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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자동차세 개편 논의 불붙었다] 담배세 물가 따르고, 자동차세는 판매가에 맞춰야

[담배·자동차세 개편 논의 불붙었다] 담배세 물가 따르고, 자동차세는 판매가에 맞춰야

‘금연 유발효과 제고’ ‘조세 형평성’ 공론화... “코로나19발 재정위기 방편 될 수도” 평가
사진:© gettyimagesbank
담배와 자동차에 대한 세금 체계 개편 논의가 수면 위로 올랐다. 논의에는 각각 ‘담배소비세 물가연동제’와 ‘자동차세 차량가액제’라는 이름이 붙었다. 물가 상승률에 맞춰 매년 자동으로 담배소비세를 올리고, 배기량이 아닌 자동차 판매 가격에 맞춰 세금을 부과하는 게 핵심이다. 2015년 2배 넘게 오른 담배 관련 세금의 금연 유발효과가 사라졌고, 배기량 기준 자동차세 때문에 수입차 세금이 비교적 저렴하다는 지적이 논의의 바탕이 됐다. 일각에선 담배와 자동차 관련 세제 개편이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악화를 막을 것으로 보고 있다.

논의의 서막은 한국지방세학회가 열었다. 한국지방세학회는 지난 8월 21일 ‘2020년 하계학술대회’를 열고 담배소비세 물가연동제와 자동차세 차량가액제를 주요 논제로 올렸다. 2014년 행정안전부의 담배소비세 물가연동제 추진이 막힌 뒤 6년 만에 재논의가 시작된 것이다. 2016년 국회 차원에서 진행했던 자동차세 과세 기준 차량가액 변경 논의도 4년 만에 다시 등장했다. 세금 관련 학계 관계자는 “학계 차원 논의라고 단순히 치부할 수 없다”면서 “최근 세제 논의는 증세로 비칠 여지가 있어 학계가 공론화를 이끈다”고 했다.

실제 7월 22일 정부가 발표한 ‘2020 세법 개정안’ 역시 학계가 주도했다. 지난 5월 19일 한국지방세연구원이 연 ‘액상 전자담배 관련 제세부담금 개편방향 토론회’가 대표적이다. 당시 한국지방세연구원은 토론회에서 “(현행 과세 구조에서) 액상형 전자담배는 일반 담배에 비해 싼값으로 비슷한 흡연 효과를 얻을 수 있다”며 “일반 담배 한 개비를 빨아들였다가 내뱉는 흡입 횟수가 10회(0.9㎖)인 점을 감안해 같은 수준의 세금을 매겨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후 해당 제안은 2020 세법 개정안에 담긴 액상형 전자담배에 대한 세금에 그대로 적용됐다.
 담뱃값 적응, 다시 느는 담배 판매량
한국지방세학회는 담배소비세 물가연동제를 세금 개편 공론화의 첫손에 꼽았다. 2014년 말 정부가 흡연율 감소 및 국민건강 증진을 목표로 641원이었던 담배소비세를 1007원으로 올리고, 개별소비세(594원)까지 신설한 효과가 정책 시행(2015년 1월 1일) 5년6개월 만에 사라졌기 때문이다. 당시 정부는 담배 관련 제세(모든 세금)가 1322.5원에서 2914.4원으로 오르고 담배 가격이 2000원에서 4500원이 되는 만큼 담배 판매량이 34%가량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2015년 담배 판매량은 23.6% 감소에 그쳤고, 최근 들어 담배 판매량은 다시 늘어나고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까지 담배 판매량은 17억4000만 갑으로 2015년과 비교해 19% 넘게 증가했다. 국민들이 빠르게 4500원이라는 담뱃값에 적응한 것이다. 유호림 강남대 교수(세무학)는 “불규칙 불연속적인 담배 관련 제세 인상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담배 판매량 감소 효과는 인상 초기에만 반짝 나타날 뿐이고, 효과가 중장기적으로 지속되지 못하고 있다”면서 “흡연율 감소 효과도 판매량이 늘면서 줄어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학계에선 담배소비세 물가연동제가 담뱃값 적응을 막는 수단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담배소비세 물가연동제는 말 그대로 정기적이고 연속적으로 담배 세금을 올리고 이에 따라 담뱃값을 인상하는 것을 말한다. 이강민 변호사(법무법인 율촌)는 “술에 적용하고 있는 직전연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기준으로 담배소비세를 올리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면서 “최저임금 인상률을 기준으로 매년 담배소비세를 올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는 한국지방세학회 등 학계의 담배소비세 물가연동제 공론화에 반응하고 있다. 물가가 상승할 때마다 담뱃값이 자동으로 인상되면 가격 부담에 따른 금연 효과를 오래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특히 2014년 정부(당시 안전행정부)는 직접 담배소비세 인상을 위한 지방세법 개정을 추진하면서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담배소비세가 매년 자동으로 조정되는 방안을 포함하기도 했다. 정부 한 고위 관계자는 “서민 증세라는 부담에 막혀왔지만, 물가연동제로 매년 가격이 조금씩 오르면 가격에 민감한 청소년 흡연율을 낮출 수 있다”고 했다.

담배업계 역시 담배소비세 물가연동제 공론화에 뛰어들었다. 10년 주기로 담뱃값이 대폭 인상됐던 과거에 비춰봤을 때, 경영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고 세금 증가에 맞춘 출고가 인상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담뱃값은 1994년 450원에서 2002년 1500원, 2005년 2500원, 2015년 4500원으로 불규칙, 불연속한 인상을 이어왔고 담배가격 인상 시에만 출고가가 일부 조정됐다. 담배업계 관계자는 “금연 정책이 계속되는 한 가장 효율적인 수단인 가격 인상은 또 나올 수밖에 없다”면서 “예상 가능한 범위와 시기에 이뤄지는 것이 낫다”고 했다.
 3000만원 차량과 7000만원 차량이 동일 세금?
이런 가운데 자동차세 차량가액제에도 학계발(發) 공론화 물결이 번졌다. 한국지방세학회는 ‘자동차세 주요 쟁점과 개편 방향’이라는 주제로 토론하면서, 매년 내야 하는 이른바 소유분 자동차세 기준을 가격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자동차세는 배기량, 즉 엔진 크기에 따라 부과하는 방식으로 고가의 수입차든 저렴한 국산차든 배기량이 같으면 동일한 세금을 내고 있다. 유경란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과거 배기량이 크면 차량도 크고 차량 가격도 비쌌지만, 자동차 기술의 발달로 배기량과 자동차 가격 간 상관관계가 낮아졌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배기량을 과세표준으로 해 배기량에 cc당 세액을 곱해 산정하는 현행 지방세법 하에선 2000cc BMWX4(7000만원)와 동급 배기량의 현대차 쏘나타(3000만원)의 세금이 같게 책정된다. 차량 가격에 관계없이 자가용 기준 1000㏄ 이하는 ㏄당 80원, 1600㏄ 이하는 140원, 2000㏄ 이하 및 초과는 200원을 적용하고 있는 탓이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자동차학)는 “cc당 과세는 1967년에 도입됐다”며 “50년이 지난 현재 배출가스 등 환경규제 강화마저 겹치면서 작은 배기량의 비싼 차가 더 많이 팔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 변호사는 “배기량에 기준해 1년 단위로 책정하는 소유분 자동차세는 무엇보다 재산세적 측면이 강하다”면서 “자동차세 차량가액제는 자동차세의 재산세적 성격을 가장 잘 반영한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성능이 더 좋은 고가의 차를 소유할수록 세 부담이 늘어나도록 할 수 있어 조세 부담의 형평성을 제고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2016년 국회는 조세 부담 형평성을 근거로 차량가액제를 담은 지방세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으나 폐기된 바 있다.

여기에 자동차세 개편 공론화는 전기차나 수소전기차로도 번지고 있다. 배터리나 수소 에너지를 활용해 모터를 구동하는 친환경차는 배기량 자체를 측정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현재 전기차나 수소전기차는 기타로 분류돼 자동차세가 연 10만원으로 고정돼 있다. 4300만원대 전기차 기아 쏘울EV와 6400만원대 BMW i3, 최고 2억원에 달하는 테슬라 모델S 모두 자동차세는 10만원으로 책정되는 셈이다. 친환경차의 지난해 기준 등록대수는 60만1048대로 전체 등록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5%인 것으로 집계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 역시 자동차세 차량가액제 논의를 눈여겨보고 있다. 매년 배기량을 기준으로 책정하는 소유분 자동차세(자동차세액의 30%인 지방교육세 포함)가 지방세인 만큼 행정안전부가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학계 논의를 중심으로 자동차업계 등과 자동차세 개편 방안을 살피는 중”이라고 말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최근 자동차세는 재산적 가치와 친환경차의 환경적 가치를 아우를 수 있는 방안으로 논의되고 있다”면서 “재산과 환경의 영역을 세분화해 부과하는 방식이 힘을 얻고 있다”고 했다.
 “지방자치단체 재정 악화 막는 수단 될 것”
한편 담배소비세 물가연동제와 자동차세 차량가액제 공론화는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위기로 더욱 힘을 받고 있다. 지방세 세목별 구성의 13.5%(2018년 기준)를 차지하는 담배소비세와 자동차세의 문제를 개선할 경우 코로나19로 생긴 재정 구멍을 일부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행정안전부가 지난 7월 진행한 ‘2020 지방재정전략회의’에 따르면 올해 지방세 예상 세수는 총 94조9000억원 규모로 나타났다. 2017~2019년 평균 지방세 증가율 6.1%보다 1.2%포인트 적은 수치다. 코로나19로 써야 할 돈은 늘었지만, 경기 불안에 지방세는 잘 걷히지 않은 탓이다.

특히 담배소비세 물가연동제는 금연 정책 실효를 넘어 세수 확보에 효과적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강민 율촌 변호사는 “2015년 담배소비세 인상에 따른 담뱃값 상승 후 5년여 시간 동안 물가상승률 또는 국민총소득 향상을 고려하면 담뱃값은 지속적으로 하락했다”면서 “담배소비세 물가연동제는 가격에 민감한 청소년 흡연율은 낮추는 대신 가격에 민감하지 않은 구매층에서의 담뱃값 비탄력성으로 세수입 증가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담뱃값 인상으로 담배 판매량이 줄어든 2015년 세수입은 7조원에서 10조5000억원으로 증가했다.

- 배동주 기자 bae.dong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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