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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귈 생각 없지만 근사한 저녁 사준다면 …”

“사귈 생각 없지만 근사한 저녁 사준다면 …”

한 연구에서 여성의 33%가 공짜 식사 목적으로 데이트에 응한다고 인정 특히 마키아벨리어니즘 성격 가진 여성이 그럴 가능성 커
이번 연구에서 “사귀고 싶은 상대는 아니지만 남자가 식사 비용을 대기 때문에 데이트한다”고 응답한 여성이 적지 않았다. / 사진:GETTY IMAGES BANK
소개받거나 프러포즈 받은 남자가 마음에 들어서가 아니라 단지 근사한 저녁 식사를 대접받으려고 그를 만나러 나가는 여성이 있다. 특히 ‘어둠의 3요소(dark triad)’ 성격 특성이 강하면 그럴 가능성이 크다. 그런 유형의 여성을 연구한 과학자들이 얻은 결론이다. ‘어둠의 3요소’란 심리학 용어로 나르시시즘(자아도취)과 마키아벨리어니즘(목적 달성을 위해 부도덕한 행위를 서슴지 않는 태도), 사이코패시(반사회적 인격장애)를 가리킨다. 일반적으로 말하는 ‘나쁜’ 성격이다.

정서적인 면은 상관없이 오로지 섹스를 즐기기 위한 데이트를 ‘부티 콜(booty call)’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상대가 마음에 들지 않아도 공짜 저녁 식사를 먹으려고 나가는 데이트는 ‘푸디 콜(foodie call)’이라고 불러도 좋을 듯하다. 데이트계의 새로운 풍속도를 보여주는 이런 ‘푸디 콜’에 관한 최초의 연구에서 과학자들은 첫 데이트에선 무조건 남자가 저녁 식사를 산다는 전통적인 관념을 이용하려고 여성이 남성에게 관심 있는 체하는지 조사했다. 이 연구는 이성 커플만 대상으로 했다.

학술지 사회심리학·성격과학에 실린 이 논문의 저자 중 한 명은 ‘푸디 콜’ 현상이 여러 잡지에서 다뤄지는 것을 본 뒤 이 연구를 제안했다. 연구 대상자 중 그처럼 공짜 저녁 식사를 위해 데이트에 응한 적이 있는 여성의 경우 평균 5~6회 그런 데이트를 했다. 그러나 “그 횟수는 여성 개개인에 따라 크게 다르다”고 논문의 공동 저자인 브라이언 컬리슨 아주사퍼시픽대학 부교수가 뉴스위크에 설명했다. 한 여성은 그런 데이트에 55회나 나간 적이 있었다.

연구팀은 저녁 외식엔 비용이 많이 들어 일반적으로 여성이 직장에서 승진하기 힘들며 임금도 낮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푸디 콜’ 데이트는 그런 성별 격차를 어느 정도 균등하게 만드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 연구의 전반부는 평균 34세인 여성 698명을 대상으로 했다. 그 여성들은 “별로 관심이 가지 않는 남성이 데이트 신청을 했을 때 ‘남자가 식사 비용을 댄다’는 사실 때문에 그 데이트에 응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 또는 “아니다”로 답했다.

그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여성은 얼마나 자주 그런 데이트에 응했는지 1~6점 사이에서 자신의 점수를 매겼다(1점은 ‘전혀 그런 적이 없다’, 6점은 ‘아주 자주 응했다’는 뜻이다). 아울러 사귀고 싶은 상대가 아니지만 그 남성이 식사 비용을 대기 때문에 데이트하는 것이 괜찮다고 느끼는지에도 답했다.연구팀은 그들이 나르시시즘, 마키아벨리어니즘, 사이코패시라는 ‘어둠의 3요소’ 성격 특성 중 어디에 속하는지도 측정했다. 아울러 전통적인 성별 역할에 대한 태도도 조사했다. 연구팀이 내린 정의에 따르면 마키아벨리어니즘의 특성을 가진 사람은 다른 사람을 조종하고 속일 가능성이 크다. 그에 비해 사이코패시 성격은 후회하거나 공감하는 능력이 크게 떨어지며, 다른 사람의 감정을 배려하지 않는 경향을 보인다. 또 나르시시즘 성격 특성은 자신에 관해 과도하게 긍정적인 견해를 가지며, 매사에 자기중심적이고, 사교에 능하지만 서로 간의 따뜻한 관계엔 관심이 없다.

‘푸디 콜’ 데이트는 임금 등 성별 격차를 어느 정도 균등하게 만드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 사진:GETTY IMAGES BANK
연구 대상 여성 중 156명(전체의 23%)이 그냥 식사를 대접받으려고 데이트를 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그에 비해 552명(77%)은 그런 데이트에 나간 적이 없다고 말했다. 또 대다수는 그런 데이트가 약간 부적절하다고 생각했다. 반면 그런 데이트에 응한 여성은 사귈 생각이 없어도 저녁 식사를 대접받으러 나가는 것이 용납될 수 있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컸다.

단지 공짜 저녁 식사를 위해 데이트에 나갔다는 응답자 중 그런 데이트를 한 빈도를 물었을 때 ‘가끔’은 27%, ‘드물게’는 21%, ‘아주 드물게’는 26%였다. 반면 ‘자주’ 나갔다는 비율은 15%, ‘아주 자주’는 10%였다. 성격 특성을 적용했을 때 단지 남자가 사는 저녁 식사를 즐기러 데이트를 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여성은 ‘어둠의 3요소’ 점수가 높았다. 특히 마키아벨리적 성격을 가졌지만 반사회적 인격장애나 나르시시스트는 아닌 여성이 그럴 가능성이 더 컸다. 컬리슨 교수는 “여러 어두운 성격 특성이 로맨틱한 관계에서 기만적이고 상대방을 이용하는 행동과 관련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전통적인 성별 역할을 지지하는 여성의 경우도 그런 데이트에 나갈 확률이 높았다.

이 연구의 후반부에서 과학자들은 여성 357명을 대상으로 ‘푸디 콜’과 성격 특성에 관해 좀 더 깊이 조사했다. 그러나 성별 역할에 관한 태도는 묻지 않았다. 이번에는 전체 여성의 33%가 ‘푸디 콜’ 데이트에 나간 적이 있다고 답했다. 나머지 239명(67%)은 그런 데이트에 응한 적이 없다고 응답했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이 결과가 특정 성격과 성별 역할에 대한 태도가 ‘푸디 콜’ 데이트에 나갈 가능성에 영향을 미친다는 상관관계만 보여줄 뿐이며 그 인과 관계의 증거를 제공하지는 않는다고 단서를 달았다.

또 이 연구의 한계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뉴스위크의 질문에 컬리슨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이번이 ‘푸디 콜’에 관한 최초의 연구였기 때문에 우리는 그런 데이트의 한 가지 특정 형태에만 초점을 맞췄다. 다시 말해 이성 관계에서 남자가 사는 저녁 식사 때문에 그에게 관심이 있는 체하는 형태를 가리킨다. 그러나 남성 데이트 신청자 중 일부는 ‘푸디 콜’을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며, 명시적으로 그런 의사를 밝히는 경우도 있다. 또 ‘푸디 콜’은 이성 사이에서만이 아니라 동성 관계에서도 나타날 수 있으며, 여성이나 남성 어느 한쪽에 의해 지속될 수도 있다. 그런 점을 전부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이 우리 연구의 한계라고 말할 수 있다.”

연애 스타일과 ‘어둠의 3요소’를 연구한 플로리다애틀랜틱대학의 피터 칼 조나슨 교수(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이런 성격 특성에 관한 연구 대다수가 성적인 맥락에서 남성이 어떻게 여성을 이용하느냐에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조나슨 교수는 진화론적 관점에서 이렇게 설명했다. “섹스와 음식을 둘러싼 ‘선택’ 압력이 남성과 여성에게 각각 다르게 나타난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남성은 자신의 남성 조상에게 부족했던 ‘상품’인 섹스를 위해 여성을 이용하고 여성은 자신의 여성 조상에게 부족했던 ‘상품’인 음식을 위해 남성을 이용하는 경향이 있다. 이번 연구는 배우자 선호도 연구 결과와 같은 맥락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여성은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제공할 수 있고, 또 그럴 의사가 있는 남성을 배우자로 선호한다. 또 ‘어둠의 3요소’ 성격 특성이 상대방을 이용하기 위한 적응적 진화라는 점을 시사하는 연구도 그와 같은 맥락이라고 볼 수 있다.”

조나슨 교수는 이 연구의 한계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이 연구가 남성의 성격 특성에 관해서는 조사하지 않았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또 진화론적인 가설을 배제하고, 사회문화적인 모델에 전적으로 의존했다는 점도 아쉽다고 덧붙였다.

“진화론적으로 보면 당연한 이치다. 여성은 남성을 이용하고, 남성은 여성을 이용한다. 그게 반드시 병적인 것은 아니다. ‘성별 간의 전투’에서 되풀이되는 ‘선택’ 압력의 결과일 수 있기 때문이다. 남성과 여성은 때로는 상대 성별과 상충하는 목표를 추구한다. 아울러 그들은 진화론적으로, 또 존재론적으로 자신이 필요한 것을 얻어내는 전술을 개발한다. 다만 ‘어둠의 3요소’ 성격 특성이 강한 사람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사회적으로 좀 더 용납되기 어려운 방식으로 얻어내려 할 가능성이 클 뿐이다. 예를 들어 ‘어둠의 3요소’ 성격 특성이 약한 여성도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가진 남성을 원하고 외식할 때 자기 돈을 쓰고 싶어 하지 않는다. 다만 그녀는 상대방을 이용하려는 음흉한 생각에서가 아니라 사랑스럽고, 따뜻하고, 배려하는 자세로서 자신의 원하는 것을 얻어낸다.”

조나슨 교수는 이렇게 결론지었다. “다른 한편으로 ‘어둠의 3요소’ 성격 특성이 약한 남성도 후세를 갖기 위해 여성이 필요하다. 그래서 그녀에게 식사를 대접하면서 투자하고, 그녀의 생각과 취향을 배려하는 등 친절하고 다정한 남자가 됨으로써 그 목표를 달성한다.”

- 캐슈미라 갠더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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