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의 대한상의’는 색다르다] IT·게임·금융업 리더 합류, ‘4차 산업혁명 시대 경제단체’ 예고
[‘최태원의 대한상의’는 색다르다] IT·게임·금융업 리더 합류, ‘4차 산업혁명 시대 경제단체’ 예고
4대그룹 총수 최초로 회장 취임… 제1의 경제단체로 힘받아 18만 회원사를 거느린 민간 경제단체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의 위상이 한층 더 높아졌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4대 그룹(삼성·현대차·SK·LG) 최초로 대한상의 회장에 오른 덕분이다. 이제는 명실상부한 한국 제1의 경제단체로서의 위상을 자랑한다.
대한상의에는 벌써부터 ‘최태원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최 회장이 취임하면서 대한상의 회장단에는 IT·게임·스타트업·금융업계를 이끌고 있는 젊은 기업인들이 대거 합류했다. 그동안 전통 제조업체의 이익단체로 평가받던 대한상의가 이젠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할 경제단체로 재평가 받게 된 셈이다. 최 회장이 3월 24일 제24대 대한상의 회장에 공식 선임됐다. 지난달 23일 대한상의 회장의 사전 단계인 서울상의 회장에 공식 선임된 지 한 달 여 만이다. 국내 4대 그룹 총수가 대한상의 회장을 맡는 것은 최 회장이 처음이다. 최 회장이 대한상의를 이끌게 되면서 대한상의가 명실상부 재계를 대표하는 경제단체로 부상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 회장이 2·3세로 세대교체가 이뤄진 4대 그룹 총수 중 ‘맏형’인 만큼 기업의 목소리를 적극 대변해줄 것으로 재계는 기대하고 있다. 또 최 회장이 그동안 강조해온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외연을 재계 전반으로 확대하고 중소기업과 소상공인까지 아우르는 상생협력에도 힘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상황은 그리 녹록치 않다. 당장 기업규제3법과 중대재해처벌법, 협력이익공유제 등 정치권으로부터 불어오는 각종 규제입법에 대응해야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커지고 있는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도 같이 해야 하는 상황이다.
최 회장은 앞선 서울상의 의원총회의 회장 수락 인사에서 “어려운 시기에 이런 일을 맡은 데 대해 상당한 망설임과 여러 생각, 고초가 있었지만 나름 무거운 중책이라고 생각한다”며 “견마지로를 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재계 안팎에선 최 회장이 이끌어갈 대한상의의 새로운 비전과 미션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는 곧 정부와 기업의 새로운 관계 설정을 의미한다. 18만 기업을 회원사로 두고 있는 대한상의는 1884년 서울상의를 시작으로 137년의 역사를 가진 법정 민간 경제단체다. 137년의 역사 속에는 조선과 대한제국, 일제강점기에 이은 8.15광복과 6.25 한국전쟁, 산업화와 민주화의 여러 경험이 담겨 있다.
그동안 대한상의 행보는 거침이 없었다. 경제 5단체(대한상공회의소·전국경제인연합회·한국무역협회·한국경영자총협회·중소기업중앙회) 중 정부에 대해 가장 ‘강경한’ 목소리를 내왔다. ‘직설가’로 통하는 전임 대한상의 회장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의 스타일에 따른 결과였다. 하지만 과거의 대한상의는 그렇지 않았다. 대한상의가 갖는 특수성 때문이었다. 대기업부터 중소기업까지 회원사를 아우르면서 의견조율이 쉽지 않았고 법정 경제단체라는 성격 때문에 활동에도 제약이 많았다. 무엇보다 4대 그룹 총수가 한 번도 수장을 맡지 않으면서 중량감이 떨어졌는데, 이번에 최 회장이 처음으로 회장직에 오르면서 향후 위상에도 큰 변화가 올 전망이다. 재계에서는 ‘최태원의 대한상의’에 거는 기대가 상당하다. 4차 산업혁명의 큰 물결 속에서 보여준 미래를 향한 과감한 경영행보의 성공 때문이다.
최 회장은 23년 전인 1998년 부친 최종현 회장이 타계하면서 38세라는 젊은 나이에 그룹 총수 자리에 올랐다. 당시 SK그룹은 내수 시장에 의존하는 기업 구조를 갖고 있었는데 최 회장 취임 후 에너지·석유화학·통신에 이어 반도체까지 사업을 확대하며 성장을 거듭했다.
회장 취임 당시 34조원 수준이던 그룹 자산은 지난해 225조원으로 6.6배 커졌고, 매출액은 약 37조원에서 139조원(2019년 기준)으로 4배 가까이 늘어났다. 명실상부 국내 재계 3위로, 시가총액만 125조원에 달한다.
최 회장은 SK그룹의 최전성기를 이끌고 있다. 특히 2012년에 인수한 SK하이닉스를 통해 내수기업 이미지에서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에 성공했다. 그의 결단은 SK그룹에 터닝포인트를 만들었다. 당시 그룹 안팎에서 ‘무리수’라는 지적이 나왔지만 1년 동안 반도체만 공부했던 최 회장은 확신을 갖고 인수를 밀어붙였다. 그 결과 SK하이닉스 등 반도체·소재 분야 총 매출은 SK그룹 전체의 5분의 1을 담당하는 주력 계열로 거듭났다. 이후에도 최 회장은 지난해 미국 인텔의 낸드플래시 사업 인수도 진두지휘하며 전도유망한 반도체 분야의 몸집을 꾸준히 키워오고 있다.
최 회장은 4차 산업혁명시대를 가장 잘 준비하고 있는 오너 경영인이다. 지주회사 SK를 비롯해 SK텔레콤과 SK하이닉스, SK이노베이션 등 계열사를 통해 미래 모빌리티 관련 기술과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차량용 반도체를, SK텔레콤은 기존의 인공지능(AI) 기술을 바탕으로 한 고정밀지도(맵)와 자율주행 기술을, SK이노베이션은 전기차배터리사업을 육성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진행 중이다.
SK그룹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반도체, 배터리, 통신기술을 모두 보유하고 있어 일각에서는 SK그룹이 미래 모빌리티시장에서 완성차기업 못지않은 영향력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SK그룹의 공격적인 M&A는 최 회장이 강조하는 ‘딥 체인지’(Deep Change·근본적 변화)와 ‘서든 데스’(Sudden Death·돌연사)라는 화두에 충실한 전략이다. 이는 “근본적으로 변화할 수 없는 기업은 언제 갑자기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다”는 의미로, 1998년 최 회장이 취임한 이후 꾸준히 견지하는 경영 철학이다.
최 회장의 도전과 혁신은 계속되고 있다. 최근에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중심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집중하고 있다. ‘사회적 가치를 앞세운 성장’으로 새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기업이 사회적 가치 창출로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면 사회는 그 기업을 존경하고 지지해 다시 기업이 성장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는 판단이다. 최 회장은 지난 3월 18일 온라인으로 가진 ‘전국상공회의소 회장 상견례’에서 “지역경제 활성화에 함께 나서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최 회장의 등장으로 대한상의에는 세대교체의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특히 대한상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서울상의 회장단은 근엄한 ‘회장님’들이 물러나고 IT 벤처, 게임, 금융계 등을 대표하는 젊은 기업인들이 속속 자리를 틀고 있다. 23명의 회장단(부회장) 중 무려 7명이나 교체됐다.
김희용 동양물산기업 회장, 서민석 DI동일 회장 등이 물러난 자리에 MZ세대(밀레니얼+Z세대)에게 친숙한 ‘택진이 형’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카카오톡 국민 메신저를 탄생시킨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등 ‘IT 1세대’를 비롯해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 박지원 두산 부회장, 이한주 베스핀글로벌 대표, 이형희 SK수펙스추구협의회 위원장,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 등이 합류했다. 장병규 의장은 49세, 그 외 6명은 모두 50대다. 이들 모두 최 회장의 권유로 대한상의에 합류했다.
사실 대한상의 그중에서도 서울상의 회장단은 그동안 ‘연륜 있는’ 상징성을 지닌 기업 오너, 대표 등이 차지하는 자리였다. 삼성전자(이인용 사장), 현대차(공영운 사장), SK(장동현 사장), LG(권영수 부회장), 한화(금춘수 부회장) 등 10대 그룹을 비롯해 ‘백년기업’인 동화약품(1897년 설립), 대성산업(1948년), DI동일(1955년) 등 오랜 업력을 지닌 기업 최고경영진으로 구성돼 있었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로 인한 장치·설비 중심의 하드웨어 제조업 중심에서 소프트웨어 분야로 빠르게 이동하는 최근의 산업구도 변화에 대한상의도 변화를 준 것이다. 산업구도가 변화하면서 경제단체들이 담아내야 할 목소리도 그만큼 늘어난 결과로 풀이된다.
재계에선 IT업계 등 신산업 분야 젊은 기업인들이 합류한 대한상의가 경제계 전반을 대변할 수 있는 경제단체로 위상을 더 높일 거란 기대감이 크다.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회장단 개편을 통해 전통적인 제조업은 물론 미래산업을 책임질 혁신 기업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변화는 대한상의 조직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대한상의는 3월 8일 총 32명 규모의 팀장급 승진 및 신규보임, 전보 인사를 실시했다. 발표된 인사 중 회계 회원소통 ▶기업정책 ▶조세정책 ▶샌드박스관리 ▶고용노동정책 ▶미주통상 ▶유통물류정책 등 8개 팀의 신규 팀장 선임은 모두 발탁 인사다. 대한상의는 이번 인사와 함께 조직개편을 통해 정부와 정치권의 기업에 대한 증세 움직임에 대응키 위해 조세정책팀을, 회원사 간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한 회원소통 팀도 새로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나아가 기존 기업문화팀은 ESG 경영팀으로 명칭을 바꿨다. 이는 최 회장이 SK그룹에서 강조해온 ESG 경영을 재계 전반에 확산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행보로 풀이된다. 이외에도 국제본부를 국제통상본부로 개편했다. 이번 인사는 조직에 새바람을 일으키고 활력을 불어넣는 차원으로 이뤄졌다는 게 대한상의 측 설명이다.
한편, 앞으로 최 회장은 일주일에 한두 번은 대한상의 집무실로 출근해 업무를 볼 예정이다. SK그룹 총수로써의 역할은 물론이고 정부와의 스킨십, 경제 외교 사절단 등의 업무를 병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한상의 회장 자리는 SK그룹 총수의 역할보다 범위가 크다. 대통령이나 총리 일정은 물론 주요 국내외 정상이나 귀빈들과의 교류 등 공식적인 업무가 뒤따른다. 이에 SK그룹에서는 조만간 최 회장의 업무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할 업무지원실장(상무급) 등을 대한상의로 파견하기 위한 준비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 미정인 상태여서 당분간은 서울상의 부회장단에 합류한 이형희 위원장이 최 회장의 상의 활동을 지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 차완용 기자 cha.wa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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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상의에는 벌써부터 ‘최태원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최 회장이 취임하면서 대한상의 회장단에는 IT·게임·스타트업·금융업계를 이끌고 있는 젊은 기업인들이 대거 합류했다. 그동안 전통 제조업체의 이익단체로 평가받던 대한상의가 이젠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할 경제단체로 재평가 받게 된 셈이다.
4대 그룹 총수 중 첫 회장의 책임감
최 회장이 2·3세로 세대교체가 이뤄진 4대 그룹 총수 중 ‘맏형’인 만큼 기업의 목소리를 적극 대변해줄 것으로 재계는 기대하고 있다. 또 최 회장이 그동안 강조해온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외연을 재계 전반으로 확대하고 중소기업과 소상공인까지 아우르는 상생협력에도 힘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상황은 그리 녹록치 않다. 당장 기업규제3법과 중대재해처벌법, 협력이익공유제 등 정치권으로부터 불어오는 각종 규제입법에 대응해야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커지고 있는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도 같이 해야 하는 상황이다.
최 회장은 앞선 서울상의 의원총회의 회장 수락 인사에서 “어려운 시기에 이런 일을 맡은 데 대해 상당한 망설임과 여러 생각, 고초가 있었지만 나름 무거운 중책이라고 생각한다”며 “견마지로를 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재계 안팎에선 최 회장이 이끌어갈 대한상의의 새로운 비전과 미션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는 곧 정부와 기업의 새로운 관계 설정을 의미한다. 18만 기업을 회원사로 두고 있는 대한상의는 1884년 서울상의를 시작으로 137년의 역사를 가진 법정 민간 경제단체다. 137년의 역사 속에는 조선과 대한제국, 일제강점기에 이은 8.15광복과 6.25 한국전쟁, 산업화와 민주화의 여러 경험이 담겨 있다.
그동안 대한상의 행보는 거침이 없었다. 경제 5단체(대한상공회의소·전국경제인연합회·한국무역협회·한국경영자총협회·중소기업중앙회) 중 정부에 대해 가장 ‘강경한’ 목소리를 내왔다. ‘직설가’로 통하는 전임 대한상의 회장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의 스타일에 따른 결과였다. 하지만 과거의 대한상의는 그렇지 않았다. 대한상의가 갖는 특수성 때문이었다. 대기업부터 중소기업까지 회원사를 아우르면서 의견조율이 쉽지 않았고 법정 경제단체라는 성격 때문에 활동에도 제약이 많았다. 무엇보다 4대 그룹 총수가 한 번도 수장을 맡지 않으면서 중량감이 떨어졌는데, 이번에 최 회장이 처음으로 회장직에 오르면서 향후 위상에도 큰 변화가 올 전망이다.
SK를 재계 3위로 성장시킨 ‘딥 체인지(근본적 변화)’
최 회장은 23년 전인 1998년 부친 최종현 회장이 타계하면서 38세라는 젊은 나이에 그룹 총수 자리에 올랐다. 당시 SK그룹은 내수 시장에 의존하는 기업 구조를 갖고 있었는데 최 회장 취임 후 에너지·석유화학·통신에 이어 반도체까지 사업을 확대하며 성장을 거듭했다.
회장 취임 당시 34조원 수준이던 그룹 자산은 지난해 225조원으로 6.6배 커졌고, 매출액은 약 37조원에서 139조원(2019년 기준)으로 4배 가까이 늘어났다. 명실상부 국내 재계 3위로, 시가총액만 125조원에 달한다.
최 회장은 SK그룹의 최전성기를 이끌고 있다. 특히 2012년에 인수한 SK하이닉스를 통해 내수기업 이미지에서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에 성공했다. 그의 결단은 SK그룹에 터닝포인트를 만들었다. 당시 그룹 안팎에서 ‘무리수’라는 지적이 나왔지만 1년 동안 반도체만 공부했던 최 회장은 확신을 갖고 인수를 밀어붙였다. 그 결과 SK하이닉스 등 반도체·소재 분야 총 매출은 SK그룹 전체의 5분의 1을 담당하는 주력 계열로 거듭났다. 이후에도 최 회장은 지난해 미국 인텔의 낸드플래시 사업 인수도 진두지휘하며 전도유망한 반도체 분야의 몸집을 꾸준히 키워오고 있다.
최 회장은 4차 산업혁명시대를 가장 잘 준비하고 있는 오너 경영인이다. 지주회사 SK를 비롯해 SK텔레콤과 SK하이닉스, SK이노베이션 등 계열사를 통해 미래 모빌리티 관련 기술과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차량용 반도체를, SK텔레콤은 기존의 인공지능(AI) 기술을 바탕으로 한 고정밀지도(맵)와 자율주행 기술을, SK이노베이션은 전기차배터리사업을 육성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진행 중이다.
SK그룹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반도체, 배터리, 통신기술을 모두 보유하고 있어 일각에서는 SK그룹이 미래 모빌리티시장에서 완성차기업 못지않은 영향력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SK그룹의 공격적인 M&A는 최 회장이 강조하는 ‘딥 체인지’(Deep Change·근본적 변화)와 ‘서든 데스’(Sudden Death·돌연사)라는 화두에 충실한 전략이다. 이는 “근본적으로 변화할 수 없는 기업은 언제 갑자기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다”는 의미로, 1998년 최 회장이 취임한 이후 꾸준히 견지하는 경영 철학이다.
최 회장의 도전과 혁신은 계속되고 있다. 최근에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중심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집중하고 있다. ‘사회적 가치를 앞세운 성장’으로 새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기업이 사회적 가치 창출로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면 사회는 그 기업을 존경하고 지지해 다시 기업이 성장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는 판단이다. 최 회장은 지난 3월 18일 온라인으로 가진 ‘전국상공회의소 회장 상견례’에서 “지역경제 활성화에 함께 나서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회장단·상의 조직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춰
김희용 동양물산기업 회장, 서민석 DI동일 회장 등이 물러난 자리에 MZ세대(밀레니얼+Z세대)에게 친숙한 ‘택진이 형’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카카오톡 국민 메신저를 탄생시킨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등 ‘IT 1세대’를 비롯해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 박지원 두산 부회장, 이한주 베스핀글로벌 대표, 이형희 SK수펙스추구협의회 위원장,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 등이 합류했다. 장병규 의장은 49세, 그 외 6명은 모두 50대다. 이들 모두 최 회장의 권유로 대한상의에 합류했다.
사실 대한상의 그중에서도 서울상의 회장단은 그동안 ‘연륜 있는’ 상징성을 지닌 기업 오너, 대표 등이 차지하는 자리였다. 삼성전자(이인용 사장), 현대차(공영운 사장), SK(장동현 사장), LG(권영수 부회장), 한화(금춘수 부회장) 등 10대 그룹을 비롯해 ‘백년기업’인 동화약품(1897년 설립), 대성산업(1948년), DI동일(1955년) 등 오랜 업력을 지닌 기업 최고경영진으로 구성돼 있었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로 인한 장치·설비 중심의 하드웨어 제조업 중심에서 소프트웨어 분야로 빠르게 이동하는 최근의 산업구도 변화에 대한상의도 변화를 준 것이다. 산업구도가 변화하면서 경제단체들이 담아내야 할 목소리도 그만큼 늘어난 결과로 풀이된다.
재계에선 IT업계 등 신산업 분야 젊은 기업인들이 합류한 대한상의가 경제계 전반을 대변할 수 있는 경제단체로 위상을 더 높일 거란 기대감이 크다.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회장단 개편을 통해 전통적인 제조업은 물론 미래산업을 책임질 혁신 기업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변화는 대한상의 조직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대한상의는 3월 8일 총 32명 규모의 팀장급 승진 및 신규보임, 전보 인사를 실시했다. 발표된 인사 중 회계 회원소통 ▶기업정책 ▶조세정책 ▶샌드박스관리 ▶고용노동정책 ▶미주통상 ▶유통물류정책 등 8개 팀의 신규 팀장 선임은 모두 발탁 인사다. 대한상의는 이번 인사와 함께 조직개편을 통해 정부와 정치권의 기업에 대한 증세 움직임에 대응키 위해 조세정책팀을, 회원사 간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한 회원소통 팀도 새로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나아가 기존 기업문화팀은 ESG 경영팀으로 명칭을 바꿨다. 이는 최 회장이 SK그룹에서 강조해온 ESG 경영을 재계 전반에 확산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행보로 풀이된다. 이외에도 국제본부를 국제통상본부로 개편했다. 이번 인사는 조직에 새바람을 일으키고 활력을 불어넣는 차원으로 이뤄졌다는 게 대한상의 측 설명이다.
한편, 앞으로 최 회장은 일주일에 한두 번은 대한상의 집무실로 출근해 업무를 볼 예정이다. SK그룹 총수로써의 역할은 물론이고 정부와의 스킨십, 경제 외교 사절단 등의 업무를 병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한상의 회장 자리는 SK그룹 총수의 역할보다 범위가 크다. 대통령이나 총리 일정은 물론 주요 국내외 정상이나 귀빈들과의 교류 등 공식적인 업무가 뒤따른다. 이에 SK그룹에서는 조만간 최 회장의 업무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할 업무지원실장(상무급) 등을 대한상의로 파견하기 위한 준비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 미정인 상태여서 당분간은 서울상의 부회장단에 합류한 이형희 위원장이 최 회장의 상의 활동을 지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 차완용 기자 cha.wa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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