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이 사라진다(1) 백화점의 예견된 위기] ‘명품 장사’만 잘했다… 흔들리는 롯데, 주도권 잡은 신세계
[백화점이 사라진다(1) 백화점의 예견된 위기] ‘명품 장사’만 잘했다… 흔들리는 롯데, 주도권 잡은 신세계
백화점 매출액 27조원으로 전년 대비 -6.3% 감소… 9개 제외한 전국 매장 ‘빨간불’ 백화점 매출이 역대급 반등에 성공했다. 기획재정부가 3월 발간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3월호)’에 따르면 지난 2월 백화점 매출액이 전년 동월 대비 39.5% 급증하며 2005년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래 최대 증가율을 기록했다. 백화점 매출은 지난해 10월(2.4%) 반짝 증가한 뒤 올 1월까지 내리 감소세를 보였다.
이 같은 반등세는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백화점 업계가 직격탄을 입은 데 따른 기저효과가 반영된 결과다. 일각에선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억눌린 소비 욕구가 백화점 소비로 분출되는 ‘보복 소비’라는 해석도 나온다. 올해 설 연휴가 2월이었던 점도 매출 상승에 힘을 보탰다.
관건은 소비가 분출되는 현상이 언제까지 지속되는지 여부다. 박종렬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가 지속되는 상황에서도 백화점 업황은 예상보다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며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순조롭게 이뤄진다는 전제 하에 하반기 회복 속도는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코로나19 확산세만 진정되면 과연 ‘지름신’이 백화점을 다시 찾을까. [이코노미스트]가 롯데·신세계·현대·갤러리아·AK 등 국내 5대 백화점 67개 점포의 지난해 매출 실적을 조사한 결과 총 27조8785억원으로 전년보다 -6.3%의 감소세를 나타냈다. 특히 신세계강남·롯데본점·현대판교 등 9개 점포를 제외한 전국 58개 백화점이 역신장하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업계에선 코로나 팬데믹에 따른 잦은 휴점과 집객력 감소가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했다.
백화점의 위기는 이미 오래 전부터 시작됐다. 전국 백화점 점포의 매출 신장율은 2017년 2.4%(72개 점포), 2018년 1.9%로(71개 점포) 매년 하락세를 거듭하다 2019년에는 -0.8%(67개 점포)를 기록하며 마이너스 성장세로 돌아섰다. 2010년대 초반부터 신규 출점은커녕 점포 수도 지속적으로 줄어들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속도가 빨라졌을 뿐 백화점 업계가 ‘위기’에 봉착한 건 예정된 수순이었다.
지난해 그나마 선방한 9개 백화점도 모두 10%를 밑도는 낮은 신장율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4년 연속 매출 ‘톱’을 기록한 신세계 강남점은 지난해 2조394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5.5%의 신장율을 보였다. 이는 30년 넘게 백화점 ‘전국 수석’을 놓치지 않은 롯데 본점을 제치고 1위에 오른 2017년(17.1%)에 비하면 초라한 성적이다. 2018년과 2019년에는 각각 8.3%, 14%의 신장율을 기록했다.
신세계에서 지난해 매출 신장을 이룬 매장은 강남점(5.5%)과 센텀시티점(7.5%)·본점(0.5%)·광주점(3.3%)·타임스퀘어점(3.2%)이다. 다섯개 점포 모두 명품 매출이 실적을 견인했다. 신세계백화점 내 상위 매출 1~3위 매장인 강남점·센텀시티점·본점은 이른바 ‘3대 명품’으로 불리는 루이비통·샤넬·에르메스가 모두 입점했다. 세 곳 모두 주요 도심을 거점으로 한 대형 점포라는 점도 닮았다. 특히 기존 명품 브랜드숍 외에 글로벌 명품 브랜드 제품을 한데 모은 팝업스토어 형태의 ‘더 스테이지’를 운영하는 강남점의 경우 명품 브랜드 매출 비중이 타 지점보다 4배 이상 높다는 설명이다.
신세계에 비해 실적이 부진한 롯데 역시 명품을 품은 점포가 체면치레하는데 그쳤다. 전국 31개 점포를 보유한 롯데는 지난해 인천터미널점을 제외한 30개 점포가 전부 역신장했다. 31개 점포의 총 매출 실적은 10조1,968억 원으로 전년 대비 -13.6%의 큰 폭 감소세를 보였다. 그나마 명품관인 에비뉴엘을 운영하는 롯데본점과 롯데잠실점은 매출 감소에도 불구하고 전국 백화점 매출 2·3순위 자리를 지켰다.
2019년 6위였던 현대 판교점은 지난해 코로나 장기화와 오프라인 유통 채널의 부진 속에서도 9.4%의 고신장을 보였다. 매출은 1조74억원을 기록, 오픈 5년 여만에 첫 ‘1조 클럽’에 들었다. 순위도 한 단계 뛰어 롯데 부산본점을 제치고 처음으로 5위권에 진입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업계 최고 수준의 MD 경쟁력이 판교점을 최단 기간 매출 1조 백화점을 만든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판교점은 2015년 오픈 이후 루이비통을 비롯해 까르띠에·티파니·불가리 등 글로벌 명품 브랜드를 연이어 입점시키며 서울 백화점 못지 않은 명품 라인업을 내세웠다. 지난해 8.5%의 신장율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10위권에 진입한 갤러리아 명품관 역시 명품으로 특화해 ‘알짜 운영’에 성공했다. 한편 수원·분당에서 선전한 AK백화점은 4개 점포 모두 역신장하며 존폐 기로 놓인 모습이다.
5개 백화점 유통사 중 점유율(36.6%)이 가장 높은 곳은 ‘유통 명가’ 롯데다. 전국 31개 매장을 운영하는 ‘다점포 전략’으로 세를 확장했지만 지난해 20%대 역신장한 점포가 무려 9곳에 이른다. 특히 롯데의 3대 핵심 점포로 꼽히는 본점·잠실점·부산본점 모두 역신장해 위기감 고조됐다. 신세계를 밀어낸 자리에 들어선 인천터미널점이 유일하게 성장세를 보였지만 그조차 1.8%에 그쳐 미미한 상황이다. 롯데 관계자는 “오랜 기간 5위 자리를 지키며 지방 백화점의 자존심을 지킨 부산본점마저 순위에서 밀렸다는 사실에 임직원들의 충격이 적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백화점 업계의 주도권은 이제 롯데에서 신세계로 옮겨가는 모양새다. 롯데 본점이 2017년 사드(고 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중국의 보복 등의 영향으로 -11.8%의 매출 신장율을 기록하며 신세계 강남에 1위 자리를 내준 후로 2018년(6.4%)에 이어 2019년(-0.7%)에도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엔 다시 -14.8%를 기록하며 1위 자리와 더욱 멀어졌다. 반면 신세계는 12개 점포 가운데 5개 점포가 매출 성장을 이루며 주도권을 확보했다.
롯데가 패권 싸움에서 밀린 것도 결국은 ‘명품 장사’에서 밀렸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롯데는 20년 전부터 ‘언제나 어디서나 고객이 만날 수 있는 백화점’을 목표로 점포 수 확대에 치중했다. 이는 곧 ‘생활밀착형’ 전략으로 이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유통 채널이 온라인으로 급격히 옮겨가는 가운데 소비자가 오프라인 채널을 선택하는 이유는 명품처럼 온라인에서는 살 수 없거나 고가인 상품을 직접 보고, 구입하기 위함”이라며 “에비뉴엘을 제외하고는 롯데의 명품 라인업은 경쟁사에 비해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롯데 본점은 현재 명품관의 새 단장을 위해 43년 만에 처음으로 전면 리뉴얼 중이다.
명품으로 위기를 극복했지만 명품에 기대는 방식만으로는 미래를 장담하기 어렵다. 이지영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일본의 럭셔리 시장의 성장세가 4%대를 밑도는 반면 국내 럭셔리 시장 성장률은 20%에 달해 명품 주요 판매 경로인 백화점 역시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코로나19로 인해 해외여행이 어려워지면서 명품 수요가 백화점으로 몰려 상대적으로 호실적을 기록했다는 해석이다.
이는 반대로 명품 소비마저 온라인 채널 등으로 옮겨간다면 백화점이 설 자리가 더욱 부족해진다는 의미다. 실제로 에르메스·구찌 등 명품업체들이 잇따라 온라인몰 운영에 뛰어들고 있다. 시장조사전문업체 유로모니터가 지난 1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온라인 명품 시장 규모는 1조5957억원으로, 전년 대비 두 자릿수 성장했다.
최근에는 온라인 명품 판매 플랫폼이 확대되고, 고가명품에 대한 지식서비스를 제공하는 앱까지 등장하면서 온라인 명품 소비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명품업계 관계자는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이 강화됐을 당시에도 백화점 매장 방문객은 급격히 줄어든 반면 온라인몰 방문자 트래픽은 폭증했다”며 “백화점을 거치지 않고, 온라인몰을 통해 직접 구매하는 비중도 높아졌다”고 말했다.
일본에선 이미 문 닫는 백화점이 속출하고 있다. 320년의 역사를 자랑하며 일본의 3대 전통 백화점으로 꼽히는 오누마백화점은 지난해 1월 파산 신청했다. 야마가타시 본점을 포함해 총 3개 점포가 폐점했다. 일본백화점협회는 “저출산·고령화 기조와 인터넷 쇼핑몰의 공세로 백화점 업계가 어려움에 처했다”며 “도쿄 등 주요 도시의 대형 백화점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존폐의 기로에 놓였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126년 전통을 가진 백화점 체인 ‘시어스’가 2018년 파산했다. 162년 역사를 지닌 미국 백화점 업계 1위 ‘메이시스’도 내년까지 점포 125곳을 순차적으로 폐점하겠다고 밝힌 바있다. 일각에선 해외 백화점이 국내와는 다른 환경이라고 지적한다. 중저가 브랜드가 주를 이루는 미국이나 지방 소도시에 퍼져있는 일본 백화점과는 상황이 다르다는 것.
나라 별 상황은 달라도 ‘보이지 않는(언택트)’ 경쟁자는 지금 이 순간도 성장 중이다. 지난해 국내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161조1000억원, 전년 대비 성장률은 19.1%에 이른다. 정연승 한국유통학회장(단국대 경영학부 교수)은 “유통시장이 언택트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100여 년간 업계 최강자로 군림했던 백화점은 이제 e커머스에 자리를 내주게 됐다”며 “백화점이 위기에 살아남으려면 오직 백화점에서만 누릴 수 있는 품질과 서비스로 승부하는 수밖에 없다”고 제언했다.
- 허정연 기자 jypower@joongang.co.kr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같은 반등세는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백화점 업계가 직격탄을 입은 데 따른 기저효과가 반영된 결과다. 일각에선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억눌린 소비 욕구가 백화점 소비로 분출되는 ‘보복 소비’라는 해석도 나온다. 올해 설 연휴가 2월이었던 점도 매출 상승에 힘을 보탰다.
관건은 소비가 분출되는 현상이 언제까지 지속되는지 여부다. 박종렬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가 지속되는 상황에서도 백화점 업황은 예상보다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며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순조롭게 이뤄진다는 전제 하에 하반기 회복 속도는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코로나19 확산세만 진정되면 과연 ‘지름신’이 백화점을 다시 찾을까.
‘명품 품은’ 대형 점포만 선전하는데 그쳐
백화점의 위기는 이미 오래 전부터 시작됐다. 전국 백화점 점포의 매출 신장율은 2017년 2.4%(72개 점포), 2018년 1.9%로(71개 점포) 매년 하락세를 거듭하다 2019년에는 -0.8%(67개 점포)를 기록하며 마이너스 성장세로 돌아섰다. 2010년대 초반부터 신규 출점은커녕 점포 수도 지속적으로 줄어들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속도가 빨라졌을 뿐 백화점 업계가 ‘위기’에 봉착한 건 예정된 수순이었다.
지난해 그나마 선방한 9개 백화점도 모두 10%를 밑도는 낮은 신장율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4년 연속 매출 ‘톱’을 기록한 신세계 강남점은 지난해 2조394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5.5%의 신장율을 보였다. 이는 30년 넘게 백화점 ‘전국 수석’을 놓치지 않은 롯데 본점을 제치고 1위에 오른 2017년(17.1%)에 비하면 초라한 성적이다. 2018년과 2019년에는 각각 8.3%, 14%의 신장율을 기록했다.
신세계에서 지난해 매출 신장을 이룬 매장은 강남점(5.5%)과 센텀시티점(7.5%)·본점(0.5%)·광주점(3.3%)·타임스퀘어점(3.2%)이다. 다섯개 점포 모두 명품 매출이 실적을 견인했다. 신세계백화점 내 상위 매출 1~3위 매장인 강남점·센텀시티점·본점은 이른바 ‘3대 명품’으로 불리는 루이비통·샤넬·에르메스가 모두 입점했다. 세 곳 모두 주요 도심을 거점으로 한 대형 점포라는 점도 닮았다. 특히 기존 명품 브랜드숍 외에 글로벌 명품 브랜드 제품을 한데 모은 팝업스토어 형태의 ‘더 스테이지’를 운영하는 강남점의 경우 명품 브랜드 매출 비중이 타 지점보다 4배 이상 높다는 설명이다.
신세계에 비해 실적이 부진한 롯데 역시 명품을 품은 점포가 체면치레하는데 그쳤다. 전국 31개 점포를 보유한 롯데는 지난해 인천터미널점을 제외한 30개 점포가 전부 역신장했다. 31개 점포의 총 매출 실적은 10조1,968억 원으로 전년 대비 -13.6%의 큰 폭 감소세를 보였다. 그나마 명품관인 에비뉴엘을 운영하는 롯데본점과 롯데잠실점은 매출 감소에도 불구하고 전국 백화점 매출 2·3순위 자리를 지켰다.
2019년 6위였던 현대 판교점은 지난해 코로나 장기화와 오프라인 유통 채널의 부진 속에서도 9.4%의 고신장을 보였다. 매출은 1조74억원을 기록, 오픈 5년 여만에 첫 ‘1조 클럽’에 들었다. 순위도 한 단계 뛰어 롯데 부산본점을 제치고 처음으로 5위권에 진입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업계 최고 수준의 MD 경쟁력이 판교점을 최단 기간 매출 1조 백화점을 만든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판교점은 2015년 오픈 이후 루이비통을 비롯해 까르띠에·티파니·불가리 등 글로벌 명품 브랜드를 연이어 입점시키며 서울 백화점 못지 않은 명품 라인업을 내세웠다. 지난해 8.5%의 신장율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10위권에 진입한 갤러리아 명품관 역시 명품으로 특화해 ‘알짜 운영’에 성공했다. 한편 수원·분당에서 선전한 AK백화점은 4개 점포 모두 역신장하며 존폐 기로 놓인 모습이다.
5개 백화점 유통사 중 점유율(36.6%)이 가장 높은 곳은 ‘유통 명가’ 롯데다. 전국 31개 매장을 운영하는 ‘다점포 전략’으로 세를 확장했지만 지난해 20%대 역신장한 점포가 무려 9곳에 이른다. 특히 롯데의 3대 핵심 점포로 꼽히는 본점·잠실점·부산본점 모두 역신장해 위기감 고조됐다. 신세계를 밀어낸 자리에 들어선 인천터미널점이 유일하게 성장세를 보였지만 그조차 1.8%에 그쳐 미미한 상황이다. 롯데 관계자는 “오랜 기간 5위 자리를 지키며 지방 백화점의 자존심을 지킨 부산본점마저 순위에서 밀렸다는 사실에 임직원들의 충격이 적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내 온라인 명품 시장, 전년 대비 두 자릿수 성장
롯데가 패권 싸움에서 밀린 것도 결국은 ‘명품 장사’에서 밀렸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롯데는 20년 전부터 ‘언제나 어디서나 고객이 만날 수 있는 백화점’을 목표로 점포 수 확대에 치중했다. 이는 곧 ‘생활밀착형’ 전략으로 이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유통 채널이 온라인으로 급격히 옮겨가는 가운데 소비자가 오프라인 채널을 선택하는 이유는 명품처럼 온라인에서는 살 수 없거나 고가인 상품을 직접 보고, 구입하기 위함”이라며 “에비뉴엘을 제외하고는 롯데의 명품 라인업은 경쟁사에 비해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롯데 본점은 현재 명품관의 새 단장을 위해 43년 만에 처음으로 전면 리뉴얼 중이다.
명품으로 위기를 극복했지만 명품에 기대는 방식만으로는 미래를 장담하기 어렵다. 이지영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일본의 럭셔리 시장의 성장세가 4%대를 밑도는 반면 국내 럭셔리 시장 성장률은 20%에 달해 명품 주요 판매 경로인 백화점 역시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코로나19로 인해 해외여행이 어려워지면서 명품 수요가 백화점으로 몰려 상대적으로 호실적을 기록했다는 해석이다.
이는 반대로 명품 소비마저 온라인 채널 등으로 옮겨간다면 백화점이 설 자리가 더욱 부족해진다는 의미다. 실제로 에르메스·구찌 등 명품업체들이 잇따라 온라인몰 운영에 뛰어들고 있다. 시장조사전문업체 유로모니터가 지난 1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온라인 명품 시장 규모는 1조5957억원으로, 전년 대비 두 자릿수 성장했다.
최근에는 온라인 명품 판매 플랫폼이 확대되고, 고가명품에 대한 지식서비스를 제공하는 앱까지 등장하면서 온라인 명품 소비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명품업계 관계자는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이 강화됐을 당시에도 백화점 매장 방문객은 급격히 줄어든 반면 온라인몰 방문자 트래픽은 폭증했다”며 “백화점을 거치지 않고, 온라인몰을 통해 직접 구매하는 비중도 높아졌다”고 말했다.
일본에선 이미 문 닫는 백화점이 속출하고 있다. 320년의 역사를 자랑하며 일본의 3대 전통 백화점으로 꼽히는 오누마백화점은 지난해 1월 파산 신청했다. 야마가타시 본점을 포함해 총 3개 점포가 폐점했다. 일본백화점협회는 “저출산·고령화 기조와 인터넷 쇼핑몰의 공세로 백화점 업계가 어려움에 처했다”며 “도쿄 등 주요 도시의 대형 백화점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존폐의 기로에 놓였다”고 말했다.
日·美에선 문 닫는 백화점 속출
나라 별 상황은 달라도 ‘보이지 않는(언택트)’ 경쟁자는 지금 이 순간도 성장 중이다. 지난해 국내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161조1000억원, 전년 대비 성장률은 19.1%에 이른다. 정연승 한국유통학회장(단국대 경영학부 교수)은 “유통시장이 언택트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100여 년간 업계 최강자로 군림했던 백화점은 이제 e커머스에 자리를 내주게 됐다”며 “백화점이 위기에 살아남으려면 오직 백화점에서만 누릴 수 있는 품질과 서비스로 승부하는 수밖에 없다”고 제언했다.
- 허정연 기자 jypow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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