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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필재가 만난 사람(32) 곽근호 에이플러스그룹 회장] ‘요람에서 무덤까지’ 평생의 파트너 목표

[이필재가 만난 사람(32) 곽근호 에이플러스그룹 회장] ‘요람에서 무덤까지’ 평생의 파트너 목표

GA 창업 12년 만에 7개 계열사에 매출액 2354억… 내년 상반기에 상장 목표
곽근호 회장이 성경 구절들이 붙어 있는 집무실에서 포즈를 취했다. / 사진:전민규 기자
“진정 철저히 고객을 위하는 ‘착한 마케팅’을 하면 우리 일은 교회 전도사보다 좋은 직업이라고 설계사들에게 얘기합니다.” 곽근호 에이플러스그룹 회장은 “보험 대리점으로서, 각 보험사의 상품을 객관적으로 비교해 본 고객이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선택을 하도록 돕는 게 독보적으로 높은 보험 유지율의 비결”이라고 말했다. “고객의 입장에서, 가족력, 환경 변화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앞으로 필요로 하는 보장을 적절하게 반영한 자산 설계를 고객이 할 수 있게 하는 거죠. 다수의 경쟁사들처럼 우리 회사나 담당 설계사에게 유리한 상품을 제안하는 게 아니라.” 그는 “설계사들에게, 과연 철저하게 자신이 아니라 고객 편에 섰는지, 자신이 하는 일이 정말 가치 있게 느껴지는지 자문해 보라고 한다”고 말했다. “눈앞의 이익보다 고객을 위하는 착한 마케팅을 하면 당장은 손해 보는 거 같지만 다른 고객을 많이 소개 받게 되고 다시 이들 고객의 니즈를 파악해 회사 차원에서 고객에게 유리한 상품을 만들어 소개하는 선순환이 이루어질 수 있죠.”

이 회사의 보험계약 유지율은 GA(General Agency·법인보험 대리점)·보험사 통틀어 최고 수준이다. 대형 생명보험사와 비교해 가입 후 13회차 유지율은 5%포인트, 25회차 유지율은 9%포인트 더 높다. 13회차 유지율 목표는 일본 대형 생보사 수준인 93% 이상이다. 불완전 판매율도 3000명 이상 대형 GA 중 가장 낮다. 지난해 7개 계열사 매출액은 2354억원, 당기순이익은 204억원이었다. 올해 순이익은 지난해보다 5%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전 계열사가 흑자를 유지하고 있다. GA, 상조, 헬스케어, 부동산, 모기지 등 계열사 간엔 시너지 효과가 난다.

곽 회장은 에이플러스그룹 창업 전 삼성생명 상무로 있었다. 임원이 될 때까지 특진을 거듭해 입사동기들 중 1호로 최연소 임원이 됐다. 지방대 출신인 그는 “삼성의 공정한 평가 덕”이었다고 말했다. “열심히 하면 그만큼 보상을 받았고, 과차장 인사는 담당 부서장이 했습니다. 우리 회사도 현장 인사는 본부장에게 위임해 본사에서 못하게 합니다. 저는 본부장급 이상 핵심 임원들 인사만 직접 해요.” 그는 대학 때 열심히 하지 않아 사회생활은 제대로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삼성그룹 비서실 시절엔 동료들에게 뒤지지 않으려 발버둥치다 탈모증에 시달리기도 했다.



상장은 언제 하나요?


“순조롭다면 지주사 격인 에이플러스에셋이 내년 중 합니다. 미중 무역갈등, 한일 경제갈등 등으로 시황이 안 좋지만 이때 상장한다는 목표는 변함 없습니다. 상장이 늦어지면 계열사들의 가치가 높아질 수 있어 설계사들로서도 나쁘지 않지만, 1~2년 새 시황이 좋아질 거로 보기도 어려워 고민이 되는 것도 사실이에요. 애초에 설계사와 임직원이 주인인 회사를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창업을 했고 그 당시 지분을 설계사들에게 나눠줬습니다. 이때 설계사들에게 2020년 상장을 약속했고 저로서는 고민도 되지만 이 약속을 지키는 게 중요합니다.”

그는 “투자 자금 확보 차원에서만 상장을 하려는 건 결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동안 투명 경영 해온 걸 인정받고 임직원과 한 약속을 지키려는 겁니다.” 에이플러스에셋은 전 계열사에 대해 과반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지주사 격인 이 회사의 상장은 GA가 아니라 에이플러스 그룹의 상장으로 볼 수 있다. 이어서 에이플러스라이프, AAI헬스케어 순으로 상장을 추진한다. 에이플러스에셋의 지분은 곽 회장 외 최대주주가 23%, 설계사 및 임직원이 42%를 보유하고 있다. 그래서 설계사와 구성원 로열티가 높다고 그는 말했다. 그룹의 구성원은 8870여 명, 설계사 수는 3940명이다.
 경증 치매보험 업계 최초 선보여
곽근호 회장의 트레이트 마크는 고객을 최우선으로 하는 ‘착한 마케팅’이다. / 사진:전민규 기자
에이플러스에셋은 지금까지 70여 종의 상품을 OEM으로 출시했고 현재 17종을 팔고 있다. 고객의 니즈를 반영해 기획단계부터 보험사와 협업해 만든 상품들이다. 이런 오더 메이드 상품이 이 회사 매출의 50% 이상을 차지한다. “경증 치매도 보장해 주는 보험을 국내 최초로 제안해 만들었고 지금은 대부분의 보험사가 이 상품을 팝니다. 롯데손보와 함께 만들었지만, 우리 상품만 경증 치매부터 고객에게 하루 10만원씩 줍니다. 우리 회사가 제안해 만든 상품이기 때문이죠. 아직은 보험 판매전문회사가 아닌 데도 보험사들과 협업해 상품을 만들어 팔아요.”

에이플러스그룹의 비전은 토털 라이프 케어 그룹이다. 2030년까지 전 계열사가 해당 부문에서 1위가 되는 것이 목표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고객의 전 생애에 걸쳐 태아보험, 자산 컨설팅, 헬스케어, 리스크 관리, 장례까지 토털 서비스를 하는 겁니다. 평생의 파트너가 되는 거죠. 앞으로 B2B로 어린이 케어 시스템을 만들려 합니다. 이로써 토털 라이프 케어가 완성되는 거죠. 곳곳의 사무실 빌딩 한 층에 100평짜리 탁아시설을 만들어 그 건물 입주사 구성원의 아이들을 돌봐주는 겁니다. 엄마들은 아이를 데리고 출근하고 점심 때면 1시간 반~두 시간 같이 밥 먹고 아이와 놀아줄 수 있죠. 이런 육아 시스템이 광범위하게 체계적으로 갖춰지면 망국적인 저출산 해소에 일부나마 기여할 겁니다. 돈은 잘 못벌지 몰라도 정부의 출산 지원 제도와 연계하면 적자는 면하고 고용도 창출할 수 있어요. 어쩌면 이런 용도로 서울시에서 무상으로 땅을 빌릴 수도 있겠죠.”

그는 “어느 업을 하든 영위하는 업의 가치, 사회에 대한 공헌이 그 사업의 근간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으로서 당연히 지속가능해야 하지만 돈은 부수적으로 따라와야 합니다.”



우리나라 보험 시장의 문제가 뭔가요?


“규모 면에서는 세계 8위, GDP 대비 가입액은 6위로 일본·영국·미국보다도 높아요. 그런데 보험 만족도는 조사 대상 30개 국 중 최하위입니다. 최근 3년 연속 가장 낮았고, 심지어 중국·러시아보다도 낮아요. 보험사가 전속 설계사를 통해 보험사 간 비교를 할 수 없는 이른바 푸시 영업을 하기 때문이죠. 대형 보험사들의 경우 과거 고금리 시절 팔았던 확정 상품의 역마진 손실을 헤지하느라 보험료를 비싸게 받았는데 이 과정에서 고객들에게 더 비싸다는 사실을 숨길 수밖에 없었어요. 이 점도 영향을 끼쳤을 거로 봐요. 국제회계기준(IFRS)에 맞춰 만기 보험금 충당액을 쌓지 않으려 부채로 잡히는 개인연금보험을 팔지 않으려 드는 것도 문제예요. 보험 소비자를 제대로 보호하려면 제조와 판매 채널을 분리해 보험판매전문회사 제도를 도입해야 합니다. 모든 가전사의 제품을 파는 하이마트처럼 GA가 독립적으로 각 보험사 상품을 팔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거죠. 현행 제도하에서 GA는 전반적으로 수수료를 올려 받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했어요.”
 보험도 제조·판매 분리 시대 열어야
그는 책임과 권한이 함께 부여된 보험판매전문회사제가 도입되면 GA의 불완전 판매 문제도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은 이 회사의 핵심 역량이다. 13개의 교육과정을 개설해 설계사들에게 기간 면에서 보험사의 두 배가량 교육을 실시한다. 본사의 1.5개 층이 연수실이다. 매주 본사에서 열리는 토요강좌는 제주를 포함해 전국에서 600~1000명이 화상으로 참여한다. 그는 “교육이 모든 역량의 원천”이라고 말했다.

에이플러스에셋은 설립 이래 지난 12년 동안 TRD(Total Risk Design Report:생보·손보 상품 종합 보장분석 보고서) 시스템 리포트를 만들어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다. 1980년부터 현재까지 판매된 모든 생·손보 상품을 대상으로 한 종합 분석을 토대로 해당 고객이 가입한 보험의 보장 범위에 대해 정밀진단을 해주는 것이다. 대학병원의 종합 건강검진에 비유할 수 있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모바일 회원에게 보장 분석을 해 주는 어플인 보플도 선보였다. 40여 명의 국제재무설계사(CFP·Certified Financial Planner)들은 각종 전문 컨설팅 회사들과 제휴해 VIP 고객들에게 다양한 니즈에 최적화한 자산 컨설팅을 제공한다. 매년 10억원 이상씩 총 150억 원을 투자해 구축 중인 전산 시스템도 이 회사의 강점이다.

그는 고층빌딩 유리창 청소원이야말로 보험이 필요한 직업인데 보험사가 받아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직업적으로 위험 요인이 있으면 요율을 할증해 반영하고 고객이 선택하도록 하면 됩니다. 다른 나라처럼 보험판매전문회사제가 도입되면 GA가 고객을 대신해 보험사와 협상해 현존하지 않는 상품을 다양하게 만들 수 있어요.”



정책 당국에 대해서는 어떤 고언을 하고 싶습니까?


“GA는 모집한 기존 보험계약의 유지·관리에 비용이 많이 드는데 보험사가 이 비용은 GA 측에 지급하지 않습니다. 계약자를 모집할 때 모집의 대가인 모집수수료만 대리점에 지급하는 거죠. 이익 셰어링을 통해 유지 수수료를 지급할 수 있다고 돼 있던 보험업감독규정도 최근 개편안에서 삭제됐어요. 정책 당국이 보험사가 GA에 유지비를 지급하도록 규정을 고쳐야 합니다. 유지비란 인건비, 전산 시스템 구축·유지 등 인프라 관련 비용인데, 이 돈을 못 받다 보니 사무직 여직원 인건비도 보험사의 40~50% 수준으로 지급할 수밖에 없어요.” 그는 “대부분의 선진국은 GA에 유지비를 지급하고 이익 셰어링도 하고 있다”며 “이 문제를 풀어야 GA가 건전한 판매사로 거듭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난해 전 여직원과 일본 후쿠오카 여행을 다녀왔다. 대형 보험사에 비해 급여가 낮은 것이 마음에 걸려 인사팀에 조사를 시켰더니 여직원의 약 70%가 해외여행 경험이 없었다. “결속력이 뛰어나고 주인의식도 높은 사람들인데 나중에 신혼여행 갈 때 남편에게 해외 여행은 처음이라고 이야기하겠구나 싶어, 조건 없이 데려갔습니다.”

이 회사는 정년이 만 69세이다. 60대까지 일하고 일흔에 퇴직한다. 조건이 있다. 60세, 63세, 66세에 실적을 평가해 상위 50% 이내에 들어야 한다. “그 정도 경력이면 노하우 축적 됐겠다, 열정만 있으면 누구나 50% 안에 들 수 있습니다.”

구성원을 향한 그의 꿈은 아침에 눈 뜨면 빨리 출근하고 싶은 회사로 만드는 것이다. “대형 보험사 임원 출신으로서, 설계사들에게 지분을 배정해 이들을 회사의 주인으로 만드는 한편 이들과의 동반성장을 통해 국내 보험사의 한 페이지를 새로 쓰고 싶습니다.”

그는 지난 7월 [착한 사람이 이긴다]는 책을 냈다. ‘성공하는 삶을 만드는 5가지 착함의 원리’라고 부제를 달았다. “상당한 기득권을 버리고 국내 보험과 금융의 새 지평을 열겠다는 각오로 창업을 했습니다. 그 후 강산이 변할 만큼 시간이 흘렀는데 고객이라는 업의 본질, 따뜻한 금융이라는 미래를 향하지 않고 내가 매출·이익이라는 숫자에 연연하지는 않았는지 돌아봤어요. 배려는 하되 좌고우면하지 않고 앞으로 30년쯤, 눈 감기 직전까지 즐겁게 일하는 게 남은 소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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