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더發 물류전쟁 시작] 로켓과 새벽도 늦다, ‘즉시배송’이 뜬다
[라이더發 물류전쟁 시작] 로켓과 새벽도 늦다, ‘즉시배송’이 뜬다
화장품에 핸드폰까지 배송하는 ‘라이더 물류’… “이커머스의 각축장 될 것” 오토바이가 물류망으로 들어왔다. 배달 앱 내 주문에 따라 식당에서 집으로 음식을 배달했던 라이더(rider)가 치킨을 배달하듯 즉석식품과 생필품을 배송하기 시작했다. 이른바 ‘라이더 물류’로, 라스트마일(최종구간) 배송 서비스의 정점에 라이더가 올라선 것이다. 라이더는 내일도 새벽도 오늘 중도 아닌 ‘주문 후 30분’이면 즉석식품, 생필품을 배달한다. 즉석밥 한 개, 라면 한 봉지도 문제없다. 최근에는 화장품, 핸드폰까지 나른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경영학)는 “더 빠르고 편하게 물건을 받고 싶은 욕구에 따라 라이더 물류가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배달 시장을 이끌고 있는 배달의민족이 가장 먼저 ‘B마트’라는 라이더 물류를 꺼내들었다. B마트는 라이더가 오토바이로 30분에서 1시간 내 고객이 원하는 식품(간편식·신선식품)과 생필품을 문 앞까지 배달해 준다. 2018년 12월 베타서비스 형태로 출발했지만, 즉석밥 1개도 빠르게 전해주는 ‘초소량 번쩍배송’으로 인기를 끌면서 현재 B마트는 서비스 출범 9개월여 만에 서울 전역과 수도권 일부 지역(인천 남부, 경기 수원·성남·일산·부천)으로 사업 권역을 키웠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로켓배송과 새벽배송도 채우지 못한 수요를 간파했다”고 말했다. 초소량 즉시배달에 나선 것은 배달의민족 외에도 더 있다. 온라인 유통업계에서는 배달의민족에 앞서 스타트업 ‘나우픽’이 서울 강남지역을 중심으로 오토바이 기반 초소량 즉시 배달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나우픽은 2018년 5월부터 ‘온라인 편의점’을 모토로 자체 앱 ‘나우픽’과 배달대행 앱 ‘띵똥’ 내에 ‘띵똥마켓’을 구축·운영하고 있다. 강남·송파·강서 지역에서 2500여개 식료품 및 생활용품을 취급한다. 반경 2㎞ 지역에 한해 330㎖ 생수 한 병도 라이더가 오토바이로 즉시 배달해준다. 나우픽은 주문에서 배달 완료까지 소요되는 시간은 평균 20분 이내라고 강조했다.
오프라인 매장을 중심으로 사업을 해온 기업들도 라이더 기반 배송 서비스에 동참하고 나섰다. 특히 길거리 매장이 주요 판매처이던 로드숍 화장품 브랜드들은 라이더 물류를 앞다퉈 도입하고 있다. 에뛰드하우스는 지난 7월 배달의민족 B마트에 입점했다. 중소 로드숍 브랜드인 토니모리도 B마트와 나우픽에서 당일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다. 라이더 물류 규모는 늘었다. 나우픽 등에서 상품을 배달하는 라이더 고용·운용업체(배달대행업체) 바로고는 지난 6월 배달 건수가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135.1% 증가했다. 바로고 관계자는 “편의점 등 기존에 배달을 하지 않던 곳까지 배달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요청 건수가 크게 늘었다”고 분석했다.
라이더 물류가 택배 중심으로 구축돼 온 물류시스템 자체를 바꾸고 있다는 평가다. 예컨대 배달의민족은 B마트를 통해 배달 앱 운영업체에서 명실상부 유통업체로 올라섰다. B마트가 최근 자체브랜드(PB) 구축으로 발전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배달의민족은 냉동가공식품 정도에 한정했던 PB 상품을 가정간편식·신선식품 등으로 넓혔다. 국내 1위 이커머스업체 쿠팡의 로켓프레시를 배달의민족도 진행하는 셈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쿠팡은 배달 앱 쿠팡이츠를 선보였다”면서 “라이더 물류에 뛰어들 수밖에 없게 됐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라이더 물류는 물류센터의 형태도 바꾸고 있다. 땅값이 싼 교외에 크게 지어졌던 물류센터가 도심에서 작게 지어지고 있다. 실제 B마트는 종전 사무 혹은 주거공간으로 임대했던 도심 부동산에 냉장고를 넣고 상품을 보관하고 있다. 라이더 물류 핵심 수단인 오토바이가 실을 수 있는 물건이 적기 때문이다. 대신 오토바이는 복잡한 도심을 빠르게 이동할 수 있고, 부피가 작은 제품을 싣는 데 손색이 없다. 덕분에 물류센터 규모도 클 필요가 없다. 법적으로 ‘물류창고업’으로 분류되지도 않는 수십 평짜리 창고를 기반으로 오토바이 즉시 배달망이 생긴 것이다.
이런 가운데 즉시 배달망은 이미 도심 안에 존재했던 오프라인 거점을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다.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등 대형마트 3사가 매장 공간 일부를 물류센터로 구축하고 있는 게 대표적이다. 특히 롯데마트는 지난 4월 ‘풀필먼트 스토어’를 열었다. 풀필먼트는 물류업체가 상품의 입고·보관·주문 취합과 처리·배송까지 통합해 진행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천덕꾸러기로 전락한 대형마트를 대세가 된 온라인쇼핑의 배송기지로 바꾸는 전략으로, 롯데마트는 온라인 대세 시대 오프라인 매장의 경쟁력을 높이고 나아가 ‘물류 혁신’을 이룬다는 목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라이더 물류는 배달대행업체의 영향력마저 키우고 있다. 한국의 배달 시장은 양면적인 구조로 이뤄져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는 배달의민족, 요기요 등 배달앱을 활용하지만 라이더는 배달대행업체인 인성데이타(생각대로), 바로고, 메쉬코리아가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활용한다. 배달의민족과 요기요도 자체 프로그램을 쓰는 라이더를 확보했지만 각각 2000명, 400명으로 최대 수만 명의 라이더에게 프로그램을 공급하는 이들 업체에 비하면 적은 수준이다. 물류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지방에선 오토바이를 대량 구매해 배달대행업체에 리스해 주는 사업 형태까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배달대행업체의 기업가치는 고공행진 중이다. 통신회사 KT와 손잡고 온라인 개통 휴대폰을 배달하는 메쉬코리아는 2013년 3월 자본금 1000만원으로 창업했지만 현재 예비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가 1조원 이상인 스타트업)’으로 올라섰다. 메쉬코리아는 배달 대행서비스 ‘부릉’을 운영한다. 스타트업 투자 분석 플랫폼 더브이씨에 따르면 바로고, 메쉬코리아, 허니비즈, 스파이더크래프트 등 국내 배달 대행업체들은 라이더 물류 확대에 따라 현재 누적 투자액 총합이 1600억원을 넘어섰다. 선두권 업체들 몸값은 현재 4000억~5000억원 이상으로 평가된다.
배달 시장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질 것이란 전망이다. 배달 종목이 음식에 머물지 않는 게 증명되고 있어서다. 쿠팡은 이미 배달 시장에 진입했고, 온라인 쇼핑몰 위메프도 배달 픽업 서비스 위메프오를 시작했다. 특히 카카오와 네이버 등 정보기술(IT) 공룡들의 향후 움직임을 눈여겨봐야 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관련 업계에선 이들이 앞으로 배달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이미 카카오는 2017년 자사 메신저인 카카오톡에서 ‘주문하기 서비스’를 론칭하며 라이더 물류 배달 시장에 첫발을 내디뎠다. 네이버 투자를 유치한 물류 스타트업 두손컴퍼니 박찬재 대표는 “즉시배송이 로켓배송, 당일배송, 새벽배송 등으로 이어져 온 이커머스발 물류 전쟁의 새로운 각축장이 되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 배동주 기자 bae.dong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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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배달 시장을 이끌고 있는 배달의민족이 가장 먼저 ‘B마트’라는 라이더 물류를 꺼내들었다. B마트는 라이더가 오토바이로 30분에서 1시간 내 고객이 원하는 식품(간편식·신선식품)과 생필품을 문 앞까지 배달해 준다. 2018년 12월 베타서비스 형태로 출발했지만, 즉석밥 1개도 빠르게 전해주는 ‘초소량 번쩍배송’으로 인기를 끌면서 현재 B마트는 서비스 출범 9개월여 만에 서울 전역과 수도권 일부 지역(인천 남부, 경기 수원·성남·일산·부천)으로 사업 권역을 키웠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로켓배송과 새벽배송도 채우지 못한 수요를 간파했다”고 말했다.
즉석식품·생필품 넘어 화장품·핸드폰까지 배달
오프라인 매장을 중심으로 사업을 해온 기업들도 라이더 기반 배송 서비스에 동참하고 나섰다. 특히 길거리 매장이 주요 판매처이던 로드숍 화장품 브랜드들은 라이더 물류를 앞다퉈 도입하고 있다. 에뛰드하우스는 지난 7월 배달의민족 B마트에 입점했다. 중소 로드숍 브랜드인 토니모리도 B마트와 나우픽에서 당일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다. 라이더 물류 규모는 늘었다. 나우픽 등에서 상품을 배달하는 라이더 고용·운용업체(배달대행업체) 바로고는 지난 6월 배달 건수가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135.1% 증가했다. 바로고 관계자는 “편의점 등 기존에 배달을 하지 않던 곳까지 배달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요청 건수가 크게 늘었다”고 분석했다.
라이더 물류가 택배 중심으로 구축돼 온 물류시스템 자체를 바꾸고 있다는 평가다. 예컨대 배달의민족은 B마트를 통해 배달 앱 운영업체에서 명실상부 유통업체로 올라섰다. B마트가 최근 자체브랜드(PB) 구축으로 발전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배달의민족은 냉동가공식품 정도에 한정했던 PB 상품을 가정간편식·신선식품 등으로 넓혔다. 국내 1위 이커머스업체 쿠팡의 로켓프레시를 배달의민족도 진행하는 셈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쿠팡은 배달 앱 쿠팡이츠를 선보였다”면서 “라이더 물류에 뛰어들 수밖에 없게 됐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라이더 물류는 물류센터의 형태도 바꾸고 있다. 땅값이 싼 교외에 크게 지어졌던 물류센터가 도심에서 작게 지어지고 있다. 실제 B마트는 종전 사무 혹은 주거공간으로 임대했던 도심 부동산에 냉장고를 넣고 상품을 보관하고 있다. 라이더 물류 핵심 수단인 오토바이가 실을 수 있는 물건이 적기 때문이다. 대신 오토바이는 복잡한 도심을 빠르게 이동할 수 있고, 부피가 작은 제품을 싣는 데 손색이 없다. 덕분에 물류센터 규모도 클 필요가 없다. 법적으로 ‘물류창고업’으로 분류되지도 않는 수십 평짜리 창고를 기반으로 오토바이 즉시 배달망이 생긴 것이다.
이런 가운데 즉시 배달망은 이미 도심 안에 존재했던 오프라인 거점을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다.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등 대형마트 3사가 매장 공간 일부를 물류센터로 구축하고 있는 게 대표적이다. 특히 롯데마트는 지난 4월 ‘풀필먼트 스토어’를 열었다. 풀필먼트는 물류업체가 상품의 입고·보관·주문 취합과 처리·배송까지 통합해 진행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천덕꾸러기로 전락한 대형마트를 대세가 된 온라인쇼핑의 배송기지로 바꾸는 전략으로, 롯데마트는 온라인 대세 시대 오프라인 매장의 경쟁력을 높이고 나아가 ‘물류 혁신’을 이룬다는 목표다.
쿠팡 이어 위메프·카카오도 ‘라이더 물류’ 참전
배달대행업체의 기업가치는 고공행진 중이다. 통신회사 KT와 손잡고 온라인 개통 휴대폰을 배달하는 메쉬코리아는 2013년 3월 자본금 1000만원으로 창업했지만 현재 예비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가 1조원 이상인 스타트업)’으로 올라섰다. 메쉬코리아는 배달 대행서비스 ‘부릉’을 운영한다. 스타트업 투자 분석 플랫폼 더브이씨에 따르면 바로고, 메쉬코리아, 허니비즈, 스파이더크래프트 등 국내 배달 대행업체들은 라이더 물류 확대에 따라 현재 누적 투자액 총합이 1600억원을 넘어섰다. 선두권 업체들 몸값은 현재 4000억~5000억원 이상으로 평가된다.
배달 시장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질 것이란 전망이다. 배달 종목이 음식에 머물지 않는 게 증명되고 있어서다. 쿠팡은 이미 배달 시장에 진입했고, 온라인 쇼핑몰 위메프도 배달 픽업 서비스 위메프오를 시작했다. 특히 카카오와 네이버 등 정보기술(IT) 공룡들의 향후 움직임을 눈여겨봐야 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관련 업계에선 이들이 앞으로 배달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이미 카카오는 2017년 자사 메신저인 카카오톡에서 ‘주문하기 서비스’를 론칭하며 라이더 물류 배달 시장에 첫발을 내디뎠다. 네이버 투자를 유치한 물류 스타트업 두손컴퍼니 박찬재 대표는 “즉시배송이 로켓배송, 당일배송, 새벽배송 등으로 이어져 온 이커머스발 물류 전쟁의 새로운 각축장이 되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 배동주 기자 bae.dong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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