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 운송의 길목 지켜라
원유 운송의 길목 지켜라
페르시아만 호르무즈 해협 둘러싸고 미국과 이란 사이의 긴장 수위 갈수록 높아져 중동에서 지정학적 균형의 변화를 예고하며 긴장을 고조시키는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세계 최대의 원유 운송로인 페르시아만 해역의 입구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싸고 미국과 이란의 분위기가 점점 험악해진다. 호르무즈 해협 안팎에서는 5월 초 미군의 항공모함 전단과 폭격기 편대 증파를 시작으로 유조선 4척 피습에 이어 6월엔 유조선 2척 피습, 미군 무인정찰기 격추 등의 악재가 잇따라 터졌다.
또 최근에는 이란의 최정예군 혁명수비대가 페르시아만에서 불법으로 원유를 운송하는 소형 유조선을 나포했다고 주장했다. 이란 혁명수비대의 공식 선전 매체는 지난 7월 18일 발표한 성명을 통해 해상 순찰 중 ‘석유 100만ℓ를 밀반출하는 외국 선박’을 14일 호르무즈 해협 부근 라라크 섬 남쪽에서 나포했다고 밝혔다. “이란의 밀수꾼들에게 공급받은 이란산 원유를 호르무즈 해협에서 옮겨 실으려던 200만 배럴 선적 용량의 유조선과 선원 12명을 나포해 이란 남부 라라크 섬에 억류하고 있다.”
이란은 억류 선박의 자세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유조선 항로 추적업체인 탱커트래커스는 “이란 혁명수비대가 구조 뒤 억류한 외국 유조선은 지난 13일 밤 호르무즈 해협에서 선박자동식별장치(AIS) 신호가 꺼진 채 이란 영해로 이동한 파나마 선적의 리아호일 수 있다”고 추정했다. 리아호는 아랍에미리트에 기반을 둔 유조선이다.
이란은 강화되는 미국의 제재와 군사 위협에 맞서 총력을 다하는 방어와 페르시아만 해역 수호를 다짐했다. 반면 미국 국방부는 이란군이 최근 상업용 선박을 표적으로 한 여러 공격의 배후라고 주장하며 맞섰다. 이란 경제 상황을 추적하는 온라인 매체 부어스 앤 바자의 설립자 에스판디야르 바트만겔리지는 이런 지정학적 배경에서 이란의 최근 행동은 국내와 국외 양쪽의 목적에 부합한다고 지적했다. “이란 혁명수비대가 밀수 활동을 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외국 유조선을 나포한 것은 이란 국내와 전 세계 양쪽으로 메시지를 전하려는 목적이 있다. 대내적으로는 혁명수비대가 원유 밀수를 엄단하겠다는 결의를 보여주고 국제사회에는 이란의 군사적 능력을 보여주려는 것이다. 무명의 소형 선박을 표적으로 했고 밀수 혐의를 지적함으로써 혁명 수비대는 추가적인 안보 위기를 촉발하지 않고 군사적 역량을 과시하려는 의도인 것 같다. 이건 또 다른 도박이다.”
이런 최근 상황을 두고 호르무즈 해협을 비롯한 페르시아만 해역의 유조선을 공격대상으로 삼아 ‘유조선 전쟁’으로 불렸던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 중반의 위기 이후 분위기가 가장 험악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1984년 이라크의 이란 원유 수출항 공격으로 촉발된 ‘유조선 전쟁’으로 이란과 이라크는 상대방에서 생산된 원유를 실어 나르는 제3국의 상선까지 공격했다. 당시 이라크의 선제공격에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겠다고 맞섰으나 미국이 직접 군사 개입하겠다고 위협하면서 실제 봉쇄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1988년 이란-이라크 전쟁이 끝날 때까지 4년여 간 주로 이라크의 공격으로 걸프 해상에서 유조선 등 상선 540여 척이 공격받았다.오랫동안 갈등을 겪었던 미국-이란 관계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이란 핵합의에서 탈퇴한 이래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는다. 핵합의는 이란이 핵활동을 중단하고 국제 제재를 해제한다는 내용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이란의 합의 준수를 거듭 확인하고 합의에 서명한 나머지 국가들(중국·EU·프랑스·독일·러시아·영국)이 합의를 지지하는 데도 미국은 탈퇴 선언 이후 이란 경제를 향한 제재를 강화했다.
미국은 이란이 중동 전역의 무장단체를 지원하며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으로 지역 안정을 위협한다고 비난했다. 반면 이란은 핵무기 개발을 부인하면서도 미사일 병기고 확충은 계속하겠다고 천명했다. 미국과 중동 지역의 미국 동맹국인 이스라엘·사우디아라비아 등의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서 필요하다는 논리다.
미국 국방부는 최근 중동 지역에 군사 주둔을 강화했다. 현지 미국의 이익을 이란이 위협한다는 이유였다. 또 미국은 지난 5~6월 오만만 부근에서 상업용 유조선을 표적으로 한 공격의 배후를 이란으로 지목했다. 이란은 미국의 주장을 일축했지만 혁명수비대는 나중에 미국 해군 정찰 무인기를 격추했다고 주장했다. 이란 영공을 침공했다는 이유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격추된 무인기가 국제 공역에서 활동하던 중 격추됐다는 보고를 받고 보복 공습을 결정했다가 마지막 순간 취소했다.
영국은 양측의 긴장 완화를 촉구했지만 지난 7월 4일 영국령 지브롤터 당국은 시리아로 원유를 판매한다며 이란 유조선을 나포했다. 이후 이란이 맞대응을 예고했고, 영국은 페르시아만에 자국 선박 호위를 위해 구축함 몬트로즈를 파견했다. 그러자 이란은 지난 19일 영국 국적 유조선 스테나 임페로 호를 나포해 억류했다. 그러면서 유럽과 이란의 갈등도 커지고 있다. 미국이 일방적으로 탈퇴한 핵합의를 두고 미국과 이란의 긴장이 첨예해지는 상황에서 ‘전선’이 유럽으로 확산되는 상황이다. 유럽 측은 19일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란 혁명수비대가 억류한 영국 유조선 스테나 임페로 호와 관련해 즉시 석방할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공해를 통한 원유 운송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것이 최근 페르시아만을 둘러싼 불안의 핵심이다. 글로벌해양연구소(IGMS) 소장이자 미국 터프츠대학 플레처해양연구 프로그램 책임자인 록포드 웨이츠는 “일반적으로 공해 원유 운송보다 세계를 더 단합시키는 것은 거의 없지만 지금의 위기는 세계 강대국들의 분열을 초래한다는 점이 특이하다”고 논평했다. “전반적으로 볼 때 미국의 이란 핵합의 탈퇴가 중동 지역의 불안을 조성했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러면서 미국의 외교가 더욱 공세적이 됐다. 하지만 만약 이란이 오만만 노르웨이·일본·사우디·아랍에미리트 선박을 표적으로 한 공격의 배후라면 이란의 전략은 원하는 결과가 아니라 상당한 역효과를 부를 것이다.”
이란은 유럽이 핵합의의 내용처럼 무역을 정상화하지 않는다며 합의 준수 사항 중 일부를 고의로 이행하지 않음으로써 문제를 키웠다. 최근 유럽은 이란과의 거래를 위해 특수 무역 방안을 발표했지만 석유 같은 수익성 높은 사업은 제외되고 지금까지 그 대부분은 인도주의 제품에 국한됐다. 그러면서 이란은 핵합의에 규정된 우라늄 농축 한도를 무시하기 시작했다.
그런데도 미국을 제외한 핵합의 당사국들은 분쟁 해결 장치를 가동하지 않고 유럽-이란 무역 채널 강화를 추구하면서 이란의 합의 준수를 촉구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제재를 비난함으로써 미국은 유럽과 더 멀어지게 됐다. 트럼프 정부가 ‘미국 제일주의’ 외교정책을 추진하면서 미국은 유럽을 거듭 무시했다.
웨이츠 소장은 과거엔 미국이 이란을 상대로 해상 세력의 ‘대연합’을 신속히 구축할 수 있었지만 다음 세 가지 이유로 인해 지금은 그런 연대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첫째는 트럼프 대통령이 전통적인 동맹국들을 대하는 방식이고, 둘째는 미국이 핵합의에서 탈퇴했다는 사실이며, 셋째는 원유의 전반적인 흐름에서 변화가 일어났기 때문에 나토의 유럽 동맹국들이 별로 다급하지 않다는 상황이다.” 이 세 가지 사태 발전은 중국·러시아·일본 등 새롭게 부상하는 강대국이 국제 문제에서 훨씬 더 중요한 역할을 맡는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유럽이 내부의 정치적 혼돈 위기에 직면하면서 그런 경향이 더 강해지는 추세다.
웨이츠 소장은 “이 문제와 관련해 매일 등장하는 머리기사 이면의 실제 이야기는 이 모든 사태 전개가 다극화된 세계의 모습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나토가 세계의 안보 문제를 독점하던 시절은 이제 역사의 일부가 됐다.” 미국과 이란 사이의 갈등이 깊어지면서 페르시아만에서 일촉즉발의 위기가 조성되는 가운데 아델 압둘-마디 이라크 총리가 지난 7월 22일 이란을 방문했다. 이라크의 두 동맹국인 미국과 이란 사이의 긴장을 완화하려는 시도였다.
압둘-마디 총리와 이라크 고위 관리들은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이끄는 이란 대표단을 만났다. 로하니 대통령은 “이란과 이라크의 포괄적인 협력 관계의 발전이 중동의 안정과 안보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압둘-마디 총리는 “양국이 관계를 확대하고 합의 사항의 실천을 가속함으로써 서로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화답했다. 두 정상은 “양국의 관계와 중동 지역의 사태, 미국과 이란의 대치라는 현 위기를 완화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압둘-마디 총리실이 밝혔다.
지난해 5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핵합의에서 탈퇴하고 이란에 제재를 가하면서 미국과 이란 사이의 오랜 적대감이 되살아났다. 그로부터 1년여 사이에 페르시아만 지역은 국제 유조선 억류와 드론 격추 등을 포함해 위기 상황을 맞고 있다.
이라크도 이웃 나라인 이란과 오랫동안 적대적인 관계였지만 미국의 침공으로 사담 후세인 정권이 무너진 뒤 수니파 무슬림 무장단체의 반란이 기승을 부리면서 양국 관계가 크게 개선됐다. 수니파 반군과 싸우는 이라크를 돕기 위해 미국과 이란이 함께 군사행동에 나서면서 두 나라는 이라크의 동맹국이 됐다. 이제 이라크는 미국과 이란 사이를 중재하고 그 두 나라의 싸움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다.
그러나 쉽지 않은 일이다. 지난 5~6월 오만만에서 외국 유조선이 잇따라 표적이 됐고 미군이 주둔한 이라크 기지와 유전도 로켓 공격을 받았다. 미국은 이란과 이란의 동맹 세력[급진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잔당 소탕 작전에 동참한 이라크의 시아파 민병대 ‘민중동원군’(PMF) 등]이 그 배후라고 지목했다.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은 PMF의 지도자 2명을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그 직후 드론 공격으로 이라크 살라헤딘 주 아메를리 부근의 PMF 기지에서 이라크인과 이란인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미군 중부사령부는 곧바로 “미군이 관여하지 않았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나중에 PMF가 실시한 조사에서 드론의 고체 연료가 내부 오작동으로 폭발한 것으로 확인됐다.
- 톰 오코너 뉴스위크 기자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또 최근에는 이란의 최정예군 혁명수비대가 페르시아만에서 불법으로 원유를 운송하는 소형 유조선을 나포했다고 주장했다. 이란 혁명수비대의 공식 선전 매체는 지난 7월 18일 발표한 성명을 통해 해상 순찰 중 ‘석유 100만ℓ를 밀반출하는 외국 선박’을 14일 호르무즈 해협 부근 라라크 섬 남쪽에서 나포했다고 밝혔다. “이란의 밀수꾼들에게 공급받은 이란산 원유를 호르무즈 해협에서 옮겨 실으려던 200만 배럴 선적 용량의 유조선과 선원 12명을 나포해 이란 남부 라라크 섬에 억류하고 있다.”
이란은 억류 선박의 자세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유조선 항로 추적업체인 탱커트래커스는 “이란 혁명수비대가 구조 뒤 억류한 외국 유조선은 지난 13일 밤 호르무즈 해협에서 선박자동식별장치(AIS) 신호가 꺼진 채 이란 영해로 이동한 파나마 선적의 리아호일 수 있다”고 추정했다. 리아호는 아랍에미리트에 기반을 둔 유조선이다.
이란은 강화되는 미국의 제재와 군사 위협에 맞서 총력을 다하는 방어와 페르시아만 해역 수호를 다짐했다. 반면 미국 국방부는 이란군이 최근 상업용 선박을 표적으로 한 여러 공격의 배후라고 주장하며 맞섰다. 이란 경제 상황을 추적하는 온라인 매체 부어스 앤 바자의 설립자 에스판디야르 바트만겔리지는 이런 지정학적 배경에서 이란의 최근 행동은 국내와 국외 양쪽의 목적에 부합한다고 지적했다. “이란 혁명수비대가 밀수 활동을 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외국 유조선을 나포한 것은 이란 국내와 전 세계 양쪽으로 메시지를 전하려는 목적이 있다. 대내적으로는 혁명수비대가 원유 밀수를 엄단하겠다는 결의를 보여주고 국제사회에는 이란의 군사적 능력을 보여주려는 것이다. 무명의 소형 선박을 표적으로 했고 밀수 혐의를 지적함으로써 혁명 수비대는 추가적인 안보 위기를 촉발하지 않고 군사적 역량을 과시하려는 의도인 것 같다. 이건 또 다른 도박이다.”
이런 최근 상황을 두고 호르무즈 해협을 비롯한 페르시아만 해역의 유조선을 공격대상으로 삼아 ‘유조선 전쟁’으로 불렸던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 중반의 위기 이후 분위기가 가장 험악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1984년 이라크의 이란 원유 수출항 공격으로 촉발된 ‘유조선 전쟁’으로 이란과 이라크는 상대방에서 생산된 원유를 실어 나르는 제3국의 상선까지 공격했다. 당시 이라크의 선제공격에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겠다고 맞섰으나 미국이 직접 군사 개입하겠다고 위협하면서 실제 봉쇄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1988년 이란-이라크 전쟁이 끝날 때까지 4년여 간 주로 이라크의 공격으로 걸프 해상에서 유조선 등 상선 540여 척이 공격받았다.오랫동안 갈등을 겪었던 미국-이란 관계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이란 핵합의에서 탈퇴한 이래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는다. 핵합의는 이란이 핵활동을 중단하고 국제 제재를 해제한다는 내용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이란의 합의 준수를 거듭 확인하고 합의에 서명한 나머지 국가들(중국·EU·프랑스·독일·러시아·영국)이 합의를 지지하는 데도 미국은 탈퇴 선언 이후 이란 경제를 향한 제재를 강화했다.
미국은 이란이 중동 전역의 무장단체를 지원하며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으로 지역 안정을 위협한다고 비난했다. 반면 이란은 핵무기 개발을 부인하면서도 미사일 병기고 확충은 계속하겠다고 천명했다. 미국과 중동 지역의 미국 동맹국인 이스라엘·사우디아라비아 등의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서 필요하다는 논리다.
미국 국방부는 최근 중동 지역에 군사 주둔을 강화했다. 현지 미국의 이익을 이란이 위협한다는 이유였다. 또 미국은 지난 5~6월 오만만 부근에서 상업용 유조선을 표적으로 한 공격의 배후를 이란으로 지목했다. 이란은 미국의 주장을 일축했지만 혁명수비대는 나중에 미국 해군 정찰 무인기를 격추했다고 주장했다. 이란 영공을 침공했다는 이유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격추된 무인기가 국제 공역에서 활동하던 중 격추됐다는 보고를 받고 보복 공습을 결정했다가 마지막 순간 취소했다.
영국은 양측의 긴장 완화를 촉구했지만 지난 7월 4일 영국령 지브롤터 당국은 시리아로 원유를 판매한다며 이란 유조선을 나포했다. 이후 이란이 맞대응을 예고했고, 영국은 페르시아만에 자국 선박 호위를 위해 구축함 몬트로즈를 파견했다. 그러자 이란은 지난 19일 영국 국적 유조선 스테나 임페로 호를 나포해 억류했다. 그러면서 유럽과 이란의 갈등도 커지고 있다. 미국이 일방적으로 탈퇴한 핵합의를 두고 미국과 이란의 긴장이 첨예해지는 상황에서 ‘전선’이 유럽으로 확산되는 상황이다. 유럽 측은 19일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란 혁명수비대가 억류한 영국 유조선 스테나 임페로 호와 관련해 즉시 석방할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공해를 통한 원유 운송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것이 최근 페르시아만을 둘러싼 불안의 핵심이다. 글로벌해양연구소(IGMS) 소장이자 미국 터프츠대학 플레처해양연구 프로그램 책임자인 록포드 웨이츠는 “일반적으로 공해 원유 운송보다 세계를 더 단합시키는 것은 거의 없지만 지금의 위기는 세계 강대국들의 분열을 초래한다는 점이 특이하다”고 논평했다. “전반적으로 볼 때 미국의 이란 핵합의 탈퇴가 중동 지역의 불안을 조성했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러면서 미국의 외교가 더욱 공세적이 됐다. 하지만 만약 이란이 오만만 노르웨이·일본·사우디·아랍에미리트 선박을 표적으로 한 공격의 배후라면 이란의 전략은 원하는 결과가 아니라 상당한 역효과를 부를 것이다.”
이란은 유럽이 핵합의의 내용처럼 무역을 정상화하지 않는다며 합의 준수 사항 중 일부를 고의로 이행하지 않음으로써 문제를 키웠다. 최근 유럽은 이란과의 거래를 위해 특수 무역 방안을 발표했지만 석유 같은 수익성 높은 사업은 제외되고 지금까지 그 대부분은 인도주의 제품에 국한됐다. 그러면서 이란은 핵합의에 규정된 우라늄 농축 한도를 무시하기 시작했다.
그런데도 미국을 제외한 핵합의 당사국들은 분쟁 해결 장치를 가동하지 않고 유럽-이란 무역 채널 강화를 추구하면서 이란의 합의 준수를 촉구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제재를 비난함으로써 미국은 유럽과 더 멀어지게 됐다. 트럼프 정부가 ‘미국 제일주의’ 외교정책을 추진하면서 미국은 유럽을 거듭 무시했다.
웨이츠 소장은 과거엔 미국이 이란을 상대로 해상 세력의 ‘대연합’을 신속히 구축할 수 있었지만 다음 세 가지 이유로 인해 지금은 그런 연대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첫째는 트럼프 대통령이 전통적인 동맹국들을 대하는 방식이고, 둘째는 미국이 핵합의에서 탈퇴했다는 사실이며, 셋째는 원유의 전반적인 흐름에서 변화가 일어났기 때문에 나토의 유럽 동맹국들이 별로 다급하지 않다는 상황이다.” 이 세 가지 사태 발전은 중국·러시아·일본 등 새롭게 부상하는 강대국이 국제 문제에서 훨씬 더 중요한 역할을 맡는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유럽이 내부의 정치적 혼돈 위기에 직면하면서 그런 경향이 더 강해지는 추세다.
웨이츠 소장은 “이 문제와 관련해 매일 등장하는 머리기사 이면의 실제 이야기는 이 모든 사태 전개가 다극화된 세계의 모습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나토가 세계의 안보 문제를 독점하던 시절은 이제 역사의 일부가 됐다.”
[박스기사] 미국-이란 대치의 불똥 이라크로 번지나 | 이라크가 양국 사이의 중재 역할 맡으려 하지만 오히려 분쟁에 계속 휘말려
압둘-마디 총리와 이라크 고위 관리들은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이끄는 이란 대표단을 만났다. 로하니 대통령은 “이란과 이라크의 포괄적인 협력 관계의 발전이 중동의 안정과 안보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압둘-마디 총리는 “양국이 관계를 확대하고 합의 사항의 실천을 가속함으로써 서로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화답했다. 두 정상은 “양국의 관계와 중동 지역의 사태, 미국과 이란의 대치라는 현 위기를 완화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압둘-마디 총리실이 밝혔다.
지난해 5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핵합의에서 탈퇴하고 이란에 제재를 가하면서 미국과 이란 사이의 오랜 적대감이 되살아났다. 그로부터 1년여 사이에 페르시아만 지역은 국제 유조선 억류와 드론 격추 등을 포함해 위기 상황을 맞고 있다.
이라크도 이웃 나라인 이란과 오랫동안 적대적인 관계였지만 미국의 침공으로 사담 후세인 정권이 무너진 뒤 수니파 무슬림 무장단체의 반란이 기승을 부리면서 양국 관계가 크게 개선됐다. 수니파 반군과 싸우는 이라크를 돕기 위해 미국과 이란이 함께 군사행동에 나서면서 두 나라는 이라크의 동맹국이 됐다. 이제 이라크는 미국과 이란 사이를 중재하고 그 두 나라의 싸움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다.
그러나 쉽지 않은 일이다. 지난 5~6월 오만만에서 외국 유조선이 잇따라 표적이 됐고 미군이 주둔한 이라크 기지와 유전도 로켓 공격을 받았다. 미국은 이란과 이란의 동맹 세력[급진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잔당 소탕 작전에 동참한 이라크의 시아파 민병대 ‘민중동원군’(PMF) 등]이 그 배후라고 지목했다.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은 PMF의 지도자 2명을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그 직후 드론 공격으로 이라크 살라헤딘 주 아메를리 부근의 PMF 기지에서 이라크인과 이란인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미군 중부사령부는 곧바로 “미군이 관여하지 않았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나중에 PMF가 실시한 조사에서 드론의 고체 연료가 내부 오작동으로 폭발한 것으로 확인됐다.
- 톰 오코너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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