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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학각색(各學各色)’ | 북한 비핵화 VS 인권 보호 어느 것이 우선인가 - 개발학] 한반도에 지속가능발전 개념 투영해야

[‘각학각색(各學各色)’ | 북한 비핵화 VS 인권 보호 어느 것이 우선인가 - 개발학] 한반도에 지속가능발전 개념 투영해야

비핵화·통일이 지구촌 평화에 기여… 남북 경제협력은 한국·동북아 국가에 경제적 이득
한반도 비핵화·통일·평화 담론은 규범적이고 도덕적인 측면과 분석적이고 과학적인 측면이 모두 있다는 점에서 ‘지속가능발전(Sustainable Development)’ 개념과 비슷하다. 지속가능발전의 당위성은 ‘여느때와 다름없는(business as usual)’-여러 폐해를 일으킨-기존 발전 경로에서 하루빨리 지속가능한 발전 경로로 전환하지 않으면 인류가 회복 불가능한 위기에 처한다는 시나리오에서 출발한다. 지속가능발전의 세 가지 축은 경제·사회·환경 분야로 나뉜다. 경제 발전을 통해 빈곤 퇴치와 공동 번영을 이루고, 공정하고 포용적인 사회를 지향하며, 다음 세대의 필요 충족을 위해 자연 자본(natural capital)을 소중히 이용하는 것이 지속가능한 발전의 길이다.

한반도 평화의 당위성도 이와 비슷하다. 규범적인 측면은 비핵화 및 통일에 의한 한반도 평화(Pax Koreana)가 지구촌 평화(Pax Universa)를 가져온다는 믿음이다. 한민족의 재결합과 민족성 담론도 규범적인 측면에 속한다. 분석적인 측면은 한반도 평화의 경제적 효과를 강조한다. 한반도 평화가 우리에게 큰 경제적 기회를 제공할 것이고, 남북 경제협력이 한국 경제 재도약의 기폭제가 되리라 기대한다. 역내 경제협력도 마찬가지다. 가령 북한을 비롯한 동북아시아 국가들이 에너지 협력을 하면 막대한 경제적 이득을 취할 수 있다.

남북한이 함께 지속가능한 발전 경로로 발을 옮기기 위한 필요조건인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는 결국 북한 비핵화를 통해 실현될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이 핵을 포기하려면 체제 변화에 대해 유연성을 가져야 하는데 쉽지 않은 일이다. 미국 및 주변국과의 긴장 상태를 높여 체제를 유지해온 북한의 유일한 보루가 핵무기이기 때문이다.

북한 비핵화와 체제 변화 모두 한반도 평화와 통일 한국의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필수적인 방향이다. 우선순위를 논하기보다는 두 방향이 서로 정치적으로 영향을 미치며 비핵화 협상에서 레버리지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속가능발전은 북한을 설득하고 점진적인 체제 변화를 끌어낼 수 있는 규범적이자 분석적인 이유(rationale)이다.

국제사회는 정권의 정당성과 정치적 포괄성이 약하고 인권 수준이 극도로 낮은 북한을 취약국으로 분류한다. 이런 국가 취약성(fragility)을 단계적으로 감소시키는 방식으로 북한 체제 변화를 유도하는 일도 지속가능발전의 차원에서 비핵화 협상과 병행해야 한다.

북한을 포함한 유엔 회원국이 2015년 9월 유엔 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채택한 지속가능발전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SDGs)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이 인류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2030년까지 달성해야 할 가이드라인이다. 빈곤 종식, 건강과 웰빙, 양질의 교육, 청정 에너지, 불평등 감소, 지속가능한 도시와 공동체, 기후 행동, 생태계 보호, 생물다양성 보존 등 17개 목표 및 169개 세부 목표로 이루어졌다. 목표인 동시에 나머지 목표들을 이행하기 위한 수단인 16·17번 목표는 각각 평화·정의·인권·제도와 글로벌 파트너십을 강조한다. 북한 비핵화와 체제 변화에 직결된다.

북한 문제는 지난 수십년 동안 실패한 방식을 답습해 해결될 문제가 아니므로 창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남북한이 ‘지속가능발전 고위급 정치포럼(HLPF)’에 참석해 ‘자발적 국별 평가(Voluntary National Review)’ 보고서를 공동으로 발표하는 것을 제안한다. HLPF는 매년 각국 정상 또는 각료들이 유엔 본부에 모여 SDGs 이행 상황을 점검하는 회의이다. 남북한이 유엔에 동시 가입한 지 30년 가까이 지난 시점에 한반도 평화와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초석이 될 것이다.- 박태인 연세대 글로벌사회공헌원 연구교수



※ 박태인 교수는… 아시아·아프리카 여러 나라에서 일했다. 취약국의 거버넌스와 지속가능발전 문제를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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