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디지털 금’ 되겠네”…트럼프의 비트코인 전략자산화 방안은
[‘비트코인 대통령’이 온다] ②
공화당 비축 법안, 5년간 비트코인 100만개 매입 계획
재원 마련 방안도 담겨…기존 정부 보유 20만개도 편입
[이코노미스트 윤형준 기자] 미국이 비트코인을 국가적인 전략자산으로 비축하려는 계획을 본격화하면서 글로벌 금융 시장에 새로운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대선 기간 아이디어를 처음 공개한 이후, 공화당에서 구체적인 법안을 발의하면서 실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실현 가능성 여부를 떠나 비트코인 전략자산화 논의 자체가 글로벌 금융 시스템의 패러다임 전환을 상징한다고 바라보고 있다.
지난 7월 트럼프 당선인은 ‘비트코인 2024’ 콘퍼런스에서 비트코인을 ‘국가 전략 비축 자산’(Strategic National Bitcoin Stockpile·이하 전략자산)으로 보유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국 정부가 현재 보유하고 있거나 앞으로 취득할 모든 비트코인을 100% 보유하는 것이 내 행정부의 정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략자산이란 국가나 조직이 위기 상황이나 불확실성에 대비하고 장기적인 이익과 안보를 위해 비축하거나 관리하는 중요한 자산으로, 석유나 금처럼 경제적 안정과 안보를 강화하는 데 사용된다. 비트코인을 전략자산으로 비축한다는 것은 전통적으로 금 보유고가 미국 금융 안보의 핵심이 됐던 것처럼, 앞으로 글로벌 경제에서 미국의 금융 리더십을 강화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쉽게 말해 미국이 다른 나라보다 빠르고 강력하게 비트코인에 대한 주도권을 갖겠다는 얘기다. 트럼프 당선인은 비트코인 2024 콘퍼런스 당시 “미국은 비트코인 채굴 강국이 될 것이다. 앞으로 (채굴 비즈니스를 위해) 가족을 중국으로 이주시킬 필요가 없다”며 “비트코인과 가상자산(암호화폐)은 우리 경제를 성장시키고 미국의 금융 지배력을 공고히 할 것이며, 향후 미국 전체 경제를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꽤 구체적인 비트코인 비축 법안…재원 마련 방법은?
비트코인 전략자산화는 트럼프 당선인의 선언적 차원에서만 그치지 않았다. 이후 7월 말 친(親)가상자산 인사인 신시아 루미스 공화당 상원의원이 ‘비트코인 비축 법안’을 발의하면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됐다.
법안의 주요 내용은 향후 5년간 매년 최대 20만개의 비트코인을 매입해 총 100만개를 확보하고, 이를 20년 동안 팔지 않고 보유하는 것이다. 100만 비트코인은 전 세계 공급량의 약 5%에 해당한다. 이 비트코인은 ‘전략적 비트코인 준비금’(Strategic Bitcoin Reserve)으로 명명되며, 연방 차원의 통합 계좌에서 관리된다.
이 전략적 준비금에는 기존에 정부가 범죄 수익으로 압수했던 약 20만개의 비트코인도 통합될 예정이다. 이전에는 법무부가 이를 관리하며 필요할 때 현금화했지만, 새로운 법안은 이 비트코인을 장기 보유 자산으로 지정한다.
또한 주(州)별로 자율적으로 비트코인을 전략자산으로 보유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내용도 담겼다. 각 주가 비축한 비트코인은 연방의 전략적 준비금 계좌에 포함하되, 분리된 계정으로 관리된다. 이는 연방 차원의 전략적 통합과 주별 자율성을 조화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문제는 비트코인 매입의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다. 아무리 미국 정부라 하더라도 현재 비트코인 1개당 가격이 10만 달러를 눈앞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 100만개 구매는 상당히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그러나 루미스 의원은 법안을 보면 구체적인 계획이 소개돼 있다. 미국 재무부가 보유한 금의 평가 방식을 변경해 생긴 평가 차익으로 자금을 충당한다는 내용이다.
현재 미국 재무부는 금 보유고를 1온스당 42.222달러로 평가하고 있다. 이는 브레튼우즈 체제(고정환율제)가 붕괴되고 변동환율제로 전환된 1973년 이후 변동되지 않은 금액이다. 하지만 현재 금 시장가는 1온스당 약 2700달러 수준이다. 따라서 금 시가를 반영해 재무부가 보유한 금 증서(약 110억 달러)를 재평가하면 약 6750억 달러의 평가 잉여금이 발생하게 된다. 바로 이 금액을 활용해 세금을 걷지 않고도 비트코인을 매입하겠다는 아이디어다.
‘레드 스윕’으로 법안 통과 가능성 ↑
물론 법안 내용이 구체적이긴 하나 미 대선 전까지 시장에서는 실현 가능성을 낮게 봤다. 피터 쉬프 유로퍼시픽캐피털 최고경영자(CEO)는 “비트코인 전략자산 비축 아이디어는 우스꽝스럽다”며 “정부가 해당 시장을 붕괴시키지 않고는 팔 수 없기 때문에 비트코인은 전략자산으로 가치가 없다”고 조롱했다. 하지만 공화당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하는 ‘레드 스윕’(red sweep)이 발생하고, 친가상자산 성향의 의원들이 대거 의회에 입성하면서 법안 통과 가능성이 커졌다.
심지어 트럼프 당선인이 의지가 있다면 의회 승인 없이도 비트코인을 전략자산으로 채택이 가능하다는 진단도 나왔다. 데이비드 베일리 비트코인매거진 CEO는 “규모를 크게 하려면 의회 승인이 필요하지만 마이크로스트래티지 보유량(약 25만개) 규모 정도면 (승인 없이) 바로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중요한 점은 이같이 비트코인에 대한 전략자산화 논의 자체가 큰 패러다임의 전환을 나타내고 있다는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마이크 노보그라츠 갤럭시디지털 CEO는 “비트코인 전략자산화 움직임은 다른 국가들도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형성할 수 있다”며 “실제로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하더라도, 이런 논의가 나오고 있다는 사실이 가상자산이 전 세계 경제 구조에 중요한 변화를 촉발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비트코인이 전략자산으로 활용되면 최대 50만 달러에 이를 수 있다”며 “이럴 경우 다른 국가들이 비트코인을 매수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서 디파이언스캐피털 설립자 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조만간 많은 국가들이 미국의 행보를 따라갈 것”이라며 “세계 각국 중앙은행이 공격적으로 비트코인을 선점하려는 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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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트럼프 당선인은 ‘비트코인 2024’ 콘퍼런스에서 비트코인을 ‘국가 전략 비축 자산’(Strategic National Bitcoin Stockpile·이하 전략자산)으로 보유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국 정부가 현재 보유하고 있거나 앞으로 취득할 모든 비트코인을 100% 보유하는 것이 내 행정부의 정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략자산이란 국가나 조직이 위기 상황이나 불확실성에 대비하고 장기적인 이익과 안보를 위해 비축하거나 관리하는 중요한 자산으로, 석유나 금처럼 경제적 안정과 안보를 강화하는 데 사용된다. 비트코인을 전략자산으로 비축한다는 것은 전통적으로 금 보유고가 미국 금융 안보의 핵심이 됐던 것처럼, 앞으로 글로벌 경제에서 미국의 금융 리더십을 강화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쉽게 말해 미국이 다른 나라보다 빠르고 강력하게 비트코인에 대한 주도권을 갖겠다는 얘기다. 트럼프 당선인은 비트코인 2024 콘퍼런스 당시 “미국은 비트코인 채굴 강국이 될 것이다. 앞으로 (채굴 비즈니스를 위해) 가족을 중국으로 이주시킬 필요가 없다”며 “비트코인과 가상자산(암호화폐)은 우리 경제를 성장시키고 미국의 금융 지배력을 공고히 할 것이며, 향후 미국 전체 경제를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꽤 구체적인 비트코인 비축 법안…재원 마련 방법은?
비트코인 전략자산화는 트럼프 당선인의 선언적 차원에서만 그치지 않았다. 이후 7월 말 친(親)가상자산 인사인 신시아 루미스 공화당 상원의원이 ‘비트코인 비축 법안’을 발의하면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됐다.
법안의 주요 내용은 향후 5년간 매년 최대 20만개의 비트코인을 매입해 총 100만개를 확보하고, 이를 20년 동안 팔지 않고 보유하는 것이다. 100만 비트코인은 전 세계 공급량의 약 5%에 해당한다. 이 비트코인은 ‘전략적 비트코인 준비금’(Strategic Bitcoin Reserve)으로 명명되며, 연방 차원의 통합 계좌에서 관리된다.
이 전략적 준비금에는 기존에 정부가 범죄 수익으로 압수했던 약 20만개의 비트코인도 통합될 예정이다. 이전에는 법무부가 이를 관리하며 필요할 때 현금화했지만, 새로운 법안은 이 비트코인을 장기 보유 자산으로 지정한다.
또한 주(州)별로 자율적으로 비트코인을 전략자산으로 보유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내용도 담겼다. 각 주가 비축한 비트코인은 연방의 전략적 준비금 계좌에 포함하되, 분리된 계정으로 관리된다. 이는 연방 차원의 전략적 통합과 주별 자율성을 조화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문제는 비트코인 매입의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다. 아무리 미국 정부라 하더라도 현재 비트코인 1개당 가격이 10만 달러를 눈앞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 100만개 구매는 상당히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그러나 루미스 의원은 법안을 보면 구체적인 계획이 소개돼 있다. 미국 재무부가 보유한 금의 평가 방식을 변경해 생긴 평가 차익으로 자금을 충당한다는 내용이다.
현재 미국 재무부는 금 보유고를 1온스당 42.222달러로 평가하고 있다. 이는 브레튼우즈 체제(고정환율제)가 붕괴되고 변동환율제로 전환된 1973년 이후 변동되지 않은 금액이다. 하지만 현재 금 시장가는 1온스당 약 2700달러 수준이다. 따라서 금 시가를 반영해 재무부가 보유한 금 증서(약 110억 달러)를 재평가하면 약 6750억 달러의 평가 잉여금이 발생하게 된다. 바로 이 금액을 활용해 세금을 걷지 않고도 비트코인을 매입하겠다는 아이디어다.
‘레드 스윕’으로 법안 통과 가능성 ↑
물론 법안 내용이 구체적이긴 하나 미 대선 전까지 시장에서는 실현 가능성을 낮게 봤다. 피터 쉬프 유로퍼시픽캐피털 최고경영자(CEO)는 “비트코인 전략자산 비축 아이디어는 우스꽝스럽다”며 “정부가 해당 시장을 붕괴시키지 않고는 팔 수 없기 때문에 비트코인은 전략자산으로 가치가 없다”고 조롱했다. 하지만 공화당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하는 ‘레드 스윕’(red sweep)이 발생하고, 친가상자산 성향의 의원들이 대거 의회에 입성하면서 법안 통과 가능성이 커졌다.
심지어 트럼프 당선인이 의지가 있다면 의회 승인 없이도 비트코인을 전략자산으로 채택이 가능하다는 진단도 나왔다. 데이비드 베일리 비트코인매거진 CEO는 “규모를 크게 하려면 의회 승인이 필요하지만 마이크로스트래티지 보유량(약 25만개) 규모 정도면 (승인 없이) 바로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중요한 점은 이같이 비트코인에 대한 전략자산화 논의 자체가 큰 패러다임의 전환을 나타내고 있다는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마이크 노보그라츠 갤럭시디지털 CEO는 “비트코인 전략자산화 움직임은 다른 국가들도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형성할 수 있다”며 “실제로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하더라도, 이런 논의가 나오고 있다는 사실이 가상자산이 전 세계 경제 구조에 중요한 변화를 촉발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비트코인이 전략자산으로 활용되면 최대 50만 달러에 이를 수 있다”며 “이럴 경우 다른 국가들이 비트코인을 매수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서 디파이언스캐피털 설립자 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조만간 많은 국가들이 미국의 행보를 따라갈 것”이라며 “세계 각국 중앙은행이 공격적으로 비트코인을 선점하려는 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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