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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 위한 ‘프리즌 브레이크’

창업 위한 ‘프리즌 브레이크’

재소자를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변신시키는 ‘더 라스트 마일’ 프로그램이 재범률 감소 이끌어
레드리츠는 ‘더 라스트 마일’ 교실을 향후 5년 안에 50개 운영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 사진:COURTESY OF THE LAST MILE
우연히 시작된 일이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오랫동안 여러 기술업체에 투자하고 일부를 운영하던 크리스 레드리츠는 뜻밖에도 교도소에 가게 됐다. 범죄를 저질러서 잡혀간 게 아니었다. 벤처투자회사 트랜스미디어 캐피털의 임원인 그는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사무실에서 약 18㎞ 밖에 떨어지지 않은 샌퀜틴 주립교도소에 초청 받았다. 비즈니스와 기업가 정신을 재소자들에게 강연해달라는 요청이었다.

레드리츠는 “내가 벤처회사를 경영한다는 사실을 아는 친구의 부탁이었다”고 말했다. “샌퀜틴 주립교도소의 재소자 여러 명이 그녀에게 비즈니스와 관련해 질문이 많은데 물어볼 사람이 없다고 호소했다. 그러자 그녀는 내가 비즈니스를 잘 안다고 생각하고 교도소로 초청했다.”

레드리츠는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았다. “솔직히 말해 교도소에 가는 것이 내키지 않았다. 재소자들이 내가 하는 일을 이해하지 못할 것 같았다. 내가 아무리 쉽게 설명해도 그들이 멍하게 쳐다볼 것 같았다. 그러다가 강연을 마치고 그냥 그곳에서 걸어나오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친구가 그를 계속 졸랐다. 그래서 어느 날 저녁 그는 마침내 초청을 수락했다. 하지만 샌퀜틴 주립교도소를 찾아간 바로 그날 그의 삶이 완전히 달라졌다. 레드리츠는 이렇게 설명했다. “30분으로 예정된 강연이 저녁 내내 이어지는 토론으로 변했다. 재소자 약 50명이 내 강연을 들었는데 그들은 사업계획 등 많은 것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들이 더 나은 삶을 만들어가는 문제에서 그 정도의 열정과 관심이 있다는 사실이 너무 놀라웠다.”

레드리츠는 그 경험을 아내이자 사업 파트너인 비벌리에게 얘기했다. 그는 아내에게 “도저히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놀라웠다”고 말했다. 그들 부부는 곧바로 모험 기업가로서 이전에 여러 차례 했던 일을 다시 시작했다. 소매를 걷어붙이고 시장조사에 나섰다는 뜻이다.

그들은 미국의 교정시설에 수감된 재소자가 200만 명이 넘으며, 그들을 위한 교도소 운영에 800억 달러 이상이 든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하지만 다른 무엇보다 그들의 관심을 사로잡은 것은 자신들이 사는 캘리포니아주의 재범율이었다. 레드리츠는 “재범율이 60%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또 재소자 한 명에 드는 비용이 연간 5만 달러가 넘었다. 정말 심각한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우리에게 자원이 있고 네트워크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날 교도소에서 내가 만난 재소자 중 누구라도 우리가 도울 수 있다면 큰 변화가 생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머지않아 그들은 샌퀜틴 주립교도소에서 재소자들을 대상으로 스타트업 창업 방법을 가르치는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바로 거기서 레드리츠 부부가 운영하는 비영리단체 ‘더 라스트 마일(The Last Mile)’이 탄생했다. 레드리츠는 “일주일에 이틀씩 40주를 쉬지 않고 그곳에 가서 가르쳤다”고 돌이켰다. “하다보니 그렇게 연장됐다.”

레드리츠와 아내 비벌리는 샌퀜틴 주립교도소에서 스타트업 창업 방법을 가르치는 프로그램을 시작하면서 ‘더 라스트 마일’을 설립했다. / 사진:COURTESY OF POSTLIGHT
그 과정에서 레드리츠와 그의 아내는 중요한 교훈을 얻었다. “교육을 마친 재소자들은 우리가 정한 날 교도소 안에서 자신의 창업 아이디어를 발표했다. 내가 아는 벤처투자자 몇 명을 그 자리에 초청했다. 그런데 재소자들의 발표가 너무 훌륭했다. 그 순간 우리는 교육이 효과가 있으며, 그들에게 창업 갈망이 매우 크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초청 받은 투자자들이 ‘어떻게 도와주면 되겠는가?’라고 묻기 시작했다.”

레드리츠는 교도소 내부에 교육 수요만이 아니라 아직 개발되지 않은 인재 집단이 있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개발되기를 열정적으로 바라는 재능이었다. 그러면서 ‘더 라스트 마일’ 프로그램의 교육이 갈수록 실용적으로 변했다. 게다가 보수 좋은 일자리로 이어질 수 있는 첨단기술에 대한 수요도 재소자들 사이에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레드리츠는 “코딩(컴퓨터 프로그래밍)은 쓰임새가 많아 채용 가능성이 큰 특별한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내년까지 미국에서 채워져야 할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일자리가 약 100만 개나 된다는 통계가 있다. 따라서 재소자들을 올바른 기술로 준비시킬 수 있다면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었다. 특히 그 분야는 전과가 있느냐보다 일을 해낼 수 있는 능력이 더 중요시 되기 때문에 재소자가 도전하기에 아주 좋다.”

캘리포니아주의 교정과 관련된 의사결정이 내려지는 곳인 주도 새크라멘토로 가서 교도소 내부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을 가르치겠다고 제안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레드리츠는 “두려움이 상당했다”고 말했다. “그 제안을 승인하는 것은 관련자 모두에게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결국 2014년 ‘더 라스트 마일’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프로그램이 샌퀜틴 주립 교도소에서 출범했다.

교도소에선 인터넷을 사용할 수 없다. 레드리츠는 재소자들이 출소한 뒤 외부에서 사용하게 될 것과 똑같은 도구로 기술을 배우고 익힐 수 있도록 모의 환경을 만들었다. 교육의 효과를 의심하는 사람도 많았지만 재소자들은 능력과 열의가 대단했다. 그러면서 실질적인 변화가 나타났다.레드리츠는 “15년 또는 20년 동안 수감 생활을 하면서 인터넷을 구경도 못했던 사람이 이제 어엿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됐다”고 말했다. 그중 한 명이 제이슨 존스였다. “그는 여덟 살 때 가정위탁 프로그램에 들어갔고, 열한 살에 갱단원이 됐다. 그 후 범죄에 가담했다가 체포돼 거의 14년 동안 수감생활을 했다. 올해 출소했는데 지금 샌프란시스코의 기술업체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일한다. 사실 전과자로서 그럴 수 있는 확률이 얼마나 됐겠나?”

제이슨 존스는 샌퀜틴 주립교도소에서 거의 14년을 보냈지만 ‘더 라스트 마일’ 프로그램 덕분에 지금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일한다. / 사진:COURTESY OF WFYI
레드리츠는 재소자를 위한 봉사의 기회를 가지며 그 일에서 깊은 감명을 받고 새로운 사명을 갖게 됐다. 지금 그는 사업을 논할 때 실리콘밸리의 기술전문가가 아니라 마치 선교사나 목사처럼 이야기한다.

“사람들에게 두 번째 기회를 주는 것에 관해 많은 이야기가 있지만 우리 프로그램에 등록한 재소자 중에는 진정한 첫 번째 기회도 못 가진 사람이 수두룩하다. 결손 가정에서 성장한 사람들 말이다. 그들 부모는 마약 중독자거나 마약을 밀매하거나 갱과 관련된 환경에 있어서 자녀로서 스스로 선택할 길이 없었다. 하지만 그들에게 도구를 쥐어주면 기대를 훌쩍 뛰어넘는다. 거의 매번 그런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난다.”

‘더 라스트 마일’의 프로그램은 테크놀로지와 관련된 기술을 가르치는 데 그치지 않고 출소 뒤에 반드시 필요한 사회성 기술도 가르친다. 레드리츠는 “교도소에선 신뢰와 투명성, 취약성 같은 개념이 잘 통용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우리에겐 그런 개념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재소자가 형기를 마치고 출소할 때 꼭 필요하다. 자신의 배경이나 앞으로 하고 싶은 일에 관해 솔직하게 말하고 실행하는 것이 성공의 비결이기 때문이다.”

레드리츠는 출소자들의 사회복귀 과정에도 열정을 갖는다. 민간기업은 전과자 채용을 꺼리지만 ‘더 라스트 마일’이 그들의 우려를 덜어준다. 레드리츠는 또 전과자가 사회에 재통합되는데 따르는 문제점도 잘 안다. 그는 “출소하면 일자리가 필요하고 거처할 곳도 있어야 하며 정서적인 도움과 동료 네트워크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모든 ‘더 라스트 마일’ 수료자는 서로 어려운 점을 도와주고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네트워크를 자신들 사이에서 자연적으로 형성한다.”

지금까지 ‘더 라스트 마일’ 수료자 중 출소했다가 재 수감된 사람은 한 명도 없다. 일반적인 통계를 고려하면 정말 대단한 일이다. 레드리츠는 “동료 네트워크가 그런 성공의 견인차라는 점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들의 네트워크에선 한 사람이 재수감되면 그게 혼자만의 일이 아니다. 집단 전체의 기대를 저버리는 일이다. 따라서 서로 정신을 똑바로 차릴 수밖에 없다.”

재범률을 ‘제로’로 만들기 위해 ‘더 라스트 마일’은 사소한 일까지 바짝 신경 쓴다. 레드리츠는 “우리는 사소한 일을 당연시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캘리포니아주에선 출소하면 200달러를 지급 받고 어떤 경우는 버스표도 받을 수 있다. 그게 전부다. 샌퀜틴 주립교도소의 예를 들자면 교도소를 나서면 출입문에서 누군가가 기다려줘야 한다. 기다리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경우 교도관이 버스 정류장까지만 데려다 준다. 한번 생각해 보라. 10년이나 15년, 심지어 20년 동안 교도소 안에 있다가 나가는데 손에 200달러만 쥐어주고 버스 정류장에서부터 알아서 살아가라고 한다. 그런 상황에서 출소자가 사회복귀에 성공하기를 기대할 수 있을까?”

레드리츠는 사회복귀 과정에서 족집게처럼 반드시 필요한 일을 찾아낸다. “사회복귀가 원활하게 진행되려면 첫 60일, 90일, 120일이 매우 중요하다. 가족이 없는 경우 일자리와 거처할 곳이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 또 우리는 수료자 전부를 기술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해준다. 그러기 위해선 그들에게 전화기와 컴퓨터가 필요하다. 우리가 교도소 안에서 기술을 가르쳤지만 그들이 밖에 나가면 사정이 다르기 때문에 그런 기기를 갖고 있어야 한다.”갱단원으로 마약과 술에 취해 범죄를 일삼았던 탈리아 루이즈는 최근 유에스에이 투데이 신문에 ‘더 라스트 마일’에 관해 이렇게 말했다. “난 그들에게 내가 밖에 나가서 사회에 잘 적응하고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느꼈다. 출소해서 예전에 하던 식으로 돌아갈 생각은 전혀 없다. 그러면 결국 내가 시작한 바로 그곳에 다시 돌아가기 때문이다. 그건 내가 원하는 바가 아니다.”

샌퀜틴 주립교도소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교실. 코딩 기술이 있으면 보수가 좋은 기술업체에 취업할 기회가 많아진다. / 사진:COURTESY OF IDEAS.TED.COM
레드리츠는 루이즈를 비롯해 그녀와 비슷한 다른 재소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감동 받았다. 그는 다른 재소자도 그런 희망의 이야기를 반드시 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샌퀜틴 주립교도소 같은 곳에선 희망을 찾기가 아주 어렵기 때문이다. 레드리츠는 “희망을 주려면 바로 거기서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뭔가 할 수 있다고 희망을 주는 것이 우리 일에서 매우 중요하다. 우리 프로그램 수료자 중 한 사람이 번듯한 일자리를 갖고 정장 차림으로 수감생활을 했던 교도소를 다시 찾아와 재소자들에게 노력하면 얼마든지 자신처럼 될 수 있다고 말해주는 것보다 더 효과적인 자극제는 없다.” 레드리츠는 그런 개인적인 증언의 위력을 잘 안다. “그들은 내 말을 들을 수도 있지만 자신과 같은 처지를 겪은 사람의 말을 듣는 게 가장 효과적이다. 그래야 피부에 와 닿는다.”

‘더 라스트 마일’의 프로그램 수료자를 접해본 민간 기업에서 보이는 반응도 아주 좋다. 레드리츠는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우리가 일자리를 알선해준 회사에서 동료 직원이나 CEO들은 한결같이 ‘그들의 근면성과 열의를 비할 데가 없을 정도’라고 말한다. 단순히 일자리를 얻는 게 아니라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 모범을 보일 수 있는 기회다.”

‘더 라스트 마일’에선 멘토십이 핵심적 역할을 한다. 프로그램에 등록한 재소자가 다른 재소자를 가르치고 지도하는 방식이다. 그런 멘토십이 미래 지도자를 양성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레드리츠는 강조했다. 책임감을 배양하는 것도 프로그램에서 중요한 부분이다. 레드리츠는 “그들 모두 ‘프로그램에 좋지 않은 일을 하면 퇴출된다’는 서약서에 서명한다”고 말했다. “재소자로서 규정을 위반하면 프로그램에서 자동 탈락한다.”

레드리츠 자신도 똑같은 기준을 따른다. “이 프로그램을 시작했을 때 비벌리와 내가 가장 먼저 이 서약서에 서명했다. 우리는 이 일에 일생을 바치겠다고 맹세했다. 그런 정신이 우리 조직 전체를 지배한다.”

레드리츠는 벤처자본 회사의 간부로 있으면서 ‘출구전략’과 거액의 연봉에 익숙했지만 지금은 그때와 전혀 다르다. 이제 그는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스타트업을 운영하지만 아무런 ‘출구 전략’을 갖고 있지 않다. 그 스타트업이 어쩌다 보니 비영리 회사가 됐기 때문이다. “지금 현재 우리 프로그램은 캘리포니아·인디애나·캔자스 주에서 14개의 교실을 운영한다. 오클라호마주에선 지금 준비 중이다. 우리의 목표는 향후 5년 안에 50개 교실을 운영하는 것이다. 올해 말까지 최소한 20개 교실은 확보할 자신이 있다.”

한 부부의 노력 덕분에 ‘더 라스트 마일’은 재소자들에게 인생의 두 번째 기회를 줄 뿐 아니라 더 심오한 것도 제공한다. 사회가 포기한 사람을 구원의 길로 안내하는 일이다.

- 리 하비브



※ [필자는 세일럼 라디오 네트워크의 콘텐트 담당 부사장으로 ‘우리의 미국 이야기(Our American Stories)’ 프로그램의 진행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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