·중 무역협상에 이어 4월의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창설 70주년 기념행사가 그를 기다리고 있다. 2019년 글로벌 사회는 트럼프라는 럭비공이 어디로 튀는지에 달렸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트럼프는 취임 후 크게 두 차례 ‘강진’으로 국제질서를 근본적으로 뒤흔들었다. 첫 지진은 2017년 5월 19일~6월 1일에 이르는 중동 순방과 벨기에 브뤼셀의 나토 정상회의 참석, 이탈리아 시칠리아의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 그리고 6월 1일 파리기후변화협정 탈퇴에 이르는 2주였다. 2018년 나토정상회의와 캐나다 G7 정상회의는 그 연장선상에 불과했다. 또 다른 ‘강진’은 지난 12월 동맹국과 아무런 협의도 없이 시리아에서 미군을 철수함으로써 중동의 지정학적 세력 균형을 뒤흔든 일이다. 이 두 가지 사건을 살펴보면 트럼프가 올해 어떤 행동으로 나올지를 예상할 수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2월 19일 내전 중인 시리아에 주둔한 미군을 철수시키겠다고 갑자기 발표한 일은 트럼프가 국제사회에 대한 ‘단견’을 여실히 보여준다. 미국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인 2015년 시리아 동북부 터키 국경지대에 2000여 명의 지상군을 파병해 유지해왔다. 이들은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와 싸우는 쿠르드족 민병대인 시리아민주군(SDF)에 대한 훈련을 주로 맡아왔다. 서구에 테러를 확산하는 IS에 대한 ‘대테러 전쟁’의 연장선상에서의 파병이다. 시리아 파병 미군은 IS와 싸우는 쿠르드족의 안전을 보장하는 인계 철선 역할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런 시리아 파병 미군을 트럼프가 갑자기 철군하기로 한 것이다. 이어 12월 20일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아프가니스탄에서도 주둔 미군의 절반인 7000며 명을 철수하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는 “IS를 상대로 승리했다”며 이를 철군 명분으로 내세웠다.
시리아 철군은 트럼프의 대선 공약이기도 하다. CNN은 트럼프의 철군 결정을 두고 “세계 최강 군사력의 미국이 세계에서 가장 불안한 지역에서 발을 빼기로 한 것으로 이는 동맹을 버리고 해당 지역을 지정학적인 라이벌에 넘기는 것”이라며 “세계사에서도 드문 일”이라고 비난했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후 2년 동안 온갖 혼란·폐해·무책임을 다 봐왔지만 그중에서도 최근 72시간 동안 벌어진 일(시리아와 아프가니스탄 철수와 병력 감축)은 역사적”이라고 대놓고 비꼬았다.
더 큰 문제는 트럼프의 철군 결정 과정이다. CNN에 따르면 트럼프는 미군 수뇌부와도 충분한 논의를 거치지 않고 독단적으로 철수를 결정했다. 특히 12월 14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시리아의 쿠르드 민병대를 상대로 군사행동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 통화가 영향을 끼쳤을 것이란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이에 따라 국제정세에 대한 트럼프의 형편없는 판단력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터키는 자국과 시리아·이라크·이란에 흩어져 사는 쿠르드족이 세력을 확대해 독립국가를 건설하는 시나리오를 경계해왔다. 하지만 미군은 IS 격퇴를 위해 쿠르드족 민병대를 지원한 것은 물론 이들을 훈련하기 위해 지상군 병력을 파병했다. 쿠르드족의 협조를 얻어 테러리즘과의 전쟁을 시리아에서 펼쳐 온 셈이다. 그런데도 트럼프는 미군 수뇌부가 아닌 에르도안의 말만 듣고 시리아 주둔 미군이 위험하다며 철군을 결정했다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철군 결정에서 소외된 것으로 알려진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12월 20일 “동맹 없이는 미국의 이익을 지킬 수 없다”며 사퇴 의사를 밝히는 트럼프에게 편지를 보냈다. ‘IS 격퇴를 위한 글로벌 동맹 담당’ 특사인 브렛 맥거크도 12월 22일 사임 의사를 밝혔다. 미국이 걷잡을 수 없는 리더십 공백 상태에 빠졌다.
또 다른 문제는 ‘동맹 무시’다. 트럼프는 시리아 작전을 함께 펼쳐온 영국·프랑스 등 나토(북대서양 조약기구) 동맹국과 논의를 거치지 않고 독단적으로 철군을 명령했다. 프랑스의 엠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12월 23일 유감 의사를 밝히고 “동맹은 반드시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고 트럼프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트럼프는 이미 2017년 1월 취임사에서 자신의 행동을 예고했다. 그는 이날 “외교와 교역 정책에서 ‘미국 우선주의’를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무역적자를 줄이고, 동맹 체제 내부에서 미국의 부담에 대한 재균형 정책을 추구하는 것을 트럼프 행정부 대외정책의 중심에 두겠다는 의미였다. 그러면서 “모든 국가가 자국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것은 권리”라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급진적인 이슬람 테러리즘에 대항해 문명 세계를 단결시키겠다”라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2017년 1월 23일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추진하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탈퇴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자신의 공약을 거칠게 실행하기 시작했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 중심의 12개국이 참가한 TPP는 미국의 탈퇴로 힘이 빠진 상황이 됐다. 하지만 트럼프는 2018년에는 중국과의 무역분쟁에서 TPP를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는 등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TPP 탈퇴는 이후에 벌어진 사태를 보면 차라리 부드러웠다.
2017년 1월 27일 트럼프는 이란·시리아·리비아·예멘·소말리아·수단 등 6개 주요 무슬림 국가 국민의 미국 여행을 3월부터 6개월 간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종교를 바탕으로 특정 국가의 미국 입국을 금지하는 일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그해 9월에는 수단은 제외하고 차드와 북한을 미국 여행 금지 국가에 포함했다. 베네수엘라 공무원과 그 가족의 미국 입국도 금지했다. 트럼프는 그해 1월에 이민과 관련한 두 건의 행정명령에 추가 서명했는데, 하나는 미국과 멕시코 국경의 일부 구간에 연방기금으로 장벽을 건설하는 내용이다. 다른 하나는 불법 이민자 추방과 관련해 이른바 ‘이민자 보호(피난처) 도시’의 (이민자 인도에 대한) 협조를 강제하는 내용으로 협조를 하지 않으면 연방정부 지원금을 받지 못하게 하는 내용이다. 이민자 보호 도시는 내부 조례 등에 따라 연방이민법을 적용하지 않는 지역을 가리키며 이곳에서는 불법 이민자를 체포하거나 구금하지 않는다. 이민자 보호도시는 1980년대 지역 교회를 중심으로 생기기 시작해 미국 내에 200개가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2017년 5월 8일에는 미국이 국경을 맞댄 캐나다·멕시코와 맺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 불공정하다며 재협상을 지시했다.
2017년 5월 19일 트럼프는 첫 해외 방문에 나섰다. 이 여행은 거대한 폭풍의 시작이었다. 트럼프가 국제사회의 질서와 가치·신뢰 체계를 온통 뒤흔드는 데는 이날부터 6월 1일까지 불과 2주 남짓한 기간이면 충분했다. 독특하게도 그의 첫 방문지는 중동이었다. 트럼프는 5월 19일 이슬람 수니파 종주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 리야드에서 살만 국왕과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를 비롯한 사우디 인사는 물론 아랍과 무슬림 50개국의 지도자들과도 만났다. 5월 22일 유대국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자치지구가 관할하는 요르단강 서안지구를 거쳐 유럽으로 이동해 5월 24일 가톨릭의 본산인 바티칸을 찾았다.
트럼프는 이 중동 순방에서도 글로벌 질서를 뒤흔드는 발언과 행동으로 일관했다. 사우디 아라비아에선 이란을 테러를 돕는 나라라고 맹공했다. 중동에서 친사우디·반이란 정책을 펴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셈이다. 이란은 버락 오바마 정권이 오랜 세월 대화와 협상으로 2016년 1월 국제사회와 함께 성사시킨 핵협상의 당사자다. 협상 결과 이란은 핵 프로그램을 중지하고 국제사회는 이란에 해외 재산 동결을 포함한 경제제재를 풀기로 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란을 테러 국가로 묘사한 트럼프의 사우디 발언은 오바마의 노력으로 모처럼 해빙기를 맞은 이란을 다시 적으로 돌린 것이나 다름없다.
트럼프의 발언은 중동에서 사우디와 이란이 더욱 치열하게 경쟁하는 데 한몫했다. 일부 미국 언론은 사우디를 중동 맹주로 표현하지만 사실 사우디는 이슬람 수니파의 종주국일 뿐이며 또 다른 종파인 시아파의 종주국인 이란과 종파는 물론 지역 주도권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해왔다. 21세기 인류의 비극인 시리아 내전도 사우디의 지원을 받는 수니파 반군과 이란의 밀고 있는 시아파 정부군 간의 대리전 성격이 있다. 민간인 오폭 사건이 줄을 잇는 예멘 내전도 비슷한 성격이다. 다수 시아파 중앙정부가 소수 수니파를 억압하는 이라크도 이란과 시리아의 세력 각축장이다. 그런 중동에선 사우디와 이란, 또는 수니파와 시아파 간의 갈등을 조절하는 것은 평화와 안정을 위해 지극히 중요한 일이다. 트럼프는 그런 상황에서 지역의 세력균형을 이루려고 애썼던 오바마의 정책을 뒤집고 사우디를 일방적으로 편든 셈이다. 트럼프는 막 국제사회에 복귀하려는 이란의 발목을 잡았다. 트럼프가 이런 이란을 흔드는 것은 중동을 불안하게 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이란 국내에서도 대외개방을 주장하는 개혁파보다 핵협상을 반대하는 완고한 보수파의 목소리만 커지게 할 수 있다. 실제로 트럼프는 2018년 5월 8일 이란 핵협정에서 탈퇴해 중동 질서를 다시 한번 뒤흔들었다. 이란 핵협정은 미국뿐 아니라 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 등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전체와 독일, 그리고 이란이 참여했다. 트럼프의 이란 핵협정 탈퇴 후에도 나머지 국가들은 핵협정을 계속 유지하겠다고 선언해 트럼프의 미국만 외톨이가 됐다.
트럼프는 또 예루살렘 전체를 이스라엘 영토로 인정하고 현재 텔아비브에 있는 주이스라엘 미국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기겠다고 대선 과정에서 공약했다. 2016년 9월 미국을 찾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만나는 자리에서다. 예루살렘을 분쟁지역으로 인식하고 영유권 문제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대화로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던 오바마를 비롯한 기존 미국 지도자들의 정책과 배치된다. 이슬람 성지인 알아크사 사원이 이스라엘에 넘어가는 것을 원치 않는 이슬람권을 포함한 대부분의 국제사회도 동예루살렘의 이스라엘 영유권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해 12월 6일 트럼프는 예루살렘이 이스라엘의 수도라고 공식 선언하고 2018년 5월 13일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이전했다.
트럼프는 혼돈의 중동 방문을 마치고 바티칸을 거쳐 5월 25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와 26~27일 이탈리아 시칠리아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각각 참석했다. 트럼프는 나토 정상회의에서 동맹국에 ‘채권관리자’처럼 굴어 실망을 안겼다는 평가를 얻었다. 그는 동맹 28개국 중 23개국이 국방비를 가이드라인인 국내총생산(GDP)의 2% 이상 지출하지 않는다고 닦달했다. 더구나 트럼프는 ‘한 나라에 대한 군사 공격은 회원국 전체에 대한 침공을 간주해 즉각 개별 회원국 또는 집단으로 대응한다’라는 내용의 나토 헌장 5조를 명시적으로 언급하기도 거부했다. 1949년 4월 4일 해리 트루먼 대통령 당시 나토가 설립된 이래 이 언급을 거부한 건 트럼프가 처음이라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더욱 문제는 트럼프가 G7 정상회의에서도 물과 기름처럼 행동했다는 점이다. 다른 여섯 정상의 권유에도 끝까지 버티며 파리기후협약 지지에 반대했다. 회의에서 돌아온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지난 며칠 간의 경험을 보면 다른 누군가를 온전히 의지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난 것 같다”라고 말했다.
미국으로 돌아간 트럼프는 6월 1일 미국에 역사적인 수치를 안겼다. 그는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오늘부터 미국은 파리기후변화협약의 전면적인 이행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2015년 미국을 비롯한 세계 195개국이 모여 지구온난화를 부추기는 온실가스 배출을 단계적으로 감축하기로 약속한 파리협약에서 탈퇴한다는 선언이다. ‘미래 세대를 위한 인류의 선택’으로 평가 받는 이 협약은 오바마가 재임 중 역점을 뒀던 것으로 그의 주요 업적으로 평가받아왔다. 하지만 트럼프의 독단적인 결정으로 경제 규모 세계 2위에 온실가스 배출량은 중국에 이어 세계 2위인 미국이 빠지면서 협정이 위력을 잃게 됐다. 트럼프는 2020년 대선을 앞두고 2019년 한 해 동안 득표를 위해 어떤 기상천외의 행동을 벌일지 모른다. 미국 제일주의를 부르짖으며 지구촌을 흔들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크다. 시리아와 아프가니스탄에 이어 다음 미군 철군지도 주목 대상이다. 4월 4일로 70주년을 맞는 나토에 대해 트럼프의 어떤 행동을 벌일지 알 수 없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중심의 국제질서를 유지하는 데 핵심이 된 나토와 동맹체제의 운명이 트럼프에 달린 셈이다. 이런 트럼프 주변에서 인물이 떠나고 있는 것도 주목할 점이다. 고립무원이 된 트럼프의 실수가 더욱 잦아질 수도 있다. 2019년 트럼프의 삐뚤어진 ‘아메리카 퍼스트’가 어디까지 갈지에 세계가 촉각을 세울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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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는 취임 후 크게 두 차례 ‘강진’으로 국제질서를 근본적으로 뒤흔들었다. 첫 지진은 2017년 5월 19일~6월 1일에 이르는 중동 순방과 벨기에 브뤼셀의 나토 정상회의 참석, 이탈리아 시칠리아의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 그리고 6월 1일 파리기후변화협정 탈퇴에 이르는 2주였다. 2018년 나토정상회의와 캐나다 G7 정상회의는 그 연장선상에 불과했다. 또 다른 ‘강진’은 지난 12월 동맹국과 아무런 협의도 없이 시리아에서 미군을 철수함으로써 중동의 지정학적 세력 균형을 뒤흔든 일이다. 이 두 가지 사건을 살펴보면 트럼프가 올해 어떤 행동으로 나올지를 예상할 수 있다.
1월 20일 취임 2주년
시리아 철군은 트럼프의 대선 공약이기도 하다. CNN은 트럼프의 철군 결정을 두고 “세계 최강 군사력의 미국이 세계에서 가장 불안한 지역에서 발을 빼기로 한 것으로 이는 동맹을 버리고 해당 지역을 지정학적인 라이벌에 넘기는 것”이라며 “세계사에서도 드문 일”이라고 비난했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후 2년 동안 온갖 혼란·폐해·무책임을 다 봐왔지만 그중에서도 최근 72시간 동안 벌어진 일(시리아와 아프가니스탄 철수와 병력 감축)은 역사적”이라고 대놓고 비꼬았다.
더 큰 문제는 트럼프의 철군 결정 과정이다. CNN에 따르면 트럼프는 미군 수뇌부와도 충분한 논의를 거치지 않고 독단적으로 철수를 결정했다. 특히 12월 14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시리아의 쿠르드 민병대를 상대로 군사행동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 통화가 영향을 끼쳤을 것이란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이에 따라 국제정세에 대한 트럼프의 형편없는 판단력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핵심 측근 잇따라 사임
또 다른 문제는 ‘동맹 무시’다. 트럼프는 시리아 작전을 함께 펼쳐온 영국·프랑스 등 나토(북대서양 조약기구) 동맹국과 논의를 거치지 않고 독단적으로 철군을 명령했다. 프랑스의 엠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12월 23일 유감 의사를 밝히고 “동맹은 반드시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고 트럼프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트럼프는 이미 2017년 1월 취임사에서 자신의 행동을 예고했다. 그는 이날 “외교와 교역 정책에서 ‘미국 우선주의’를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무역적자를 줄이고, 동맹 체제 내부에서 미국의 부담에 대한 재균형 정책을 추구하는 것을 트럼프 행정부 대외정책의 중심에 두겠다는 의미였다. 그러면서 “모든 국가가 자국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것은 권리”라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급진적인 이슬람 테러리즘에 대항해 문명 세계를 단결시키겠다”라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2017년 1월 23일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추진하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탈퇴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자신의 공약을 거칠게 실행하기 시작했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 중심의 12개국이 참가한 TPP는 미국의 탈퇴로 힘이 빠진 상황이 됐다. 하지만 트럼프는 2018년에는 중국과의 무역분쟁에서 TPP를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는 등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TPP 탈퇴는 이후에 벌어진 사태를 보면 차라리 부드러웠다.
2017년 1월 27일 트럼프는 이란·시리아·리비아·예멘·소말리아·수단 등 6개 주요 무슬림 국가 국민의 미국 여행을 3월부터 6개월 간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종교를 바탕으로 특정 국가의 미국 입국을 금지하는 일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그해 9월에는 수단은 제외하고 차드와 북한을 미국 여행 금지 국가에 포함했다. 베네수엘라 공무원과 그 가족의 미국 입국도 금지했다. 트럼프는 그해 1월에 이민과 관련한 두 건의 행정명령에 추가 서명했는데, 하나는 미국과 멕시코 국경의 일부 구간에 연방기금으로 장벽을 건설하는 내용이다. 다른 하나는 불법 이민자 추방과 관련해 이른바 ‘이민자 보호(피난처) 도시’의 (이민자 인도에 대한) 협조를 강제하는 내용으로 협조를 하지 않으면 연방정부 지원금을 받지 못하게 하는 내용이다. 이민자 보호 도시는 내부 조례 등에 따라 연방이민법을 적용하지 않는 지역을 가리키며 이곳에서는 불법 이민자를 체포하거나 구금하지 않는다. 이민자 보호도시는 1980년대 지역 교회를 중심으로 생기기 시작해 미국 내에 200개가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2017년 5월 8일에는 미국이 국경을 맞댄 캐나다·멕시코와 맺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 불공정하다며 재협상을 지시했다.
2017년 5월 19일 트럼프는 첫 해외 방문에 나섰다. 이 여행은 거대한 폭풍의 시작이었다. 트럼프가 국제사회의 질서와 가치·신뢰 체계를 온통 뒤흔드는 데는 이날부터 6월 1일까지 불과 2주 남짓한 기간이면 충분했다. 독특하게도 그의 첫 방문지는 중동이었다. 트럼프는 5월 19일 이슬람 수니파 종주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 리야드에서 살만 국왕과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를 비롯한 사우디 인사는 물론 아랍과 무슬림 50개국의 지도자들과도 만났다. 5월 22일 유대국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자치지구가 관할하는 요르단강 서안지구를 거쳐 유럽으로 이동해 5월 24일 가톨릭의 본산인 바티칸을 찾았다.
트럼프는 이 중동 순방에서도 글로벌 질서를 뒤흔드는 발언과 행동으로 일관했다. 사우디 아라비아에선 이란을 테러를 돕는 나라라고 맹공했다. 중동에서 친사우디·반이란 정책을 펴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셈이다. 이란은 버락 오바마 정권이 오랜 세월 대화와 협상으로 2016년 1월 국제사회와 함께 성사시킨 핵협상의 당사자다. 협상 결과 이란은 핵 프로그램을 중지하고 국제사회는 이란에 해외 재산 동결을 포함한 경제제재를 풀기로 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란을 테러 국가로 묘사한 트럼프의 사우디 발언은 오바마의 노력으로 모처럼 해빙기를 맞은 이란을 다시 적으로 돌린 것이나 다름없다.
트럼프의 발언은 중동에서 사우디와 이란이 더욱 치열하게 경쟁하는 데 한몫했다. 일부 미국 언론은 사우디를 중동 맹주로 표현하지만 사실 사우디는 이슬람 수니파의 종주국일 뿐이며 또 다른 종파인 시아파의 종주국인 이란과 종파는 물론 지역 주도권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해왔다. 21세기 인류의 비극인 시리아 내전도 사우디의 지원을 받는 수니파 반군과 이란의 밀고 있는 시아파 정부군 간의 대리전 성격이 있다. 민간인 오폭 사건이 줄을 잇는 예멘 내전도 비슷한 성격이다. 다수 시아파 중앙정부가 소수 수니파를 억압하는 이라크도 이란과 시리아의 세력 각축장이다.
세계 혼란의 뇌관 중동질서 뒤죽박죽
트럼프는 또 예루살렘 전체를 이스라엘 영토로 인정하고 현재 텔아비브에 있는 주이스라엘 미국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기겠다고 대선 과정에서 공약했다. 2016년 9월 미국을 찾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만나는 자리에서다. 예루살렘을 분쟁지역으로 인식하고 영유권 문제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대화로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던 오바마를 비롯한 기존 미국 지도자들의 정책과 배치된다. 이슬람 성지인 알아크사 사원이 이스라엘에 넘어가는 것을 원치 않는 이슬람권을 포함한 대부분의 국제사회도 동예루살렘의 이스라엘 영유권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해 12월 6일 트럼프는 예루살렘이 이스라엘의 수도라고 공식 선언하고 2018년 5월 13일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이전했다.
트럼프는 혼돈의 중동 방문을 마치고 바티칸을 거쳐 5월 25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와 26~27일 이탈리아 시칠리아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각각 참석했다. 트럼프는 나토 정상회의에서 동맹국에 ‘채권관리자’처럼 굴어 실망을 안겼다는 평가를 얻었다. 그는 동맹 28개국 중 23개국이 국방비를 가이드라인인 국내총생산(GDP)의 2% 이상 지출하지 않는다고 닦달했다. 더구나 트럼프는 ‘한 나라에 대한 군사 공격은 회원국 전체에 대한 침공을 간주해 즉각 개별 회원국 또는 집단으로 대응한다’라는 내용의 나토 헌장 5조를 명시적으로 언급하기도 거부했다. 1949년 4월 4일 해리 트루먼 대통령 당시 나토가 설립된 이래 이 언급을 거부한 건 트럼프가 처음이라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더욱 문제는 트럼프가 G7 정상회의에서도 물과 기름처럼 행동했다는 점이다. 다른 여섯 정상의 권유에도 끝까지 버티며 파리기후협약 지지에 반대했다. 회의에서 돌아온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지난 며칠 간의 경험을 보면 다른 누군가를 온전히 의지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난 것 같다”라고 말했다.
미국으로 돌아간 트럼프는 6월 1일 미국에 역사적인 수치를 안겼다. 그는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오늘부터 미국은 파리기후변화협약의 전면적인 이행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2015년 미국을 비롯한 세계 195개국이 모여 지구온난화를 부추기는 온실가스 배출을 단계적으로 감축하기로 약속한 파리협약에서 탈퇴한다는 선언이다. ‘미래 세대를 위한 인류의 선택’으로 평가 받는 이 협약은 오바마가 재임 중 역점을 뒀던 것으로 그의 주요 업적으로 평가받아왔다. 하지만 트럼프의 독단적인 결정으로 경제 규모 세계 2위에 온실가스 배출량은 중국에 이어 세계 2위인 미국이 빠지면서 협정이 위력을 잃게 됐다.
올해 4월로 70주년 맞은 나토 동맹체제 와해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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