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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의 달콤씁쓸한 복수

미군의 달콤씁쓸한 복수

2000년 콜호 폭탄테러 주모자 알바다위 제거에 성공했지만 추적에 10여 년 걸렸다는 사실은 대테러전의 험난한 앞날 예고해
미국은 알카에다 간부 알바다위 추적에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결국 그를 제거했다. / 사진:PHOTO ILLUSTRATION BY GLUEKIT, SOURCE IMAGE COURTESY OF FBI
새해 첫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희소식이 날아들었다. 오랫동안 수배 중이던 알카에다 조직원 자말 알바다위가 예멘에서 미군의 공습으로 사망했다는 보도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환호성을 올렸다. 그는 지난 1월 6일 트위터를 통해 “미 해군함정 콜호에 대한 비겁한 공격으로 목숨을 잃고 부상한 영웅들에게 우리의 위대한 군대가 정의를 실현해줬다”고 선언했다.

미 해군의 유도미사일 장착 구축함 콜호는 2000년 10월 12일 예멘 아덴항에 정박해 있던 중 폭탄 실은 보트를 사용한 공격을 받았다. 그 공격으로 콜호의 승조원을 비롯해 17명이 사망했고 40명이 부상했다. 알바다위는 그 테러의 주모자 중 한 명으로 지난 10여 년 동안 미국 당국의 수배 대상이었다.

미국 국방부가 그 보도를 확인하는 데만 거의 일주일이 걸렸다. 알카에다 지도자였던 오사마 빈라덴과 급진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지도자 아부 오마르 알바그다디 등 주요 테러리스트 표적 다수가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가 나중에 다시 등장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염두에 뒀기 때문인 듯하다. 미국 중부사령부의 대변인은 “미군이 알바다위의 사망을 확인하는 철저한 과정에 따라 공습 결과를 분석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며칠 뒤 알카에다 아라비아반도 지부(예멘에 근거지를 둔 조직으로 근년 들어 조직원이 4배로 늘었다)는 알바다위를 “십자군의 드론 공격에 희생된 순교자”라고 칭송했다.

미국 국방부와 중앙정보국(CIA), 연방수사국(FBI)으로선 알바다위의 폭살이 ‘달콤씁쓸한 복수’였다. 정의가 구현됐지만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다. 알바다위는 2003년과 2006년 예멘 교도소에서 잇따라 탈출했다. 또 2007년엔 예멘 당국이 그에게서 폭력행위를 그만둔다는 약속을 받고 풀어줬다. 미국은 그 뒤로 그를 추적했다.

전 FBI 특수요원 알리 수판은 트위터를 통해 “난 오랫동안 자말 알바다위를 추적했다”고 밝혔다. 그는 2001년 비폭력적이고 기술적인 심문으로 빈라덴의 고위 참모였던 알바다위로부터 자백을 받아냈지만 그 뒤로 알바다위는 몇 번이나 거리를 활보했다. 수판 요원은 “그가 예멘의 교도소에서 계속 탈출했기 때문에 우린 그를 추적하고 다시 체포해야 했다”며 “이젠 그도 더는 탈출할 수 없게 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전직 관리들은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포기하지 않고 결국 알바다위를 없앨 수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승리라고 생각한다. 버락 오바마 정부에서 CIA 국장과 국방장관을 지낸 리언 파네타의 대변인이었던 조지 리틀은 “중요한 점은 미국 정보기관과 미군이 오랜 인내 끝에 복수했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 2기에 미국 국무부의 대테러 조정관을 지낸 대니얼 벤저민은 “수년 동안 언론에서 거론되지 않았던 표적 인물을 우리가 제거했다는 보도가 나오면 우리 일에 상당한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우리가 결코 잊지 않는다는 경고의 메시지를 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알바다위를 제거하기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다는 사실은 해외에서 미국의 대테러 작전 수행이 갈수록 어려워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세계의 가장 문제 많은 지역에서 미국이 작전을 수행하면서 도움을 받고 기댈 수 있는 ‘친구’가 9·11 테러 직후보다 적어졌다는 뜻이다.

파네타 전 장관은 뉴스위크에 “특히 예멘에서 예전보다 훨씬 더 혼란스러운 상황이 벌어져 우리가 고전하는 듯하다”고 말했다. “대테러 임무를 효과적으로 수행하려면 현지 관계자들과 신뢰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믿고 기댈 수 있는 사이가 돼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지금은 현지의 도움 없이 그냥 부딪쳐 되는 대로 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성공을 예측하기가 예전보다 훨씬 더 어려워졌다.”수년 동안 테러리스트를 추적한 고위 FBI 특수요원 출신인 마틴 리어던은 알바다위가 그처럼 오랫동안 자유를 누릴 수 있었다는 사실은 “예멘만이 아니라 파키스탄·시리아·북아프리카·동아프리카에서 우리가 모든 정보 자산을 동원하더라도 알카에다 고위 간부를 추적하기는 무척 어렵다는 사실을 말해준다”고 설명했다. “예멘·파키스탄·시리아 등 알카에다의 활동이 가장 많은 나라에서 정부의 통제가 닿지 않는 상당히 넓은 지역을 알카에다가 장악한다는 사실도 대테러 작전을 더 어렵게 만든다.”

파키스탄은 알카에다 지도자였던 오사마 빈라덴(2011년 미군의 작전으로 사살됐다)에게 10년 동안 은신처를 제공했고 탈레반도 계속 지원한다. / 사진:AP-NEWSIS
파키스탄은 빈라덴에게 10년 동안 은신처를 제공했다. 그뿐 아니라 파키스탄은 아프가니스탄 탈레반을 비롯해 아프간 정부(미국이 지원하지만 적의 첩자와 ‘내부자’ 요원들이 가득하다)와 싸우는 무장단체들도 지원한다. 지난해 10월 오스틴 밀러 아프간 주둔 미군사령관(대장)은 탈레반 조직원 한 명의 공격으로 희생당할 뻔했다고 알려졌다. 또 미국이 지원하는 이라크에선 시아파 민병대가 이란과 손잡았다. 게다가 명목상 나토 동맹국인 터키는 미국의 지원을 받아 IS를 상대로 싸우는 쿠르드족 민병대를 궤멸시키겠다고 천명했다. 또 요르단은 트럼프 정부가 이스라엘의 대팔레스타인 강경 정책을 지지하는 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10년 전 CIA에 빈라덴의 측근으로 침투했다고 주장하는 요원을 소개한 것도 요르단의 정보기관이었다. 2009년 12월 30일 그는 아프가니스탄의 CIA 기지에 들어가 자살폭탄 테러를 감행했다. 그 테러로 미국인 7명, 요르단인 1명, 아프가니스탄인 1명이 사망했고 6명이 중상을 입었다.

미국이 빈라덴을 제거하려고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한 지 17년, 또 사담 후세인과 존재하지도 않은 그의 대량살상무기를 제거하기 위해 이라크를 침공(비극적인 실책이었다)한 지 거의 16년이 지났지만 지금 이 지역은 현지에 파견된 미국인에게 어느 때보다 위험한 곳이다.

오바마 정부에서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을 지낸 에드워드 프라이스는 오바마 대통령도 전임자 조지 W. 부시처럼 “파트너십을 중시했다”고 말했다. “동맹국과 우방의 군대를 훈련시키고 장비를 제공해 공격의 선봉에 서도록 했다. 미군이 그 역할을 맡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그때나 지금이나 미국 정부가 부닥친 심각한 전략적 문제는 이집트 같은 오랜 지역 동맹국 다수가 부패만이 아니라 억압과 잔혹 행위로도 악명 높다는 사실이다.

그들 나라의 정권이 반체제 인사와 인권운동가, 언론인을 구금하면서 교도소는 지하드(성전)를 배우는 ‘급진화 학교’로 변했다. 예를 들어 이집트 카이로 외곽에 위치한 토라 교도소에 수감됐던 외과의사 아이만 알자와히리는 1998년 자신이 이끌던 이집트 이슬람지하드(EIJ)를 알카에다에 통합시켰으며, 2011년 6월 빈라덴의 사후 알카에다의 수장으로 임명됐다(그는 지금도 행방이 묘연하며 파키스탄에 은신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미국이 그런 정권들과 손잡으면서 이슬람주의 무장단체들은 인도네시아부터 중동을 거쳐 서아프리카까지 이르는 넓은 지역에서 세계적인 혁명가를 자처하게 됐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예멘(2017년 암살된 독재자 알리 압둘라 살레의 통치 동안) 같은 정권은 오래 전부터 한편으론 이슬람주의 극단주의자들을 돕고 다른 한편으론 그들을 체포하면서 미국과 이슬람주의 무장단체 사이에서 양다리 걸치는 법을 배웠다. 벤저민은 “예멘 정부가 알바다위를 철저히 단속하지 못한 것은 이념 때문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우리에게 사기치려는 살레 대통령의 멈출 수 없는 충동이 문제였다.”영국 정보기관에서 대테러 요원을 지낸 리처드 배렛은 뉴스위크에 “믿을 만한 친구는 큰 도움이 되지만 예측할 수 없거나 속이려는 친구는 아예 없는 것보다 못하다”고 말했다. 미국 법무부 국가안보 담당 관리로 오바마 대통령의 대테러 보좌관을 지낸 리자 모나코는 최근 이 지역에 관한 인터뷰에서 아주 암울한 견해를 피력했다. 그녀는 CBS 방송 팟캐스트에서 마이클 모렐 전 CIA 부국장에게 이렇게 말했다. “나쁜 소식은 알카에다가 뿌리내릴 수 있도록 해줬고 IS가 영토를 확장하고 대원을 모집하고 급진화 교육을 시킬 수 있도록 해준 여건이 지금도 중동과 다른 지역에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그런 여건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 예멘 같은 곳이 대표적인 사례다.”

2000년 10월 미 해군 구축함 콜호는 폭탄 공격을 받아 17명이 사망했고 40명이 부상했다. 주모자는 자말 알바다위로 알려졌다. / 사진:AP-NEWSIS
트럼프 대통령이 무슬림의 미국 입국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발동한 것도 이 지역에서 미국이 새 친구를 만들기가 더 어려워진 이유 중 하나라고 모나코는 덧붙였다. “그런 조치는 미국이 무슬림 국가들과 협력하고 싶지 않다는 고립주의 메시지를 전한다. 그런 메시지가 IS의 조직원 포섭을 더 용이하게 만들어준다.” 파테나 전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시리아에서 90일 이내에, 아프가니스탄에서 2020년까지 철군하겠다고 충동적으로 선언함으로써 동맹국들을 더욱 동요시켰다고 말했다. “미국이 당장 내일이라도 그곳에 있을지 없을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 돼버렸다.”

프라이스는 “이 모든 요인이 합쳐지면서 그 지역 현지의 정보기관이나 정보원이 미국과 합동 훈련이나 작전을 수행하기가 더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모나코는 “테러리스트가 미국에 건너오기 전에 해외에서 그들을 저지하려면 그런 파트너십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파키스탄·요르단·레바논·소말리아 등 상황이 어려운 곳에선 그와는 다른 방법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CIA와 국방부 비밀팀이 현지 당국과 접촉하지 않고 독자적인 정보 작전을 시도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작전은 어렵고 위험하며 만약 노출되면 동맹 관계가 파기될 수도 있다.

프라이스는 “우리가 그런 지역에서 일관되게 믿을 만한 파트너로 생각하는 정권은 극소수”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소말리아와 나이지리아 등 서·북 아프리카 국가들을 비롯한 다수 지역에서 사정이 더 나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궁극적으로 계속 더 나아질 게 분명하다.”

미국 해군범죄수사국(NCIS)에서 30년 동안 대테러를 담당한 로버트 맥패든 요원은 2007년 알바다위가 예멘의 교도소에 있을 때 그를 두 달 동안 심문한 적 있다. 그는 상황을 그리 낙관하진 않지만 미국을 상대로 공격 음모를 꾸몄던 알바다위를 제거한 것에 일단 만족한다. “드론 공습으로 테러리즘의 산실을 없애지는 못했지만 지하디스트 생활을 하면 폭력에 의한 종말을 맞게 된다는 것을 이번 작전이 잘 보여줬다.” 맥패든 요원은 정의 구현이 늦어져도 아예 실현되지 않는 것보다는 낫다고 덧붙였다.

- 제프 스타인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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