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앱 시장 지각변동?] 배달의민족 실책 틈타 요기요·배달통 대반격
[배달 앱 시장 지각변동?] 배달의민족 실책 틈타 요기요·배달통 대반격
포인트 폐지, 특혜 시비 등으로 흔들… 우버·쿠팡·위메프까지 경쟁에 가세
정보통신기술(ICT)의 발전으로 급성장한 국내 배달 시장이 혼전 양상으로 치달을 조짐이다. 1인가구 급증으로 폭발적 인기를 누리면서 진화를 거듭한 음식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시장에서 기존 1위 기업의 잇단 실책을 틈탄 후발주자들의 공세가 매섭다. 시장 진입을 새롭게 준비 중인 기업까지 늘어난 가운데 배달대행 앱 경쟁도 치열해졌다. 배달전쟁은 요식업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다. 배달이 가능한 품목 자체가 다양해지면서 유통업 전반에서 새 트렌드가 확산됐고, 글로벌 배송 시장 역시 거듭된 혁신에 급변 중이다. 국내외 배달전쟁의 이모저모를 짚어봤다. 2500만 명. 공정거래위원회가 집계한, 지난해 국내 음식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의 누적 이용자 숫자다. 2013년만 해도 83만 명에 불과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5년 사이에 이 시장이 얼마나 폭발적으로 커졌는지를 알 수 있다. 같은 기간 국내 배달 앱 거래액도 3347억원에서 약 3조원으로 9배 수준이 됐다. 지난해 국내 전체 배달음식 시장 규모가 20조원이었으니, 그 15%다.
여기엔 크게 두 가지 요인이 있었다. 하나는 이 기간 급속도로 발전한 정보통신기술(ICT)이다. 특히 스마트폰의 대중화로 ‘잘 만든 앱 하나로 소비자에게 다가설 때’ 과거 오프라인에서는 좀체 실감하기 어려웠던 폭발적 위력이 발생했다. 소비자 입장에선 번거롭게 가게 전화번호를 찾아보지 않아도, 낯선이와 통화하지 않더라도 누구나 손쉽게 집안에서 배달 주문을 할 수 있게 됐다. 다른 하나는 1인가구의 급증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995년 전체 가구의 12.7%였던 국내 1인가구는 2017년 28.6%로 늘었다. 올해는 29.1%로 비중이 한층 커질 것으로 통계청은 추산했다. 그리고 이들 대다수는 고스란히 배달 앱 애용자가 되고 있다. 다인가구에 속한 중장년층과 달리 직접 요리하는 데 익숙하지 않은 반면, 혼자 간단하게 음식을 배달해서 먹는 ‘혼밥’엔 익숙한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시장 조사 업체 DMC미디어의 최근 배달 앱 이용 행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4~5월 기준 6개월 내 배달 앱 이용 경험자 290명 중 76.9%가 ‘식사 준비가 제한된 경우(요리하기 어려운 경우)’ 배달 앱을 이용한다고 응답했다. 46.6%는 ‘모임을 준비하는 경우’, 33.1%는 ‘혼밥을 하는 경우’ 배달 앱을 이용한다고 답했다(복수응답). 한편 같은 조사에서 남성 응답자의 58.7%는 ‘다양한 업체 정보’를 빠르고 간편하게 파악할 수 있음을, 여성 응답자의 50.9%는 ‘비대면 소통’이 가능함을 배달 앱 이용의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앱 특유의 편의성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를 짐작할 수 있게 했다. 전문가들은 또 여름철 폭염이나 겨울철 혹한, 연중 내내 전국적으로 높았던 미세먼지 농도 등 환경 요인이 배달 앱 이용 급증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기존에 배달을 하지 않았던 음식점들까지도 배달 앱을 통해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이 같은 배달 앱 시장을 선점한 기업이 ‘우아한형제들’이다. 2011년 스타트업으로 설립된 이 회사는 배달 앱 ‘배달의민족’을 출시한 후 기억하기 쉬운 독특한 앱 이름과 이를 활용한 마케팅으로 주목받았다. 서비스 초기만 해도 음식점 연락처 검색기능 정도가 주로 어필됐지만, 이후 ICT 발전과 함께 편리한 결제 시스템을 갖추고 다양한 음식 배달에 나서면서 이용자가 급증했다. 전국 각지 소상공인(음식점)들과의 제휴 확대로 그만큼 시너지 효과가 났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에 따르면 지난해 배달의민족의 배달 앱 시장점유율은 55.7%로 3파전 양상 내에서도 크게 앞섰다. 2위가 ‘요기요(33.5%)’, 3위는 배달통(10.8%)이다. 배달의민족은 2014년 291억원이던 매출이 2017년 1519억원, 지난해 2722억원으로 거듭 증가하면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우아한형제들은 지난해 3193억원).
배달의민족을 앞세운 우아한형제들은 지난해 ‘유니콘(기업가치가 약 1조원 이상인 스타트업)’ 반열에 올랐다. 현재 기업가치가 3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평가된다. 이처럼 독보적인 듯 보였던 배달의민족에 이상 징후가 나타난 것은 최근 일이다. 마케팅에서 잇단 악수(惡手)를 두면서 이용자 반발이 거세져서다. 우선 이용자들에게 일부 금전적 혜택을 주던 포인트 적립 서비스를 7월 1일부터 폐지했다. 그간 이용자 등급과 결제액에 따라 0.1~0.3% 적립을 받고, 포인트 1000원당 100원 단위로 배달할 때 쓸 수 있었지만 이젠 불가능해졌다. 배달의민족 측은 “포인트 적립보다 활용도가 높고 직접 체감할 수 있는 할인 혜택에 대한 수요가 더 많다고 판단해 정책을 바꾸게 됐다”는 입장이지만, 이용자들은 ‘선착순 경쟁’을 하지 않아도 누구나 모을 수 있던 포인트가 폐지됐다며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선착순 경쟁이란 배달 앱 운영 업체 측이 한정된 인원에게만 이벤트성으로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이용자는 당첨을 위한 경쟁적 클릭에 나서야 하는 경우를 가리킨다. 후발주자들의 가세로 가격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불가피해진 측면이 있지만, 이런 선착순 경쟁에 내몰리는 일에 피로감을 느끼는 이용자가 급증했다. 한 예로 배달의민족은 지난 4월 추첨 방식으로 2만원짜리 쿠폰 증정 이벤트를 진행하려 했지만, 이용자가 몰려 서버가 마비된 탓에 이를 연기해야 했다. 배달의민족 마케팅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5년 전부터 지금껏 연예인이나 인플루언서(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의 유명인)를 대상으로 1만원짜리 할인 쿠폰을 여러 장 발급해주는 협찬 마케팅 ‘OO가 쏜다’을 진행했지만, SNS에서 특혜 시비가 일어나면서 6월 19일 사과문을 내고 해당 마케팅 중지를 발표해야 했다. 설상가상으로 배달의민족을 이용 중인 소상공인들에게 타사 등록 개인정보 제공을 요구했다는 논란이 일면서 여론은 더 나빠졌다. 앞서 배달의민족은 최근 소상공인 회원에 대한 개인정보 처리 방침 일부를 변경했는데, 이들에게 경쟁 앱인 요기요에서 쓰는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의무적’으로 수집하겠다고 공지한 것이다. 논란 속에 배달의민족 측은 “선택사항이라고 표기될 항목이 (실수로) 필수사항으로 표기됐다”며 “7월 6일 밤 이를 수정했다”고 해명했다. 이렇듯 반복된 악수에 실망한 소비자들은 배달의민족에 대한 불매운동과 회원 탈퇴로 응수 중이어서 두 달 사이에 분위기가 심각해졌다.
점유율을 나눠 가지는 요기요와 배달통으로서는 선두와의 격차를 줄일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두 앱은 독일 배달 전문 업체 ‘딜리버리히어로’의 국내 법인이 동시 운영 중이다.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은 약 1250억원으로 두 앱을 합해도 배달의민족에 크게 못 미쳤다. 두 앱 도합 점유율이 44.3%인데도 매출은 그 이상 뒤떨어진 이유는 앱 이용자 숫자가 매출로 직결된 비율이 배달의민족보다 낮아서였다. 각종 할인 쿠폰 제공과 깜짝 이벤트로 이용자를 모았지만 실제 주문과 결제까지 이어진 경우는 배달의민족보다 훨씬 적었다는 의미다. 관련 업계 한 관계자는 “요기요와 배달통은 지난해까지 입점(제휴)한 식당이 상대적으로 적었다”며 “이 문제부터 해결하는 게 중요한 이유”라고 분석했다.
요기요와 배달통도 이를 잘 알고 있다. 특히 2위인 요기요의 각오는 남다르다. 앞서 요기요는 지난해 11월부터 주문 음식과 배달비 등 합산 1만원 이하 주문 건에 대한 수수료를 없애는 정책을 도입해 관심을 모았다. 이후 지난 2월부터 ‘반값 치킨’ 이벤트가 대성공하면서 이용자가 전년 동기 대비 급증했다. 정가가 1만8000원짜리인 일부 업체 치킨을 9000원에 파는 등 소비자 입장에서는 환호할 만한 이벤트다. 이어 강신봉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 대표가 3월 기자간담회에서 “요기요 입점 식당을 지난해 6만개에서 올해 말까지 10만개로 늘릴 계획”이라며 “이를 위해 전국 단위의 영업망을 구축하고 마케팅 비용도 지난해의 배를 쓸 것”이라고 밝혔다. 순수 마케팅 비용만 연내 1000억원 이상을 책정했다. 하반기를 맞아 요기요가 이 같은 공세를 한층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배달통 역시 공격적인 마케팅에 임하고 있다. ‘유독 충성도 높은 이용자가 많은 것’이 강점이던 배달의민족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배달 앱 시장 최강자 자리를 넘보는 곳은 이들뿐만이 아니다. 글로벌 차량공유 업체 우버는 2017년 8월 배달 앱 ‘우버이츠’를 국내에서 정식 출시한 이후로 사업 확장에 한창이다. 우버이츠에 배달 기사로 등록된 일반인이 배달하는 것이 특징이다. 우버의 지역 기반 위치 확인 기술을 활용하기에 누구나 배달할 수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2015년 캐나다 토론토를 시작으로 현재 각국 500여 도시에서 서비스할 만큼 이름난 플랫폼이지만 한국에선 철저히 후발주자다. 이 때문에 애초 서울 강남 등 사업성이 검증된 일부 지역을 위주로 서비스했지만, 올 들어서는 전국 단위로 서비스 지역을 넓힌다는 계획 하에 사업 보폭을 넓히고 있다. 지난 6월부터는 GS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업체 GS25와 손잡고 서울 일부 지역에서 200여 품목의 배달 테스트 서비스에 나서면서 새 협업 가능성을 모색 중이다. 연말까지 이 서비스 대상 지역도 수도권 전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국내 e커머스 기업 쿠팡도 ‘쿠팡이츠’로 새롭게 배달 앱 시장에 가세했다. 최근 시범 서비스에 나선 쿠팡이츠는 최소주문금액과 배달비가 없다는 장점을 내세워 이용자들 사이에서 호평받았다. 이르면 8월 정식 출시될 예정이다. 우버이츠처럼 일반인이 배달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대대적으로 기사를 모집했고, 음식점과의 연결을 맡는 상담원도 모집해 교육 중이다. 다른 e커머스 업체인 위메프 역시 기존에 운영하던 O2O(온라인 투오프라인) 플랫폼인 ‘위메프오’에 음식 배달 서비스를 추가, 지난 4월부터 일부 지역에서 시범 서비스에 나섰다. 두 기업은 직접적인 배달 앱 서비스 경험이 부족하지만 지금껏 e커머스 시장에서 쌓아온 소비자 구매 데이터와 물류 시스템, 간편결제 인프라라는 이점을 십분 활용할 방침이다.
물론 이들이 당장에 배달의민족이나 요기요와 배달통이 나눠 가진 점유율을 의미 있는 수준까지 뺏어오기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기존 배달 앱 3사는 이미 제휴 식당의 선점 효과를 누리고 있으며, 식당들도 많은 주문이 들어오는 서비스를 이용해야 유리하므로 신규 앱으로 눈을 돌리기가 쉽지 않아서다. 배달 앱 3사가 다져놓은 온·오프라인 영업력과 점주들과의 강한 유대 관계도 빼놓을 수 없다. 실제 우버이츠는 2년째 글로벌 명성 대비 국내 성과가 크지 않다. 다만 우버이츠는 글로벌 사업 노하우를 언제든 국내에서 응용해 발전시킬 수 있고, 쿠팡과 위메프는 e커머스 시장 장악력과 브랜드 파워를 이쪽에서도 저력으로 심화시킬 수 있다. 이들이 장기적으로 분전하면서 3파전에 국한됐던 지금까지의 배달 전쟁 지형도가 크게 달라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경쟁 격화 분위기 속에 해당 업계는 다양한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예컨대 기존엔 배달하지 않던 음식으로까지 배달 앱 취급 품목의 영역이 확대되면서 “이런 것도 배달이 되네?” 하는 시대가 됐다. 우아한형제들이 공들이고 있는 신사업인 ‘배민라이더스’가 대표적 예다. 배민라이더스는 파스타와 스테이크, 초밥이나 디저트처럼 전에 없던 종류의 음식까지 배달해주는 프리미엄 서비스다. 지난 2년간 급성장하면서 배달 시장 외연을 더욱 넓히는 데 기여하고 있다. 배달의민족은 또 서울 일부 지역에서 각종 가공식품과 생활편의용품을 전문 배달하는 ‘배민마켓’을 시범 운영 중이다. 배달 앱과 편의점 간의 협력관계 구축은 어느덧 놀랍지 않은 흔한 일이 됐다.
배달 앱의 흥행과 맥을 같이하는 배달대행 앱의 성행도 주목할 만한 트렌드다. 이들은 배달 앱과 협력해 실제 배달을 대행하는가 하면, 음식점이 직접 배달원을 고용하기보다 배달대행 서비스를 이용하기를 선호하는 최근 경향에 부응하면서 짭짤한 실적을 올리고 있다.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가 운영하는 ‘푸드플라이’, 버거킹과 롯데리아 직영점의 배달 주문을 독점 수행하는 ‘부릉’, 그리고 ‘바로고’와 ‘생각대로’ 등이 국내 대표적인 배달대행 앱이다.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는 배달 앱이 배달대행 기능도 병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국내에서는 따로 배달대행 스타트업 생태계가 활성화한 점이 특징적이다. 배달의민족은 지난 6월 27일로 총 34개나 되는 배달대행 업체와 주문 연동을 단행해 화제를 모았다. 국내 배달대행 업체 수행 배달 건수는 지난해 약 3000만 건으로 2017년(2000만 건)보다 50% 증가한 것으로 추산된다. 한편, 이처럼 치열해진 배달 전쟁의 이면에서는 “기업들이 소비자 권익 보호에 보다 힘써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기업들이 유념해야 할 대목이다. DMC미디어 설문조사에서 응답자들은 높은 배달비(64.8%), 최소주문금액 책정(49.0%), 업주 수수료(33.4%), 앱에 올라오는 거짓 후기(31.0%), 1인분 주문 제한(31.0%, 이하 복수응답) 등을 배달 앱의 고질적인 단점으로 지적했다. 배달비 인하 등으로 소비자의 금전적 부담을 더 줄여줄 수 있는 여력을 갖췄음에도 이에 대한 노력이 부족하다고 이용자들은 보고 있다. 수수료는 배달 앱에 입점한 소상공인들과의 상생을 위해서라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요소다. 중소기업중앙회가 배달 앱 가맹점 506곳을 대상으로 벌인 실태조사 결과(6월 발표) 응답자의 55.9%가 “수수료가 과도하다”고 하소연했다.
거짓 후기 문제는 식당들이 고객을 가장해 글을 써 평가를 조작하거나 고객에게 긍정적인 피드백을 강권하고, 거꾸로 이용자가 고의로 식당에 대한 악평을 남기는 경우다. 이용자가 증가하면서 거짓 후기도 급증해 배달 앱 전반의 신뢰성과 공정성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기업들은 상시 모니터링을 통해 부적절한 후기나 이용자를 적발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더 정교한 방지책 마련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유저 인터페이스(UI) 등의 기술적 보완점도 남았다는 분석이다. 문형남 숙명여대 정책산업대학원 교수는 “현존하는 배달 앱 모두 앱 접근성에 대한 고려가 아직 부족한 것으로 분석되며, 특히 장애인 이용자를 위한 개선이 시급하다”고 했다. 이 밖에 배달 근로자에 대한 처우 개선도 시급한 과제로 지적된다. 주로 오토바이를 이용하는 이들은 ‘빠른 배달’이라는 임무 완수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크고 작은 각종 교통사고의 위험에 노출된 상황이다. 이들에 대한 보험료 인하나 안전운전 유도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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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통신기술(ICT)의 발전으로 급성장한 국내 배달 시장이 혼전 양상으로 치달을 조짐이다. 1인가구 급증으로 폭발적 인기를 누리면서 진화를 거듭한 음식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시장에서 기존 1위 기업의 잇단 실책을 틈탄 후발주자들의 공세가 매섭다. 시장 진입을 새롭게 준비 중인 기업까지 늘어난 가운데 배달대행 앱 경쟁도 치열해졌다. 배달전쟁은 요식업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다. 배달이 가능한 품목 자체가 다양해지면서 유통업 전반에서 새 트렌드가 확산됐고, 글로벌 배송 시장 역시 거듭된 혁신에 급변 중이다. 국내외 배달전쟁의 이모저모를 짚어봤다. 2500만 명. 공정거래위원회가 집계한, 지난해 국내 음식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의 누적 이용자 숫자다. 2013년만 해도 83만 명에 불과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5년 사이에 이 시장이 얼마나 폭발적으로 커졌는지를 알 수 있다. 같은 기간 국내 배달 앱 거래액도 3347억원에서 약 3조원으로 9배 수준이 됐다. 지난해 국내 전체 배달음식 시장 규모가 20조원이었으니, 그 15%다.
여기엔 크게 두 가지 요인이 있었다. 하나는 이 기간 급속도로 발전한 정보통신기술(ICT)이다. 특히 스마트폰의 대중화로 ‘잘 만든 앱 하나로 소비자에게 다가설 때’ 과거 오프라인에서는 좀체 실감하기 어려웠던 폭발적 위력이 발생했다. 소비자 입장에선 번거롭게 가게 전화번호를 찾아보지 않아도, 낯선이와 통화하지 않더라도 누구나 손쉽게 집안에서 배달 주문을 할 수 있게 됐다. 다른 하나는 1인가구의 급증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995년 전체 가구의 12.7%였던 국내 1인가구는 2017년 28.6%로 늘었다. 올해는 29.1%로 비중이 한층 커질 것으로 통계청은 추산했다. 그리고 이들 대다수는 고스란히 배달 앱 애용자가 되고 있다. 다인가구에 속한 중장년층과 달리 직접 요리하는 데 익숙하지 않은 반면, 혼자 간단하게 음식을 배달해서 먹는 ‘혼밥’엔 익숙한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배달 앱 거래액 5년 사이 9배로
이 같은 배달 앱 시장을 선점한 기업이 ‘우아한형제들’이다. 2011년 스타트업으로 설립된 이 회사는 배달 앱 ‘배달의민족’을 출시한 후 기억하기 쉬운 독특한 앱 이름과 이를 활용한 마케팅으로 주목받았다. 서비스 초기만 해도 음식점 연락처 검색기능 정도가 주로 어필됐지만, 이후 ICT 발전과 함께 편리한 결제 시스템을 갖추고 다양한 음식 배달에 나서면서 이용자가 급증했다. 전국 각지 소상공인(음식점)들과의 제휴 확대로 그만큼 시너지 효과가 났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에 따르면 지난해 배달의민족의 배달 앱 시장점유율은 55.7%로 3파전 양상 내에서도 크게 앞섰다. 2위가 ‘요기요(33.5%)’, 3위는 배달통(10.8%)이다. 배달의민족은 2014년 291억원이던 매출이 2017년 1519억원, 지난해 2722억원으로 거듭 증가하면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우아한형제들은 지난해 3193억원).
배달의민족을 앞세운 우아한형제들은 지난해 ‘유니콘(기업가치가 약 1조원 이상인 스타트업)’ 반열에 올랐다. 현재 기업가치가 3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평가된다. 이처럼 독보적인 듯 보였던 배달의민족에 이상 징후가 나타난 것은 최근 일이다. 마케팅에서 잇단 악수(惡手)를 두면서 이용자 반발이 거세져서다. 우선 이용자들에게 일부 금전적 혜택을 주던 포인트 적립 서비스를 7월 1일부터 폐지했다. 그간 이용자 등급과 결제액에 따라 0.1~0.3% 적립을 받고, 포인트 1000원당 100원 단위로 배달할 때 쓸 수 있었지만 이젠 불가능해졌다. 배달의민족 측은 “포인트 적립보다 활용도가 높고 직접 체감할 수 있는 할인 혜택에 대한 수요가 더 많다고 판단해 정책을 바꾸게 됐다”는 입장이지만, 이용자들은 ‘선착순 경쟁’을 하지 않아도 누구나 모을 수 있던 포인트가 폐지됐다며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선착순 경쟁이란 배달 앱 운영 업체 측이 한정된 인원에게만 이벤트성으로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이용자는 당첨을 위한 경쟁적 클릭에 나서야 하는 경우를 가리킨다. 후발주자들의 가세로 가격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불가피해진 측면이 있지만, 이런 선착순 경쟁에 내몰리는 일에 피로감을 느끼는 이용자가 급증했다. 한 예로 배달의민족은 지난 4월 추첨 방식으로 2만원짜리 쿠폰 증정 이벤트를 진행하려 했지만, 이용자가 몰려 서버가 마비된 탓에 이를 연기해야 했다. 배달의민족 마케팅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5년 전부터 지금껏 연예인이나 인플루언서(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의 유명인)를 대상으로 1만원짜리 할인 쿠폰을 여러 장 발급해주는 협찬 마케팅 ‘OO가 쏜다’을 진행했지만, SNS에서 특혜 시비가 일어나면서 6월 19일 사과문을 내고 해당 마케팅 중지를 발표해야 했다.
잇단 악수로 위기 자초한 배달의민족
점유율을 나눠 가지는 요기요와 배달통으로서는 선두와의 격차를 줄일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두 앱은 독일 배달 전문 업체 ‘딜리버리히어로’의 국내 법인이 동시 운영 중이다.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은 약 1250억원으로 두 앱을 합해도 배달의민족에 크게 못 미쳤다. 두 앱 도합 점유율이 44.3%인데도 매출은 그 이상 뒤떨어진 이유는 앱 이용자 숫자가 매출로 직결된 비율이 배달의민족보다 낮아서였다. 각종 할인 쿠폰 제공과 깜짝 이벤트로 이용자를 모았지만 실제 주문과 결제까지 이어진 경우는 배달의민족보다 훨씬 적었다는 의미다. 관련 업계 한 관계자는 “요기요와 배달통은 지난해까지 입점(제휴)한 식당이 상대적으로 적었다”며 “이 문제부터 해결하는 게 중요한 이유”라고 분석했다.
요기요와 배달통도 이를 잘 알고 있다. 특히 2위인 요기요의 각오는 남다르다. 앞서 요기요는 지난해 11월부터 주문 음식과 배달비 등 합산 1만원 이하 주문 건에 대한 수수료를 없애는 정책을 도입해 관심을 모았다. 이후 지난 2월부터 ‘반값 치킨’ 이벤트가 대성공하면서 이용자가 전년 동기 대비 급증했다. 정가가 1만8000원짜리인 일부 업체 치킨을 9000원에 파는 등 소비자 입장에서는 환호할 만한 이벤트다. 이어 강신봉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 대표가 3월 기자간담회에서 “요기요 입점 식당을 지난해 6만개에서 올해 말까지 10만개로 늘릴 계획”이라며 “이를 위해 전국 단위의 영업망을 구축하고 마케팅 비용도 지난해의 배를 쓸 것”이라고 밝혔다. 순수 마케팅 비용만 연내 1000억원 이상을 책정했다. 하반기를 맞아 요기요가 이 같은 공세를 한층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배달통 역시 공격적인 마케팅에 임하고 있다. ‘유독 충성도 높은 이용자가 많은 것’이 강점이던 배달의민족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배달 앱 시장 최강자 자리를 넘보는 곳은 이들뿐만이 아니다. 글로벌 차량공유 업체 우버는 2017년 8월 배달 앱 ‘우버이츠’를 국내에서 정식 출시한 이후로 사업 확장에 한창이다. 우버이츠에 배달 기사로 등록된 일반인이 배달하는 것이 특징이다. 우버의 지역 기반 위치 확인 기술을 활용하기에 누구나 배달할 수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2015년 캐나다 토론토를 시작으로 현재 각국 500여 도시에서 서비스할 만큼 이름난 플랫폼이지만 한국에선 철저히 후발주자다. 이 때문에 애초 서울 강남 등 사업성이 검증된 일부 지역을 위주로 서비스했지만, 올 들어서는 전국 단위로 서비스 지역을 넓힌다는 계획 하에 사업 보폭을 넓히고 있다. 지난 6월부터는 GS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업체 GS25와 손잡고 서울 일부 지역에서 200여 품목의 배달 테스트 서비스에 나서면서 새 협업 가능성을 모색 중이다. 연말까지 이 서비스 대상 지역도 수도권 전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요기요, 연내 입점 식당 10만개로 확대키로
물론 이들이 당장에 배달의민족이나 요기요와 배달통이 나눠 가진 점유율을 의미 있는 수준까지 뺏어오기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기존 배달 앱 3사는 이미 제휴 식당의 선점 효과를 누리고 있으며, 식당들도 많은 주문이 들어오는 서비스를 이용해야 유리하므로 신규 앱으로 눈을 돌리기가 쉽지 않아서다. 배달 앱 3사가 다져놓은 온·오프라인 영업력과 점주들과의 강한 유대 관계도 빼놓을 수 없다. 실제 우버이츠는 2년째 글로벌 명성 대비 국내 성과가 크지 않다. 다만 우버이츠는 글로벌 사업 노하우를 언제든 국내에서 응용해 발전시킬 수 있고, 쿠팡과 위메프는 e커머스 시장 장악력과 브랜드 파워를 이쪽에서도 저력으로 심화시킬 수 있다. 이들이 장기적으로 분전하면서 3파전에 국한됐던 지금까지의 배달 전쟁 지형도가 크게 달라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경쟁 격화 분위기 속에 해당 업계는 다양한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예컨대 기존엔 배달하지 않던 음식으로까지 배달 앱 취급 품목의 영역이 확대되면서 “이런 것도 배달이 되네?” 하는 시대가 됐다. 우아한형제들이 공들이고 있는 신사업인 ‘배민라이더스’가 대표적 예다. 배민라이더스는 파스타와 스테이크, 초밥이나 디저트처럼 전에 없던 종류의 음식까지 배달해주는 프리미엄 서비스다. 지난 2년간 급성장하면서 배달 시장 외연을 더욱 넓히는 데 기여하고 있다. 배달의민족은 또 서울 일부 지역에서 각종 가공식품과 생활편의용품을 전문 배달하는 ‘배민마켓’을 시범 운영 중이다. 배달 앱과 편의점 간의 협력관계 구축은 어느덧 놀랍지 않은 흔한 일이 됐다.
배달 앱의 흥행과 맥을 같이하는 배달대행 앱의 성행도 주목할 만한 트렌드다. 이들은 배달 앱과 협력해 실제 배달을 대행하는가 하면, 음식점이 직접 배달원을 고용하기보다 배달대행 서비스를 이용하기를 선호하는 최근 경향에 부응하면서 짭짤한 실적을 올리고 있다.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가 운영하는 ‘푸드플라이’, 버거킹과 롯데리아 직영점의 배달 주문을 독점 수행하는 ‘부릉’, 그리고 ‘바로고’와 ‘생각대로’ 등이 국내 대표적인 배달대행 앱이다.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는 배달 앱이 배달대행 기능도 병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국내에서는 따로 배달대행 스타트업 생태계가 활성화한 점이 특징적이다. 배달의민족은 지난 6월 27일로 총 34개나 되는 배달대행 업체와 주문 연동을 단행해 화제를 모았다. 국내 배달대행 업체 수행 배달 건수는 지난해 약 3000만 건으로 2017년(2000만 건)보다 50% 증가한 것으로 추산된다.
소비자·소상공인·근로자 보호 필요
거짓 후기 문제는 식당들이 고객을 가장해 글을 써 평가를 조작하거나 고객에게 긍정적인 피드백을 강권하고, 거꾸로 이용자가 고의로 식당에 대한 악평을 남기는 경우다. 이용자가 증가하면서 거짓 후기도 급증해 배달 앱 전반의 신뢰성과 공정성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기업들은 상시 모니터링을 통해 부적절한 후기나 이용자를 적발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더 정교한 방지책 마련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유저 인터페이스(UI) 등의 기술적 보완점도 남았다는 분석이다. 문형남 숙명여대 정책산업대학원 교수는 “현존하는 배달 앱 모두 앱 접근성에 대한 고려가 아직 부족한 것으로 분석되며, 특히 장애인 이용자를 위한 개선이 시급하다”고 했다. 이 밖에 배달 근로자에 대한 처우 개선도 시급한 과제로 지적된다. 주로 오토바이를 이용하는 이들은 ‘빠른 배달’이라는 임무 완수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크고 작은 각종 교통사고의 위험에 노출된 상황이다. 이들에 대한 보험료 인하나 안전운전 유도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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