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여전한 대형마트 규제] 동네마트·식자재마트만 반사이익 누려
[논란 여전한 대형마트 규제] 동네마트·식자재마트만 반사이익 누려
“유통업 역차별” vs “소비패턴 변화” 주장 팽팽... 피기백 모델 등 도입할 만 이마트는 올 2분기 299억원의 영업손실 기록했다. 지난 1993년 문을 연 이후 첫 분기 적자다. 매출액은 4조5810억원으로 지난해 2분기 대비 14.8% 늘어났지만 영업적자 규모는 시장 예상치였던 47억~105억원보다 더 컸다. 이마트 관계자는 “전반적인 업황 부진과 전자상거래 업체의 저가 공세, SSG닷컴을 비롯한 일부 자회사의 실적 부진 등의 영향으로 영업이익이 적자로 돌아섰다”고 말했다. 이마트의 영업이익은 3분기에도 지난해 3분기 대비 30% 정도 줄어들 전망이다. 롯데마트도 2분기에 ‘어닝 쇼크’ 수준인 339억원의 영업적자를 낸 데 이어 3분기에도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감소할 것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대형마트 부진의 주요 원인은 쿠팡·티몬·이베이코리아 같은 전자상거래 업체와의 치열한 경쟁에서 찾아볼 수 있다. 쿠팡 등이 단기 적자에 아랑곳하지 않고 저가 공세를 퍼부으며 급속히 시장을 잠식하자 시장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면서 대형마트의 수익률은 급속도로 악화됐다. 여기에 1~2인 가구가 늘면서 대형마트를 찾는 방문객도 줄고 있다. 대형마트는 몇 년 전부터 역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대형마트 연간 매출은 2015년 전년 대비 3.2% 감소를 시작으로 2016년 -1.4%, 2017년 -0.1%, 지난해 -2.3%로 하락세를 보였다. 유통 업계에서 차지하는 대형마트 매출 비중도 2015년 26.3%에서 지난해 22%로 감소했다.
문제는 실적 부진이 더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대형마트는 새벽 배송 경쟁이 심화하면서 비식품에 이어 식품의 시장점유율까지 위협받고 있다”며 “e커머스 사업으로 개선하지 못한다면 회복하기 쉽지 않다”고 내다봤다. 때문에 신용평가사들은 대형마트의 전망을 어둡게 본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8월 5일 이마트의 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하향 조정하면서 “앞으로 2~3년간 어려운 영업환경이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렇다 보니 유통 업계에서는 골목상권 보호를 위해 대형마트를 옥죄어온 유통규제정책을 놓고 볼멘소리가 나온다. 대형마트 한 관계자는 “소비 트렌드 변화로 유통시장의 주도권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빠르게 넘어가고 있는 데도 유통 업계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여전히 대기업 오프라인 점포에만 규제가 적용돼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2012년 3월 마련된 유통산업발전법안에 따르면 3000㎡ 이상 면적을 가진 대형마트는 기본적으로 의무휴업일 지정(매월 공휴일 중 2일), 영업시간 제한(오전 0∼10시) 등의 규제를 받고 있다. 면적이 3000㎡ 미만이더라도 대기업 계열 점포일 경우 준대규모 점포에 해당해 역시 같은 규제를 받게 돼 있다.
법안이 시행된 지 7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실효성 문제가 제기된다. 유통규제로 반사이익을 본 곳은 따로 있어서다. 바로 중규모 이상의 동네마트나 식자재마트 등이다.
조춘한 경기과학기술대학교 교수가 지난해 9월 발표한 ‘상생협력을 통한 중소유통 활성화 방안’ 내용에 따르면 대형마트와 매출 5억원 이하 소규모 점포 매출은 감소한 반면 50억원 이상의 수퍼마켓 매출액은 7% 이상 늘었다. 면적이 3000㎡를 넘지 않으면서 농축수산물 등 각종 식재료를 저렴하게 파는 식자재마트는 규제를 적용받지 않고 365일 24시간 자유롭게 영업을 하고 있다.
대형마트 휴무가 득(得)보다 실(失)이 되고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한국유통학회의 ‘한국 도시 상업 생태계에서의 복합쇼핑몰의 역할’ 보고서에 따르면 장기적으로 복합쇼핑몰의 고객 수가 증가하면 주변 상권을 이용하는 고객 수도 증가해 ‘경쟁관계’보다 ‘보완관계’가 더 큰 것으로 조사됐다. 조춘한 교수는 “과거에는 상권 내부의 대·중·소 유통 간에 경쟁이 벌어졌지만 최근에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지역 상권과 지역 외상권 간의 경쟁구도로 바뀌었다”며 “규제 중심의 중소유통 활성화 정책은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렇다 보니 대형마트들은 신규 출점도 포기하고 있다. 이마트는 대형마트 형태로는 올해 점포를 낼 계획이 없다. 홈플러스 점포 수도 지난 3년간 변동이 없다.
대형마트 유통규제 역차별 문제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자 정부는 사실과 다르다며 반박하고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공식 자료를 통해 “대형마트 등 대규모 점포에 대한 영업·등록 제한은 대·중·소 유통 균형발전을 위해 사회적 합의를 거쳐 마련된 제도”라며 “유통제도상의 역차별에 원인이 있다기보다 온라인 쇼핑으로 소비패턴이 변화되고, 물류·배송혁신 등 다양한 요인이 작용한 결과”라고 말했다. 이어 “대형마트 영업시간 규제는 오프라인 점포에 대한 제한으로, 대형마트의 온라인 영업에 대해서는 영업시간 제한 등의 규제 조치가 시행되고 있지 않다”며 “실제 다수 대형마트가 규제를 받지 않고 온라인몰을 운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봉환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이사장도 “전체적인 규제를 통해서 전통시장과 소상공인이 업(業)과 매출을 유지하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다”며 “대형마트 규제가 없었다면 전통시장과 소상공인의 매출은 지금보다 빠른 속도로 줄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전통시장 실태조사에 따르면 의무휴업 도입 이전인 2005~2012년에는 전통시장 총 매출액 규모가 27조3000억원에서 20조1000억원으로 감소했지만, 의무휴업 도입 이후인 2012~2017년까지 20조1000억원에서 22조6000억원으로 12.4%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대형마트 규제에 대한 실효성 논란은 앞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다른 대안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지역별로 전통시장과 대형마트의 상생관계를 구축하거나 상인들에 대한 실질적인 맞춤 지원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예컨대 전통시장 상권 전체를 살리는 ‘피기백(piggy back) 모델’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전통시장에 공실이 난 매장이나 비어 있는 공간에 인지도가 높은 유통 업체를 입점시키는 것을 말한다. 실제로 이마트 노브랜드(이마트 자체브랜드(PB))는 전통시장에 입점해 젊은 고객의 전통시장 유입을 촉진하는 ‘노브랜드 상생스토어’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 2016년 8월 상생스토어 1호점을 연 충남 노브랜드 당진어시장점은 1층에는 어시장, 2층에는 노브랜드 매장에서 가공 식품과 공산품을 판매하고 있다. 상생스토어는 전통시장에 파는 품목과 겹치는 제품은 팔지 않는다.
노브랜드가 입점하면서 매출도 크게 늘었다. 소상공인시장 진흥공단에 따르면 지난 2015년 당진 전통시장의 하루 평균 판매액은 8400만원(추정치)이었지만 지난해에는 1억1900만원으로 40% 넘게 증가했다. 노브랜드 상생스토어는 당진어시장점을 시작으로 구미선산시장, 여주한글시장, 서울 경동시장 등 지금까지 10호점까지 문을 열었다.
- 김성희 기자 kim.sung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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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부진의 주요 원인은 쿠팡·티몬·이베이코리아 같은 전자상거래 업체와의 치열한 경쟁에서 찾아볼 수 있다. 쿠팡 등이 단기 적자에 아랑곳하지 않고 저가 공세를 퍼부으며 급속히 시장을 잠식하자 시장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면서 대형마트의 수익률은 급속도로 악화됐다. 여기에 1~2인 가구가 늘면서 대형마트를 찾는 방문객도 줄고 있다.
온라인 유통업 커지는데 오프라인 점포 규제
문제는 실적 부진이 더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대형마트는 새벽 배송 경쟁이 심화하면서 비식품에 이어 식품의 시장점유율까지 위협받고 있다”며 “e커머스 사업으로 개선하지 못한다면 회복하기 쉽지 않다”고 내다봤다. 때문에 신용평가사들은 대형마트의 전망을 어둡게 본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8월 5일 이마트의 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하향 조정하면서 “앞으로 2~3년간 어려운 영업환경이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렇다 보니 유통 업계에서는 골목상권 보호를 위해 대형마트를 옥죄어온 유통규제정책을 놓고 볼멘소리가 나온다. 대형마트 한 관계자는 “소비 트렌드 변화로 유통시장의 주도권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빠르게 넘어가고 있는 데도 유통 업계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여전히 대기업 오프라인 점포에만 규제가 적용돼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2012년 3월 마련된 유통산업발전법안에 따르면 3000㎡ 이상 면적을 가진 대형마트는 기본적으로 의무휴업일 지정(매월 공휴일 중 2일), 영업시간 제한(오전 0∼10시) 등의 규제를 받고 있다. 면적이 3000㎡ 미만이더라도 대기업 계열 점포일 경우 준대규모 점포에 해당해 역시 같은 규제를 받게 돼 있다.
법안이 시행된 지 7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실효성 문제가 제기된다. 유통규제로 반사이익을 본 곳은 따로 있어서다. 바로 중규모 이상의 동네마트나 식자재마트 등이다.
조춘한 경기과학기술대학교 교수가 지난해 9월 발표한 ‘상생협력을 통한 중소유통 활성화 방안’ 내용에 따르면 대형마트와 매출 5억원 이하 소규모 점포 매출은 감소한 반면 50억원 이상의 수퍼마켓 매출액은 7% 이상 늘었다. 면적이 3000㎡를 넘지 않으면서 농축수산물 등 각종 식재료를 저렴하게 파는 식자재마트는 규제를 적용받지 않고 365일 24시간 자유롭게 영업을 하고 있다.
대형마트 휴무가 득(得)보다 실(失)이 되고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한국유통학회의 ‘한국 도시 상업 생태계에서의 복합쇼핑몰의 역할’ 보고서에 따르면 장기적으로 복합쇼핑몰의 고객 수가 증가하면 주변 상권을 이용하는 고객 수도 증가해 ‘경쟁관계’보다 ‘보완관계’가 더 큰 것으로 조사됐다. 조춘한 교수는 “과거에는 상권 내부의 대·중·소 유통 간에 경쟁이 벌어졌지만 최근에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지역 상권과 지역 외상권 간의 경쟁구도로 바뀌었다”며 “규제 중심의 중소유통 활성화 정책은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렇다 보니 대형마트들은 신규 출점도 포기하고 있다. 이마트는 대형마트 형태로는 올해 점포를 낼 계획이 없다. 홈플러스 점포 수도 지난 3년간 변동이 없다.
대형마트 유통규제 역차별 문제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자 정부는 사실과 다르다며 반박하고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공식 자료를 통해 “대형마트 등 대규모 점포에 대한 영업·등록 제한은 대·중·소 유통 균형발전을 위해 사회적 합의를 거쳐 마련된 제도”라며 “유통제도상의 역차별에 원인이 있다기보다 온라인 쇼핑으로 소비패턴이 변화되고, 물류·배송혁신 등 다양한 요인이 작용한 결과”라고 말했다. 이어 “대형마트 영업시간 규제는 오프라인 점포에 대한 제한으로, 대형마트의 온라인 영업에 대해서는 영업시간 제한 등의 규제 조치가 시행되고 있지 않다”며 “실제 다수 대형마트가 규제를 받지 않고 온라인몰을 운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봉환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이사장도 “전체적인 규제를 통해서 전통시장과 소상공인이 업(業)과 매출을 유지하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다”며 “대형마트 규제가 없었다면 전통시장과 소상공인의 매출은 지금보다 빠른 속도로 줄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전통시장 실태조사에 따르면 의무휴업 도입 이전인 2005~2012년에는 전통시장 총 매출액 규모가 27조3000억원에서 20조1000억원으로 감소했지만, 의무휴업 도입 이후인 2012~2017년까지 20조1000억원에서 22조6000억원으로 12.4%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대형마트 규제에 대한 실효성 논란은 앞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다른 대안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지역별로 전통시장과 대형마트의 상생관계를 구축하거나 상인들에 대한 실질적인 맞춤 지원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예컨대 전통시장 상권 전체를 살리는 ‘피기백(piggy back) 모델’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전통시장에 공실이 난 매장이나 비어 있는 공간에 인지도가 높은 유통 업체를 입점시키는 것을 말한다.
전통시장에 입점한 노브랜드 상생스토어
노브랜드가 입점하면서 매출도 크게 늘었다. 소상공인시장 진흥공단에 따르면 지난 2015년 당진 전통시장의 하루 평균 판매액은 8400만원(추정치)이었지만 지난해에는 1억1900만원으로 40% 넘게 증가했다. 노브랜드 상생스토어는 당진어시장점을 시작으로 구미선산시장, 여주한글시장, 서울 경동시장 등 지금까지 10호점까지 문을 열었다.
- 김성희 기자 kim.sung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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