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뒤 토양 없이 식량 생산한다?
100년 뒤 토양 없이 식량 생산한다?
수직농법, 수경재배법이 발전하고 실험실에서 육류 같은 단백질 배양하는 합성생물학의 잠재력 커져 실내를 가득 메운 토양학자들을 깜짝 놀라게 하기는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지난해 11월 호주 캔버라에서 열린 전국토양학회 강연에서 동료 400명에게 간단한 질문을 던졌다. 앞으로 100년 뒤에도 토양이 지금처럼 식량생산에 중요한 역할을 하리라고 생각하는가? 일제히 손이 올라갔다. 모두 “그렇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나는 확신할 수 없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실내에 헉 소리가 물결쳤다. 무슨 소리? 당신은 토양학자 아니오! 정신 나갔소?
100년은 긴 시간이다. 우리의 과학적 전망은 대부분 10~20년 이상을 내다보지 않는 듯하다. 그러나 식량과 환경 관리는 매우 장기적인 사고와 풍부한 상상력을 필요로 한다. 식량생산의 미래가 토양에 있느냐에 관한 내 화두에는 희망도 담겨 있다. 그 희망은 미래에 100억, 150억 또는 200억 인구 모두에게 적절하고 질 좋은 식량을 제공하려는 욕구를 토대로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쨌든 지구의 얇은 표토에 의존해선 안 될 일이다.
이미 수직농법(vertical farming, 다층선반을 이용해 식물을 재배하는 농법), 수경재배법(hydroponic farming, 흙을 사용하지 않고 물과 배양액으로 식물을 키우는 방법)이 발전하고 실험실에서 육류 같은 단백질을 배양해내는 잠재력이 커져간다. 합성생물학(synthetic biology)이 한 가지 나아갈 방향이다.
우리는 거기에 필요한 기술적 노하우를 얻게 될까? 한 세기 내에 천연 토양에서 탈피해 식량을 생산하기 위한 인프라 투자를 감당할 수 있을까? 기술적으로는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그러나 그런 필요성, 그런 의지가 생겨날까?
현재 식량과 관련해 두 가지 주도적인 움직임이 있다. 첫째는 환경 또는 나아가 동물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고 식량을 생산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윤리·환경 움직임이다. 토양은 환경의 중요한(그리고 재생 불가능한) 일부분이다. 이는 불어나는 세계인구를 지탱할 수 있느냐는 중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그와 함께 알려진 산지의 고품질 식품 생산을 중시하는 슬로 푸드 운동도 있다. 때로는 ‘방목장에서 접시로(paddock to plate)’ 또는 ‘밭에서 포크로(field to fork)’라고도 불린다. 에너지와 물 사용을 관리하는 현대적인 식량생산 기법은 보통 전답 환경에서 나오는 단위 면적 당 수확량의 10배를 생산하는 잠재력을 지닌다. 이를 100개 단위면적 높이의 수직 재배 공간으로 옮길 수 있다.그것만으로도 우리가 현재 식량생산에 사용하는 토지면적의 0.1%만 필요하다는 의미가 된다. 방대한 면적의 토지에 휴식을 줘 빼앗긴 영양분을 되찾도록 해서 지구 전체 생태계를 복원할 수 있다. 이는 환경윤리 문제에 대한 첨단 해법을 제시한다.
현재 식량생산에 사용되는 지역을 자생식생(native vegetation)에 돌려주면 야생을 보전하고 홍수를 예방하고 물을 정화하고 영양소를 순환할 수 있는 자연완충 지역을 마련할 수 있다. 풍부한 생물다양성과 방대한 물순환(물이 기체·액체·고체로 형태를 달리하며 하늘·땅·지하를 순환하는 과정) 능력을 가진 우림의 토양, 또는 홍수에 취약한 도시 상류 습지의 토양 지역 등지가 대상이 될 수 있다.
이런 접근법이 반드시 슬로푸드 운동과 충돌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슬로푸드 운동의 목표 달성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세계 토양이 받는 부담을 덜어줘 고품질의 윤리적 생산을 추구할 양질의 토양을 충분히 남겨두기 때문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95억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세계인구를 먹여 살리려면 2050년까지 농업생산을 2배로 늘려야 한다고 내다본다. 그와 동시에 생태계의 기능도 유지해야 한다. 따라서 토양 그리고 그 생명체를 지원하는 기능의 안정이 어느 때보다 더 중요해졌다.
호주에선 토양관리가 개선됐지만 지속 가능하지 않다. 경작지의 광범위한 토양 산성화와 탄소 감소, 토양 침식, 영양 불균형의 점검과 대처가 대체로 이뤄지지 않는다. 새로운 접근방식을 이용하면 양질의 지속가능한 맞춤 식량과 와인 생산 전용으로 알맞은 토양과 산지를 이용할 수 있다.
북미·러시아·우크라이나의 뢰스토(loessial soil, 모래와 점토가 반씩 혼합된 황토)가 종종 세계 최고로 간주된다. 앞으로 수세기 동안 지속적으로 관리할 수 있고 곡물 생산에 이용할 수 있는 토양이다. 이들 식량 생산성이 가장 높은 토양 일부도 과거 농경 이전의 상태로 되돌릴 수 있다. 호주의 유명한 적갈색토는 곡물생산보다 삼림용으로 더 유용할지 모른다.
하지만 완전히 토양 없이 식량을 생산하는 데는 막대한 인프라 비용이 필요할 것이다. 고도의 첨단공학 재배공간과 ‘하늘 아래’ 토양 기반 농업을 결합하는 혼합 솔루션으로 타협을 볼 가능성이 크다. 향후 한 세기 동안 우리의 과제는 거의 전적인 토양(변하기 쉽고 매우 중요한 지구 표피) 의존에서 탈피하고 가장 취약한 토양의 많은 부분이 회복될 수 있도록 하는 일이다. 손상된 토양의 치유가 지구의 지속가능성으로 향하는 길에서 중요한 한 걸음이 될 것이다.
- 알렉스 맥브래트니
※ [필자는 호주 시드니대학 디지털 농업·토양학 교수이며 시드니 농업연구소 소장이다. 이 기사는 온라인 매체 컨버세이션에 먼저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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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은 긴 시간이다. 우리의 과학적 전망은 대부분 10~20년 이상을 내다보지 않는 듯하다. 그러나 식량과 환경 관리는 매우 장기적인 사고와 풍부한 상상력을 필요로 한다. 식량생산의 미래가 토양에 있느냐에 관한 내 화두에는 희망도 담겨 있다. 그 희망은 미래에 100억, 150억 또는 200억 인구 모두에게 적절하고 질 좋은 식량을 제공하려는 욕구를 토대로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쨌든 지구의 얇은 표토에 의존해선 안 될 일이다.
이미 수직농법(vertical farming, 다층선반을 이용해 식물을 재배하는 농법), 수경재배법(hydroponic farming, 흙을 사용하지 않고 물과 배양액으로 식물을 키우는 방법)이 발전하고 실험실에서 육류 같은 단백질을 배양해내는 잠재력이 커져간다. 합성생물학(synthetic biology)이 한 가지 나아갈 방향이다.
우리는 거기에 필요한 기술적 노하우를 얻게 될까? 한 세기 내에 천연 토양에서 탈피해 식량을 생산하기 위한 인프라 투자를 감당할 수 있을까? 기술적으로는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그러나 그런 필요성, 그런 의지가 생겨날까?
현재 식량과 관련해 두 가지 주도적인 움직임이 있다. 첫째는 환경 또는 나아가 동물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고 식량을 생산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윤리·환경 움직임이다. 토양은 환경의 중요한(그리고 재생 불가능한) 일부분이다. 이는 불어나는 세계인구를 지탱할 수 있느냐는 중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그와 함께 알려진 산지의 고품질 식품 생산을 중시하는 슬로 푸드 운동도 있다. 때로는 ‘방목장에서 접시로(paddock to plate)’ 또는 ‘밭에서 포크로(field to fork)’라고도 불린다. 에너지와 물 사용을 관리하는 현대적인 식량생산 기법은 보통 전답 환경에서 나오는 단위 면적 당 수확량의 10배를 생산하는 잠재력을 지닌다. 이를 100개 단위면적 높이의 수직 재배 공간으로 옮길 수 있다.그것만으로도 우리가 현재 식량생산에 사용하는 토지면적의 0.1%만 필요하다는 의미가 된다. 방대한 면적의 토지에 휴식을 줘 빼앗긴 영양분을 되찾도록 해서 지구 전체 생태계를 복원할 수 있다. 이는 환경윤리 문제에 대한 첨단 해법을 제시한다.
현재 식량생산에 사용되는 지역을 자생식생(native vegetation)에 돌려주면 야생을 보전하고 홍수를 예방하고 물을 정화하고 영양소를 순환할 수 있는 자연완충 지역을 마련할 수 있다. 풍부한 생물다양성과 방대한 물순환(물이 기체·액체·고체로 형태를 달리하며 하늘·땅·지하를 순환하는 과정) 능력을 가진 우림의 토양, 또는 홍수에 취약한 도시 상류 습지의 토양 지역 등지가 대상이 될 수 있다.
이런 접근법이 반드시 슬로푸드 운동과 충돌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슬로푸드 운동의 목표 달성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세계 토양이 받는 부담을 덜어줘 고품질의 윤리적 생산을 추구할 양질의 토양을 충분히 남겨두기 때문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95억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세계인구를 먹여 살리려면 2050년까지 농업생산을 2배로 늘려야 한다고 내다본다. 그와 동시에 생태계의 기능도 유지해야 한다. 따라서 토양 그리고 그 생명체를 지원하는 기능의 안정이 어느 때보다 더 중요해졌다.
호주에선 토양관리가 개선됐지만 지속 가능하지 않다. 경작지의 광범위한 토양 산성화와 탄소 감소, 토양 침식, 영양 불균형의 점검과 대처가 대체로 이뤄지지 않는다. 새로운 접근방식을 이용하면 양질의 지속가능한 맞춤 식량과 와인 생산 전용으로 알맞은 토양과 산지를 이용할 수 있다.
북미·러시아·우크라이나의 뢰스토(loessial soil, 모래와 점토가 반씩 혼합된 황토)가 종종 세계 최고로 간주된다. 앞으로 수세기 동안 지속적으로 관리할 수 있고 곡물 생산에 이용할 수 있는 토양이다. 이들 식량 생산성이 가장 높은 토양 일부도 과거 농경 이전의 상태로 되돌릴 수 있다. 호주의 유명한 적갈색토는 곡물생산보다 삼림용으로 더 유용할지 모른다.
하지만 완전히 토양 없이 식량을 생산하는 데는 막대한 인프라 비용이 필요할 것이다. 고도의 첨단공학 재배공간과 ‘하늘 아래’ 토양 기반 농업을 결합하는 혼합 솔루션으로 타협을 볼 가능성이 크다. 향후 한 세기 동안 우리의 과제는 거의 전적인 토양(변하기 쉽고 매우 중요한 지구 표피) 의존에서 탈피하고 가장 취약한 토양의 많은 부분이 회복될 수 있도록 하는 일이다. 손상된 토양의 치유가 지구의 지속가능성으로 향하는 길에서 중요한 한 걸음이 될 것이다.
- 알렉스 맥브래트니
※ [필자는 호주 시드니대학 디지털 농업·토양학 교수이며 시드니 농업연구소 소장이다. 이 기사는 온라인 매체 컨버세이션에 먼저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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