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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성장 중인 ‘펫테크’ 산업] 앱으로 고양이 배변 점검하고 건강관리

[급성장 중인 ‘펫테크’ 산업] 앱으로 고양이 배변 점검하고 건강관리

정보통신기술 발전과 맞물려 인기… 국내 반려동물 관련 시장 2027년 6조원 전망



‘펫테크(Pet-Tech)’가 국내외 산업계와 소비자들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펫테크는 ‘반려동물(pet)’과 ‘기술(technology)’을 더한 신조어다. 반려동물을 위한 각종 제품·서비스에 사물인터넷 같은 최신 정보통신기술이 접목돼 시너지 효과를 일으킨다. 단순히 동물용 간식이나 유모차 등의 수요가 급증한 것과 비교해도 한걸음 더 나아갔다. 최근 반려동물 관련 시장의 급성장에도 펫테크가 기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펫테크의 무궁무진한 수요 창출 잠재력에 주목한 대기업과 스타트업이 앞다퉈 투자에 나선 이유다. 관련된 국내외 현황을 다각도로 짚어봤다.
사진:© gettyimagesbank
경기도 판교에 홀로 사는 직장인 이현종(43)씨는 집에서 기르는 고양이의 건강을 챙기기 위해 최근 작은 가전(家電) 하나를 샀다. 평소 고양이가 쓰는 화장실에 제품을 부착한 다음, 이와 연동되는 애플리케이션(앱)을 스마트폰에 설치했다. 이후 이씨는 회사에서 틈틈이 앱으로 실시간 전송되는 반려묘의 화장실 이용 기록을 살펴보고 있다. 이씨는 “고양이가 아플 땐 화장실 사용 습관부터 바뀐다고 해서 (제품과 앱을) 이용 중인데 언제 배변하는지, 지난달이나 지난주보다는 얼마나 더 또는 덜 배변을 했는지 등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어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다.

부산에 사는 프리랜서 민수진(31)씨도 얼마 전 반려견을 위해 로봇 장난감 하나를 구입했다. 공처럼 둥글고 작은 이 로봇엔 인공지능(AI) 기술이 탑재돼 반려견 ‘영심이’가 물었다가 떨어뜨리면 스스로 도망치면서 영심이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사람이 공을 던져줄 때처럼 일일이 움직이지 않아도 비슷한 효과를 낸다. 민씨는 잠깐씩 집을 비울 때마다 이 로봇을 자신 대신 강아지와 놀게하면서 운동량도 늘려주는 역할로 쓰고 있다. “집에 혼자 있기 싫어하는 강아지인데 사람이 없어도 틈틈이 놀이와 운동을 하게 해줄 수 있어 유용해요. 예전엔 강아지 혼자 집에 두고 나오면 마음이 편치 않아 무리해서라도 데리고 나와야 했고, 그러다 보면 일상과 업무에 종종 지장이 있었는데 이젠 강아지도 저도 한결 편해졌습니다.”
 인공지능 탑재한 로봇이 강아지와 놀아줘
사진:© gettyimagesbank
집에서 반려동물을 기르는 반려인의 급증, 사물에 센서를 부착해 데이터를 실시간 주고받는 사물인터넷(IoT) 등의 정보통신기술(ICT) 발전. 이씨와 민씨의 사례는 두 가지가 만나 신(新) 풍속도가 만들어졌음을 보여준다. 단순히 동물용 간식이나 유모차 등의 수요가 급증한 것과 비교해도 한걸음 더 나아갔다. ‘반려동물(pet)’과 ‘기술(technology)’을 더한 신조어인 ‘펫테크(Pet-Tech)’가 이처럼 반려인의 일상에 낯설지 않게 스며들고 있다. 반려동물 입장에서 보면, 첨단 기술의 혜택을 누리는 건 인간만이 아닌 셈이다. 각 가정과 관련 산업계는 지금 펫테크로 후끈 달아올랐다.

돈이 되면 투자를 아끼지 않는 대기업의 움직임에서부터 이런 분위기가 감지된다. LG유플러스는 11월 5일 펫테크 제품·서비스 3종을 모은 월 이용료 1만원대의 ‘U+스마트홈 펫케어’를 선보였다. 이 서비스에 가입하면 실내에서 반려동물 영상을 찍어 관찰할 수 있게 하는 CCTV ‘맘카’, 동물 전용 수면등, 펫 피트니스를 위한 소형 로봇이 제공된다. 맘카가 360도 회전하면서 촬영한 파노라마 영상으로 동물이 잘 지내고 있는지 외부에서도 살필 수 있다. 화장실과 밥그릇이 있는 장소 등에 하루 몇 번이나 드나들었는지 파악해 이상 징후를 분석해주기도 한다. 앱과 연동된 로봇은 직접 조종해 언제든 동물과 놀아줄 수 있다. 피곤해진 동물이 잠을 청하면 앱으로 은은한 수면등을 켜주고, 안정감을 주는 음악을 들려주는 등 정서를 관리해줄 수도 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반려동물을 혼자 두고 외출할 때 불안해하는 1인 가구나 맞벌이 부부가 많다는 데 착안한 서비스”라고 설명했다.

LG전자 역시 지난 6월 반려동물 전용 공기청정기 ‘퓨리케어 펫’을 내놓는 등 펫테크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카카오도 계열사 카카오페이를 통해 지난 10월 동명의 간편결제 서비스 기반 반려동물용 보험상품을 출시했다. 생후 60일~만 8세 11개월의 반려견을 둔 반려인 누구나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에서 동물등록번호와 같은 별도 인증 수단 없이 간단한 정보 입력만으로 보험 가입부터 보험료 납부까지 한번에 진행할 수 있다.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복잡했던 보험 가입과 납부 절차 간소화로 더 많은 반려인이 반려동물의 생애주기를 관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펫테크는 이처럼 이동통신·전자·플랫폼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기량을 갈고닦은 기업들의 새 먹거리로 떠올랐다.

이런 움직임은 유행에 민감한 ICT 기반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지난해 무렵부터 국내 펫테크 시장이 급격히 커진 것과 관련이 깊다. 예컨대 창업 생태계 흐름을 볼 수 있는 크라우드펀딩(온라인으로 불특정 다수 개인의 자금을 모으는 것)에서는 펫테크 개척에 나선 여러 스타트업이 급부상했다. 반려동물용 로봇 장난감이나 운동량 측정기, 건강 검진기 등 다양한 아이디어 상품이 쏟아져 나와 각각 펀딩의 목표 금액을 훨씬 초과 달성하는 경우가 급증했다. 수요가 그만큼 뒷받침되고 있다는 얘기다.
 “반려동물은 내 가족” 펫테크에 돈 안 아껴
사진:© gettyimagesbank
소비자로서는 다양하게 쏟아지는 펫테크 제품·서비스 중에 내 반려동물의 라이프스타일에 꼭 맞는 것 하나만 잘 골라도 과거보다 물리·정신적으로 한결 편하게 동물을 키울 수 있게 됐다. 펫테크의 인기는 선진국처럼 대중적으로 반려동물을 내 아이처럼 여겨 금과옥조로 키우는 풍조가 국내에 자리 잡은 것과도 관련이 깊다. KB경영연구소가 지난해 말 펴낸 ‘2018 반려동물 보고서-반려동물 연관 산업 현황과 양육 실태’를 보면 이를 잘 확인할 수 있다. 이 연구소가 전국 20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반려인의 85.6%는 ‘반려동물은 가족의 일원이다’라는 말에 동의한다고 응답했다. 60대 이상 고령층에서 동물을 가족으로 생각하는 비율이 89.1%로 가장 높았다. 이들은 그만큼 펫테크 제품·서비스에 돈을 아끼지 않을 개연성이 크다.

1인 가구와 맞벌이 부부가 사회적으로 증가했고, 이들이 집을 자주 비우면서도 반려동물은 키우거나 키우고 싶어 하는 경향이 강한 것도 최근 펫테크가 부각된 주된 이유 중 하나다. 이용교 광주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청년 세대는 학업과 취업으로, 중년은 맞벌이나 이혼·별거로, 노인은 분가나 사별로 홀로 사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과거 1인 가구는 생애주기에 일시적으로 혼자 사는 경우가 많았지만, 비혼이 늘고 수명이 늘어나면서 오랫동안 혼자 사는 사람이 많아져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반려동물을 키우는 경우가 늘었다”고 분석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1인 가구는 약 585만으로 전체 가구의 29.3%나 됐다. 이런 사회 분위기 속에 가족처럼 가까운 사람과 나눌 수 있는 ‘정서적 교감’의 대상을 반려동물로 대체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얘기다. 반려동물을 기르는 국내 인구는 2016년 기준 1000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이 교수는 최근 수년간 반려묘가 뚜렷하게 증가한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고 분석한다. 지난해 반려견을 키우는 가구가 2014년 대비 4.0%포인트 줄어든 반면 반려묘를 키우는 가구는 3.6%포인트 늘었는데, 혼자서도 잘 지내는 습성이 있는 고양이가 1인 가구 등 집을 자주 비우는 집에서 반려동물로 선호되다 보니 나타난 증가세라는 것이다.

그렇다 해도 반려묘를 키우든 반려견을 키우든 펫테크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데 전문가들은 의견을 같이 한다. KB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반려동물이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은 반려견이 하루 평균 4시간 52분, 반려묘는 6시간 2분이었다. 1인 가구에서는 도합 평균 6시간 50분을 반려동물들은 홀로 지내고 있다. 이에 반려견 양육 가구의 67.7%, 반려묘 양육 가구의 60.5%, 둘 다 양육하는 가구의 81.6%가 집에 혼자 있을 동물을 위해 시설 설치 등 조치를 취한 것으로 나타났다.
 B2B에서도 펫테크 제품·서비스 전도유망
워크브레인의 ‘강집사’는 앱과 연동돼 고양이 배변을 점검해준다. / 사진:워크브레인
특히 반려견과 반려묘를 함께 양육하는 가구 중 20.4%는 IoT 시스템이 구비된 전자제품을 이용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황원경 KB경영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반려동물 관련 시장이 스마트케어, 보안 카메라, IoT를 이용한 관리용 로봇 및 장난감, 위치추적기 등 펫테크 분야로 급속도로 파급되고 있다”며 “여기에 반려동물 전용 TV 프로그램 콘텐트 제작과 교육 및 자격증 시장까지 다채로운 분야에서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2년 약 9000억원이었던 국내 반려동물 관련 시장 규모는 지난해 2조8900억원으로 커졌다. 이 규모는 2023년 4조6000억원, 2027년 6조원으로 한층 커질 전망이다.

물론 펫테크 기업들의 눈은 단순히 이런 일반 소비자에게만 쏠리지 않는다.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뿐 아니라 기업 간 거래(B2B)에서도 펫테크가 전도유망한 분야로 여겨지고 있어서다. 헬스앤메디슨이라는 스타트업은 11월 4일 동물병원용 스마트 키오스크(무인자판기) 플랫폼 ‘V2-솔루션’을 내놨다. 동물병원에서 공간 혹은 물류 문제로 취급할 수 없던 펫 전용 가전과 가구, 동물용 보조제와 사료 등 다양한 제품을 키오스크 내 가상 스토어로 유통할 수 있게 해준다. 김현욱 헬스앤메디슨 대표는 “수의사를 비롯한 전문가 검토를 마친 상품과 서비스만 유통하는 채널로 업계에서 환영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미국 소비자기술협회(CTA)는 이런 펫테크 제품을 크게 다섯 가지로 분류하고 있다. 우선 훈련용 도구다. 훈련용 목줄과 반려동물용 카메라, 무선 울타리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다음으로 건강관리·추적 분야다. 반려동물 건강 모니터, 미용 도구, 운동량 추적기, 반려동물용 위성항법장치(GPS) 등이다. 셋째는 자동화 용품이다. 자동 급식 및 자동 급수 도구, 반려동물용 자동문, 쓰레기 관리 용품, 자동 변기 세척기 등이다. 장난감도 빼놓을 수 없다. 쌍방향 장난감과 전동식 장난감 등 다양하게 만들어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모바일 앱과 소프트웨어 서비스다. 반려동물 산책 대행 서비스, 반려동물 돌봄 서비스, 수의용 건강 관련 앱, 반려동물용 사료 구독·배달 서비스, 반려동물 용품 온라인 판매 웹사이트·앱, 반려동물 보호·입양 관련 앱, DNA 테스팅 키트 등이다. 미국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해외에서 펫테크는 이미 집중 관심 대상이다.
 8개 업종 빼고 신규 업종은 사각지대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펫테크 산업이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한다. 인구·사회 구조상 반려인이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으며, 현재진행형인 ICT의 매서운 발전 속도도 갈수록 더 빨라질 것으로 관측돼서다. 다만 기업들의 경쟁 격화 속에 서비스 품질이 저하될 수 있어 소비자 사이에서 일부 우려를 자아낸다. 반려동물에 고비용을 들이기 꺼리지 않는 소비자를 겨냥해 디자인만 그럴싸한 저품질의 제품을 고가로 포장, 내놓는 경우가 늘어날 수 있어서다. 기존 반려동물 관련 시장에서는 이미 ‘캣 택스(cat tax)’ 등의 용어로 이런 문제가 부각된 바 있다. 모양이 같은 선반인데 고양이용 선반이라는 타이틀만 붙으면 가격이 비싸지는 현상을 비판적으로 바라본 신조어다. 펫테크에서도 이런 문제는 얼마든지 빚어질 수 있다.

펫테크 산업 육성 측면에서 보면 국내 법제도 정비 필요성도 풀어야 할 문제로 지적된다. 김현중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현행 동물보호법은 미용·장묘 등 8개 업종만 관련 산업으로 규정해 신규 업종은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펫테크 등 반려동물 산업 전반을 뒷받침하기 위해선 별도 법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노력 속에 펫테크 산업 생태계가 꽃을 피우면서 전도유망한 스타트업을 계속 발굴하고, 소비자와 기업이 ‘윈-윈(win-win)’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지적이다.

-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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