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장은 살아 있다”
“노장은 살아 있다”
미국 펑크 록 밴드 블론디, 대표곡 ‘Heart of Glass’ 40주년 맞아 EP 음반 출시하고 오는 3월 처음으로 쿠바 공연에 나서 미국 펑크 록 밴드 블론디는 40년 전 싱글 ‘Heart of Glass’를 발표하면서 이렇게 히트하리라곤 예상치 못했다. 사실 처음엔 앨범으로 낼 생각조차 없었다. 이 곡은 블론디가 1978년 앨범 ‘Parallel Lines’를 녹음하기 몇 년 전 디스코 실험 곡으로 만들었다가 버려두다시피 했던 노래다. 하지만 당시 앨범 제작자 마이크 채프먼이 이 곡을 듣고는 백비트를 보강해 노래를 살려보자고 멤버들을 설득했다.
블론디의 드러머 클렘 버크에 따르면 1979년 봄 ‘Heart of Glass’는 상업적으로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 이로써 블론디는 뉴욕 언더그라운드 펑크 음악계에서나 알아주던 밴드에서 국제적인 스타로 발돋움했다. 버크와 싱어 데비 해리, 기타리스트 크리스 스타인은 최근 ‘Heart of Glass’ 발표 40주년을 기념해 12인치 비닐 EP 음반을 내놨다. 블론디는 또 오는 3월 처음으로 쿠바에서 콘서트를 연다. “스타인과 나는 늘 쿠바 공연을 꿈꿔 왔다”고 해리는 말했다.
“스타인은 ‘좌파 공산주의자’이니 놀랄 일은 아니다”고 버크가 장난스럽게 말했다. 스타인은 피델 카스트로가 살아있을 때부터 쿠바에 가고 싶어 했다. 블론디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쿠바와 외교 관계를 복원하고 여행제한을 철폐한 2015년 쿠바 공연을 계획했다. 하지만 “공연은 성사되지 못 했다”고 버크는 말했다. 그 후 도널트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했다. “새 정부가 쿠바에 제재를 가했기 때문에 우리는 쿠바 공연을 허가받기 위해 ‘문화 교류’라는 명목을 빌어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해야 했다”고 버크는 말했다.
블론디의 쿠바 공연은 라틴이나 레게 풍의 곡 위주로 짜여진다. 73세의 나이에도 라이브 실력이 여전한 싱어 해리는 “우리가 초창기에 즐겨 부르던 ‘Attack of the Giant Ants’라는 노래는 특유의 ‘붐-붐-붐-붐-붐’하는 박자가 쿠바 공연에 딱 어울릴 듯하다”고 말했다. 그녀는 또 1980년 영화 ‘아메리칸 플레이보이’의 주제곡으로 쓰였던 ‘Call Me’의 스페인어 버전과 2014년 앨범 ‘Ghosts of Download’에 수록된 쿰비아(콜롬비아와 파나마의 전통 음악) 풍의 ‘Sugar on the Side’도 부르고 싶다고 말했다.
블론디는 아바나의 역사 깊은 극장 ‘테아트로 메야’에서 공연한다. 맥스캔자스 시티, CBGB(아메리칸 펑크 록의 발상지로 불린다) 등 뉴욕의 클럽에서 주로 공연하던 초창기를 생각하면 괄목할 만한 변화다. 블론디는 1974년 스타인과 해리가 창설했고 버크가 곧 합류했다(그 후 여러 멤버가 이 밴드를 거쳐갔다). ‘Heart of Glass’에서 알 수 있듯이 뉴웨이브와 펑크의 선구자인 블론디는 다양한 장르를 자유자재로 넘나든다. 초창기에 스타인과 해리(웨이트리스 출신인 그녀의 목소리는 꿈꾸는 듯하면서도 날카롭다)는 음악적 동지이자 연애 파트너였다. 1976년 발표한 블론디의 데뷔 앨범 ‘Blondie’는 평단의 찬사를 받았지만 판매는 실망스러웠다.
팝의 형식에 펑크의 카리스마를 접목한 앨범 ‘Parallel Lines’는 그로부터 2년 후에 나왔다. 블론디의 소속 음반사 크리샐리스는 당초 이 앨범의 출판을 거부했다. “그들은 이 앨범에서 히트곡이 나오리라고 생각지 않았다”고 해리는 말했다. 하지만 이 음반에서는 ‘Heart of Glass’ 말고도 히트곡이 2곡 더 나왔다. 헤어진 여자친구를 스토킹하는 남자의 이야기를 담은 ‘One Way or Another’와 파워팝의 클래식으로 통하는 ‘Hanging on the Telephone’이다. 하지만 블론디에게 새 지평을 열어준 노래는 ‘Heart of Glass’였다. 당시 디스코는 블론디뿐 아니라 모든 록 밴드들에게 새로운 개척지였다.
새로 나온 ‘Heart of Glass’ EP에는 더 느리고 펑키한 그루브를 특색으로 한 초기 버전이 담겼다. “이 노래는 몇 년의 태동기를 거쳐 탄생했다”고 버크는 말했다. “난 영화 ‘토요일 밤의 열기’ 사운드트랙을 듣고 이 노래의 드럼 연주에 대한 영감을 얻었다.” 버크가 처음엔 ‘Heart of Glass’의 라이브 연주를 거부했다는 소문도 있었다. 본인은 그 소문이 사실이 아니라고 하지만 제대로 연주하기가 어려운 곡임엔 틀림없다. ‘Parallel Lines’는 수백만 장이 팔렸고 뒤이어 나온 ‘Eat to the Beat’(1979)와 ‘Autoamerican’(1980)은 더 과감한 장르의 도약을 보여줬다. “난 ‘Autoamerican’이 무질서하고 기이해서 좋다”고 스타인은 말했다. ‘Autoamerican’ 음반을 제작할 당시 블론디는 처음 랩 음악을 들었고 힙합 선구자 팹 파이브 프레디와 친분을 맺었다. 스타인은 프레디가 밴드 멤버들을 뉴욕 브롱크스에서 열린 한 콘서트에 데려갔었다고 돌이켰다. 경찰 체육협회가 개최한 이 콘서트에서는 펑키 포 플러스 원과 그랜드매스터 플래시가 공연했다. 블론디는 이 공연에 완전히 매료됐고 여기서 영감을 받아 만든 노래가 ‘Autoamerican’에 수록된 ‘Rapture’다. 얼음처럼 차가운 해리의 목소리가 인상적인 이 곡은 빌보드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한 최초의 랩 음악이 됐다.
버크는 “앨범 작업이 끝나면 내 로프트 아파트로 친구들을 불러 청취회를 열곤 했다”면서 “그들이 ‘Rapture’를 처음 들었을 때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 하던 게 아직도 기억난다”고 말했다(그로부터 38년이 지난 지금 블론디는 여전히 힙합 팬이다. 버크는 데이비드 보위가 켄드릭 라마에게 영향을 받았다고 말한 뒤 라마에게 관심을 갖게 됐고 해리는 헬스클럽에서 운동할 때 랩 음악을 듣는다. “트레이너가 랩을 좋아해서 운동할 때 늘 랩을 듣는다”고 그녀는 말했다).
‘Autoamerican’에는 스카(경쾌한 리듬과 애절한 멜로디가 매력적인 자메이카 대중음악) 곡을 리메이크한 ‘The Tide Is High’도 들어 있다. 스타인이 “요즘 미국의 모든 편의점에서 이 노래를 트는 것 같다”고 불만을 표하자 해리가 “편의점에 가지 않는 게 상책”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스타인은 “그곳에서 약 처방전을 받기 때문에 안 갈 수가 없다”고 되받았다.
1983년 블론디는 부채와 마약중독, 질병으로 해체됐다. 스타인은 심각한 희귀 면역질환 진단을 받았다. 해리가 그 시기를 되돌아보는 걸 꺼릴 만도 하다. 그녀는 2017년 잡지 바이스에 당시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스타인은 병들었고 집은 국세청(IRS)에 압류당했다. 모든 게 엉망진창이었다.” 스타인과 해리는 결국 헤어졌지만 밴드는 1990년대 말 재결합했다. “스매싱 펌킨스 등 뮤지션들이 블론디의 노래를 리메이크하면서 긍정적인 분위기가 조성됐다”고 스타인은 말했다. ‘One Way or Another’는 배우 셰릴 체이스가 리메이크한 곡이 1998년 만화영화 ‘러그래츠 - 야! 러그래츠’에 삽입됐다(밀레니엄 세대는 ‘러그래츠’ 사운드트랙을 통해 블론디의 음악을 접했다).
블론디는 재결합 앨범 ‘No Exit’로 좋은 반응을 얻은 이후 꾸준히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가장 최근 앨범인 ‘Pollinator’(2017)에는 찰리 XCX와 데브 하인스(일명 블러드 오렌지) 같은 신세대 스타들과 함께 작업한 노래들도 실렸다. 음악 앨범 이외에 멤버들의 사이드 프로젝트도 눈길을 끈다. 열렬한 사진가이기도 한 스타인은 최근 펑크 사진집 ‘포인트 오브 뷰(Point of View: Me, New York City, and the Punk Scene)’를 펴냈다. 해리는 모든 걸 털어놓은 회고록의 집필을 거의 끝냈다. 그녀는 “내가 (스타인보다) 약간 늦었다”며 소리 내 웃었다.
블론디가 지금까지 살아남은 건 ‘기적에 가깝다’고 해리는 말했다. 블론디는 패티 스미스와 함께 오리지널 CBGB 클럽 출신 중 여전히 활동하는 몇 안 되는 밴드로 꼽힌다. 이들의 절친한 친구 조이 라몬과 라몬즈의 다른 멤버들은 사망했고 크램프스는 해체됐다. 또 토킹헤즈는 재결합할 가능성이 거의 없어 보인다.
브리티시 펑크의 첫 세대도 사정이 별로 나을 게 없다. 내가 버크를 인터뷰하는 동안 영국 펑크 밴드 버즈콕스의 리더 피트 셸리(향년 63세)가 사망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난 그 소식을 버크에게 전했다. 버크는 “그처럼 재능 있는 사람들이 너무 일찍 세상을 떠난다”며 버즈콕스가 1978년 블론디 공연 오프닝 무대를 장식했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펑크 록 밴드 대다수가 사라진 반면 펑크의 상징인 CBGB 클럽은 여전히 남아 있다. 하지만 그게 꼭 반갑지만은 않다. “뉴어크 공항에 있는 CBGB 바는 정말 생뚱맞다”면서 “‘내가 꿈꾸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고 말했다. 꿈이라면 악몽이 아닐까?
또 미국 대형마트 타겟은 지난해 7월 뉴욕 이스트 빌리지에 새 매장을 열면서 1970~80년대 CBGB의 차양을 흉내 낸 외부 장식으로 음악 팬들의 분노를 샀다. 스타인은 당시 그 차양을 보고 ‘터무니없고 모욕적’이라고 말했다. 그로부터 6개월이 지난 지금 그는 “그래도 상점이 은행보다는 나은 것 같다”면서 “필모어 이스트(미국 록의 성지로 불리던 공연장)는 은행이 됐다”고 말했다.
해리는 CBGB 출신의 옛 동료들이 라이브 공연을 더 많이 하면 좋겠다면서 “텔레비전(록 밴드)과 리처드 헬 같은 뮤지션들이 더 자주 무대에 서야 한다”고 말했다. “헬이 뉴욕의 시티 와이너리에서 자선공연을 연적이 있는데 정말 반가웠다. 그가 라이브 공연을 더 많이 할 수 있도록 진심으로 격려했다.”
- 잭 숀펠드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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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론디의 드러머 클렘 버크에 따르면 1979년 봄 ‘Heart of Glass’는 상업적으로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 이로써 블론디는 뉴욕 언더그라운드 펑크 음악계에서나 알아주던 밴드에서 국제적인 스타로 발돋움했다. 버크와 싱어 데비 해리, 기타리스트 크리스 스타인은 최근 ‘Heart of Glass’ 발표 40주년을 기념해 12인치 비닐 EP 음반을 내놨다. 블론디는 또 오는 3월 처음으로 쿠바에서 콘서트를 연다. “스타인과 나는 늘 쿠바 공연을 꿈꿔 왔다”고 해리는 말했다.
“스타인은 ‘좌파 공산주의자’이니 놀랄 일은 아니다”고 버크가 장난스럽게 말했다. 스타인은 피델 카스트로가 살아있을 때부터 쿠바에 가고 싶어 했다. 블론디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쿠바와 외교 관계를 복원하고 여행제한을 철폐한 2015년 쿠바 공연을 계획했다. 하지만 “공연은 성사되지 못 했다”고 버크는 말했다. 그 후 도널트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했다. “새 정부가 쿠바에 제재를 가했기 때문에 우리는 쿠바 공연을 허가받기 위해 ‘문화 교류’라는 명목을 빌어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해야 했다”고 버크는 말했다.
블론디의 쿠바 공연은 라틴이나 레게 풍의 곡 위주로 짜여진다. 73세의 나이에도 라이브 실력이 여전한 싱어 해리는 “우리가 초창기에 즐겨 부르던 ‘Attack of the Giant Ants’라는 노래는 특유의 ‘붐-붐-붐-붐-붐’하는 박자가 쿠바 공연에 딱 어울릴 듯하다”고 말했다. 그녀는 또 1980년 영화 ‘아메리칸 플레이보이’의 주제곡으로 쓰였던 ‘Call Me’의 스페인어 버전과 2014년 앨범 ‘Ghosts of Download’에 수록된 쿰비아(콜롬비아와 파나마의 전통 음악) 풍의 ‘Sugar on the Side’도 부르고 싶다고 말했다.
블론디는 아바나의 역사 깊은 극장 ‘테아트로 메야’에서 공연한다. 맥스캔자스 시티, CBGB(아메리칸 펑크 록의 발상지로 불린다) 등 뉴욕의 클럽에서 주로 공연하던 초창기를 생각하면 괄목할 만한 변화다. 블론디는 1974년 스타인과 해리가 창설했고 버크가 곧 합류했다(그 후 여러 멤버가 이 밴드를 거쳐갔다). ‘Heart of Glass’에서 알 수 있듯이 뉴웨이브와 펑크의 선구자인 블론디는 다양한 장르를 자유자재로 넘나든다. 초창기에 스타인과 해리(웨이트리스 출신인 그녀의 목소리는 꿈꾸는 듯하면서도 날카롭다)는 음악적 동지이자 연애 파트너였다. 1976년 발표한 블론디의 데뷔 앨범 ‘Blondie’는 평단의 찬사를 받았지만 판매는 실망스러웠다.
팝의 형식에 펑크의 카리스마를 접목한 앨범 ‘Parallel Lines’는 그로부터 2년 후에 나왔다. 블론디의 소속 음반사 크리샐리스는 당초 이 앨범의 출판을 거부했다. “그들은 이 앨범에서 히트곡이 나오리라고 생각지 않았다”고 해리는 말했다. 하지만 이 음반에서는 ‘Heart of Glass’ 말고도 히트곡이 2곡 더 나왔다. 헤어진 여자친구를 스토킹하는 남자의 이야기를 담은 ‘One Way or Another’와 파워팝의 클래식으로 통하는 ‘Hanging on the Telephone’이다. 하지만 블론디에게 새 지평을 열어준 노래는 ‘Heart of Glass’였다. 당시 디스코는 블론디뿐 아니라 모든 록 밴드들에게 새로운 개척지였다.
새로 나온 ‘Heart of Glass’ EP에는 더 느리고 펑키한 그루브를 특색으로 한 초기 버전이 담겼다. “이 노래는 몇 년의 태동기를 거쳐 탄생했다”고 버크는 말했다. “난 영화 ‘토요일 밤의 열기’ 사운드트랙을 듣고 이 노래의 드럼 연주에 대한 영감을 얻었다.” 버크가 처음엔 ‘Heart of Glass’의 라이브 연주를 거부했다는 소문도 있었다. 본인은 그 소문이 사실이 아니라고 하지만 제대로 연주하기가 어려운 곡임엔 틀림없다. ‘Parallel Lines’는 수백만 장이 팔렸고 뒤이어 나온 ‘Eat to the Beat’(1979)와 ‘Autoamerican’(1980)은 더 과감한 장르의 도약을 보여줬다. “난 ‘Autoamerican’이 무질서하고 기이해서 좋다”고 스타인은 말했다. ‘Autoamerican’ 음반을 제작할 당시 블론디는 처음 랩 음악을 들었고 힙합 선구자 팹 파이브 프레디와 친분을 맺었다. 스타인은 프레디가 밴드 멤버들을 뉴욕 브롱크스에서 열린 한 콘서트에 데려갔었다고 돌이켰다. 경찰 체육협회가 개최한 이 콘서트에서는 펑키 포 플러스 원과 그랜드매스터 플래시가 공연했다. 블론디는 이 공연에 완전히 매료됐고 여기서 영감을 받아 만든 노래가 ‘Autoamerican’에 수록된 ‘Rapture’다. 얼음처럼 차가운 해리의 목소리가 인상적인 이 곡은 빌보드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한 최초의 랩 음악이 됐다.
버크는 “앨범 작업이 끝나면 내 로프트 아파트로 친구들을 불러 청취회를 열곤 했다”면서 “그들이 ‘Rapture’를 처음 들었을 때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 하던 게 아직도 기억난다”고 말했다(그로부터 38년이 지난 지금 블론디는 여전히 힙합 팬이다. 버크는 데이비드 보위가 켄드릭 라마에게 영향을 받았다고 말한 뒤 라마에게 관심을 갖게 됐고 해리는 헬스클럽에서 운동할 때 랩 음악을 듣는다. “트레이너가 랩을 좋아해서 운동할 때 늘 랩을 듣는다”고 그녀는 말했다).
‘Autoamerican’에는 스카(경쾌한 리듬과 애절한 멜로디가 매력적인 자메이카 대중음악) 곡을 리메이크한 ‘The Tide Is High’도 들어 있다. 스타인이 “요즘 미국의 모든 편의점에서 이 노래를 트는 것 같다”고 불만을 표하자 해리가 “편의점에 가지 않는 게 상책”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스타인은 “그곳에서 약 처방전을 받기 때문에 안 갈 수가 없다”고 되받았다.
1983년 블론디는 부채와 마약중독, 질병으로 해체됐다. 스타인은 심각한 희귀 면역질환 진단을 받았다. 해리가 그 시기를 되돌아보는 걸 꺼릴 만도 하다. 그녀는 2017년 잡지 바이스에 당시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스타인은 병들었고 집은 국세청(IRS)에 압류당했다. 모든 게 엉망진창이었다.” 스타인과 해리는 결국 헤어졌지만 밴드는 1990년대 말 재결합했다. “스매싱 펌킨스 등 뮤지션들이 블론디의 노래를 리메이크하면서 긍정적인 분위기가 조성됐다”고 스타인은 말했다. ‘One Way or Another’는 배우 셰릴 체이스가 리메이크한 곡이 1998년 만화영화 ‘러그래츠 - 야! 러그래츠’에 삽입됐다(밀레니엄 세대는 ‘러그래츠’ 사운드트랙을 통해 블론디의 음악을 접했다).
블론디는 재결합 앨범 ‘No Exit’로 좋은 반응을 얻은 이후 꾸준히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가장 최근 앨범인 ‘Pollinator’(2017)에는 찰리 XCX와 데브 하인스(일명 블러드 오렌지) 같은 신세대 스타들과 함께 작업한 노래들도 실렸다. 음악 앨범 이외에 멤버들의 사이드 프로젝트도 눈길을 끈다. 열렬한 사진가이기도 한 스타인은 최근 펑크 사진집 ‘포인트 오브 뷰(Point of View: Me, New York City, and the Punk Scene)’를 펴냈다. 해리는 모든 걸 털어놓은 회고록의 집필을 거의 끝냈다. 그녀는 “내가 (스타인보다) 약간 늦었다”며 소리 내 웃었다.
블론디가 지금까지 살아남은 건 ‘기적에 가깝다’고 해리는 말했다. 블론디는 패티 스미스와 함께 오리지널 CBGB 클럽 출신 중 여전히 활동하는 몇 안 되는 밴드로 꼽힌다. 이들의 절친한 친구 조이 라몬과 라몬즈의 다른 멤버들은 사망했고 크램프스는 해체됐다. 또 토킹헤즈는 재결합할 가능성이 거의 없어 보인다.
브리티시 펑크의 첫 세대도 사정이 별로 나을 게 없다. 내가 버크를 인터뷰하는 동안 영국 펑크 밴드 버즈콕스의 리더 피트 셸리(향년 63세)가 사망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난 그 소식을 버크에게 전했다. 버크는 “그처럼 재능 있는 사람들이 너무 일찍 세상을 떠난다”며 버즈콕스가 1978년 블론디 공연 오프닝 무대를 장식했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펑크 록 밴드 대다수가 사라진 반면 펑크의 상징인 CBGB 클럽은 여전히 남아 있다. 하지만 그게 꼭 반갑지만은 않다. “뉴어크 공항에 있는 CBGB 바는 정말 생뚱맞다”면서 “‘내가 꿈꾸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고 말했다. 꿈이라면 악몽이 아닐까?
또 미국 대형마트 타겟은 지난해 7월 뉴욕 이스트 빌리지에 새 매장을 열면서 1970~80년대 CBGB의 차양을 흉내 낸 외부 장식으로 음악 팬들의 분노를 샀다. 스타인은 당시 그 차양을 보고 ‘터무니없고 모욕적’이라고 말했다. 그로부터 6개월이 지난 지금 그는 “그래도 상점이 은행보다는 나은 것 같다”면서 “필모어 이스트(미국 록의 성지로 불리던 공연장)는 은행이 됐다”고 말했다.
해리는 CBGB 출신의 옛 동료들이 라이브 공연을 더 많이 하면 좋겠다면서 “텔레비전(록 밴드)과 리처드 헬 같은 뮤지션들이 더 자주 무대에 서야 한다”고 말했다. “헬이 뉴욕의 시티 와이너리에서 자선공연을 연적이 있는데 정말 반가웠다. 그가 라이브 공연을 더 많이 할 수 있도록 진심으로 격려했다.”
- 잭 숀펠드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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