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重, 실적회복 동력마저 없다] 가스터빈·풍력터빈 모두 경쟁력 뒤져
[두산重, 실적회복 동력마저 없다] 가스터빈·풍력터빈 모두 경쟁력 뒤져
석탄 이어 LNG발전 시장도 투자 감소세… 원전해체 시장 주목해야 두산중공업이 두산그룹의 새로운 뇌관이 돼 그룹 전체를 흔들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금융비용이 영업이익을 잠식하는 ‘금융비용의 덫’에 갇혔고, 석탄화력발전에 집중했던 사업구조로 실적 부진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지난 3월 국책은행과 1조원 규모 대출 약정을 체결해 유동성 위기의 숨통을 텄지만, 실적 개선 여지가 보이지 않고 있다. 두산중공업이 신성장동력으로 정한 발전용 대형 가스터빈, 풍력발전은 기술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발전업계에선 “두산중공업 위기가 더 심각해질 수도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매출 하락이 시작한 2013년 이후 단 한 번도 당기순이익을 기록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발전설비 시장이 석탄화력발전에서 재생가능에너지로 변화하기 시작한 2015년 이후부터 수주잔고가 빠르게 줄고 있다. 2015년 말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파리기후변화협약이 채택되면서다. 2015년 8조4000억원이었던 신규 수주 물량은 지난해 2조1000억원으로 감소했다. 매출액도 빠르게 줄고 있다. 2015년 5조원대였던 매출액은 2018년 4조1000억원에 머물렀고, 2019년 3조7086억원으로 다시 감소했다. 4년 새 매출 규모가 30% 가까이 쪼그라든 셈이다. 두산중공업이 발전설비 시장의 변화에 대응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두산중공업은 글로벌 발전 시장 변화에도 전체 매출의 약 80%를 석탄화력발전에서 내고 있다. 최근 5년간 수주실적의 80% 이상도 해외 석탄발전 사업으로 채웠다. 화석연료 기반의 발전산업에 대한 글로벌 투자가 급격히 줄고 있는 것과 대조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전 세계 석탄화력발전 확정투자결정 규모는 2013년 76GW에서 2018년 23GW로 급감했다. 23GW는 두산중공업이 건설 중인 삼척화력발전소 1·2호기(2.1GW) 11개를 건설할 수 있는 규모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두산중공업이 석탄화력발전 사업 비중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두산중공업은 최근 가스터빈이나 재생가능에너지(풍력발전) 등 신사업 수주 비중을 50%로 올린다는 ‘중장기 수주 포트폴리오 전략’을 수립하면서도 계속해서 석탄화력발전을 수주하는 방침을 정했다. 당장의 수익 기반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최형희 두산중공업 대표이사 부사장은 “가스터빈 등으로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을 추진하고 있지만, 매출이 발생하려면 앞으로도 일정 기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기존 사업(석탄화력발전)에서 매출을 최대한 확보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석탄화력발전 사업은 수주는 물론 시공마저 좀처럼 이뤄지지 않고 있다. 두산중공업이 지난해 3월 설계시공(EPC) 계약을 따낸 2GW급(1GW급 2기) 인도네시아 자와 9·10호기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사업이 대표적이다. 현재 인도네시아 자와 9·10호기는 현지 가동률 하락 등 영향으로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 ‘현재가치 손실’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김주진 기후솔루션 대표(변호사)는 “EPC 사업자인 두산중공업이 공사에 나서고 매출을 올리려면 금융기관 투자가 우선 이뤄져야 하는데 탈석탄 바람으로 인해 투자가 이뤄지기는커녕 투자 철회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두산중공업이 향후 실적 개선을 위해 꺼내든 가스터빈과 풍력발전 사업의 성장 가능성이 낮다는 점이다. 우선 두산중공업은 지난해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개발한 액화천연가스(LNG)발전용 대형 가스터빈을 석탄화력발전의 대안으로 꼽고 있다. 가스터빈은 LNG발전소의 핵심 설비로 고온·고압의 연소가스에서 회전하며 발전기를 돌려야 해 기술 개발 진입장벽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가스터빈 사업을 강화해 2026년까지 가스터빈 사업부문에서 연 3조원 매출을 올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의 제너럴일렉트릭(GE)과 독일의 지멘스(Siemens) 등이 독점하고 있는 시장에 두산중공업이 신규 진입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두산중공업 가스터빈은 270MW 규모인데 더해 이제야 사내 성능 테스트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2017년 이미 발전시장 변화에 대응했던 제너럴일렉트릭이나 지멘스 등은 400MW 규모 가스터빈을 상용화한 상태다. 비용 대비 효율성이 높다는 의미다. 이런 가운데 LNG발전 시장으로의 투자마저 줄고 있다. IEA는 지난해 5월 발전시장 전망 보고서에서 “가스발전 확정투자결정이 최근 3년 연속 감소하고 있다”면서 “2018년에만 2017년과 비교해 15% 가까이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두산중공업은 풍력발전 시장에서 경쟁력도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산중공업은 국내 유일 해상풍력발전 실적을 보유한 기업임에도 글로벌 경쟁력에선 밀리고 있다. 한국전력기술이 2018년 윤한홍 의원실(당시 자유한국당)에 제출한 ‘한림해상풍력발전 사업 예비타당성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멘스 장비는 내부수익률(IRR)이 7.16%지만 두산중공업은 4.74%인 것으로 확인됐다. 같은 장비로 풍력발전에 나설 경우 두산중공업 장비 수익성이 지멘스의 약 66%에 그치는 셈이다. 지멘스는 8MW급 풍력터빈 기술 갖춘 반면, 두산중공업은 5.5MW급 풍력터빈 기술만을 가췄다.
한편 두산중공업은 풍력발전 사업 확대를 위해 발전기 풍력발전 기술 개발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두산중공업은 2017년 현대일렉트릭으로부터 5.5MW 해상풍력발전 기술을 인수하며 경쟁력 강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아울러 두산중공업은 2018년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이 국책과제로 추진하는 ‘8MW급 대용량 해상풍력발전시스템 개발’ 사업의 주관기관으로 선정돼 2022년 상용화 목표로 모델 설계 및 제작, 실증 과정을 총괄하고 있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올해는 해상풍력 사업이 더 활성화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두산중공업이 원전 해체 시장으로 사업 부문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현재 전세계 34국에 450호기가 가동 중이고 157호기가 해체 전 영구정지 상태에 놓여 있는 만큼 해체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해 두산중공업 자회사 두산밥콕은 영국 셀라필드 원전산업단지의 원전해체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한국수력 원자력은 “세계적인 신재생 에너지 정책 붐 속에 원전 해체 시장도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면서 “해체 시장 규모는 2030년 123조원, 2051년 204조원, 2051년 이후 222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배동주 기자 bae.dongju@joongang.co.kr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두산중공업은 매출 하락이 시작한 2013년 이후 단 한 번도 당기순이익을 기록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발전설비 시장이 석탄화력발전에서 재생가능에너지로 변화하기 시작한 2015년 이후부터 수주잔고가 빠르게 줄고 있다. 2015년 말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파리기후변화협약이 채택되면서다. 2015년 8조4000억원이었던 신규 수주 물량은 지난해 2조1000억원으로 감소했다. 매출액도 빠르게 줄고 있다. 2015년 5조원대였던 매출액은 2018년 4조1000억원에 머물렀고, 2019년 3조7086억원으로 다시 감소했다. 4년 새 매출 규모가 30% 가까이 쪼그라든 셈이다.
‘탈석탄’ 속 신규수주 줄고 매출 하락
문제는 두산중공업이 석탄화력발전 사업 비중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두산중공업은 최근 가스터빈이나 재생가능에너지(풍력발전) 등 신사업 수주 비중을 50%로 올린다는 ‘중장기 수주 포트폴리오 전략’을 수립하면서도 계속해서 석탄화력발전을 수주하는 방침을 정했다. 당장의 수익 기반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최형희 두산중공업 대표이사 부사장은 “가스터빈 등으로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을 추진하고 있지만, 매출이 발생하려면 앞으로도 일정 기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기존 사업(석탄화력발전)에서 매출을 최대한 확보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석탄화력발전 사업은 수주는 물론 시공마저 좀처럼 이뤄지지 않고 있다. 두산중공업이 지난해 3월 설계시공(EPC) 계약을 따낸 2GW급(1GW급 2기) 인도네시아 자와 9·10호기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사업이 대표적이다. 현재 인도네시아 자와 9·10호기는 현지 가동률 하락 등 영향으로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 ‘현재가치 손실’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김주진 기후솔루션 대표(변호사)는 “EPC 사업자인 두산중공업이 공사에 나서고 매출을 올리려면 금융기관 투자가 우선 이뤄져야 하는데 탈석탄 바람으로 인해 투자가 이뤄지기는커녕 투자 철회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두산중공업이 향후 실적 개선을 위해 꺼내든 가스터빈과 풍력발전 사업의 성장 가능성이 낮다는 점이다. 우선 두산중공업은 지난해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개발한 액화천연가스(LNG)발전용 대형 가스터빈을 석탄화력발전의 대안으로 꼽고 있다. 가스터빈은 LNG발전소의 핵심 설비로 고온·고압의 연소가스에서 회전하며 발전기를 돌려야 해 기술 개발 진입장벽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가스터빈 사업을 강화해 2026년까지 가스터빈 사업부문에서 연 3조원 매출을 올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의 제너럴일렉트릭(GE)과 독일의 지멘스(Siemens) 등이 독점하고 있는 시장에 두산중공업이 신규 진입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두산중공업 가스터빈은 270MW 규모인데 더해 이제야 사내 성능 테스트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2017년 이미 발전시장 변화에 대응했던 제너럴일렉트릭이나 지멘스 등은 400MW 규모 가스터빈을 상용화한 상태다. 비용 대비 효율성이 높다는 의미다. 이런 가운데 LNG발전 시장으로의 투자마저 줄고 있다. IEA는 지난해 5월 발전시장 전망 보고서에서 “가스발전 확정투자결정이 최근 3년 연속 감소하고 있다”면서 “2018년에만 2017년과 비교해 15% 가까이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자회사 두산밥콕, 원전해체 시장 활용가능성 커져
한편 두산중공업은 풍력발전 사업 확대를 위해 발전기 풍력발전 기술 개발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두산중공업은 2017년 현대일렉트릭으로부터 5.5MW 해상풍력발전 기술을 인수하며 경쟁력 강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아울러 두산중공업은 2018년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이 국책과제로 추진하는 ‘8MW급 대용량 해상풍력발전시스템 개발’ 사업의 주관기관으로 선정돼 2022년 상용화 목표로 모델 설계 및 제작, 실증 과정을 총괄하고 있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올해는 해상풍력 사업이 더 활성화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두산중공업이 원전 해체 시장으로 사업 부문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현재 전세계 34국에 450호기가 가동 중이고 157호기가 해체 전 영구정지 상태에 놓여 있는 만큼 해체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해 두산중공업 자회사 두산밥콕은 영국 셀라필드 원전산업단지의 원전해체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한국수력 원자력은 “세계적인 신재생 에너지 정책 붐 속에 원전 해체 시장도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면서 “해체 시장 규모는 2030년 123조원, 2051년 204조원, 2051년 이후 222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배동주 기자 bae.dong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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