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해지는 SUV 라인업] 크로스오버·럭셔리·스포츠로 기능성 세분화
[다양해지는 SUV 라인업] 크로스오버·럭셔리·스포츠로 기능성 세분화
자동차 제조사 차별화 마케팅의 산물… 위기의 정통 SUV 비상구는 바야흐로 ‘SUV 전성시대’다. 자동차 시장에서 SUV가 시장을 지배한다. 그런데 SUV가 정확히 어떤 자동차를 말하느냐는 질문에 누구도 명확한 답을 내놓지는 못한다. SUV로 구분하고 있는 차가 너무 다양하기 때문이다. 원래 SUV라는 말의 의미는 레저 활동(Sports)에서의 기능성(Utility)를 강조한 차라는 뜻으로 미군과 영국군에서 수송용으로 사용하던 지프와 랜드로버를 민간에 출시하면서 탄생한 차량 장르다. 하지만 현재 이런 의미는 무색해졌다. 현재 통용되는 SUV의 의미는 세단보다 전고와 지상고가 높은 4~7인승 자동차를 부른다고 보는 것이 오히려 정확하다. 심지어 지상고가 높지 않은 차에도 SUV라는 카테고리를 부여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SUV를 법적으로 구분하는 기준이 없다. ‘승용차’로 구분해 같은 기준으로 등록·과세한다. 승용차 크기별 분류에서도 SUV에 대한 특별한 기준이 있는 것도 아니다. 세단과 똑같이 배기량에 따라 경형·소형·중형·대형으로 분류하는 것이 전부다. 법적인 경계를 넘어서는 경우도 있다. 픽업트럭인 렉스턴 스포츠는 자동차등록법상 화물차로 구분되지만 SUV로 홍보해 판매하고 있고,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 집계에서도 트럭이 아닌 SUV로 집계한다. 현대·기아차 등 일부 업체에선 SUV와 MPV(Multi Purpose Vehicle) 등을 더해 RV(Recreational Vehicle)라고 통칭하기도 한다. 레저활동을 위한 차량이라는 의미인데, 이를 ‘캠핑카’로 받아들이는 미국의 개념과는 또 혼선이 발생한다. 결국 SUV라는 카테고리는 자동차 회사의 마케팅 용어라고 볼 수 있다. 제조사가 SUV라고 부르면 SUV이고 SUV가 아니라고 하면 아닌 셈이다. SUV 판매가 늘어나며 제조사들은 SUV에 또 다른 이름을 붙이기 시작했다. SUV 수요가 늘어나며 전통적으로 여겨지던 SUV라는 개념과는 차이가 있는 차종이 등장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CUV(Crossover Utility Vehicle)가 대표적인 사례다. 크로스오버(Crossover)라는 단어가 의미하듯 세단이나 해치백, 웨건 등의 차량 형태를 SUV와 결합한 형태다. 하지만 CUV라는 말이 쓰이기 훨씬 이전부터 SUV의 크로스오버는 진행돼 왔다. 세계 자동차 업계 최초의 CUV로 평가되는 모델은 1994년 출시된 도요타의 라브4다. 자동차 업계에서 라브 4를 최초의 CUV라고 평가하는 이유는 ‘바디 온 프레임’ 방식이 아니라 비행기 제조에 적용되는 ‘모노코크’ 방식을 개량한 ‘유니바디’ 구조를 택했기 때문이다. 바디 온 프레임 구조는 뼈대 역할을 하는 프레임을 기반으로 차체를 만드는 방식이다. 이와 달리 모노코크 방식은 차체의 지붕과 옆판 바닥 등을 일체형으로 만든다. 세단 등 일반 승용차 시장에서는 경량화 등에 유리한 유니바디 방식의 차량 조립이 일찍이 시작됐지만 SUV에 적용된 것은 라브4가 처음이다. 오프로드를 달리기에 프레임 구조가 적합하다는 인식이 컸기 때문이다.
마케팅 용어로서 CUV라는 단어에 집중한다면 최초의 CUV는 1996년 출시된 스바루의 ‘아웃백’이다. 스바루는 아웃백을 출시하며 ‘세계 최초의 스포츠 유틸리티 웨건’이라는 말을 사용해 차량의 혼성을 강조했다. CUV는 최근 도심형 SUV를 뜻하는 말로 사용되기도 한다. LUV(Luxury Utility Vehicle)라는 차급도 있다. 고급차 브랜드에서 만든 고가의 SUV 차량을 구분하기 위해 사용되는 용어다. 포르쉐 카이옌이나 벤틀리 벤테이가 등 럭셔리 브랜드가 만드는 SUV가 여기에 해당한다.
CUV나 LUV가 자동차 업계에서 융합 트렌드를 고려해 만들어낸 말인 반면 독립 브랜드가 자사 자동차의 특성을 강조하기 위해 창조해 낸 용어도 있다. 자신의 브랜드가 만든 차의 마케팅 포지션을 잡기 위한 전략인 셈이다. BMW가 사용하는 SAV(Sports Activity Vehicle)가 대표적이다. BMW는 1999년 X5를 출시하며 SAV라는 이름을 붙였다. 오프로드 위주의 성능이 강조되는 SUV와 달리 스포티한 주행능력까지 겸비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BMW는 2008년에는 X6를 내놓으며 SAC(Sports Activity Coupe)라는 또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어냈다. 기존 SAV 모델들보다 쿠페의 성격이 더욱 강하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이 같은 사례는 한국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쌍용차는 2012년 코란도 스포츠를 출시하며 이 차를 SUV로 인식시키기 위해 LUV(Leisure Utility Vehicle)이란 말을 사용했다. 이어 렉스턴 스포츠를 출시하면서는 ‘오픈형 SUV’라는 수식어를 만들어냈다. 고급 SUV를 말하는 LUV와 달리 픽업트럭 기반 차의 레저 활용능력을 강조한 것이다. 이전까지는 픽업트럭이지만 SUV와 비슷한 용도로 사용된다는 의미로 SUT(Sport Utility Truck)라고 구분지었다.
라브4 이후 SUV의 시장이 확대된 데는 유니바디 구조의 차량들의 선전이 빛을 발했다. 오프로드 주행 능력보다 SUV의 공간성을 추구하는 수요가 컸을 뿐더러 다양한 디자인 요소들이 SUV 시장 확대에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여겨진다. 일각에서는 유니바디 방식의 차량이 바디 온 프레임에 버금가는 차체 강성을 가진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특히 글로벌 SUV 브랜드의 대표주자라고 볼 수 있는 랜드로버와 지프 등의 브랜드에서도 유니바디 방식의 차량들을 내놓고 있다. 바디 온 프레임 구조의 SUV가 설 자리는 없는 것일까. 바디 온 프레임 타입 SUV로 우리나라 시장에서 명맥을 유지하던 기아차 모하비는 대형 SUV 팰리세이드의 등장으로 시장에서 자취를 감추다시피 했다. 모하비의 올해 상반기 판매량은 1230대로 전년 동기(4924대) 대비 4분의 1토막 났다. 쌍용차의 자존심으로 여겨지는 G4렉스턴도 마찬가지다. 올해 6월까지 판매량은 전년대비 24.3% 줄어든 2308대를 기록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바디 온 프레임 방식의 SUV가 설 자리는 아직 남아있다고 보고 있다. 기아차가 오는 하반기 모하비의 부분변경 모델을 출시하는 이유다. 권혁호 기아차 국내영업 본부장(부사장)은 지난 3월 기자와 만나 “정통 SUV를 원하는 수요는 아직 많다”며 “하반기 출시될 모하비가 풀체인지급 변화를 앞두고 있는 만큼 다시 한번 정통 SUV 붐을 불러 올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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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는 SUV를 법적으로 구분하는 기준이 없다. ‘승용차’로 구분해 같은 기준으로 등록·과세한다. 승용차 크기별 분류에서도 SUV에 대한 특별한 기준이 있는 것도 아니다. 세단과 똑같이 배기량에 따라 경형·소형·중형·대형으로 분류하는 것이 전부다. 법적인 경계를 넘어서는 경우도 있다. 픽업트럭인 렉스턴 스포츠는 자동차등록법상 화물차로 구분되지만 SUV로 홍보해 판매하고 있고,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 집계에서도 트럭이 아닌 SUV로 집계한다. 현대·기아차 등 일부 업체에선 SUV와 MPV(Multi Purpose Vehicle) 등을 더해 RV(Recreational Vehicle)라고 통칭하기도 한다. 레저활동을 위한 차량이라는 의미인데, 이를 ‘캠핑카’로 받아들이는 미국의 개념과는 또 혼선이 발생한다. 결국 SUV라는 카테고리는 자동차 회사의 마케팅 용어라고 볼 수 있다. 제조사가 SUV라고 부르면 SUV이고 SUV가 아니라고 하면 아닌 셈이다.
제조사가 SUV라고 부르면 SUV
마케팅 용어로서 CUV라는 단어에 집중한다면 최초의 CUV는 1996년 출시된 스바루의 ‘아웃백’이다. 스바루는 아웃백을 출시하며 ‘세계 최초의 스포츠 유틸리티 웨건’이라는 말을 사용해 차량의 혼성을 강조했다. CUV는 최근 도심형 SUV를 뜻하는 말로 사용되기도 한다. LUV(Luxury Utility Vehicle)라는 차급도 있다. 고급차 브랜드에서 만든 고가의 SUV 차량을 구분하기 위해 사용되는 용어다. 포르쉐 카이옌이나 벤틀리 벤테이가 등 럭셔리 브랜드가 만드는 SUV가 여기에 해당한다.
CUV나 LUV가 자동차 업계에서 융합 트렌드를 고려해 만들어낸 말인 반면 독립 브랜드가 자사 자동차의 특성을 강조하기 위해 창조해 낸 용어도 있다. 자신의 브랜드가 만든 차의 마케팅 포지션을 잡기 위한 전략인 셈이다. BMW가 사용하는 SAV(Sports Activity Vehicle)가 대표적이다. BMW는 1999년 X5를 출시하며 SAV라는 이름을 붙였다. 오프로드 위주의 성능이 강조되는 SUV와 달리 스포티한 주행능력까지 겸비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BMW는 2008년에는 X6를 내놓으며 SAC(Sports Activity Coupe)라는 또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어냈다. 기존 SAV 모델들보다 쿠페의 성격이 더욱 강하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이 같은 사례는 한국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쌍용차는 2012년 코란도 스포츠를 출시하며 이 차를 SUV로 인식시키기 위해 LUV(Leisure Utility Vehicle)이란 말을 사용했다. 이어 렉스턴 스포츠를 출시하면서는 ‘오픈형 SUV’라는 수식어를 만들어냈다. 고급 SUV를 말하는 LUV와 달리 픽업트럭 기반 차의 레저 활용능력을 강조한 것이다. 이전까지는 픽업트럭이지만 SUV와 비슷한 용도로 사용된다는 의미로 SUT(Sport Utility Truck)라고 구분지었다.
라브4 이후 SUV의 시장이 확대된 데는 유니바디 구조의 차량들의 선전이 빛을 발했다. 오프로드 주행 능력보다 SUV의 공간성을 추구하는 수요가 컸을 뿐더러 다양한 디자인 요소들이 SUV 시장 확대에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여겨진다. 일각에서는 유니바디 방식의 차량이 바디 온 프레임에 버금가는 차체 강성을 가진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특히 글로벌 SUV 브랜드의 대표주자라고 볼 수 있는 랜드로버와 지프 등의 브랜드에서도 유니바디 방식의 차량들을 내놓고 있다.
모하비, 반전 일으킬까
그러나 업계에서는 바디 온 프레임 방식의 SUV가 설 자리는 아직 남아있다고 보고 있다. 기아차가 오는 하반기 모하비의 부분변경 모델을 출시하는 이유다. 권혁호 기아차 국내영업 본부장(부사장)은 지난 3월 기자와 만나 “정통 SUV를 원하는 수요는 아직 많다”며 “하반기 출시될 모하비가 풀체인지급 변화를 앞두고 있는 만큼 다시 한번 정통 SUV 붐을 불러 올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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