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세기 말이면 영구히 물에 잠길 수 있다
다음 세기 말이면 영구히 물에 잠길 수 있다
이탈리아 베네치아, 11월 폭우로 조수 수위 187㎝까지 치솟아… 기후변화 영향으로 해수면 계속 상승 세계적으로 인기 높은 관광명소 이탈리아 베네치아가 다음 세기말이면 영구히 물에 잠길 수 있다고 과학자들이 경고했다.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침수의 빈도가 크게 높아지기 때문이다. 유네스코가 역사·문화적 가치를 인정해 1987년 도시 전체를 세계유산으로 지정해 보호하는 베네치아는 지난 11월 12일 내린 폭우로 조수 수위가 187㎝까지 치솟아 도시의 85% 이상이 침수됐다. 이 수위는 194㎝에 육박했던 1966년 이후 53년 만에 가장 높다.
베네치아는 비가 많이 내리는 늦가을과 초겨울에 조수 수위가 상승하는 ‘아쿠아 알타(acqua alta)’ 현상으로 시내가 정기적으로 침수된다. 조수 수위가 100∼120㎝를 오르내리는 것은 일반적이며 이에 대응할 수 있도록 구조화됐다. 하지만 이번에는 최근 수일째 호우가 지속한 가운데 아프리카에서 불어오는 시속 100㎞의 강한 바람을 동반한 열풍으로 조수가 급상승하며 피해를 키운 것으로 기상 당국은 파악했다.
베네치아 시장 루이지 브루냐로는 “이례적으로 높은 조수”라며 이번 사태가 기후변화의 결과라고 말했다. 이탈리아 칼라브리아대학의 리카르도 멜, 파도바대학의 루카 카르니엘로와 루이기 달파오스 연구원은 지구 전체의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아쿠아 알타’ 현상은 앞으로 더 잦아지고 심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구원들은 뉴스위크와 가진 인터뷰에서 “지난 12일의 홍수로 베네치아의 대부분이 물에 잠긴 것은 역대 두 번째로 심한 ‘아쿠아 알타’ 현상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높은 파도가 석호를 휩쓸어 보트와 도시의 노출된 구조에 큰 피해를 가져왔다. 건물도 구조적인 피해를 봤다. 출입구를 가로질러 설치된 장벽이 높은 조수를 막을 수 없어 호텔과 레스토랑, 가게, 상업용 건물이 침수됐다. 베네치아의 일부 구역과 석호의 다른 섬에선 전력 공급과 전화 연결도 장애를 받았다. 산마르코 대성당에도 바닷물이 들어차 1m가량 침수되면서 복구 불가능한 피해를 봤을 가능성이 크다.” 산마르코 대성당은 9세기에 세워진 비잔틴 양식의 대표 건축물로 868년 처음 건축됐다가 화재로 소실된 뒤 1063년 재건축됐다. 이곳은 조수 수위가 156㎝까지 다다른 지난해 10월에도 침수돼 내·외벽 대리석을 교체했지만 이번에 또다시 물에 잠기는 비운을 맞았다. 산마르코 대성당이 침수 피해를 본 것은 1200년 역사상 이번이 6번째다.
멜과 카르니엘로, 달파오스 연구원은 베네치아가 침수의 피해를 보는 빈도가 높아진다며 앞으로도 이런 추세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 예로 산마르코 대성당이 침수 피해를 입은 6차례 중 4차례가 지난 20년 안에 일어났다. 그들은 “베네치아 석호의 폭풍해일 빈도가 증가한 것은 기후변화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베네치아를 위한 검조기(조수의 변화를 기록하는 기계)가 있는 푼타 델라 살루테의 데이터에 따르면 해수면 상승 평균치가 지난 30년 동안 연간 약 6㎜였다. 이런 추세가 현 세기 동안 유지되면서 베네치아 도시의 침수 빈도를 크게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더구나 최근의 여러 연구는 폭풍우도 늘어나는 추세를 보여준다. 이 모든 요인이 해안 지역에 추가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의 최근 추정에 따르면 기존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지 않고 21세기 내내 지금처럼 계속해서 배출할 경우를 가정한 시나리오인 RCP 8.5 아래서 지구의 해수면은 2100년까지 61~110㎝ 상승할 수 있다. 만약 남극의 빙하가 예상보다 더 빨리 녹거나 다른 요인이 발생하면 그 수치보다 훨씬 높아질 수 있다. RCP는 온실가스의 대표 농도 경로(Representative Concentration Pathway)를 의미한다. RCP는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에 따라 미래가 어떻게 달라질지를 예상하는 것으로, 2100년 복사 강제력을 기준으로 가능한 경로를 설정하는 방식이다. RCP 2.6~RCP 8.5까지 시나리오가 있다. 연구원들에 따르면 베네치아의 최저지대 경우 침수의 최소 한계가 60㎝라는 사실을 고려하면 그 정도의 해수면 상승은 베네치아로선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 조수 수위가 80㎝에 이르면 산마르코 광장과 작은 거리 같은 지역이 침수될 수 있다.
IPCC 추정에 따르면 2200년이 되면 지구의 해수면이 2~5m 높아질 수 있다. 카르니엘로 연구원은 만약 베네치아를 보호할 조치를 취하지 않아 그 정도로 해수면이 상승한다면 도시가 영구히 물에 잠길 것이라고 지적했다(물론 해수면 상승은 세계 전체에서 똑같이 나타나진 않기 때문에 베네치아 석호가 위치한 지중해 북단 아드리아해의 해수면 변화는 지구 전체의 추정치와 약간 다를 수 있다).
연구원들은 베니스의 홍수가 다양한 환경적인 요인으로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거기엔 달의 중력에 의해 발생하는 천문 조석, 극도로 높거나 낮은 기압, 오래 지속되는 강한 바람 등이 포함된다. 그 모든 요인이 해수면 상승을 가져올 수 있다. 해수면이 상승하면 이런 요인이 더 자주 홍수를 일으켜 침수에 취약한 베네치아 같은 도시는 존립을 위협받는다.
베네치아는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역사적인 도시 중 하나지만 도시를 보호하기 위한 효과적인 침수 방어 시스템을 아직 갖추지 못했다. 베네치아는 1966년 194㎝의 조수가 몰아쳐 도시 전역이 물바다가 되는 막대한 피해를 보자 이탈리아의 내로라하는 유명 엔지니어들을 불러모아 1984년 ‘모세(MOSE) 프로젝트’를 설계했다. 상습 침수 지역에 조수 유입을 차단하는 인공 장벽을 설치한다는 계획이었다. MOSE는 ‘실험적 전자기계 모듈(Modulo Sperimentale Elettromeccanico)’로 번역되는 이탈리아어 약자다. 엔지니어들은 뭍과 인접한 바닷속에 78개의 수문을 갖춘 이동식 장벽을 설치하는 계획을 구상했다. 평시에는 바닷속에 잠겼다가 조수 수위가 110㎝를 넘어설 징후가 보이면 수면 위로 올라와 조수를 차단하는 방식이다.
이 프로젝트는 오랜 설계 끝에 2003년 착공했지만 이탈리아의 다른 대규모 인프라 사업이 그렇듯 일정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환경보호론자들과 일부 정치인이 다른 대안을 찾자며 의도적으로 사업을 지연시키는가 하면 시 당국의 예산 부족으로 공사가 중단되기 일쑤였다. 2014년에는 일부 정치인이 공사 입찰 과정에서 기업으로부터 뒷돈을 받는 등의 부패 스캔들이 드러나며 ‘비리의 온상’이라는 오명까지 뒤집어썼다. 이런 가운데 완공 시점은 2022년으로 연기됐고 사업비도 55억 유로(약 7조800억원)로 3배 가까이 늘었다. 멜과 카르니엘로, 달파오스 연구원은 “모세 시스템은 베네치아 석호의 작은 만 3곳에 설치되는 4개의 침수 차단 장벽으로 구성되며, 각 장벽은 약 20개의 수문을 갖춘다”고 설명했다. “이 시스템이 완공되면 폭풍해일이 발생할 때 석호의 작은 만을 차단하게 된다. 현재로선 높은 폭풍해일이 닥칠 경우에만 차단하는 것 외에 다른 대안은 없다. 따라서 모세 시스템을 완공하고 가동하는 것이 베네치아와 석호 안에 위치한 다른 도시 거주지를 보호하는 유일한 길이다.”
그러나 공정률 90%를 넘긴 이 시스템의 장기적인 침수 예방 효과를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서 엇갈린 의견이 나온다. 시스템을 설계한 엔지니어들과 시 당국은 시스템이 가동되면 침수 문제는 없어질 것이라고 자신 있게 강조하지만 일각에서는 향후의 기후변화에 따른 조수의 변화를 고려하지 않고 설계된 만큼 장기적인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연구원들도 “가장 중요한 문제는 이 장벽이 얼마나 오랫동안 도시를 보호할 수 있느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3개의 작은 만에서 수문이 닫힐 때 강한 바람이 불면 베네치아 석호의 수면이 상당히 상승할 수도 있다. 연구원들은 “만약 베네치아만이 아니라 석호 내부의 모든 도시 거주지에서도 침수를 막는다는 목표를 세울 경우 이런 현상이 모세 시스템의 가동 전략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 외에도 전문가들은 이 프로젝트가 1984년 제안됐기 때문에 IPCC가 추정한 해수면 상승 수준에 맞게 설계되지 않았다고 우려한다. IPCC의 최신 해수면 상승 추정치가 발표되기 전에 나온 유네스코의 2011년 보고서도 모세 시스템이 2100년까지 해수면 상승 수준이 22㎝라는 추정에 맞춰 설계됐을 뿐이라고 경고했다. “따라서 모세 시스템이 향후 몇 십 년간의 침수를 피하는 데 도움될지도 모르지만 해수면은 결국 이 시스템이 막을 수 없는 수위까지 치솟아 수문을 계속 닫아 놓아도 석호와 이 역사적인 도시를 보호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 일이 일어나는 건 시간문제일 뿐이다.”
멜과 카르니엘로, 달파오스 연구원은 현재 상황에서 모세 시스템 장벽의 수문은 연간 6차례 약 3시간 정도씩 닫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해수면 상승 수준이 30㎝가 되면 일주일에 두 차례 이상씩 닫아야 할 것이다. 또 해수면 상승 수준이 50㎝가 되면 연간 3개월 동안 하루 한 번씩 닫아야 한다. 그럴 경우 가동 자체가 문제가 될 수 있다. “장벽의 수문을 오래 계속 닫아야 할 경우 유지 비용이 크게 치솟을 뿐 아니라 석호의 수질과 항만 산업 활동에 큰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현재로선 모세 시스템을 최대한 빨리 가동할 수 있도록 공사를 서둘러야 하는 것은 물론 모세 시스템의 효과가 사라지기 전에 침수 막을 수 있는 보완책을 서둘러 연구하고 설계해야 한다.”
- 아리스토스 조지우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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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치아는 비가 많이 내리는 늦가을과 초겨울에 조수 수위가 상승하는 ‘아쿠아 알타(acqua alta)’ 현상으로 시내가 정기적으로 침수된다. 조수 수위가 100∼120㎝를 오르내리는 것은 일반적이며 이에 대응할 수 있도록 구조화됐다. 하지만 이번에는 최근 수일째 호우가 지속한 가운데 아프리카에서 불어오는 시속 100㎞의 강한 바람을 동반한 열풍으로 조수가 급상승하며 피해를 키운 것으로 기상 당국은 파악했다.
베네치아 시장 루이지 브루냐로는 “이례적으로 높은 조수”라며 이번 사태가 기후변화의 결과라고 말했다. 이탈리아 칼라브리아대학의 리카르도 멜, 파도바대학의 루카 카르니엘로와 루이기 달파오스 연구원은 지구 전체의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아쿠아 알타’ 현상은 앞으로 더 잦아지고 심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구원들은 뉴스위크와 가진 인터뷰에서 “지난 12일의 홍수로 베네치아의 대부분이 물에 잠긴 것은 역대 두 번째로 심한 ‘아쿠아 알타’ 현상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높은 파도가 석호를 휩쓸어 보트와 도시의 노출된 구조에 큰 피해를 가져왔다. 건물도 구조적인 피해를 봤다. 출입구를 가로질러 설치된 장벽이 높은 조수를 막을 수 없어 호텔과 레스토랑, 가게, 상업용 건물이 침수됐다. 베네치아의 일부 구역과 석호의 다른 섬에선 전력 공급과 전화 연결도 장애를 받았다. 산마르코 대성당에도 바닷물이 들어차 1m가량 침수되면서 복구 불가능한 피해를 봤을 가능성이 크다.” 산마르코 대성당은 9세기에 세워진 비잔틴 양식의 대표 건축물로 868년 처음 건축됐다가 화재로 소실된 뒤 1063년 재건축됐다. 이곳은 조수 수위가 156㎝까지 다다른 지난해 10월에도 침수돼 내·외벽 대리석을 교체했지만 이번에 또다시 물에 잠기는 비운을 맞았다. 산마르코 대성당이 침수 피해를 본 것은 1200년 역사상 이번이 6번째다.
멜과 카르니엘로, 달파오스 연구원은 베네치아가 침수의 피해를 보는 빈도가 높아진다며 앞으로도 이런 추세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 예로 산마르코 대성당이 침수 피해를 입은 6차례 중 4차례가 지난 20년 안에 일어났다. 그들은 “베네치아 석호의 폭풍해일 빈도가 증가한 것은 기후변화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베네치아를 위한 검조기(조수의 변화를 기록하는 기계)가 있는 푼타 델라 살루테의 데이터에 따르면 해수면 상승 평균치가 지난 30년 동안 연간 약 6㎜였다. 이런 추세가 현 세기 동안 유지되면서 베네치아 도시의 침수 빈도를 크게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더구나 최근의 여러 연구는 폭풍우도 늘어나는 추세를 보여준다. 이 모든 요인이 해안 지역에 추가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의 최근 추정에 따르면 기존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지 않고 21세기 내내 지금처럼 계속해서 배출할 경우를 가정한 시나리오인 RCP 8.5 아래서 지구의 해수면은 2100년까지 61~110㎝ 상승할 수 있다. 만약 남극의 빙하가 예상보다 더 빨리 녹거나 다른 요인이 발생하면 그 수치보다 훨씬 높아질 수 있다. RCP는 온실가스의 대표 농도 경로(Representative Concentration Pathway)를 의미한다. RCP는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에 따라 미래가 어떻게 달라질지를 예상하는 것으로, 2100년 복사 강제력을 기준으로 가능한 경로를 설정하는 방식이다. RCP 2.6~RCP 8.5까지 시나리오가 있다. 연구원들에 따르면 베네치아의 최저지대 경우 침수의 최소 한계가 60㎝라는 사실을 고려하면 그 정도의 해수면 상승은 베네치아로선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 조수 수위가 80㎝에 이르면 산마르코 광장과 작은 거리 같은 지역이 침수될 수 있다.
IPCC 추정에 따르면 2200년이 되면 지구의 해수면이 2~5m 높아질 수 있다. 카르니엘로 연구원은 만약 베네치아를 보호할 조치를 취하지 않아 그 정도로 해수면이 상승한다면 도시가 영구히 물에 잠길 것이라고 지적했다(물론 해수면 상승은 세계 전체에서 똑같이 나타나진 않기 때문에 베네치아 석호가 위치한 지중해 북단 아드리아해의 해수면 변화는 지구 전체의 추정치와 약간 다를 수 있다).
연구원들은 베니스의 홍수가 다양한 환경적인 요인으로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거기엔 달의 중력에 의해 발생하는 천문 조석, 극도로 높거나 낮은 기압, 오래 지속되는 강한 바람 등이 포함된다. 그 모든 요인이 해수면 상승을 가져올 수 있다. 해수면이 상승하면 이런 요인이 더 자주 홍수를 일으켜 침수에 취약한 베네치아 같은 도시는 존립을 위협받는다.
베네치아는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역사적인 도시 중 하나지만 도시를 보호하기 위한 효과적인 침수 방어 시스템을 아직 갖추지 못했다. 베네치아는 1966년 194㎝의 조수가 몰아쳐 도시 전역이 물바다가 되는 막대한 피해를 보자 이탈리아의 내로라하는 유명 엔지니어들을 불러모아 1984년 ‘모세(MOSE) 프로젝트’를 설계했다. 상습 침수 지역에 조수 유입을 차단하는 인공 장벽을 설치한다는 계획이었다. MOSE는 ‘실험적 전자기계 모듈(Modulo Sperimentale Elettromeccanico)’로 번역되는 이탈리아어 약자다. 엔지니어들은 뭍과 인접한 바닷속에 78개의 수문을 갖춘 이동식 장벽을 설치하는 계획을 구상했다. 평시에는 바닷속에 잠겼다가 조수 수위가 110㎝를 넘어설 징후가 보이면 수면 위로 올라와 조수를 차단하는 방식이다.
이 프로젝트는 오랜 설계 끝에 2003년 착공했지만 이탈리아의 다른 대규모 인프라 사업이 그렇듯 일정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환경보호론자들과 일부 정치인이 다른 대안을 찾자며 의도적으로 사업을 지연시키는가 하면 시 당국의 예산 부족으로 공사가 중단되기 일쑤였다. 2014년에는 일부 정치인이 공사 입찰 과정에서 기업으로부터 뒷돈을 받는 등의 부패 스캔들이 드러나며 ‘비리의 온상’이라는 오명까지 뒤집어썼다. 이런 가운데 완공 시점은 2022년으로 연기됐고 사업비도 55억 유로(약 7조800억원)로 3배 가까이 늘었다. 멜과 카르니엘로, 달파오스 연구원은 “모세 시스템은 베네치아 석호의 작은 만 3곳에 설치되는 4개의 침수 차단 장벽으로 구성되며, 각 장벽은 약 20개의 수문을 갖춘다”고 설명했다. “이 시스템이 완공되면 폭풍해일이 발생할 때 석호의 작은 만을 차단하게 된다. 현재로선 높은 폭풍해일이 닥칠 경우에만 차단하는 것 외에 다른 대안은 없다. 따라서 모세 시스템을 완공하고 가동하는 것이 베네치아와 석호 안에 위치한 다른 도시 거주지를 보호하는 유일한 길이다.”
그러나 공정률 90%를 넘긴 이 시스템의 장기적인 침수 예방 효과를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서 엇갈린 의견이 나온다. 시스템을 설계한 엔지니어들과 시 당국은 시스템이 가동되면 침수 문제는 없어질 것이라고 자신 있게 강조하지만 일각에서는 향후의 기후변화에 따른 조수의 변화를 고려하지 않고 설계된 만큼 장기적인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연구원들도 “가장 중요한 문제는 이 장벽이 얼마나 오랫동안 도시를 보호할 수 있느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3개의 작은 만에서 수문이 닫힐 때 강한 바람이 불면 베네치아 석호의 수면이 상당히 상승할 수도 있다. 연구원들은 “만약 베네치아만이 아니라 석호 내부의 모든 도시 거주지에서도 침수를 막는다는 목표를 세울 경우 이런 현상이 모세 시스템의 가동 전략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 외에도 전문가들은 이 프로젝트가 1984년 제안됐기 때문에 IPCC가 추정한 해수면 상승 수준에 맞게 설계되지 않았다고 우려한다. IPCC의 최신 해수면 상승 추정치가 발표되기 전에 나온 유네스코의 2011년 보고서도 모세 시스템이 2100년까지 해수면 상승 수준이 22㎝라는 추정에 맞춰 설계됐을 뿐이라고 경고했다. “따라서 모세 시스템이 향후 몇 십 년간의 침수를 피하는 데 도움될지도 모르지만 해수면은 결국 이 시스템이 막을 수 없는 수위까지 치솟아 수문을 계속 닫아 놓아도 석호와 이 역사적인 도시를 보호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 일이 일어나는 건 시간문제일 뿐이다.”
멜과 카르니엘로, 달파오스 연구원은 현재 상황에서 모세 시스템 장벽의 수문은 연간 6차례 약 3시간 정도씩 닫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해수면 상승 수준이 30㎝가 되면 일주일에 두 차례 이상씩 닫아야 할 것이다. 또 해수면 상승 수준이 50㎝가 되면 연간 3개월 동안 하루 한 번씩 닫아야 한다. 그럴 경우 가동 자체가 문제가 될 수 있다. “장벽의 수문을 오래 계속 닫아야 할 경우 유지 비용이 크게 치솟을 뿐 아니라 석호의 수질과 항만 산업 활동에 큰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현재로선 모세 시스템을 최대한 빨리 가동할 수 있도록 공사를 서둘러야 하는 것은 물론 모세 시스템의 효과가 사라지기 전에 침수 막을 수 있는 보완책을 서둘러 연구하고 설계해야 한다.”
- 아리스토스 조지우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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