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는 소리는 그만, 탄소세 대비하라
우는 소리는 그만, 탄소세 대비하라
‘지구 온난화는 명확한 현실의 위협이 됐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t당 75달러(약 9만원)의 탄소세를 부과해 온실가스를 빠르게 감축해야 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이 10월10일 내놓은 처방이다. IMF는 세계무역을 안정적으로 확대해 가맹국들의 고용 증대, 소득 증가, 자원 개발에 기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설립됐다. 이런 IMF가 환경 문제인 지구 온난화를 해결해야 한다고 나서게 된 이유는 앞에서 말한 대로다. 지구 온난화(기후변화)가 이미 세계 무역과 경제 개발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힐 수 있는 수준으로 악화됐기 때문이다.
탄소세는 지구 온난화 문제 해결을 위해 진작부터 논의된 교과서적인 처방이다.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행위에는 금전적으로 페널티를 부과해 그런 행위가 줄어들게 하자는 것인데, 이런 처방은 이미 교통범칙금 등 형태로 다양하게 찾아볼 수 있다. 다만 사회적으로 이미 받아들여진 교통범칙금과 달리 탄소세는 ‘환경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걷는 과도한 세금’이라는 인식 탓에 아직 선뜻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그런데 수출로 먹고 사는 대한민국 특성상 기업인과 관료들은 이제 탄소세 문제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한다. 지구온난화가 먼 미래의 환경 문제라는 인식에서 재산과 생명, 더 나아가서 어렵게 만들어 놓은 세계 경제 체제를 위협하는 리스크가 됐기 때문이다. 먼 미래의 환경 문제를 막기 위해 높은 탄소세를 부담할 정치인과 시민들은 어느 나라에서나 소수다. 하지만 가시권에 들어온 위험으로부터 생명과 재산, 경제를 유지하기 위해서 투자를 하고 비용을 감수하겠다는 사람은 많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의 지지가 있다면 세금이든 뭐든 도입하겠다는 정치인도 상당수 있다. 이런 이유로 탄소세 도입은 탄력을 받기 시작했고 주요 시장에서 우리나라 기업들의 수출품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영향을 받는 수출품은 유럽연합(EU) 28개국에 수출되는 자동차다. EU는 2020년부터 자동차 운행 중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양이 ㎞당 95g을 넘을 경우 초과하는 g당 95유로(약 14만원)를 벌금으로 징수하기로 했다. 큰 차를 팔아 수익을 내고 싶은 자동차 업체들은 반대했다. 하지만 지구 온난화로 인한 피해가 뚜렷해지기 시작한 상황에서 우는 소리는 통하지 않았다. 결국 자동차 업체들은 전기차로의 전환을 서두르기 시작했다. EU 규정에 의한 벌금을 t당 탄소세로 계산해 보면 이산화탄소 200㎏에 14만원, 즉 1t당 70만원이다.
탄소세 관련 유럽에서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또 다른 산업 분야는 바로 유럽 철강 시장이다. EU는 이미 배출권 거래제라는 형태로 탄소세를 간접 부과하고 있다. 더 많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서는 IMF가 권고한 수준으로 탄소세를 높여야 하는데, 유럽에 있는 업체에만 탄소세를 부과할 경우 탄소세가 없거나 훨씬 약한 나라에서 수입되는 철강제품과 역차별이라는 비판과 실제로 온실가스 감축에도 실패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결국 EU는 탄소세를 부담하지 않은 지역에서 생산된 철강 등 일부 제품에 대해 탄소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무역분쟁의 우려가 있지만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입장이다. 보통 철강 제품을 1t 만들 때 약 2t의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올해 여름 한국 내수 기준 철근 1t당 가격은 70만원 수준이었다. 여기에 IMF가 권고한 수준의 탄소세가 부과되면 철근 1t당 18만원이 부과되어 가격이 25% 오르게 된다.
앞으로 점점 더 많은 시장에서 탄소 관세가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 우는 소리 해봐야 소용없다. 지구 온난화는 이미 명확한 현실의 위협이 됐기 때문이다. 국제적인 탄소세 확산에서 우리 경제는 안녕한가? 우는 소리는 그만하고 대비해야 할 때다.
- 김지석 그린피스 동아시아 서울사무소 스페셜리스트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탄소세는 지구 온난화 문제 해결을 위해 진작부터 논의된 교과서적인 처방이다.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행위에는 금전적으로 페널티를 부과해 그런 행위가 줄어들게 하자는 것인데, 이런 처방은 이미 교통범칙금 등 형태로 다양하게 찾아볼 수 있다. 다만 사회적으로 이미 받아들여진 교통범칙금과 달리 탄소세는 ‘환경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걷는 과도한 세금’이라는 인식 탓에 아직 선뜻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그런데 수출로 먹고 사는 대한민국 특성상 기업인과 관료들은 이제 탄소세 문제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한다. 지구온난화가 먼 미래의 환경 문제라는 인식에서 재산과 생명, 더 나아가서 어렵게 만들어 놓은 세계 경제 체제를 위협하는 리스크가 됐기 때문이다. 먼 미래의 환경 문제를 막기 위해 높은 탄소세를 부담할 정치인과 시민들은 어느 나라에서나 소수다. 하지만 가시권에 들어온 위험으로부터 생명과 재산, 경제를 유지하기 위해서 투자를 하고 비용을 감수하겠다는 사람은 많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의 지지가 있다면 세금이든 뭐든 도입하겠다는 정치인도 상당수 있다. 이런 이유로 탄소세 도입은 탄력을 받기 시작했고 주요 시장에서 우리나라 기업들의 수출품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영향을 받는 수출품은 유럽연합(EU) 28개국에 수출되는 자동차다. EU는 2020년부터 자동차 운행 중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양이 ㎞당 95g을 넘을 경우 초과하는 g당 95유로(약 14만원)를 벌금으로 징수하기로 했다. 큰 차를 팔아 수익을 내고 싶은 자동차 업체들은 반대했다. 하지만 지구 온난화로 인한 피해가 뚜렷해지기 시작한 상황에서 우는 소리는 통하지 않았다. 결국 자동차 업체들은 전기차로의 전환을 서두르기 시작했다. EU 규정에 의한 벌금을 t당 탄소세로 계산해 보면 이산화탄소 200㎏에 14만원, 즉 1t당 70만원이다.
탄소세 관련 유럽에서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또 다른 산업 분야는 바로 유럽 철강 시장이다. EU는 이미 배출권 거래제라는 형태로 탄소세를 간접 부과하고 있다. 더 많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서는 IMF가 권고한 수준으로 탄소세를 높여야 하는데, 유럽에 있는 업체에만 탄소세를 부과할 경우 탄소세가 없거나 훨씬 약한 나라에서 수입되는 철강제품과 역차별이라는 비판과 실제로 온실가스 감축에도 실패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결국 EU는 탄소세를 부담하지 않은 지역에서 생산된 철강 등 일부 제품에 대해 탄소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무역분쟁의 우려가 있지만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입장이다. 보통 철강 제품을 1t 만들 때 약 2t의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올해 여름 한국 내수 기준 철근 1t당 가격은 70만원 수준이었다. 여기에 IMF가 권고한 수준의 탄소세가 부과되면 철근 1t당 18만원이 부과되어 가격이 25% 오르게 된다.
앞으로 점점 더 많은 시장에서 탄소 관세가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 우는 소리 해봐야 소용없다. 지구 온난화는 이미 명확한 현실의 위협이 됐기 때문이다. 국제적인 탄소세 확산에서 우리 경제는 안녕한가? 우는 소리는 그만하고 대비해야 할 때다.
- 김지석 그린피스 동아시아 서울사무소 스페셜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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