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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류주, 알고 마시면 더 맛있다

증류주, 알고 마시면 더 맛있다

텍사스 위스키부터 이탈리아 브랜디까지… 주류 전문 기자 조너선 레이가 추천하는 세계의 베스트 7
스펙테이터의 주류 전문 기자인 조너선 레이는 신저 ‘댓츠 더 스피릿!’에서 세계 곳곳을 돌며 마셔본 최고의 증류주 100가지와 그에 얽힌 사연을 소개한다. / 사진:UADRILLE PUBLISHING
증류주 애호가들에게 요즘 같은 호시절이 또 있었던가 싶다. 진의 혁명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럼의 부흥도 전망된다. 고급 위스키와 코냑, 테킬라, 보드카의 매출이 치솟고 크래프트 증류주 업체가 세계 곳곳에서 생겨난다. 증류주를 이용한 전통적이거나 새로운 칵테일에 대한 수요 역시 줄어들 줄 모른다.

난 처음엔 와인 판매업자로서, 나중엔 주류 저널리스트로서 지난 40년 동안 최상품의 술을 마셔 왔다. 그러면서 아주 맛있는, 보석 같은 술들을 발견하게 됐다. 신저 ‘댓츠 더 스피릿(That’s the Spirit)!’에 소개한 100가지의 술은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들이다.

그중엔 쿠앵트로(오렌지 리큐어), 쿠르부아지에(코냑), 그랑 마니에르(오렌지 리큐어) 등 익히 들어봤을 만한 술도 있다. 반면 에드워드 7세 영국 국왕을 위해 특별히 제조된 킹스 진저 리큐어나 소화에 도움이 되는 멘첸도르프 쿰멜, 아몬드 향이 나는 그라파(브랜디의 일종) 등 잘 알려지지 않은 술도 포함됐다. 난 이 술들을 모두 맛봤으며 그중 다수는 꽤 자주 마신다. 여러분도 이 중에서 가능한 한 많은 것을 찾아 마셔보고 나처럼 좋아하길 바란다. 마음 급한 독자를 위해 그중 가장 맛있는 7가지를 추천한다.
 발콘스, 브림스톤 텍사스 스크럽 오크 스모크트 콘 위스키(Balcones, Brimstone Texas Scrub Oak Smoked Corn Whisky)
(왼쪽부터) 발콘스, 브림스톤 텍사스 스크럽 오크 스모크트 콘 위스키. 샌티스 몰트 위스키, 에디치온 힘멜베르크. 장-폴 메테, 오드비 드 푸아르 윌리암스. /사진:UADRILLE PUBLISHING
내가 오래전 영국 런던 세인트 제임스 스트리트의 유명한 주류 상점 베리 브라더스 & 러드에서 일할 때 관광객 수십 명이 가게를 방문하곤 했다. 그들은 1698년 설립된 이 회사가 여전히 가족 경영 체제를 유지하고 있으며 벽에 목재 패널을 댄 매장 또한 수 세기 동안 거의 변함이 없다는 점을 높이 샀다.

손님들은 줄무늬 정장을 입은 우리 점원들이 책상에 앉아 손 글씨로 주문서를 작성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또 운이 좋으면 우리가 매장의 경사진 바닥에서 크리켓 경기하는 걸 볼 수도 있었다. 우리는 전화를 받는 척하며 손님을 못 본 체하기도 했다. 미국인도 그 상점을 사랑했다. 텍사스주에서 온 사람들은 특히 그랬다. 상점 외벽에 걸린 현판에 쓰여 있듯이 1842~45년 그 건물의 1층에 주영 텍사스 공사관이 있었기 때문이다. 언젠가 스테트슨 모자를 쓴 텍사스 주민이 그 현판 옆에서 사진을 찍고 싶다고 했던 게 기억난다. 그는 당시 텍사스주는 와인을 생산하지 않았지만 시작만 한다면 분명 세계 최고의 와인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요즘은 텍사스주에서 와인을 만들지만 아직 마셔본 적은 없다. 하지만 텍사스산 위스키는 정말 훌륭하다. 그중에서도 가장 맛있는 위스키를 만드는 업체는 2008년 크래프트 증류주의 천재 칩 테이트가 설립한 발콘스 디스틸링이다. 유감스럽게도 칩은 투자자들과의 불화로 회사를 떠났지만, 그가 만든 기막힌 위스키의 전통은 그대로 이어진다. 이 회사는 버번 위스키가 아니라 텍사스 위스키를 제조한다. 야수처럼 강하고 거친 이 위스키는 로스팅한 푸른 옥수수를 주재료로 해 스모크트 향이 나며 다른 어떤 증류주와도 다른 독특한 맛이 난다. 위스키 애호가나 텍사스주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번 마셔볼 것을 권한다.
 샌티스 몰트 위스키, 에디치온 힘멜베르크(Sa¨nt is Malt Whisky, Edition Himmelberg)
스위스 북동부 아펜첼에 갔을 때였다. 도착하자마자 광장에 앉아 햇빛을 받으며 맛있는 로허 브라우어라이 맥주를 마셨다. 그때 그 깃발이 눈에 들어왔다. 술을 너무 많이 마셔 헛것이 보이는 게 아닌가 내 눈이 의심스러웠지만, 그렇지 않았다. 광장을 둘러싼 초콜릿 상자처럼 예쁜 건물들에 내걸린 깃발 중에 유난히 눈길을 끄는 그 기에는 붉은 발톱과 붉은색의 발기한 남근을 가진 커다란 흑곰이 그려져 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옛 아펜첼 주의 문장이 새겨진 아펜첼 기였다.

아펜첼은 스위스에서 가장 전통적이고 구식인 지역으로 요즘도 선거나 수입 문제를 광장에 모인 주민의 거수로 결정한다. 지금까지 이 지역은 아펜첼러 산악견과 향이 강한 아펜첼러 치즈, 그리고 1991년에야 여성이 투표권을 얻은 곳으로 잘 알려졌다. 난 여기에 강한 남성성을 자랑하는 그 곰과 맛있는 아펜첼러 맥주, 그리고 정말 훌륭한 아펜첼러 싱글 몰트 위스키를 더하고 싶다(맥주와 위스키 모두 로허 가문에서 제조한다).

아펜첼러 맥주는 전에도 마셔본 적이 있다. 대마 씨앗이 들어간 톡 쏘는 맛의 한프블뤼테 맥주와 보름달이 뜰 때만 만든다는 폴몬트 맥주가 특히 맛있었다. 하지만 아펜첼러 위스키(2002년 생산되기 시작했다)는 이번에 처음 맛봤는데 마시자마자 홀딱 반했다. 스모크트 향과 흙 내음, 매콤한 맛이 나는 에디치온 드라이팔티카이트와 작은 맥주 통에서 숙성시킨 바닐라 향이 나는 에디치온 지겔, 살구향이 매혹적인 몰트 리큐어 등이 있다. 하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맛은 에디치온 힘멜베르크다. 맥주와 와인 통에서 숙성시킨 이 위스키는 부드럽고 우아하며 매혹적인 과일 향이 난다. 2016 국제 와인과 증류주 경연대회에서 은메달을 차지했는데 과연 그럴 만하다. 이 위스키의 상표에 앞서 말한 곰의 그림이 들어 있는데 여기서는 방패로 몸의 중앙 부위를 가리고 있다.
 장-폴 메테, 오드비 드 푸아르 윌리암스(Jean-Paul Mette, Eau-de-vie de Poire Williams)
알자스와 가스코니는 프랑스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지방이다. 알자스는 샤토(성)와 오드비(브랜디)의 땅이고, 가스코니는 다르타냥(소설 ‘삼총사’의 주인공)과 아르마냐크(프랑스산 브랜디의 일종)의 땅이다. 내 생각엔 두 지방의 우열을 가리기가 어렵다.

프랑스 동쪽 끝의 보주 산맥과 라인강 사이에 있는 알자스에는 특별한 역사가 있다. 30년 전쟁(17세기 유럽의 종교 전쟁), 프랑스 혁명, 프랑스-프로이센 전쟁, 제1·2차 세계대전 등 수많은 전쟁으로 이 지방의 지배권은 프랑스와 독일 사이를 수없이 오락가락했다. 하지만 베블렌하임, 콜마르, 오베르나이, 리보빌레, 리케위르 등 우편엽서처럼 아름다운 중세 도시와 마을들이 옛 모습 그대로 잘 보존됐다. 자갈 깔린 도로와 알록달록한 색상의 목조 주택들이 정겹다.

기후가 온화하고 사람들도 친절하며 음식과 와인이 아주 맛있다. 난 이 지방의 1등급 와인을 얼마쯤이라도 마실 수 있다. 산뜻하고 드라이한 리즐링 와인, 매콤한 맛이 자극적인 게부르츠트라미네, 감미로운 향이 나는 무스카트, 그리고 매우 훌륭한 스위트 와인들이 생산된다. 피노누아르도 맛있다. 하지만 늘 알자스에 도착해서야 새삼스럽게 깨닫는 사실은 이 지방에서 생산되는 증류주도 매우 훌륭하다는 것이다.

알자스에서는 온갖 과일을 이용한 증류주를 만든다. 향이 강한 이 술들은 아주 훌륭한 디제스티프(식전이나 식후에 소화를 돕기 위해 마시는 술)다. 자두와 마르멜로, 라스베리, 딸기, 푸아르 윌리암(배)이 들어간 브랜디를 마셔본 적이 없다면 그 맛에 홀딱 반하게 될 것이다.

몇 주 전 콜마르에 갔을 때 장-폴 메테의 오드비 드 푸아르 윌리암스를 처음 마셨는데 기막히게 맛있었다. 그렇게 훌륭한 술은 마셔본 적이 없는 것 같았다. 처음 그 향을 맡았을 때 소년 시절 이웃의 과수원에 숨어 들어가 탐스럽게 익은 배를 나무에서 따 먹던 일이 기억났다. 끈적끈적한 과즙이 턱을 따라 흘러내리면 팔에서도 달콤한 배즙 냄새가 났다. 장-폴 메테(이 지역에서는 오드비의 교황으로 불린다)는 1960년대에 리보빌레에 작은 증류주 업체를 세워 장인의 방식으로 브랜디를 생산하기 시작했고 지금은 그의 대자 필립 트라베와 그의 가족이 회사를 운영한다. 여기서 생산되는 모든 브랜디가 매우 훌륭하다.
 도멘 부아녜르, 바 아르마냐크 세파주노블(Domaine Boingneres, Bas Armagnac Cepages Nobles)
(왼쪽부터)도멘 부아녜르, 바 아르마냐크 세파주 노블. 킹스 진저 리큐어. / 사진:UADRILLE PUBLISHING
지난번 이 술을 마셨을 때는 삼총사처럼 늠름한 남자들과 함께였다. 아르마냐크가 주는 기쁨을 알리는 동호회의 초청으로 콩동의 중세 수도원에서 열리는 댄스파티에 참석했다. 우리는 푸스 라피에르(아르마냐크와 스파클링 와인, 오렌지 제스트가 들어가는 칵테일) 잔을 수없이 비우고 난 뒤 횃불이 타오르는 큰 방으로 들어갔다. 동호회 회원들은 내 어깨에 로열 블루색 바탕에 반짝이는 십자가가 새겨진 띠를 둘러줬다. 내가 가죽 장정의 명부에 사인하자 그들은 내게 회원증을 건네주며 양 볼에 키스했다. 모두가 내 등을 두드려줬고 다 함께 큰 소리로 건배를 외치며 술잔을 들었다. 그런 다음 의자로 안내된 내 손에 그 훌륭한 아르마냐크 한 병이 쥐어졌다. 난 그날 밤 그곳을 떠나기 전까지 그 병을 혼자서 다 비워야 했다.

1807년에 설립된 도멘 부아녜르는 지역 유지인 마르틴 라피트 가문이 운영해 왔다. 지금은 6대손이 포도원을 이끌어 간다. 이 포도원에서는 바 아르마냐크에서만 자라는 폴 블랑시 품종의 포도를 주로 이용한다. 이곳의 아르마냐크는 숯불에 그슬린 새 오크통과 오래된 오크통에서 숙성시키며 알코올 함량이 48%로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다른 브랜디에 비해 훨씬 더 높다.
 킹스 진저 리큐어(The King’s Ginger Liqueur)
킹스 진저 리큐어는 네덜란드 증류주 업체 디카이퍼 로열 디스틸러스(1695년 설립)가 런던의 주류상 베리 브라더스 & 러드를 위해 특별히 제조한 술이다. 이 술의 제조법은 1903년 에드워드 7세 영국 국왕의 의사였던 미스터 베리가 개발했다.

최상품 생강과 레몬 오일로 만든 이 술은 알코올 함량이 41%로 꽤 높은 편이다. 입안을 감싸는 부드러운 기름기와 달콤한 생강 향이 자꾸만 다음 잔을 부른다. 첫맛은 달콤하지만 뒤로 갈수록 드라이하고 매콤한 여운이 남는다. 힙플라스크(납작한 휴대용 술병)에 담아 스트레이트로 마시거나 얼음을 채운 텀블러에 따라 마셔도 좋다. 또한 다양한 칵테일에 이용할 수 있으며 바닐라 아이스크림 위에 부어 먹으면 맛이 기막히다.

내가 베리 브라더스에서 일할 때 1960년대 영국 팝스타 아담 페이스가 우리 매장에 와서 점심을 먹은 적이 있다. 당시 회사에 새로 채용된 요리사의 실력을 시험해보기 위한 자리이기도 했다. 강한 인상을 남기고 싶었던 그 요리사는 자신이 개발한 특별 요리를 첫 번째 코스로 내놨다. 메추라기 알을 넣어 굳힌 샴페인 젤리였다. 메인 코스로는 스테이크와 감자튀김을, 후식으로는 치즈와 앞서 말한 킹스 진저 리큐어를 부은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내놨다. 페이스 씨는 전채요리로 나온 샴페인 젤리를 멀찌감치 밀어놨고 스테이크 역시 입에도 대지 않았다. 그는 감자튀김 몇 개와 치즈 한 조각을 집어 먹은 다음 아이스크림을 게걸스럽게 먹어 치우고는 양해를 구한 뒤 자리를 떴다.

난 우리가 준비한 식사가 페이스 씨의 마음에 들지 않은 것 같아 나중에 그의 비서에게 전화해 물어봤다. 비서는 페이스 씨가 즐거운 시간을 보냈으니 아무 걱정할 것 없다고 말했다. 그러고는 그가 ‘아이스크림 위에 부은 달콤하고 생강 향이 나는 소스’를 아주 좋아했다면서 킹스 진저 리큐어를 12병 주문했다. 그러면서 비서는 “하지만 페이스 씨가 전채요리를 보고는 ‘베리 브라더스 같은 전통 있는 회사가 양의 눈을 젤리 속에 넣어 손님상에 내놓은 것’에 좀 놀랐다”고 덧붙였다. (페이스 씨는 젤리 속에 든 메추라기 알을 양의 눈이라고 오해했다.)
 멘첸도르프 쿰멜(Mentzendorff Kummel)
(왼쪽부터)멘첸도르프 쿰멜. 나르디니, 그라파 만돌라. / 사진:UADRILLE PUBLISHING
쿰멜은 16세기 말 네덜란드 증류주 업체 루카스 볼스가 처음 만든 감미로운 디제스티프다. 난 캐러웨이(씨앗을 향신료로 쓰는 회향 식물) 씨를 이용한 이 술을 저녁 식후주로 애용해 왔다. 오후에 별일이 없을 때는 점심 식후주로도 마셨다.

볼프슈미트, 볼스, 디카이퍼 로열 디스틸러스 등의 브랜드들이 훌륭한 쿰멜을 생산하지만 난 멘첸도르프 쿰멜이 제일 좋다. 프랑스 루아르 계곡에 있는 소규모 증류주 업체 콩비에가 1823년 개발된 오리지널 제조법대로 만든다.

아직 쿰멜을 마셔보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 이 술을 한 마디로 설명하자면 ‘성인을 위한 배앓이약’이라고 할 수 있다. 배앓이약이라 함은 과거 서양에서 어린이들이 과식으로 인한 복통이나 소화불량으로 고생할 때 민간요법으로 썼던 약물을 말한다. 배앓이 약과 쿰멜에서 아니스 열매 같은 맛이 나게 만드는 식물이 바로 캐러웨이다. 위장 내의 가스를 배출시켜 속을 편안하게 하는 구풍제로 잘 알려진 식물이다. 따라서 쿰멜은 다른 증류주들과 달리 소화에 도움이 된다. 그러니 소화불량으로 고생하는 골프 클럽의 노신사들 사이에서 이 술이 ‘퍼팅 약’으로 불리며 인기를 끄는 건 당연하다.

냉동고에서 꺼내 스트레이트로 마시거나 온더록스로 즐겨도 좋다. 멘첸도르프 쿰멜은 처음엔 약간 걸쭉하고 달콤하게 느껴지지만 서서히 매콤한 아니스 열매 향이 나며 끝 맛은 순수하고 드라이해 편안한 느낌을 준다. 실버 스트리크(진과 쿰멜의 비율 1:1)나 켈 비(코냑과 쿰멜의 비율 2:1), 목 네그로니(쿰멜과 진, 레드 베르무트를 1:1:1의 비율로 넣고 앙고스투라 비터스 2방울을 첨가한다) 같은 칵테일에 넣으면 아주 좋다.
 나르디니, 그라파 만돌라(Nardini, Grappa Mandorla)
이탈리아 북동부 비첸자의 중세 도시 바사노 델 그라파는 1569년 안드레아 팔라디오가 세운 지붕 있는 목재 교량으로 가장 잘 알려졌다. 폰테 베키오 또는 폰테 델리 알피니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이 다리는 나폴레옹 전쟁과 제2차 세계대전 등으로 여러 차례 파괴됐다가 1947년 팔라디오의 설계도대로 재건축됐다.

하지만 나를 이 다리로 이끈 건 그 극적인 역사(벽에 아직도 나폴레옹의 군사들이 쏜 총알구멍이 있다)가 아니라 그 다리 동쪽 끝에 있는 그라파(포도로 만드는 이탈리아 브랜디) 업체 그라페리아 나르디니였다. 카페와 주류 상점을 겸한 이곳은 오전 8시에 문을 연다. 내 인생을 바꿔놓은 카페 코레토와 라센틴을 처음 맛본 곳이 여기다. 카페 코레토는 에스프레소 커피에 그라파를 곁들인 음료로 아주 맛있다. 라센틴은 에스프레소 샷에 설탕을 넣고 설탕이 녹기 전에 다 마신 다음 그 컵에 그라파를 부어 남은 설탕과 커피를 헹궈서 마시는 방식인데 그 맛이 기막히다. 컵의 온기와 그라파의 톡 쏘는 맛, 커피의 쌉쌀한 맛, 아삭아삭 씹히는 달콤한 설탕이 어우러져 환상적인 맛을 낸다.

카페 코레토와 라센틴에 넣을 그라파로는 아몬드 맛이 나는 나르디니의 그라파 만돌라가 최고다. 맛이 강렬하고 드라이하며 뒤로 가면서 달콤한 아몬드 맛이 살짝 난다. 내 경험으로는 아무것도 섞지 않고 스트레이트로 마시면 더 좋다. 첫 잔으로 끝냈으면 좋았을 걸 그 맛을 다시 확인하려고 둘째 잔을 마신 게 실수였다. 그날 난 오전 9시 15분에 고주망태가 됐다.

- 조너선 레이



※ [필자는 영국 잡지 스펙테이터의 주류 전문 기자로 이 기사는 그의 신저 ‘댓츠 더 스피릿’에서 발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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