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영화에 미친 영향력 기준으로 한 과학적 연구에서 ‘오즈의 마법사’가 1위 … 감독 1위는 알프레드 히치코크

영화의 성공 여부를 가늠할 때 대다수 사람은 흥행수입이나 평단의 호평(때로는 이 둘 다)을 기준으로 삼는다. 하지만 이탈리아 투린대학 연구팀은 영화의 성공을 측정하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냈다. 영화가 사람들에게 미친 영향력을 기준으로 한 이 방법을 통해 연구팀은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영화로 ‘오즈의 마법사’(1939)를 꼽았다. ‘스타워즈 에피소드 4: 새로운 희망’(1977)과 ‘사이코’(1960)가 각각 2위와 3위를 차지했다.

연구팀은 인기 영화 정보 사이트 IMDb에 올라온 인용문을 이용해 영화 4만7000편의 영향력 점수를 계산하는 방법으로 새로운 순위를 매겼다. 특별히 영향력 있는 영화라면 영화계에서 자주 언급될 것이라는 가정을 바탕으로 했다. 연구의 주 저자인 리비오 비오글리오는 “최근 소셜 네트워크 분석 전문가들은 영화의 성공을 측정하는 대안을 제시했다”고 뉴스위크에 말했다. “영화 사이의 예술적 연관성을 이용한 방법이다. 사실 영화 제작진은 작품에 영향을 준 과거의 다른 영화들을 떠올리는 작은 요소들(장면과 의상, 소품, 포스터 등)을 영화 속에 집어넣고 싶어 한다. 아니면 주의 깊은 관객이 눈치챌 수 있도록 숨겨진 메시지로 그 영화들을 기리려 한다. 이런 언급들을 모아 어떤 영화가 어떤 작품에 영향을 주었는지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네트워크를 알고리즘과 소셜 네트워크 분석을 통해 연구하면 영향력 면에서 가장 중요한 영화들을 알아낼 수 있다. IMDb 데이터에는 영화 간 연관성의 유형을 알 수 있는 정보가 있다. 우리는 그 유형을 ‘참고(references)’ ‘특징을 따옴(features)’ ‘follows(모방)’ ‘패러디(spoof)’ ‘리메이크(remake of)’ ‘스핀오프(spin-off from)’ 등으로 분류했다.”

연구팀은 또 각 영화의 개봉연도와 장르, 제작 국가, 감독과 배우들에 관한 데이터도 수집했다. 이런 요소들에 따른 트렌드와 패턴을 분석하기 위해서다. 연구팀은 영향력 있는 영화 1위부터 20위까지가 모두 1980년 이전에 만들어졌으며 대다수가 미국 작품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IMDb 데이터 세트는 북미와 유럽에서 제작된 영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이 연구 결과는 서구 문화에 편중된 것으로 보인다).

평단의 반응이나 흥행수입과 달리 이 대안적 순위 책정 방식은 광고나 배급, 주관적인 비평 등 영화의 질 이 외 요소들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이 알고리즘은 또 감독과 배우들이 최고 순위의 영화에 얼마나 참여했는지를 고려해 성과를 평가하는 데도 이용된다. 영화 순위 책정에 네트워크 분석 방식을 이용하는 아이디어가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연구팀에 따르면 이런 기술을 이용해 영화 제작에 참여한 사람들까지 평가한 것은 이 연구가 최초다.

비오글리오는 “우리 방식은 최고 순위 영화를 기준으로 배우의 출연 회수와 감독의 연출 회수에 따라 그 인물들의 순위를 매기도록 돼 있다”고 말했다. “이 방식은 그들의 참여가 영화의 성공에 어느 정도 기여했으며 영화의 성공이 그 인물들의 성공에 도움이 됐다는 가정을 바탕으로 한다. 우리는 이 방식을 이용해 각 연도의 최고 영화를 고르고 배우와 감독들의 점수를 매겼다. 더 자세히 말하자면 매해 상위 5%의 영화에 참여한 사람에겐 골드 포인트를, 상위 5~10%에게는 실버 포인트를, 상위 10~15%에겐 브론즈 포인트를 줬다. 그런 다음 이 점수에 따라 각 인물의 순위를 매겼다.”

이 알고리즘을 감독들에게 적용한 결과 알프레드 히치코크가 1위, 스티븐 스필버그가 2위, 브라이언 드 팔마가 3위를 차지했다(이 순위는 잠재적으로 많은 영화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는 오래된 영화와 관련된 편향성을 제거하고 얻은 결과다).

또한 이 알고리즘을 배우들에게 적용한 결과 새뮤얼 L. 잭슨이 1위,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2위, 톰 크루즈가 3위로 나왔다. 사실 감독과 배우의 순위 양쪽 다에서 강한 남성 편향성이 나타났다. 1~20위까지 감독 중엔 여성이 단 한 명도 없었고 1~20위까지 배우 중엔 ‘007’ 영화에 미스 머니페니로 여러 차례 출연한 로이스 맥스웰이 유일한 여성으로 꼽혔다. 남녀를 구분해 여배우들의 순위를 따로 매겼을 때는 맥스웰이 1위, 캐리 피셔가 2위, ‘타잔’ 시리즈에서 제인 역으로 잘 알려진 모린 오설 리번이 3위를 차지했다.

“최고 순위 여배우들의 점수는 남자 배우들보다 더 낮았다”고 비오글리오는 말했다. “단 뮤지컬 영화에서는 남녀 간에 별 차이가 없었으며 스웨덴에서 제작된 영화들의 경우 여배우가 남자배우보다 점수가 더 높았다.”

비오글리오는 또 이 새로운 방식에는 IMDb 데이터베이스가 서구 문화에 편향됐다는 사실 말고도 몇 가지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첫째, IMDb는 사용자들이 자의적으로 영화에 대한 정보를 첨가해 나가는 크라우드소싱 플랫폼이기 때문에 일부 데이터가 누락되거나 영화 간의 관계를 놓칠 수 있다. 둘째, 영화 순위와 관련해서 우리는 영화 사이의 관계에 ‘007’이나 ‘캐리 온’ 시리즈 같은 장기 지속 시리즈 영화에 유리한 ‘속편(sequel of)’을 포함시켰다. 또한 감독과 배우의 순위를 매긴 방식은 대규모 시리즈 영화의 ‘성격 배우’ 등 많은 영화에서 작은 역할을 한 배우들에게 특히 유리하다.”

이와 유사한 네트워크 과학 방식이 과학 출판과 예술 등 다른 분야에서 작품의 영향력을 측정하는 데 이용돼 왔다. 다음은 이 새로운 방식으로 조사한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영화와 감독, 배우들의 순위다.

- 아리스토스 조지우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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