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에서 창출되는 가치를 직무기술과 가치전달 형식으로 분리해 각각의 위협 고려하면 직종별 위험도 판단할 수 있어 월마트는 판매대 재고관리, 바닥 청소 등에 로봇을 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사진:PHILLIP-AP/YONHAP소매유통 대기업 월마트는 최근 인건비 절감 노력의 일환으로 매장의 판매대 재고관리, 바닥 청소와 기타 일상적인 작업에 로봇을 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월마트는 그에 따라 어떤 일자리가 없어질지는 밝히지 않았지만, 그 발표(그리고 분명 다른 여러 대형 마트에서 꼬리를 물고 이어질 더 많은 발표)는 한 가지 중요한 의문을 제기한다. 업무 자동화가 갈수록 확산하는 미래에 근로자는 어떻게 대비할 수 있을까?
‘제4차 산업혁명’의 일환으로 오늘날 수백만 개의 일자리가 인공지능과 자동화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어떤 직업이 가장 위태로운지는 승자와 패자를 예측하려는 경제학자·미래학자들의 상상력과 추측에 의존해 왔다. 우리는 근로자의 정체성과 경력, 산업과 기술변화 전문가로서 근로자가 자기 직업의 앞 날을 더 정확하게 판단하고 최선의 대책을 마련하도록 돕는 새로운 도구를 개발했다.
산업혁명 4.0이 어떤 분야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지 조사한 연구는 많이 발표됐다. 대다수 예측은 원가와 효율성에 초점을 맞춰 한 그룹의 근로자를 다른 집단과 대비시켰다. 예컨대 블루칼라 대 화이트칼라, 숙련대 미숙련, 대졸 대 고졸 이하, 심지어 인종과 성별에 따른 예측 등이다.이런 광범위한 분류가 언론매체의 관심을 끌지는 모르지만, 어느 때보다도 개인에게 경력 관리와 개발이 요구되는 시기에 개별 근로자에게는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우리 연구는 효율성이나 비용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직업의 앞날을 예측하는 더 섬세하고 지속가능한 도구를 제시한다. 바로 가치다.
우리 연구는 모든 개인의 근로가 그들의 일상적인 업무에서 가치를 창조한다는 사고에 근거했다. 고객이 그에 대해 대가를 지불하거나, 동료 근로자가 자기 업무를 할 수 있게 하거나, 회사가 내부적으로 돌아가도록 돕는 것이 그런 가치일 수 있다. 어떤 경우든 모든 직업은 제3자에게 어느 정도의 가치나 유용성을 제공한다. 그런 가치는 변하지 않지만, 그것이 창출돼 최종 이용자에게 전달되는 방식을 자동화와 인공지능이 위협할 수 있다. 그것을 파악해야 다가오는 기술변화 물결이 직업의 앞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판단할 수 있다. 이런 위협을 평가하려면 가치를 두 가지 핵심 구성요소로 분리할 필요가 있다.
첫째, 가치는 업무를 완수하는 데 필요한 직무기술에서 창출된다. 예컨대 프로그래머의 코딩 능력이나 벽을 판판하게 만들어 깔끔하게 페인트칠하는 도장공의 기술 등이다. 우리 조사에선 대체로 직무기술이 표준화될 때 자동화나 인공지능에 위협받을 가능성이 컸다. 그러나 가치의 두 번째 구성요소는 직무기술과 별개다.
직업의 가치를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는 방식으로 이 또한 신기술에 위협받을 수 있다. 우리는 이를 ‘가치 형식’으로 부른다. 예컨대 특정 분야에 대한 대학교수의 직무기술과 노하우는 당장 위협받지 않을지 모르지만, 그들의 가치가 전달되는 형식은 분명 온라인 학습 플랫폼과 인공지능 교육 도구의 사용증가로 위협받는다. 근로자가 이런 두 가지 위협을 함께 고려하면 자신의 직업이 위험에 처했는지 더 잘 판단할 수 있다.
우리의 프레임워크에는 4개 항목이 있다. 직업은 그 직무기술과 가치형식이 직면한 위협 정도에 따라 대체되거나(displaced) 와해하거나(disrupted) 해체되거나(deconstructed) 장수할(durable) 수 있다.
대체는 가장 위험에 처한 일자리를 나타낸다. 우리 분석에선 약사·방사선과의·사서 모두 대체 직종에 속한다. 와해는 직무기술이 크게 위협받는다는 의미지만, 사람들이 흔히 인간적 교류를 수반하는 기존의 또는 인정받은 전달 방식을 원한다. 패스트푸드점 점원, 회계사, 부동산 대리인 등이 대표적이다. 해체는 그 반대의 경우다. 직무기술은 거의 표준화되지 않았지만, 직무가치의 전달 방식이 자동화의 위협을 많이 받는다. 사진가·대학교수 그리고 택시기사가 이 항목에 속한다. 장수 일자리는 직무기술이나 가치형식의 자동화가 어렵거나 큰 비용이 든다는 점에서 가장 안전하다. 이 항목에 속하는 운 좋은 근로자는 전기공·배관공·의사 보조인력(PA) 등이다.일면 이런 가치 프레임워크는 다른 사람들이 이미 발견한 것을 재확인한다. 예컨대 월마트 같은 대형 소매 유통점의 판매대 재고관리자가 앞으로 몇 년 동안 안전한 일자리라고 주장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월마트의 발표가 이를 뒷받침한다. 이들을 우리의 프레임워크에 넣으면 재고를 채우고 판매대를 청소하는 그들의 주요 직무기술이 표준화되고 일상적이어서 심각한 위협을 받는 것이다. 게다가 로봇은 재고정보의 자동전송을 통해 더 많은 가치를 전달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 모델에선 이들 근로자가 대체될 가능성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난다.
배관공은 기술의 자동화가 어려워 장수 일자리에 속한다. / 사진:GETTY IMAGES BANK그러나 가치에 초점을 맞춘 우리 조사는 단순히 위험 직군 항목을 토대로 한 다른 예측이 빗나갔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예컨대 많은 직종이 단순히 일상적이고 저학력을 필요로 하거나 배관공·전기공 그리고 호스피스 종사자 같은 블루칼라 직종이라서 위협받는다는 예측도 있다. 하지만 역사적 주택의 전기 시스템 재배선 또는 호스피스 환자의 간호는 인간이 가치를 창조하고 전달해야 하는 비 표준적인 일자리다. 이들 일자리가 상당히 장수할 수 있는 이유다.
근로자가 창조하는 가치 그리고 자신들의 직무기술과 가치형식에 자동화가 제기하는 위협을 이해한 뒤 어떤 행동을 취할 수 있을까?
이제껏 그들에게 주어진 일반적인 답변은 평생학습에 관심을 가지라는 권유를 수반한다. 그러나 우리 모델처럼 가치에 초점을 맞추는 방식에선 훨씬 더 섬세한 지침을 제시한다. 예컨대 해체되는 직종의 근로자에겐 새 직무기술이 필요하지 않다. 기존 직무기술을 새로운 전달형식에 적응시키는 방법만 배우면 된다. 거꾸로 와해되는 직종의 근로자는 전환기 동안 로봇·인공지능 시스템과 함께 일하는 훈련을 받을 필요가 있다.
그리고 대체되는 근로자(월마트의 판매대 재고관리자에게 닥칠 가능성이 큰 미래)가 재훈련을 고려할 필요가 있더라도 근로의 미래에 전통적인 고등교육 시스템은 적합하지 않다. 대학은 장기적인 학사·석사의 진로에 초점을 맞춘다. 그보다는 개개인에게 새 일자리로 옮기는 빠르고 단편적이고 적응 가능한 경로가 필요하다.
최근 경리담당자 일자리를 잃은 48세의 부모는 4년제 학위 과정을 새로 시작할 수 없다. 그러나 사이버보안 자격증을 따기 위한 3개월짜리 프로그램은 현실적으로 가능하고 필요한 것이다. 일자리의 미래는 우리 앞에 다가왔다. 월마트의 발표 며칠 뒤 보스턴 지역의 대형 식료품점 체인 스톱&숍 근로자가 자동화 확대에 항의하는 파업을 벌였다. 그러나 우리에겐 아직 시간이 있다. 로봇과 인공지능에 관한 걱정은 그만 접고 앞으로 수년간 변화할 환경에서 다양한 직종의 근로자가 창조할 수 있는 가치에 더 신경 쓰자. 가치가 유일한 불변요소다.
- 베스 험버드, 스콧 F. 래텀
※ [베스 험버드는 매사추세츠대학(로웰)의 경영학 조교수이며 스콧 F. 래텀은 매사추세츠대학(로웰)의 전략적 경영학 조교수다. 이 기사는 온라인 매체 컨버세이션에 먼저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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