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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우리가 코끼리에게 돌려줄 때”

“이제는 우리가 코끼리에게 돌려줄 때”

코끼리를 윤리적으로 보호하는 엘리펀트 생츄어리 방문해 여행과 동물 사랑 실천을 한 번에
미얀마 칼라우의 그린힐 밸리 엘리펀트 프로젝트. / 사진:GREEN HILL VALLEY
코끼리는 동남아나 아프리카를 방문하는 여행객에게 상당히 인기가 높다. 코끼리 ‘보호구역’ 중엔 이름뿐인 곳이 많지만 멸종위기에 처한 이 귀한 동물을 가까이서 보고 우리의 돈과 시간을 좋은 일에 쓸 수 있는 곳들도 있다. 많은 코끼리가 사람에게 붙잡혀 갇혀 지내며 학대당해 왔다. 동남아에서는 코끼리를 벌목과 수송 등 위험한 일에 이용한다. 이들 코끼리 중 다수는 야생에서 포획돼 주인에게 복종하도록 ‘길들여진다(broken)’. 코끼리를 길들이는 과정에는 매질하거나 불로 지지는 등 잔혹한 고문이 포함된다.

특히 미얀마 같은 나라의 코끼리들은 엄청난 위기에 직면했다. 미얀마의 티크 나무 숲은 20%밖에 남아 있지 않아 2015년 4월 벌목 금지령이 내려졌다. 따라서 벌목용으로 길들여진 코끼리들은 갈 곳을 잃고 헤매다가 밀렵꾼에게 포획된다(참고로 코끼리가 한번 길들면 다시 독립적으로 살아갈 수 없다). 한편 아프리카에서는 밀렵이 성행해 어미의 보살핌이 필요한 어린 코끼리들이 홀로 남게 된다.

따라서 코끼리를 보러 갈 장소를 선택할 때 몇 가지 고려해야 할 사항이 있다. 코끼리는 야생동물이므로 인간과 접촉해선 안 된다. 인간이 접촉해도 안전하도록 길들려면 그 과정에서 잔인한 방법이 사용된다는 사실을 염두에 둬야 한다. 코끼리 타기(사람이 앉기 위해 코끼리 등에 얹는 바구니가 코끼리에게 큰 고통을 준다)나 코끼리와 오랫동안 접촉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은 피하는 게 좋다. 코끼리와 상호작용하는 활동은 적어도 동물복지 수준이 비교적 높고 그들이 자연스러운 환경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는 곳들을 소개한다.
 엘리펀트 밸리 프로젝트(캄보디아 몬둘키리)
엘리펀트 밸리 프로젝트는 구조된 코끼리를 위한 복지 기준이 엄격한 것으로 잘 알려졌다. 캄보디아와 베트남 국경 근처의 프놈 프리크 야생생물 보호구역 안에 있다. 이곳에서는 코끼리와 함께하는 정글 하이킹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코끼리 타기나 코끼리와 함께 수영하기는 포함되지 않는다. 코끼리들과 함께 보호구역 내를 3시간 동안 하이킹하는 프로그램이나 현지 숙박시설에서 며칠 동안 묵는 패키지 중에 선택할 수 있다. 이 프로젝트의 수익금은 코끼리 타기나 벌목 등의 업종에서 퇴직한 코끼리 주인들에게 돌아간다.
 엘리펀트 네이처 파크(태국 치앙마이)
치앙마이는 동물관광에 관한 한 평판이 좋지 않다. 하지만 이 공원은 코끼리를 잘 보호해 스미소니언 재단으로부터 상을 받았고 내셔널 지오그래픽에 기사가 실렸다. 공원 측은 코끼리와 함께 수영하기 프로그램이 코끼리에게 스트레스를 줄 수 있어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중이다. 방문객은 그 대신 강가의 전망대에서 코끼리들이 목욕하는 모습이나 자연환경 속에서 서로 어울려 노는 광경을 관찰할 수 있다. 방문객이 내는 돈은 코끼리뿐 아니라 고양이, 개, 새 등 이 공원에 사는 다른 동물들을 위해서도 쓰인다. 방문객은 또 산림재생 프로그램에도 참여할 수 있다.
 푸껫 엘리펀트 생츄어리(태국 푸껫)
이 생츄어리는 코끼리와 함께하는 정글 하이킹과 코끼리 목욕 관람 등 다른 공원과 비슷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하지만 이곳은 위치가 좋다는 이점이 있다. 태국 여행엔 보통 푸껫 방문이 포함돼 이 생츄어리는 시간이 많지 않은 여행객이 쉽게 선택할 수 있다. 카오 프라 테오 국립공원과 기본(Geebon) 재활 프로젝트를 찾아가면 푸껫 섬의 원시 열대우림과 원숭이도 볼 수 있다.
 므왈루간제 엘리펀트 생츄어리(케냐 몸바사)
동물윤리 기준을 가장 잘 지키는 것으로 알려진 케냐의 이 생츄어리는 코끼리와의 상호작용을 최소한으로 제한한다. 이곳은 코끼리와 현지 농부들의 충돌로 유혈사태가 빚어진 후 만들어졌다. 생츄어리 측은 탄자니아까지 이어지는 넓은 땅을 사서 코끼리들이 농부들의 땅을 침범하지 않고 이동할 수 있도록 했다. 이곳 코끼리들은 야생이기 때문에 프로그램을 사파리 같은 형식으로 운영한다. 방문객은 안전을 위해 지프를 타고 다니며 자연 서식지에서 활동하는 코끼리들을 지켜본다.
 엘리펀트 프리덤 프로젝트(스리랑카 키갈리)
가족이 운영하는 이 작은 생츄어리는 체험형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때문에 옷이나 손이 지저분해질 것을 각오해야 한다. 수도 콜롬보에서 기차를 타고 칸디까지 가서 키갈리의 생츄어리에 들러보자. 엘리펀트 프리덤 프로젝트는 좀 더 몰입적인 체험을 위해 방문객 수를 제한한다. 벌목용으로 길든 코끼리들을 구조해서 보호하는 이곳에선 코끼리에게 먹이 주기, 목욕시키기, 잠자리 정돈해주기 등의 체험형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그린힐 밸리 엘리펀트 프로젝트(미얀마 칼라우)
미얀마는 코끼리 벌목이 불법화된 마지막 나라 중 하나로 금지령이 올해부터 발효된다. 많은 사람이 벌목용으로 길든 코끼리가 독립적으로 살아가지 못할 것을 걱정한다. 그린힐은 그런 우려에 대한 답을 제시한다. 이 생츄어리는 미얀마 목재업계 출신의 흐툰 흐툰 윈과 틴 윈 마우 부부가 너무 늙거나 병들어 더는 일 하지 못 하는 코끼리들을 위해 만들었다. 이곳의 코끼리는 모두 야생에서 잡혀 벌목장에서 일하도록 길들여졌다. 그중 일부는 학대당했다. “한 수컷 코끼리는 이곳에 올 때 너무 여위어서 살릴 수 있을지 확신이 없었다”고 흐툰 흐툰은 말했다. 하지만 그들 부부는 그 코끼리를 살려냈다. 그들은 생츄어리 주변에 마후트(코끼리 조련사)를 위한 마을을 형성했다. 그래서 지금은 7명의 마후트가 그곳에 살면서 한 명이 한 마리의 코끼리를 돌본다. 아침이 되면 마후트들은 숲에서 코끼리들을 불러낸다. 코끼리들이 모이면 그들에게 먹이를 주고, 목욕을 시키고, 수의사의 검진을 받게 한 다음 숲속에서 밤을 지내며 먹이활동을 하도록 한다.

그린힐 밸리에서는 하루에 120달러를 내고 코끼리에게 먹이를 주고 목욕을 시키는 등의 체험을 하거나 자원봉사를 할 수 있다. 이곳은 관광수입으로 유지되지만 마우 부부는 코끼리들이 놀라거나 당황하지 않도록 관광객을 하루 25명으로 제한한다. 흐툰 흐툰은 “코끼리들은 우리를 위해 평생을 일했다”면서 “이제는 우리가 그들에게 돌려줄 때”라고 말했다.

- 로라 파워스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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