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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선 관광비행에 ‘면세쇼핑 허용 검토’ 논란] 영공 벗어났으니 해외여행?

[국제선 관광비행에 ‘면세쇼핑 허용 검토’ 논란] 영공 벗어났으니 해외여행?

국토부는 ‘긍정’ 검토, 관세청은 ‘신중’ 모드
사진: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항공 이용객이 급감하자 항공·여행사들이 고육지책을 내놓고 있다. 화물 운송 비중을 확대하며 위기를 버텨내는 한편 최근에는 ‘관광비행’을 도입하는 곳도 늘고 있다. 관광비행은 착륙하지 않고 상공을 돌다가 출발지로 되돌아오는 형태의 비행편을 말한다. 항공사들이 코로나19 영향을 받지 않는 선에서 여행객 모집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이다.

지난 9월 에어부산은 항공서비스 계열 학과가 있는 대학교와 함께 현장실습 체험을 목적으로 이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아시아나항공도 국제선에만 배정했던 비행기 A380 모델을 국내선으로 돌려 관광비행 상품을 내놨다. 인천공항을 출발해 강릉·포항·김해·제주를 거쳐 인천공항으로 돌아오는 한반도 일주 비행 상품이었다. 하나투어와 아시아나항공이 함께 출시한 이 국내 관광비행 상품 ‘스카이라인투어’는 320석 중 응급환자용 좌석을 제외한 284석이 당일 완전 판매돼 화제가 됐다.

문제는 이런 관광비행 이용자들에게도 정부가 ‘면세점’ 이용 허가를 검토하면서, 항공사와 면세점에 특혜를 주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관광비행이 값비싼 놀이기구와 비슷하다는 점에서 이용객들에게 면세점 이용 혜택까지 주는 것은 과하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국토부는 관세청과 법무부 등 유관 부처에 관련 내용 검토를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외여행 인정 논란에 법무부 “영공 벗어나면 출국”
관련법상 면세점은 국내에서 해외로 나가거나 해외에서 국내로 들어올 때에만 이용할 수 있다(제주도 제외). 기내 면세점 이용 역시 국제선에서만 허용된다. 한반도를 일주하는 국내선에서는 기내면세점 운영이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국토부에서는 대한민국 영공을 벗어났다가 다시 돌아오는 비행기를 국제선으로 보고, 이런 항공기 이용객에게 면세점 이용을 허용할 것인지를 검토 중이다.

법무부의 판단은 긍정적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이코노미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잠정적으로 영공을 벗어나는 비행기는 출국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출입국관리법은 ‘국민의 출국’에 대해 “대한민국에서 대한민국 밖의 지역으로 출국하려는 국민은 유효한 여권을 가지고 출국하는 출입국장에서 출입국 관리 공무원의 출국심사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비행기가 외국에 착륙하지 않고 우리나라 영공만 빠져나갔다 들어와도 ‘출국’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만약 관광비행기가 ‘출국’했다 ‘입국’하면 국제선으로 판단하고 이용객들을 대상으로 출입국 심사를 받도록 할 계획”이라고 했다. 출입국 국민에게는 명확한 목적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 그는 “국토부에서 허가만 해주면 관광비행이라는 목적과 항로가 명확한 비행이 될 것”이라며 “착륙만 하지 않을 뿐 국제선으로 보기에 문제는 없다”고 밝혔다.

반면 관세청은 신중한 입장이다. 국내에서는 관광비행 상품이 활성화되지 않았고, 특히 해외로 나갔다가 그대로 돌아오는 형태의 비행은 더더욱 없었다. 그래서 이런 비행기 이용객에게 면세품 판매를 허락할 수 있는지를 쉽게 결정할 수 없는 상황이다. 관세청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면세점과 항공업계가 어려움에 처해서 관련 기업을 도와주는 측면에서 검토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현행 규정으로는 면세점 이용을 허가하기 쉽지 않아 관광비행을 외국 여행으로 간주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관광비행기가) 외국으로 가는 비행기도 아닌데 면세점 이용을 할 수 있게 허락한다는 게 애매하다”고도 말했다. 보세화물 관리 측면에서 국제선 관광비행은 변칙적인 상품이라는 것이다. 해당 관계자는 “정상적으로 외국에 나가지도 않으면서 나가는 걸로 갈음하다 보니 과연 이렇게(면세품을) 판매하는 것에 따른 장단점이나 부작용은 없는지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방역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관광비행객이 공항 면세점과 입출국장을 이용할 때 일반 해외 출입국자들과 동선이 겹쳐 확진자가 나오면 방역에 구멍이 뚫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면세점 내 관광비행 승객 동선을 따로 분리할 것인지, 기내 면세점만 이용할 수 있게 할 것인지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기내면세점 이용만 허용할 경우 공항면세점 사업자와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기내면세점의 정확한 표현은 ‘기내 판매점’이다.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 등 항공사가 직접 운영하는데, 판매 제품에 세금이 붙지 않아 면세품을 판다는 의미에서 통상적으로 기내 면세점으로 불린다. 이는 신세계, 롯데, 현대백화점 등 공항 출입국장에서 특허를 받아 운영하는 면세점과는 성격이 다르다. 현행법상 국제선 이용자는 기내면세점을 포함해 공항면세점도 이용할 수 있다. 관광비행을 국제선으로 인정하면서도 이용객들의 공항면세점 이용을 막으면 항공사에만 특혜를 준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항공사 특혜 우려…관세청 “장단점 종합해 판단해야”
이에 대해 국내 수도권의 한 경영대학 교수는 “관광비행객에게 격리도 없이 면세점을 이용할 수 있게 하면 호화 놀이기구를 타는데 황제 쇼핑까지 제공한다는 있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며 “관광비행은 물론 면세점도 이용하기 어려운 시민들이 박탈감을 느끼지 않도록 명확한 규정과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정부가 재고 면세품의 내국인 판매를 한시적으로 허용했던 것처럼 특혜 시비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지난 4월 관세청은 면세사업자들이 보유한 면세품 일부를 정식 수입 통관 이후 국내에서 판매할 수 있도록 한시적으로 허용한 바 있다.

해외에서는 관광비행을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 최근 관광비행으로 이름을 알린 곳은 대만이다. 대만의 저비용항공사(LCC) 타이거에어는 대만 여행사 이지플라이와 한국관광공사 타이베이지사와 손잡고 제주도 상공을 선회해 돌아가는 관광비행 상품을 출시해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120명의 관광객은 타오위안 공항에서 이륙한 뒤 한국 영공을 통과해 저공비행으로 한라산, 일출봉 등을 둘러본 뒤 기수를 돌려 대만으로 돌아갔다. 착륙하지 않는 비행이었지만, 관광객들은 대만에서 출입국 심사를 마쳤고 면세점 쇼핑도 했다. 공항 대기실과 기내에선 한복, 치맥(치킨+맥주) 체험으로 한국 여행 분위기를 냈다. 대만 정부는 제주 관광비행 이용객에 대해 2주간 자가격리 조치를 하지 않았다. 다만 입국 심사 과정에서 코로나19 감염 위험을 줄이기 위해 전체 인원을 세 그룹으로 나눠 동선을 나누고 별도의 창구를 이용토록 했다.

- 이병희 기자 yi.byeong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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