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속도 내는 신세계그룹 남매 경영] 이명희 회장 지분 증여로 최대주주 변경

[속도 내는 신세계그룹 남매 경영] 이명희 회장 지분 증여로 최대주주 변경

정용진-이마트, 정유경-신세계 독립·책임경영 강화... 남매 교차지분 정리도 관심사
사진:신세계
신세계그룹이 2세 경영을 위한 2단계 승계 작업을 마무리했다. 지난 9월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이 이마트 지분을 정용진 부회장에게, 신세계 지분을 정유경 총괄사장에게 물려주면서 정 부회장은 이마트, 정 총괄사장은 신세계의 최대주주가 됐다.

그동안 신세계그룹은 이명희 회장이 총수 자리와 최대 주주 지위를 지키면서 공식적으로 회사를 대표해왔다. 하지만 실제 경영에서는 정용진 부회장이 이마트를, 정유경 총괄사장이 신세계백화점을 맡아왔다. 이번에 이 회장이 증여를 통해 최대 주주 지위를 물려주면서 대외적으로 경영권을 이양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세금 떳떳이 내고 증여” 2세 경영 본격화
이명희 회장은 정용진 부회장에게 이마트 지분 8.22%를, 정유경 사장에게 신세계 지분 8.22%를 증여했다. 이에 따라 정 부회장의 이마트 지분은 10.33%에서 18.56%, 정 총괄사장의 신세계 지분은 10.34%에서 18.56%가 됐다. 이명희 회장이 보유한 두 회사 지분은 각각 10%로 낮아졌다.

증여한 주식을 금액으로 환산하면 약 5000억원에 달한다. 9월 28일 종가를 기준으로 이마트(14만1500원) 증여 주식 규모는 3244억원, 신세계(20만8500원)는 1688억원 규모다. 증여액이 30억원을 넘어 최고 세율인 50%가 적용되고, 최대주주 보유 주식 증여에 할증률 20%가 붙는 점을 고려하면 증여세는 3000억원에 달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박신애 KB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정 부회장의 증여세는 1946억원, 정 총괄사장의 증여세는 1013억원 가량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2006년 정재은 신세계그룹 명예회장이 정용진, 정유경 남매에게 7000억원 상당의 신세계 지분을 증여하면서 현물로 납부한 증여세는 약 3500억원. 이번에 내게 될 3000억원을 더하면 신세계그룹 오너 일가가 납부한 증여세 규모는 6500억원에 이른다. 이에 2006년 구학서 신세계 사장의 신세계그룹 증여·상속세 1조원 발언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당시 구학서 사장은 기자간담회에서 “(부모인 이명희 회장과 정재은 명예회장 주식 지분을) 적극적으로 정용진 부사장에게 (사전)증여하고 이후 상속하는 과정에서 깜짝 놀랄만한 세금을 납부하는 등 떳떳하게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구 사장은 “누적 합산한 증여·상속세가 1조원 이상 될 것”이라며 “떳떳하게 상속하겠다는 것이고 도덕적 기반을 확실히 하겠다는 뜻”이라고도 했다.

이명희 회장 부부가 보유 중인 신세계 주식의 3분의 2를 증여하고, 나머지 3분의 1은 상속으로 물려주겠다고 밝혔던 계획을 미루어 짐작하면 이번 증여가 사실상 경영권 이양의 마무리 작업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재계 관계자는 “향후 이명희 회장이 보유한 이마트와 신세계 주식을 상속하면 완전한 승계 작업에 마침표를 찍는다고 볼 수 있지만, 최대주주 지위를 물려준 지금이 사실상 경영권을 물려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책임경영 차원에서 주식을 증여하고 최대주주가 변경된 것은 사실이지만, 이명희 회장께서 그룹의 총수로서 중요한 일을 결정하는 것에선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정용진 부회장의 이마트는 신세계조선호텔·스타벅스코리아·신세계건설·신세계프라퍼티 등을 계열사로 두고 있다. 주력은 대형마트·복합쇼핑몰·호텔 사업이다. 신세계는 신세계인터내셔날·신세계사이먼·신세계센트럴시티 등을 운영하고 있다. 정유경 사장이 백화점·아울렛·면세점·패션 사업을 총괄하는 사실상 독립된 회사에 가깝다. 하지만 두 사람은 남매라는 관계와 그룹사에서 독립된 사업을 책임지고 있다는 측면에서 자주 비교의 대상이 됐다.
 등기임원 올리고 ‘책임경영’ 표방할까
그동안 이마트는 신세계백화점에 비해 사업 규모는 크지만 내실이 부족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는 양사의 2019년 실적에서 나타난다. 이마트의 매출액은 19조628억원, 신세계는 6조3942억원을 기록했다. 매출로만 따지면 이마트가 3배가량 많았다. 하지만 이마트가 영업부진을 겪는 사이 신세계백화점은 흥행에 성공하며 희비가 엇갈렸다. 이마트는 지난해 150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는데 이는 2018년(4628억원)보다 67.4% 감소한 수치다. 반면 신세계는 4677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2018년(3973억원)보다 17.8% 늘어난 규모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 이후 분위기가 반전됐다. 2020년 6월 30일 기준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신세계는 2조2112억원의 매출을 올린 가운데 39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이마트의 매출액은 10조3987억원, 영업이익은 10억원 흑자를 기록했다. 신세계는 해외 여행객 급감으로 면세점이 직격탄을 맞았고, 이마트는 트레이더스 등 창고형 매장의 인기와 SSG닷컴 등 온라인 사업부의 매출 증가 등으로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신세계그룹이 책임 경영을 강조한 만큼 정용진 부회장과 정유경 총괄사장이 등기임원으로 이름을 올릴 것인지 이목이 쏠린다, 정용진 부회장과 정유경 총괄사장은 사내 등기 이사를 맡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등기임원이냐 아니냐를 논하기보다 그룹 총수와 최대주주가 회사 전반에 대해 무한 책임을 지고 있다는 측면에서 책임경영이 강화되는 것을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마트와 신세계가 함께 지분을 보유한 회사들이 어떻게 정리될지도 관심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정용진의 이마트’, ‘정유경의 신세계’ 체제를 명확히 하려면 경영과 소유를 일원화하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2016년, 정용진 부회장이 보유한 신세계 지분과 정유경 총괄사장이 보유한 이마트 지분을 맞교환했는데 이 같은 작업을 몇 차례 더 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성장동력 쓱(SSG)은 ‘따로 또 같이’ 전망
사진:연합뉴스
대표적인 곳이 광주신세계다. 광주신세계는 매출의 상당 부문을 백화점 사업으로 올리는데, 지분의 절반 이상(52.08%)을 정용진 부회장이 보유하고 있다. ‘정유경의 백화점’ 체제를 고려하면 광주신세계는 정용진 부회장보다는 정유경 총괄사장이 운영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평가다. 정용진 부회장이 광주신세계 지분을 신세계에 매각하면 증여세 재원을 상당부분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9월 29일 기준 광주신세계의 주가는 15만7000원으로, 정용진 부회장이 보유한 광주 신세계 주식 가치만 1300억원에 달한다.

신세계의정부역사 지분구조도 복잡하다. 신세계의정부 역사는 신세계가 27.6%, 광주신세계가 25%, 신세계건설이 19.9%를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 광주신세계의 최대주주는 정용진 부회장이고, 신세계건설은 이마트 계열사인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이마트 계열사에 가깝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정용진 부회장이 광주신세계 지분을 매각하면 신세계건설이 보유한 지분도 함께 정리되지 않겠느냐”고 예측했다.

이 밖에 온라인 유통사업을 중심인 ‘SSG닷컴’도 주목받고 있다. SSG닷컴은 이마트와 신세계가 독립 경영을 하는 상황에서도 함께 지분을 투자한 회사다. 이마트가 50.1%, 신세계가 26.84%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신세계그룹 안에서 ‘따로 또 같이’의 경영 체제를 엿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사례다. 일각에서는 신세계가 보유한 SSG닷컴 지분을 이마트에 넘길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오지만, 쉽지 않을 것이란 반론도 만만치 않다. 아직 눈에 띌만한 이익을 내지는 못하고 있지만 온라인 사업이 성장하고 있고, 향후 신세계그룹 전체의 미래 먹거리가 될 가능성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사업을 재편하거나 지분 정리를 할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아직은 쿠팡이나 네이버 등 다른 기업과 경쟁해 살아남는 게 중요한 것으로 보인다”며 “SSG닷컴만큼은 당분간 신세계그룹 차원의 사업으로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증여세 계산 어떻게 하나국세청의 증여세 기본 세율 규정을 보면 증여 금액이 1억원 이하일 경우 증여세는 10%다. 5억원 이하 20%, 10억원 이하 30%, 30억원 이하 40%의 증여세가 부과된다. 30억원을 초과할 경우 그 금액의 50%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대기업의 최대주주가 보유주식을 상속·증여할 때에는 증여세율에 대한 할증률이 20% 가산된다.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이 자녀에게 5000억원을 증여하는데 세금이 3000억원에 달하는 이유다.

이 때문에 증여세를 부담스러워하는 기업도 많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지난해 12월 자녀에게 증여를 계획했다가 한차례 취소한 뒤 지난 4월 1일을 기준일로 재증여해 주목을 받았다. 이 기간 동안 CJ의 주가가 30% 넘게 하락해 증여세를 200억원 가까이 아낄 수 있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르면 증여세 과세표준 신고기한은 증여가 발생한 달의 마지막 날로부터 3개월이다.

- 이병희 기자 yi.byeonghee@joongang.co.kr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대기업 10곳 중 7곳 "내년 투자계획 없거나 미정 상태"

2정수조리기 인기 속 하우스쿡, 美 현지 법인 설립

3무신사, ‘솔드아웃’ 운영 자회사 합병 추진…“효율 강화”

4편의점서 ‘셀프형 스무디’ 판다…GS25 “먹거리 경쟁력 강화”

5"머스크, 560억 성과급 못 받는다"…2심서도 패소

6 삼성생명

7 삼성화재

8박소현, 이젠 시집 가나…51세 치과의사와 어디까지?

9전 엑소 타오, SM 연습생 출신과 투샷…어깨에 손까지

실시간 뉴스

1대기업 10곳 중 7곳 "내년 투자계획 없거나 미정 상태"

2정수조리기 인기 속 하우스쿡, 美 현지 법인 설립

3무신사, ‘솔드아웃’ 운영 자회사 합병 추진…“효율 강화”

4편의점서 ‘셀프형 스무디’ 판다…GS25 “먹거리 경쟁력 강화”

5"머스크, 560억 성과급 못 받는다"…2심서도 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