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경제 시대가 온다(4) 혼행(Solo Traveling)] 혼행 급증의 비결은 ‘여행길 친구’
[취향경제 시대가 온다(4) 혼행(Solo Traveling)] 혼행 급증의 비결은 ‘여행길 친구’
1인 여행객 전문 여행사도 등장… 스케쥴 일부만 동행하는 ‘따로 또 같이’ 혼자 밥을 먹으면 혼밥, 혼자 여행을 가면 혼행이라고 줄여 부른 지도 오래다. 혼자 하는 무엇인가에서 사업 아이템을 찾기 위해 주목하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정작 홀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은 혼행이 특별할 게 없다고 얘기한다. 어떤 이유에서든 돌아오는 길에는 무엇이 변했는지 모르는 복잡한 심경일 확률이 높다. [나의 산티아고, 혼자이면서 함께 걷는 길]이란 책은 동생이 뇌사상태에 빠지고 무력함에 젖어 떠난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의 일상을 담았다. 에필로그에서 작가는 “나는 그 먼 순례길을 떠나 한 달을 걸었지만 막상 다녀와 보니 변한 건 없었다고 고백한다. 여행 전문기자인 P씨도 혼자 훌쩍 떠나는 여행을 몇 번이나 다녀왔다. P씨는 ‘혼행은 내가 잘 살고 있다는 걸 증명하는 일’이지만 “돌아오는 비행기에서는 허무한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혼행이 거스를 수 없는 트렌드라는 건 이제 특별히 증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모두투어의 지난해 전체 여행상품, 항공권 예약 중 1인 예약 비중은 여전히 늘어나고 있다. 모두투어는 몇 년 전까지 1인 여행객 비중 추이를 발표했었지만, 혼행 트렌드가 당연하게 자리잡으면서 지난해에는 이 자료를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았다. 모두투어 여행상품을 혼자 예약한 비중은 2017년 18.7%에서 2018년에도 22.7%로 크게 늘었고, 1인 항공권 예매 비중도 2017년 46.8%에서 2018년 48.1%로 증가했다. 모두투어 담당자는 “1인 가구가 늘어나고 있는데, 그만큼 혼자 가는 여행도 증가하는 게 당연한 결과”라고 말했다. 글로벌 여행 플랫폼 카약의 한국지사에 따르면 지난해 1인 항공권, 호텔 숙박 검색 데이터가 1년 전보다 각각 13%, 17% 증가했다. 같은 기간 카약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항공권 검색 증가율은 37%였다. 카약 아시아태평양 지역 담당자는 “한국에서도 1인 가구 증가에 따른 이른바 ‘솔로 경제’가 여행산업에도 주요 트렌드로 작용하고 있다”며 “개인의 주관적 기준에 의한 가치소비를 지향하는 신세대 가치관이 소비 트렌드를 주도하면서 취향에 따라 여행지를 선택하고 일정을 짜는 자유여행객이 증가한 것도 주요 원인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여기서 약간의 반전이 있다. 1인 여행은 떠나고 돌아올 때는 혼자지만, 여행지에서도 늘 혼자인 건 아니라는 점이다. “나는 [베를린 일기]라는 책을 보고 베를린으로 가야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아니, 어쩌면 베를린에 가고 싶어서 그 책을 골랐을 수도 있다. 혼자 여행을 가는 특별한 이유는 없는 것 같다.” 신문사에서 서비스 기획자로 일하는 박인혜씨는 지난해 봄 베를린에 혼자 다녀왔다. 그는 이전에도 런던으로, 리스본으로 혼자 열흘씩 여행을 다녀왔다. 주로 한 도시에 오래 머무르는 걸 선호한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친구와 다녀온 첫 유럽 여행이 영 불편했던 기억이 있고, 아침부터 일정에 쫓기는 게 싫다는 정도다. 혼자 도착한 베를린이지만, 박인혜씨가 늘 혼자였던 건 아니다. “20대도 아닌데 게스트하우스의 공동 침실에서 자는 게 좀 민망하긴 했지만, 함께 침실을 쓰던 어린 친구들과 때때로 함께 다니면서 사진도 찍었던 게 기억에 남는다.” 가끔은 1인 여행자들이 혼자서 가기 힘든 지역 맛집을 같이 가거나 일부 여행에 동참할 수 있도록 현지에서 1인 여행자들을 연결해주는 애플리케이션(앱)이나 서비스를 사용하기도 한다. 자유여행 동행 서비스 앱인 ‘설레여행’이 대표적이다. 설레여행은 여행자가 자신의 여행 일정과 스타일을 입력하면 같은 시기 다른 여행자들이나 해당 도시에 거주하는 현지인을 만나게 해주는 앱으로 3년 전 출시하자마자 1개월 만에 100만 매칭을 기록했고, 지난해 10월에는 누적 매칭 수가 1500만을 넘겼다. 필자도 2년 전 혼자 푸켓으로 여행을 가서 현지 서핑스쿨에서 만난 친구들과 열흘을 붙어다녔다. 여행 전문기자 P씨는 의류 브랜드가 운영하는 캠핑 여행 동호회를 통해서 ‘따로 또 같이’ 여행을 즐긴다. P씨는 “사적인 캠핑 모임, 스쿠버 다이빙 여행 모임처럼 개인적이면서 외롭지 않은 모임 사람들과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일종의 하이브리드형 혼행으로 트렌드가 변하고 있다. 이런 여행은 항공권·숙박 등을 혼자 예약하기 때문에 카약, 모두투어 등의 통계에는 1인 여행자로 잡힌다. 항공 및 숙박 예약 앱 익스페디아가 2017년 직장인 100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83.6%가 혼행보다는 다른 사람과 함께 떠나는 여행이 더 좋다고 응답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7년 한국인의 연간 해외 여행 횟수는 2.6회였다. 지난 1년 간 1회 이상 해외 여행을 다녀온 사람 수도 2007년 13.9%에서 2017년 26.5%로 크게 늘어났다. 여행 횟수가 많을수록 친구·가족과 함께 가는 여행 스케줄을 맞추기가 그만큼 어려워진다. 여가 활동 선호도 조사에서 관광은 여전히 71.5%로 1위를 차지하고 있으니,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혼자라도 떠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다만 현지에서 혹은 떠날 때, 여건이 맞는 1인 여행자들끼리 일부 여행 스케쥴을 공유하는 식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렇게 혼행 트렌드는 계속 증가하고 심지어 변화하고 있는데, 여행 업계의 메이저 상품군에는 끼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영국의 리서치 기업 민텔은 지난해 ‘솔로 트레블’이란 보고서를 내고 이 부분을 지적했다. 민텔 보고서는 “1인 여행객은 계속해서 늘고 있지만, 여행사의 메인스트림 상품으로 다뤄지고 있지 않다”며 “1인 여행객들은 안전한 장소가 어딘지 알려주고, 24시간 연락이 가능한 여행사를 찾고 있다”고 분석했다. 필자가 지난해 가을 스위스 인터라켄의 한 호텔에서 만난 미국인 여행자는 솔로 트래블 전용 상품으로 유럽 여행을 하고 있었다. 그는 “숙박·교통편을 여행사에서 전화와 팩스를 통해 미리 마련해두고 언제 어디로 가라고 알려준다”고 말했다. 이런 여행 상품만 취급하는 혼행 전문 여행사 ‘저스트 유(Just You)’ 경영진은 영국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우리 고객들은 혼자 도착한 여행객들에게 추가 요금을 내게 하지 않는 숙소를 원하고, 우리는 이미 그런 숙소들을 확보해 놨다”고 말했다.
1인 여행객 수가 지금과 같은 속도로 늘어난다면 국내에서도 1인 여행 전문 여행사가 곧 등장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아무리 편리해도 혼자 떠나는 여행에는 약간의 특별함이 있다. 큰맘 먹고 떠났던 혼행에서 돌아와도 크게 특별한 게 없었다고 느끼는 특별한 감정이다. “집에 돌아오는 게 재미있는 건, 보이는 것도 냄새도 느낌도 떠나기 전과 바뀐 것 없이 똑같다는 점이다. 그리고 바뀐 것은 바로 당신이라고 깨닫는다.” 스콧 피츠제랄드가 말했다고 전해지는 여행 격언이다. 피츠제랄드는 야심작 [위대한 게츠비]가 큰 반응을 얻지 못하자 프랑스 파리로 떠난 여행길에서 훗날 절친이 된 친구를 만나고, 그 경험을 담아 마지막 장편 [밤은 부드러워]를 집필한다. 피츠제랄드가 여행길에서 만난 친구의 이름은 헤밍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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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투어 1인 항공권 예매 해마다 40%대 증가
여기서 약간의 반전이 있다. 1인 여행은 떠나고 돌아올 때는 혼자지만, 여행지에서도 늘 혼자인 건 아니라는 점이다. “나는 [베를린 일기]라는 책을 보고 베를린으로 가야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아니, 어쩌면 베를린에 가고 싶어서 그 책을 골랐을 수도 있다. 혼자 여행을 가는 특별한 이유는 없는 것 같다.” 신문사에서 서비스 기획자로 일하는 박인혜씨는 지난해 봄 베를린에 혼자 다녀왔다. 그는 이전에도 런던으로, 리스본으로 혼자 열흘씩 여행을 다녀왔다. 주로 한 도시에 오래 머무르는 걸 선호한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친구와 다녀온 첫 유럽 여행이 영 불편했던 기억이 있고, 아침부터 일정에 쫓기는 게 싫다는 정도다. 혼자 도착한 베를린이지만, 박인혜씨가 늘 혼자였던 건 아니다. “20대도 아닌데 게스트하우스의 공동 침실에서 자는 게 좀 민망하긴 했지만, 함께 침실을 쓰던 어린 친구들과 때때로 함께 다니면서 사진도 찍었던 게 기억에 남는다.” 가끔은 1인 여행자들이 혼자서 가기 힘든 지역 맛집을 같이 가거나 일부 여행에 동참할 수 있도록 현지에서 1인 여행자들을 연결해주는 애플리케이션(앱)이나 서비스를 사용하기도 한다. 자유여행 동행 서비스 앱인 ‘설레여행’이 대표적이다. 설레여행은 여행자가 자신의 여행 일정과 스타일을 입력하면 같은 시기 다른 여행자들이나 해당 도시에 거주하는 현지인을 만나게 해주는 앱으로 3년 전 출시하자마자 1개월 만에 100만 매칭을 기록했고, 지난해 10월에는 누적 매칭 수가 1500만을 넘겼다. 필자도 2년 전 혼자 푸켓으로 여행을 가서 현지 서핑스쿨에서 만난 친구들과 열흘을 붙어다녔다. 여행 전문기자 P씨는 의류 브랜드가 운영하는 캠핑 여행 동호회를 통해서 ‘따로 또 같이’ 여행을 즐긴다. P씨는 “사적인 캠핑 모임, 스쿠버 다이빙 여행 모임처럼 개인적이면서 외롭지 않은 모임 사람들과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일종의 하이브리드형 혼행으로 트렌드가 변하고 있다. 이런 여행은 항공권·숙박 등을 혼자 예약하기 때문에 카약, 모두투어 등의 통계에는 1인 여행자로 잡힌다.
여행길 친구 찾아주는 ‘설레여행’ 3년 새 1500만건 매칭
이렇게 혼행 트렌드는 계속 증가하고 심지어 변화하고 있는데, 여행 업계의 메이저 상품군에는 끼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영국의 리서치 기업 민텔은 지난해 ‘솔로 트레블’이란 보고서를 내고 이 부분을 지적했다. 민텔 보고서는 “1인 여행객은 계속해서 늘고 있지만, 여행사의 메인스트림 상품으로 다뤄지고 있지 않다”며 “1인 여행객들은 안전한 장소가 어딘지 알려주고, 24시간 연락이 가능한 여행사를 찾고 있다”고 분석했다. 필자가 지난해 가을 스위스 인터라켄의 한 호텔에서 만난 미국인 여행자는 솔로 트래블 전용 상품으로 유럽 여행을 하고 있었다. 그는 “숙박·교통편을 여행사에서 전화와 팩스를 통해 미리 마련해두고 언제 어디로 가라고 알려준다”고 말했다. 이런 여행 상품만 취급하는 혼행 전문 여행사 ‘저스트 유(Just You)’ 경영진은 영국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우리 고객들은 혼자 도착한 여행객들에게 추가 요금을 내게 하지 않는 숙소를 원하고, 우리는 이미 그런 숙소들을 확보해 놨다”고 말했다.
1인 여행객 수가 지금과 같은 속도로 늘어난다면 국내에서도 1인 여행 전문 여행사가 곧 등장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아무리 편리해도 혼자 떠나는 여행에는 약간의 특별함이 있다. 큰맘 먹고 떠났던 혼행에서 돌아와도 크게 특별한 게 없었다고 느끼는 특별한 감정이다. “집에 돌아오는 게 재미있는 건, 보이는 것도 냄새도 느낌도 떠나기 전과 바뀐 것 없이 똑같다는 점이다. 그리고 바뀐 것은 바로 당신이라고 깨닫는다.” 스콧 피츠제랄드가 말했다고 전해지는 여행 격언이다. 피츠제랄드는 야심작 [위대한 게츠비]가 큰 반응을 얻지 못하자 프랑스 파리로 떠난 여행길에서 훗날 절친이 된 친구를 만나고, 그 경험을 담아 마지막 장편 [밤은 부드러워]를 집필한다. 피츠제랄드가 여행길에서 만난 친구의 이름은 헤밍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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