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의 전동화 전략 살펴 보니] 순수 전기차 생산에 ‘선택과 집중’ 필요
[현대·기아차의 전동화 전략 살펴 보니] 순수 전기차 생산에 ‘선택과 집중’ 필요
변곡점 맞은 세계 자동차산업, 탈(脫)내연 가속…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 충족하려면 수소차로는 역부족 앤드루 그로브 전 인텔 회장은 성장전략을 세울 때 ‘전략적 변곡점’ 개념에 주목했다. 그는 기업들이 근본적 변화가 필요한 시기, 즉 전략적 변곡점을 맞아 과거 성공 방식에 집착하며 변화를 주저하다 위기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그로브 전 회장은 반도체 업계가 전략적 변곡점에 처할 때마다 환경 변화에 맞춰 변신을 주저하지 않아 인텔을 세계 반도체 시장 1위로 키워냈다. 단지 반도체 업종에만 해당하는 얘기는 아닐 게다. 신기술 개발, 경쟁환경 변화 등 산업을 근원적으로 흔드는 변수가 불거질 때마다 적극적으로 변화를 꾀하거나 혁신에 나서는 기업이 시장 경쟁에서 승자로 살아남아 시장을 재편한다. 자동차산업도 예외는 아니다. 지금 세계 자동차산업은 전략적 변곡점을 맞이해 시장 판도가 급격하게 변모하고 있다.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휘발유·디젤 등 화석연료를 태우며 가는 내연기관 차량은 점차 사라지고 전기차가 그 빈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세계 자동차 업체들은 이러한 시장 변화에 맞춰 전동화(내연기관에서 전기모터로 자동차 구동 방식을 전환)를 서두르고 있다. 세계 6위 자동차 업체 현대·기아차도 전동화 전략을 서둘러 수립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늦어도 올해 안으로 전기차·수소차 등 친환경 차량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사업계획을 발표할 전망이다. 온실가스 배출량, 충전소 등 기본시설, 제조원가 등 갖가지 기준에서 전기차는 수소차를 압도한다. 이로 인해 전기차 시장이 다른 친환경 차종과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전기차 시장이 지난 수년간 양적 성장을 축적하면서 전기차는 자동차 분야 주력 품목으로 질적 변화를 일으킬 조짐을 보인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전기차 시장은 조기 수용자(얼리어답터)를 대상으로 하는 틈새시장에 불과했다. 이제 전기차 부문은 대량 생산·판매 시장으로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기후변화 탓에 환경재앙이 빈발하면서 유럽·인도·중국 등 여러 나라가 자동차 배출가스 규제를 강화한 덕이다. 친환경차량 캠페인단체 T&E(Transport & Environment)가 지난 7월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의 자료 ‘경량 차량(light vehicle) 생산량 전망’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유럽에서만 전기차 생산량이 2019~2025년 지금보다 6배로 늘어나 400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유럽 자동차 총생산량의 5분의 1 이상에 해당한다.
IHS는 유럽을 비롯해 전 세계의 전기차 모델 수도 3년 안에 3배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산업 전문가들은 자동차 업체들이 전기차 위주로 제품 포트폴리오 전략을 바꿀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런 환경 변화에 맞춰 그린피스 등 국제 환경단체들은 ‘화석연료에서 벗어나려면 정부가 전기차 소유자에게 갖가지 세금을 감면하는 등 세제를 개편하고 전기차 충전소를 확대 설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유럽에서 전동화가 탄력을 받는 것도 유럽연합(EU)과 유럽 정부들의 규제 강화 덕분이다.
유럽에서 달리는 자동차는 2021년까지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을 km당 95g 이내로 줄여야 한다.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이 목표를 맞추기 위해 전기차 모델 92개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VC) 모델 118개를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2025년까지 생산 차량의 22%를 저탄소 배출 차량으로 만들어야 같은 해 유럽연합 이산화탄소 배출 기준을 충족할 수 있다. 이에 유럽 자동차 업체들은 전기차 외 다른 대안은 없다고 인식하고 있다. 수소차 생산·판매량은 어이없이 적기 때문이다. IHS 자료에 따르면, 전기차는 2025년까지 400만대 생산되지만, 수소연료전지차 생산량은 9000대에 불과하다.
이 와중에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말 2030년까지 수소연료전지차(FCEV)에 7조60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연간 수소차 생산능력을 지난해 말 3000대에서 2030년까지 연간 50만대로 늘린다는 계획도 아울러 밝혔다. 올해 초 이미 수소연료전지시스템 제2공장을 짓느라 2860억원을 쏟아부었다. 도요타가 수소연료전지 차량을 개발하는 것도 위험 회피 차원에서 펼치는 제품 다변화 전략에 불과하다.
현대·기아차는 2030년까지 판매량 절반을 전기차, 하이브리드차, 수소차 등 전동화 차량으로 채운다고 발표했다. 이를 위해 2023년까지 3조3000억원을 투입하고 2025년까지 전동화 차량 44종 출시해 167만대 팔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월 수소경제 전략보고 대회에서 “2030년 수소차와 연료전지에서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겠다”라고 선언했다. 자동차산업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수소차 누적 생산 대수를 ▶2030년 내수 85만대 포함 총 180만 대 ▶2040년 내수 290만대·수출 330만대 총 620만대로 늘린다고 발표했다. 터무니없는 계획이다. 수소차가 그 정도까지 늘어나려면 충전소가 그에 맞춰 충분히 늘어나야 한다. 유럽 내 충전 시설을 살펴보자. 산업통상자원부와 유럽대체연료관측기구(EAFO)에 따르면, 독일 내 전기차 충전소는 2만8377개소지만 수소충전소는 73개소에 불과하다. 프랑스는 2만5479개 대 19개, 노르웨이는 1만2622개 대 5개다. 전기차와 수소차의 충전소 격차는 최대 2524배까지 벌어진다. 수소차는 생산비용 면에서도 전기차보다 불리하다. 수소차 생산원가가 전기차보다 훨씬 많이 든다. 자동차산업 전문가들이 제품 포트폴리오 측면에서 전기차를 수소차보다 우위에 두는 건 이 때문이다. 환경단체들도 수소차를 친환경 차량으로 분류하기를 꺼린다. 수소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온실가스를 다량 발생하는 탓이다. 원유 정제 과정에서 수소를 뽑아내는 부생수소 추출방식은 수소 생산량의 5배에 이르는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킨다. T&E는 2020~2021년을 자동차 시장이 중대한 전환점을 맞이하는 해로 규정한다. 루시앙 매티우 T&E 연구원은 “유럽 자동차 제조 업체들은 전동화에 1450억 유로를 쏟아붓고 있다. 유럽 곳곳에서 내연기관 차량의 판매량은 갈수록 줄어들어 자동차 시장은 전기차 위주로 재편되는, 돌이킬 수 없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 이철현 그린피스 커뮤니케이션 팀장 selee@greenpeac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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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휘발유·디젤 등 화석연료를 태우며 가는 내연기관 차량은 점차 사라지고 전기차가 그 빈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세계 자동차 업체들은 이러한 시장 변화에 맞춰 전동화(내연기관에서 전기모터로 자동차 구동 방식을 전환)를 서두르고 있다. 세계 6위 자동차 업체 현대·기아차도 전동화 전략을 서둘러 수립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늦어도 올해 안으로 전기차·수소차 등 친환경 차량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사업계획을 발표할 전망이다.
2025년 전기차 400만대, 수소차 9000대 전망
IHS는 유럽을 비롯해 전 세계의 전기차 모델 수도 3년 안에 3배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산업 전문가들은 자동차 업체들이 전기차 위주로 제품 포트폴리오 전략을 바꿀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런 환경 변화에 맞춰 그린피스 등 국제 환경단체들은 ‘화석연료에서 벗어나려면 정부가 전기차 소유자에게 갖가지 세금을 감면하는 등 세제를 개편하고 전기차 충전소를 확대 설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유럽에서 전동화가 탄력을 받는 것도 유럽연합(EU)과 유럽 정부들의 규제 강화 덕분이다.
유럽에서 달리는 자동차는 2021년까지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을 km당 95g 이내로 줄여야 한다.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이 목표를 맞추기 위해 전기차 모델 92개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VC) 모델 118개를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2025년까지 생산 차량의 22%를 저탄소 배출 차량으로 만들어야 같은 해 유럽연합 이산화탄소 배출 기준을 충족할 수 있다. 이에 유럽 자동차 업체들은 전기차 외 다른 대안은 없다고 인식하고 있다. 수소차 생산·판매량은 어이없이 적기 때문이다. IHS 자료에 따르면, 전기차는 2025년까지 400만대 생산되지만, 수소연료전지차 생산량은 9000대에 불과하다.
이 와중에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말 2030년까지 수소연료전지차(FCEV)에 7조60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연간 수소차 생산능력을 지난해 말 3000대에서 2030년까지 연간 50만대로 늘린다는 계획도 아울러 밝혔다. 올해 초 이미 수소연료전지시스템 제2공장을 짓느라 2860억원을 쏟아부었다. 도요타가 수소연료전지 차량을 개발하는 것도 위험 회피 차원에서 펼치는 제품 다변화 전략에 불과하다.
현대·기아차는 2030년까지 판매량 절반을 전기차, 하이브리드차, 수소차 등 전동화 차량으로 채운다고 발표했다. 이를 위해 2023년까지 3조3000억원을 투입하고 2025년까지 전동화 차량 44종 출시해 167만대 팔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월 수소경제 전략보고 대회에서 “2030년 수소차와 연료전지에서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겠다”라고 선언했다. 자동차산업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수소차 누적 생산 대수를 ▶2030년 내수 85만대 포함 총 180만 대 ▶2040년 내수 290만대·수출 330만대 총 620만대로 늘린다고 발표했다. 터무니없는 계획이다. 수소차가 그 정도까지 늘어나려면 충전소가 그에 맞춰 충분히 늘어나야 한다.
수소 생산 과정에서 온실가스 다량 발생
- 이철현 그린피스 커뮤니케이션 팀장 selee@greenpeac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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